"페미니즘의 도전" 쓰신 정희진 작가님의 서평을 모은 책이야.
나는 몇년동안 책을 읽는다고 노력은 했는데
생각이 깊어지는 것 같지도 않고
발전하는게 없는 것 같아서 고민이었거든.
이 책을 읽고나니 앞으로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 지
조금 감이 생기는 것 같아.
여기 나오는 책들 대부분은 내가 읽지 않은 것들이지만
정희진 작가님은 책을 읽을 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는구나..
하는걸 알 수 있어 좋았어.
내가 그동안 책을 허투루 읽었다는 것도 알게되었지...ㅎㅎㅎ
여기 토정방에도 가끔 나랑 비슷한 고민 하는 톨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책 읽어보길 추천해.
마음에 들어 따로 메모해둔 구절 중 몇개 남기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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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통과 전 후 몸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고, 다치고 아프고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내게 가장 어려운 책은 나의 경험과 겹치면서 오래도록 쓰라린 책이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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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습득이고, 하나는 지도 그리기(mapping)이다. 전자는 말 그대로 책의 내용을 익히고 내용을 이해해서 필자의 주장을 취하는(take) 것이다. ...반면 후자는 ...기존의 자기 지식에 배치(trans/form 혹은 re/make) 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사유, 자기만의 인식에서 읽은 내용을 알맞는 곳에 놓으려면 책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책의 위상과 저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사회와 인간을 이해하는 자기 입장이 있어야 하고, 자기 입장이 전체 지식 체계에서 어떤 자리에 있는가, 그리고 또 지금이 책은 그 자리의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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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은 역사 최대의 거짓말이다. 책 속엔 아무것도 없다. 저자의 노동이 있을 뿐이다.
...저자의 입장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저자와 갈등적(against) 태도를 취할 때 더 빨리, 더 쉽게,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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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 없는 통념(주류)의 위주로 읽는다면, 왜 다른 책을 읽는가. 경우의 수만 다를 뿐 결론은 같을텐데. 한 권만 읽어도 세상사가 하나로 수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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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성적으로 인생이 위계화되는 이 사회. 우리는 창피해야 한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모태 차별 사회고, 그것을 '실력'의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벌은 가장 저열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신분 사회이고 인종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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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분노는 관리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타인에 대한 헤아림, 깊이 있는 지성의 영역에 놓여져야 한다. 나는 용서와 평화를 당연시하는 사회에 두려움을 느낀다. 2차 폭력의 주된 작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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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은, 가족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가장 인위적인 제도라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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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익명성은 가장 무서운 서명이고 객관성은 가장 강력한 편파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