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에서도 '창녀'에 대한 혐오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럽지만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봐
이 책은 20년동안 성판매자로 일했던 분이 쓴 책이야
어떻게 성매매 산업으로 흘러들어가서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 낱낱이 고발하고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탈성매매를 한 후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게 된 과정까지 담고 있어
성매매 산업이 어떻게 여성을 착취하고 소모품처럼 쓰다 버리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음
이 분은 어린 시절부터 가정폭력, 성추행, 성폭력에 시달렸고
집이 가난하니 나가서 돈벌라고 부모가 중학교를 중퇴시켰어 (70년대생)
공장 다니면서 돈 번도 다 집에 부쳤는데 항상 부족했고
만났던 남자는 미성년자를 임신시키고 도망감...
술집 가던 친구를 몇 번 따라갔다가 공장이랑 비교도 안 되게 돈을 많이 받으니까 집에 더 보탬이 되고 싶어서 성매매로 빠지게 되었어
-20여 년간을 업소에서 일하면서, 그리고 탈성매매 후에도 한동안은 내 발로 업소를 찾아갔다는 사실이 죄책감이 되었다. 맞아도 내 잘못, 강간을 당해도 내 잘못, 남자에게 버려져도 내 잘못, 성매매를 해도 내 잘못. 모든 것을 내가 감당해야 했다. (45쪽)
-내가 가난하고 못 배웠다고 성매매로 유입되어야 했을까? 내가 강간당하고 버림받았다고 성매매를 해야 했을까? 나는 왜 성매매를 했을까? 내가 잘못한 것일까? 끝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 이유를 찾아봤지만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낸 것은 누구일까? (...) 내가 20여 년간 경험한 성매매 업소는 나를 때린 아버지와 어린 나를 성추행했던 삼촌과 나를 강간하며 웃던 그놈, 임산한 나를 버리고 간 군인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46쪽)
성 산업은 결국 포주 배를 불리기 위한 곳이라서 소위 '아가씨'들은 일을 열심히 한다 한들 족족 돈을 벌어가는 구조가 아니야
처음에 옷, 화장품, 미용실 이런거 하라고 선불금을 주는데 다 빚이고
업소에서는 '뉴페이스'가 잘 나가기 때문에 몇 달마다 계속 업소를 갈아타야되는데 소개비를 내야하고
옷 화장품 이런 걸 안 사려고 해도 포주가 계속 넌 외모가 그게 뭐냐며 가스라이팅을 하고 새 옷을 안 사면 손님한테 안 내보내거나 진상처리반으로 만들어버려
물론 미용실 의상실 이런거 다 포주랑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비쌈
결근비 지각비도 어마어마하고
만약 구매자가 막무가내로 술값 못내겠다며 그냥 가버리거나 외상을 달았는데 안 갚고 튀면 그거 다 '아가씨'들의 빚이 됨
콘돔 못 끼는 건 뭐 당연.. 성병 걸려서 병원 다녀와서 일을 못 나가도 다 벌금 물림
결국 20년 일했는데 집에다 돈은 못 부치고 빚만 생겨서 나중에 파산신청했어
자궁도 들어냄..
- 속옷조차도 업주나 마담이 간섭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의 존재는 뼛속까지 성매매 여성임을 알려주었다. 내 몸은 구매자들 기분을 맞춰주는 도구이기 때문이었다. 업주나 마담은 내 마음대로 내 몸을 꾸밀 수 없게 했고, 어떻게 내 몸을 다뤄야 하는지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71쪽)
-업주는 선심 쓰듯 (결근비가) 원래는 하루에 50만 원씩인데 임신중절 수술을 했으니 하루에 30만 원만 받겠다고 했다. 30만 원씩, 3일 90만원 이라는 계산에 어이가 없었다.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니까 업주는 “야, 몸뚱이가 네 밑천인데 네가 관리해야지 누가 관리하냐? 누가 임신하래? 그리고 당분간 2차도 못 나가는데 손님은 어떻게 가려서 받냐?” 소리를 질렀다. (81쪽)
-어떻게 사는 게 사람답게 사는 거야?”라고 묻던 동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그 동생이 죽어서 선불금을 받아내지 못해 억울하다고 했다던 업주는 장례식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승용차를 구입했다. 새 차를 자랑하며 다닌다는 말까지 들으면서, 누군가는 그 돈이 없어서 자살했는데 그 죽음을 방치했던 사람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고급 승용차를 구입했다는 것이 너무나 부조리하다고 느꼈다.(264-265쪽)
-구매자와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아가씨들이 온갖 폭력을 견딘 대가로 벌어들인 돈으로 업주는 호강하고 살았다. (...) 세상 사람들은 내가 사치나 부리고 편하게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했다고 낙인찍었지만, 업주야말로 편하게 돈을 벌기 위해 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었다. (323쪽)
저자분도 당시에는 자기가 겪는게 폭력이고 착취인지를 몰랐다가
(저자분은 업소에서 나름 '잘 나가는' 여성이었고 그래서 업주들에게 예쁨도 많이 받아서 자기 또한 잘 보이려고 엄청 노력했었다고 해)
탈성매매를 하고 나서야 깨달았다고 해
그래서 지금은 자기가 도움받은 여성단체에서 과거의 자기처럼 성매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계신대
반성매매 활동가로도 일하시고
결국 포주와 구매자가 줄어들어야 성매매가 근절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 20여 년간 만난 구매자들의 형태는 나이, 학력, 종교, 결혼 여부,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직업, 정치적 성향과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돈으로 내 몸을 샀다고 여기며 마음대로 대했고 죄책감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남성들의 성욕은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고 여겼고, 내 몸을 그 수단으로 삼았다. 그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배설구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거나 추악한 성행위를 거부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예사였다. (326쪽)
-구매자들은 내 앞에서 아내 자랑, 자식 자랑, 돈 자랑을 하면서 가난한 나를 비웃었다. ”잘나봤자 몸이나 파는 년“이란 인식이 가득했다. 동생보다, 자식보다 어린 여자들을 좀 더 싼 가격으로 구매하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돈을 가졌다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던 그 눈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332쪽)
-구매자들은 나에게 돈을 지급했다는 것으로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했다. 돈을 받은 나는 당연히 자신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구매자와 단둘이 있는 장소에는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맞지 않고, 죽지 않으려면 구매자의 말에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다. 구매자에게 폭력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경찰은 내가 업소에서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범죄자라고, 성매매를 한 주제에 무슨 신고를 하냐고 말했다. 업주는 자신이 다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막상 폭력이 벌어지면 내 탓으로 돌리며 업소가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다는 핑계로 나의 입을 막았다. 경찰에 신고를 해봤자 나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는 어떤 폭력이 일어나도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의 성매매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내는 여성들은 그 벌금 때문에 선불금이 늘어나기도 했기에 성매매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기란 더더욱 어려웠다.“ (332쪽)
엄청 날 것 그대로라서 읽기 힘들 때도 있었는데
당사자가 이렇게 글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표현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성매매가 왜 착취인지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야
우리 사회의 구조, 성산업의 구조에 대해 잘 적혀 있어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