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기본적으로 나톨도 처음에 헝거게임 후속작이 나온다고 했을 때
그게 슈퍼빌런 스노우의 청년 시절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충격은 물론이거니와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어



매력적이고 개성 강한 캐릭터들도 많은데 왜 하필<
스노우일까. 

원작 소설 읽으며 스노우 때문에 분노를 토하며 읽어내려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과연 내가 이걸 읽는게 맞는지 고민했어.



하지만 Goodreads의 반응이 꽤 긍정적이었길래<
호기심이 들어서 주문하고 어제 책이 드디어 왔길래<
시간을 재고 읽진 않았지만 한... 12시간만에 다 읽은 것 같아.<



01.
일단 시리즈가 아니라 단편으로 나왔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


어차피 스노우의 운명은 독자들 모두 알고 있고
대통령이 되서 그가 행하는 악행을 굳이 또 보고
싶지 않으니까



02.

과연 스노우만 슈퍼빌런이라 말할 수 있는가.


분명 이 소설은 스노우의 젊은 시절을 다루지만 그렇다고<
스노우를 미화하기 위해서 노력하진 않았다고 생각해.

전쟁 이후 판엠과 헝거게임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그 당시 관료들과 시민들의 생각은 어땠는지,
구역의 상황은 어땠는지 


생생하게 전하면서 헝거게임 3부작의 판엠과 캐피톨과
결이 되게 다른 현실이었다는 걸 보여주거든.


3부작에서 캐피톨 시민들은 정부의 말이면 뭐든 믿고
따르는, 그저 순진한 사람들로 묘사가 되고 그 위에서 
모든 걸 조종하는 스노우만 슈퍼빌런으로 그려지는데


전쟁 직후의 판엠과 캐피톨이라는 프레임으로
다시 스노우를 바라본다면, 그는 전쟁 직후의 판엠과 캐피톨이
만든 괴물이지, 그 스스로가 괴물이 되진 않았다는 
것으로 귀결이 되더라.



시초의 빌런은 이미 있었고 그 빌런들의 압박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악전분투해야 했던 스노우,
그리고 종국에는 그 스스로도 빌런들의 이데올로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 빌런이 되었지




03.
스노우는 체제 전복, 이념 전환보다는 가족의 안정과
영광과 영예, 권력을 위해 결국 헝거게임에 가치와 정당성을
부여하며 캐피톨 권력을 가지게 되는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데</p>


나는 이러한 스노우를 보여주면서 작가가 3부작에서 
하고 싶었던 작품의도가 더 도드라진다고 봐.



무정부상태, 통제가 없고, 법률이 없고, 사회적계약이 없는
그런 사회에서 인간은 과연 살육의, 야만적인 폭력성에
잠식될 것인가



전쟁 발발 이후 종전까지 탈문명의 행동양식을 보여준
캐피톨 시민들 그리고 자기 자신도 그런 폭력성에 눈을 뜨게 된,
그래서 캐피톨의 통제가 없으면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런

비극적인 상황




결국 사회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비극적 경험과
마주하게 된 스노우는 헝거게임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받아들이게 되지만,



우리 모두 알 듯, 판엠은 결국 스노우도 죽고,
13구역 잠재적 독재자(이름 갑자기 생각 안나네) 죽고,
민주정부의 길을 걸어가게 되지.


결국 헝거게임을 만든 이들과 스노우의 이념과 선택이
틀렸다는 걸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해.






04.
헝거게임의 근본을 이야기하는.



사실 3부작을 보면서도 판엠과 캐피톨이 전쟁 직후엔
어땠을지 알 수 없었고, 그 부분은 사실 관심 밖의 
주제였지



난 저자가 프리퀄을 이 지점부터 시작한 게 참 맘에 들어.



헝거게임의 근본을 이야기하면서, 캐피톨과 헝거게임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면서 다양한 관점을 만들어줬으니까.




이 근본을 먼저 다잡고 딱 교통정리가 된 기분이라
소설 읽으면서, 더 다양한 프리퀄 어쩌면 시퀄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마디로 스노우 이야기가 먼저 프리퀄로 나왔다고
실망할 필욘 없을 것 같아. 물론 저자가 집필계획이 있어야겠지만


세계관이 말끔하게 정리된 느낌이라
(뿌리까지 알게 된 느낌이라)

어떤 프리퀄, 시퀄이 나오든 반가울 것 같아





05.
물론 혹자는 스노우를 미화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에게서 인간적인 면이 두드러져 나오는 부분들,
가히 로맨티스트라 부를 수 있는 부분들, (스노우 로맨스의 상대역은 캣니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더라)
미남으로 묘사하는 수많은 부분들,
윤리적으로 고뇌하는 부분들,


이런 요소들이 너무 미화하는 것처럼 보이고
드라마틱한 사건의 연속으로 빌런에게 양면성을
부여한다는 것 자체로도 심기가 불편해질 여지는 있지만


또 소설을 읽어 가다보면 어느순간 스노우를
응원하고 말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빌런도 처음부터 빌런은 아니었다 생각하거든.





사실 그에게 그런 복합적인 사연들과 심층적인 고뇌가 있다는 걸
알고 나니까 3부작에서 스노우가 달리 보이긴 해 


여전히 빌런은 맞지만 다분히 입체적으로 변했달까.


캣니스의 화살이 판엠 대통령이 아니라 13구역 대통령을
꿰뚫고 나서 들었던 그 통쾌함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




3부작에서 캣니스는 시대가 만들어낸 희생자이고
스노우는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





아이러니한 건, 스노우가 자신이 흠모하던 여인을 위해
헝거게임이 조공인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


그 전에는 동물원 원숭이 우리 속에 아무런 음식도 주지 않고
방치해뒀으니까.




난 여전히 3부작에서 나왔던 캐피톨과 헝거게임일거라 
생각했는데 달라도 너무 다른, 문자 그대로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대목에선</p>
적잖은 충격을 받았거든






우리는 헝거게임이란 잔인한 사형식이 없어도 
<p>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믿지만,


전쟁 직후 캐피톨 사람들의 대다수는 
그걸 필수부가결하게 여겼다는 점
(물론 반대파들도 적지 않았지)


처음에는 끔찍하게 여겼지만 점점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고 조금씩 조금씩 헝거게임에 몰입하고
즐기게 된 캐피톨 시민들,


헝거게임을 완전히 엔터테인먼트이자 구역통제의
강력한 수단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스노우.


캐피톨의 안녕에만 사용되는 도구적인 인생에
저항하는 데 가장 강력한 불꽃이 된
모킹제이 캣니스,



그리고 헝거게임이 없는 시대에도 인류는
계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플루타르크의 게임 메이킹과 캣니스의 화살.


스노우가 청년이었던 시절은
전쟁의 상흔을 가진 시대였고
외상후 스트레스가 만연하던 캐피톨이었지만


캣니스가 헝거게임에 출전하게 된 시기는

전쟁은 그저 오래 전 과거가 되었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엔터테인먼트를 마냥 즐기는
캐피톨이었고...


스노우의 시대엔 스노우는 빌런이 아니라
애국자였고,


캣니스의 시대엔 스노우는 빌런이고
캣니스는 영웅이었지




난 이 시리즈가 선보이는 이런 역학관계가
맘에 들고 흥미로워.

소설을 읽으면서 저자가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집필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



단순한 빌런미화가 아니니까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읽어볼만한 것 같아 :-)





평점 : ★★★★★(5/5)

  • tory_1 2020.08.30 12:08

    헝거게임 시리즈 좋아해서 출간소식 듣고 관심갔었는데 스노우가 주인공이라 음.. 다음에 생각나면 봐야지 이랬었거든. 근데 토리 리뷰 보니까 갑자기 막 끌린다! 스노우의 내면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캐피톨의 현실은 어떻게 묘사했을지 구체적으로 너무 궁금해. 정성리뷰 고마워. 곧 읽어야지.

  • W 2020.08.30 16:37

    다들 스노우가 주인공이라는 게 진입장벽인 듯 해 ㅠㅠㅠ..(어쩔 수 없지. 나도 그랬고)

    하지만 그 장벽만 일단 넘으면.. 진짜 매력을 알게 되는 것 같아! 그리고 캐피톨의 현실적인 면, 영화에선 어떻게 생생하게 그려질지 벌써부터 기대되더라! 또 스노우가 미남캐로 나와가지고 캐스팅도 진심 기대되더라고 ㄲㄲ

  • tory_2 2020.08.30 13:28
    잘 쓰인 책이라고 생각해. 왜 스노우인가 의아했었는데 다 읽으니 스노우보다 프리퀄의 주인공으로 어울릴 사람은 없더라. 내가 헝거게임 3부작을 다 읽은 뒤 궁금했던 부분을 싹 다 긁어주는 내용이었어.

    스노우의 미화인가? 라는 점에선...ㅎㅎ 불쌍한 놈 대단한 놈 이기적인 놈 미친놈... 상황 때문에 연민이 들려 하다가도 (스노우 관점이니만큼 더더욱) 얼마나 '연민'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바로 백스텝하며 읽었어.

    이 책에서 스노우와 가장 공감한 부분은 루시 그레이와 사랑에 빠진 것. 어떻게 안 사랑해. 로맨스 서사가 진짜, 정말 좋아서 그것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 W 2020.08.30 16:41

    작가의 집필의도에 100% 공감하게 되었달까? 맞아, 궁금했던 부분들 다 알려주고, 또 군더더기 없이 딱 단편으로 끝낸 게 너무 맘에 들었어. 이게 2부작이나 3부작이었다면 진짜 진 빠졌을 것 같은 느낌


    아 그러네 불쌍한 면도 있고 대단한 면도 있고 이기적인 면, 미친 면... 그러긴 해. 극중 서술에서도 스노우와 '연민'은 상극인것처럼 푼 것 같아. 유일한 예외는 루시 그레이 정도? 나머지 호의와 연민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그저 철저한 계산이었거나 '마지못해'였으니까. 사실 맨 첫장부터 티그리스 걱정할 때 그런 식으로 걱정하길래 너무 놀랐어;; 


    맞아. 로맨스 서사는 솔직히 기대도 안한 부분이었는데(아니 솔직히 로맨스가 나올줄도 몰랐어) 진짜 케미 좋더라 영화에선 어떻게 그려질지 너무 기대되고 ㅠㅠ 스노우-루시 그레이 팬덤도 생겨날듯한 느낌..!

  • tory_3 2020.08.30 14:31

    한국에도 책 나왔구나! 리뷰 완전 몰입해서 읽었어

    리뷰 보니까 꼭 읽고 싶어진다

    난 스노우 전사(前事)도 궁금하긴 했었거든 여튼 헝겜 넘 좋았는데 이거도 꼭 볼게! 

  • W 2020.08.30 16:42

    리뷰 읽어줘서 고마워!! 응!! 이번에 막 출간된거라 사이트마다 이벤트 좀 하더라고!

    이벤트 잘 보고 구매하면 될 듯 싶어!


    그리고 역시 헝거게임이더라 ㅠㅠ 수잔 콜린스, 10년이 지나도 클라스는 여전히...!

  • tory_5 2020.08.30 18:03

    오 나도 헝거게임 시리즈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그 어두운 세계관도 너무 사랑해서 톨 리뷰 읽고 정말정말 궁금해진다! 좋은 리뷰 정말정말 고마워~~~!!

  • tory_6 2020.08.30 18:06
    좋은 리뷰 고마워! 막연히 스노우와 초기 헝거게임을 다룬다고 해서 + 소개글 읽어보니 왠지 스노우가 단순 악역이 아니라 사회와 체제가 만들어낸 인물로 그려지겠구나 생각했는데 비슷한가보다. 악역미화의 여지가 있을 거 같아서 되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톨 리뷰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가치가 있어보여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ㅎㅎ
  • tory_7 2020.08.30 18:19
    악역한테 서사주는게 싫어서 안보려고 했는데 톨 리뷰보니까 사고싶다! 순수한 책의 재미로 따졌을때도 헝거게임 본편만큼의 재미가 있는지 궁금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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