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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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이리 온, 누군가 우릴 위해 기도하고 있단다

14세기 이름 없는 섬의 수도원에서
6백 년 후의 후손을 위해 누군가 무릎을 꿇는다

소용없군요, 당신의 기도 당신의 무릎

오늘 이 언덕의 오래된 선물가게는
훗날 대학살의 시계탑이 될 테고
당신의 수도원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수용소가 되었으니

-6백 년 전의 기도, 장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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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삶이 너무 길어요

인생은 형벌같기만 하고

하루하루 불 속에서 불을 기다리는 기분

-불가사의, 여름, 기도, 백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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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과 영혼을 갈갈이 찢어

당신을 위해 쓰게하시고

제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하소서

-헌신의 기도, 시몬느 베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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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옛날 화가들이 그린 기도서의 색깔이야'라고 답했다. 나는 그게 무슨 색인지 몰랐지만 '기도서의 색'이라는 말만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이내 불쾌해져 기도가 그렇게 푸를 리 없다고. 내가 아는 기도는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색을 지녔다고. 닳고 닳아 너절해진 더러운 색이라며 화를 냈다. 그리고 화들짝 잠에서 깨 주위를 둘러봤을 땐 음울한 회색 하늘이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

-물 속 골리앗,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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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통하는 세상이면 그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겠지.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그럼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간절히 살기를 바란 게 아니란 말이야?”

...

“그런데도, 가끔은 사람들이 우리 엄마 죽지 말라고 빌어준 거, 그 기도들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 기도들은 기도 나름대로 계속 자기 길을 가는 거지, 세상을 벗어나서. 그게 어디든 그냥 자기들끼리 가는 거지. 그것도 아니라면……”

-지나가는 밤,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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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써야 할 싸움이 많구나, 견뎌야 할 고통이 많구나, 올려야 할 기도가 많구나, 그러면 결국 평화가 오겠네.

-시차,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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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종교를 가져본 적 없지만,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기도해본 적은 있습니다. 가장 많이, 간절하게 기도한 내용은 죽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도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정말 존재했다면 난 이미 여러번 죽었을 겁니다.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건, 그때마다 내가 그만큼 더 강하게 살아 있길 택했다는 걸 뜻합니다. 이건 말장난이 아닙니다.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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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과 서명한 진술서, 증언, 그리고 나이가 어려 입장이 허용되지 않아 법정 밖을 서성이며 느꼈던 두려움에 대한 기억은 브리오니가 앞으로 살아갈 세월 동안 그 여름날 밤과 새벽에 대한 기억의 단상들만큼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죄책감은 자신을 고문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해냈고, 시간이 가면서 떠오르는 세밀한 기억의 구슬들을 하나하나 실에 꿰어 평생 동안 돌리면서 기도해야 할 묵주를 만들어 놓았다.

-속죄, 이언 매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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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기도해주오. 어쩌면 신은 당신이 나를 위해 기도하기 때문에 존재할지도 모르니까.

-불안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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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거나, 금이 가거나, 부서지려는 순간에 당신을, 내가 당신에게 주고 싶었던 흰 것들을 생각한다. 나는 신을 믿어본 적이 없으므로, 다만 이런 순간들이 간절한 기도가 된다.

-흰, 한강
  • tory_1 2020.09.23 21:19

    세상에.....다 너무 좋다. 간절하게 구원해줄 뭔가를 소망하는 요즘인데 조금 힘이 되네. 고마워 토리야

  • tory_2 2020.09.23 22:11
    와 진짜 너무 좋다...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마워
  • tory_3 2020.09.23 22:17
    고마워 토리야 덕분에 좋은 글 읽게됐어
  • tory_4 2020.09.23 23:09
    다 좋다 그리고 김애란 책 읽은지 오래됐는데 새삼 김애란은 역시 김애란이라는 생각이 드네
  • tory_5 2020.09.23 23:17
    찐톨 고마워. 잘 읽었어.
  • tory_6 2020.09.23 23:22
    좋다!
  • tory_7 2020.09.24 02:27
    고마워 톨아
  • tory_8 2020.09.24 08:29

    진짜 좋은 글이다ㅠ고마워

  • tory_9 2020.09.24 08:29
    좋은 글 공유해줘서 고마워:)
  • tory_10 2020.09.24 08:58

    고마워!

  • tory_11 2020.09.24 09:05
    잘읽었어 고마워 토리
  • tory_12 2020.09.24 10:23
    고마워
  • tory_13 2020.09.24 10:43
    고마워
  • tory_14 2020.09.24 10:47
    너무 좋다ㅠㅜ
  • tory_15 2020.09.24 10:52

    잘 읽었어 톨아, 고마워!

  • tory_16 2020.09.24 11:27


    인생은 형벌같기만 하고

    하루하루 불 속에서 불을 기다리는 기분


    이 글귀 너무 와닿는다..진심 인생이 형벌같다..

    무슨 원죄를 짓고 태어난건지..

  • tory_17 2020.09.24 11:39
    넘좋다
  • tory_18 2020.09.24 12:42

    진짜 톨아 너무 글 좋아ㅠㅠㅠㅠ

  • tory_19 2020.09.24 13:05

    너무조아 ㅠㅜㅜㅜ

  • tory_20 2020.09.24 13:24
    좋은 글 고마워 톨아!
  • tory_21 2020.09.24 14:1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2/10 01:22:14)
  • tory_22 2020.09.24 21:03

    한강분 글 너무 좋다... 좋은 글귀 가져다 줘서 고마워!!

  • tory_23 2020.09.24 23:43

    한강님 글 진짜.. 내가 매일 밤을 그렇게 죽여달라고 빌고 또 빌던 시간들이 생각나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야 충격적이다 정말,, 좋은 글들 너무 고마워 토리야

  • tory_24 2020.09.25 22:56
    고마워 톨아!! 스크랩해두고 생각날때마다 읽어야겠어ㅜㅠ
  • tory_25 2020.09.26 00:08
    고마워. 너무 좋다.
  • tory_26 2020.09.26 17:42
    좋은 글 고마워!!
  • tory_27 2020.09.27 01:11
    고마워 원톨! 스크랩 해두고 두고두고 잘 읽을개!
  • tory_28 2020.09.27 21:24

    흰 읽고나서 여운이 너무 길게 남아서 계속 그자리에 앉아있었던 날이 생각난다..

    좋은 글 너무 고마워!! 

  • tory_29 2020.09.28 02:32
    다 정말 너무 좋다 사진 하나하나도
  • tory_30 2020.09.29 02:28
    좋은 글 토리 고마워~!
  • tory_31 2020.10.07 12:54
    넘 좋다.... 톨아 고마워!!
  • tory_32 2022.04.30 23:27

    고마워-!!

  • tory_33 2023.01.28 21:05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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