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7분의 유예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것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가령 30일이 주어졌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대개의 결단은 최후의 몇 초에 이루어진다.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치가와 다쿠지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았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 쇼코의 미소, 최은영






어떻게 그렇게 여러 사람의 마음이 호의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고작 한 명의 타인과도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어른이 된 나로서는 그때의 일들이 기이하게까지 느껴진다.


/ 씬짜오 씬짜오, 최은영






엄마가 이모를 부담스러워했다는 사실은 이모를 아프게 했지만 그만큼이나 엄마 역시 오래도록 아프게 했다. 지금도 엄마는 엄마가 어떻게 순애 이모를 저버릴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자신이 상상할 수조차 없는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왜 그리도 어려웠는지 엄마는 생각한다.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 최은영





언니의 목소리에 실린 분노에 가까운 두려움은 나의 오래된 주인이었으니까.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나를 추동했고 겉보기에는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어른으로 키워냈다.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소거되어버릴 것이었다.


/ 한지와 영주, 최은영





"시의 원자재라니 그게 무슨 뜻이오?"

롤리 경이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당연히 펜과 잉크, 그리고 종이를 말하지. 달리 뭐가 있단 말이오?"

데모스테네스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시를 쓰는데 뇌는 쓸모없단 말이오?"

"그럼 신발을 만들 때는 뇌가 쓸모없단 말이오?"


/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 존 켄드릭 뱅스





그는 앞뒤 안 맞는 말을 했다. 앞뒤 안 맞는 게 진심이고, 앞뒤 안 맞는 말을 하게 하는 게 사랑이라는 요물인지 모른다.


/ 지상의 노래, 이승우






자유야말로 가장 위대한 시지. 하지만 그 시는 아직 쓰여지지않았어. 그리고 그 시는 영원히 쓰여지지않을거야. 어쩌면 언젠가 쓰여질지도모르지. 하지만 그러려면 엄청나게 많은사람들의 죽음이 필요할거야. 그리고 그때 시인이 아닌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그 시는 쓸 가치가 없는 거였다고.


/ 그리스 사람, 로맹 가리






행복해지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반경 5미터의 행복, 다카시마 다이











-


제목은 로맹 가리의 '마지막 숨결'에서.

최근 읽은 책에서 맘에 들었던 글귀를 추려봤어.

  • tory_1 2018.10.08 15:54

    쇼코의 미소 읽었던 기억이 새록 난다 뭔가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올라왔었는데 그중에도 슬프다는 느낌이 가장컸던거 같아.

  • tory_2 2018.10.08 18:15

    고마워.

  • tory_3 2018.10.08 18:47
    로맹 가리 소설에서 나온 구절이었구나 저게?! 자주 접해도 어디서 나온건지 몰랐는데 덕분에 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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