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이 책은 한동안 논란이 일었던 시끄러웠던 책으로 알고 있어
페미가 묻었네 어쩌고 하면서 불매운동(?)을 벌였던 이들과
너무나도 공감하며 읽었다며 인증샷을 남기는 이들이
공존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해
연예인들이 책 들고 찍은 인증샷에 대고
'이런 책을 좋아하다니 실망이다.
나 이 사람 더는 안 좋아하련다.'는 반응도 있었던 것 같고...
영화화된다고 하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주연 맡게 된 배우에게 실망했다 하는 반응이 있었던 것 같아
난 '뭐야, 대체 얼마나 엄청난 책이길래...?' 하면서
좀 겁났던 것도 같아... 그러던 어느 날,
서점을 지나던 중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던 '82년생 김지영' 책을 집게 되었는데...

누군가에 이입되게끔이라기 보다
관조적인 시각으로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되더라고...
어느 정도 읽었나 싶었는데 '벌써 반이나 읽었다고?'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보니 '벌써 다 읽었네;;;'
이렇게 흡인력이 있었어...
끝으로 갈수록 페이지가 다하는 게 아쉬운...
아무래도 책 속 주인공보다 내가 늦게 태어나긴 했지만
살아가며 직접적으로 겪거나 간접적으로 접한,
혹은 걱정되던 이야기들이 써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
주인공과 내가 다른 것 중에는 밑으로 남동생이 없다는 건데,
가끔 엄마가 농담삼아 하던 얘기가 있었거든
"넌 밑에 남동생 있었으면 대학 못갔을 수도 있어.
일찍부터 돈 벌어서 네 동생 학비 대라고 했을 수도 있다고.
너를 막내로 하고 자녀 더 안 낳은 거에 대해 고마운 줄 알아."
어쩌면 내가 김지영보다 여성으로서 불합리함을 덜 겪은 건
남자형제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심되면서도
이렇게 안심하는 내가 비겁하고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김지영은 겪었던, 소위 빻은 놈들을 내가 겪지 않았던 것도
어찌 보면 김지영과 나 사이의 차이일 수도 있고
내가 운이 좋았던 걸 수도 있지만
내가 모르고 지나친 것일 수도 있겠지 싶기도 했어
난 성격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고 말발도 없어서
앞으로 빻은 놈들을 만나게 되더라도
그자리에서 한 대거리 하진 못할 수도 있겠지
난 말발도 있고 논리로 무장한 이들이
빻은 놈들을 웃으면서 멕였다는 무용담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정도의 소시민이긴 하지만
적어도 빻은 놈들에의 피해자에게
손을 내밀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들이 기댈 수 있고
연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최소 그들과 같이 빻은 놈들 욕이라도 해줄 수는 있겠지
적어도 그런 류의 단단함은 내 안에서 생긴 것 같아

그리고 책에 대한 풍문만 듣고
선입견을 가졌던 내가 부끄러웠어
내가 겪은, 혹은 겪을지 모르는 이야기의 나열일 뿐이고
이를 보며 답답함, 안타까움, 분노 등을 느끼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82년생 김지영보다 어린 8n년생 ㅇㅇㅇ인 나는
조금 더 나은, 차별이 덜한 환경에서 자랐을 수는 있을 거야
물론 나아진 환경에서 현재 있지도 않은 차별에
씩씩대는 건 섀도우 복싱이 맞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겪고 있는 차별이나 불합리함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건 옳은 일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당연한 수순인데
단순히 '페미 묻었네요. 난 이 책 보는 사람 거를 거임'
이러는 사람들? 거를테면 걸러보라지 싶어
오히려 그런 분들이 날 걸러주시는 게 감사할 거 같더라
그런 분들이야 말로 빈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며
애먼 곳에 힘을 빼는 어리석은 부류일 거야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운신의 폭이 좁아 스스로 고립되는 함정에 빠지고 마는...
더불어 그런 이들을 만나면 이렇게 반응하고 싶어
'이 책이 뭐 그리 당신들한테 못된 책(?)이어서 그러냐,
당신이 못된 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난 도저히 모르겠다.
이 책을 못됐다고 생각하는 당신들이 인간이 못된 거 같다.
최소 당신들 문맹인 거 인지는 하고 계셔라' 하고 말이야

그리고 가능하다면 8n년생 ㅇㅇㅇ, 9n년생 ㅁㅁㅁ
이런 식의 이야기로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넓혀지고
저마다 여자로서 혹은 약자로서 겪은 불합리함을 토로하며
조금은 다른 입장의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더불어 삶에 있어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었음 좋겠어
'적어도 9n년생 ㅁㅁㅁ은 82년생 김지영보단
나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랬음 좋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책을 덮었음을 밝히며 글을 마칠게 ㅎㅎ
  • tory_1 2019.09.26 16:27

    꼭 거를거라고 난리치는 사람들 이게 어떤 책인지 읽어보지도 않고 선동과 여론에 휩쓸려 같이 혐을 하는 사람들이더라.

    걸러주는게 더 좋음ㅋㅋㅋㅋㅋ

  • tory_2 2019.09.26 17:06
    좋은 감상이다
    난 그런적없는데? 피해의식아냐? 커뮤과몰입아닌가 라 생각했던게
    다 겪었었고, 겪었고, 겪을 일이더라
  • tory_3 2019.09.26 17:17

    글 고마워!!! 난 아직 책 못읽었는데 덕분에 더 보고 싶어졌어,,


    추천이랑 스크랩해가!!

  • tory_4 2019.09.26 17:26
    나도 사실 김지영이 공감안갔고 평균이라는 생각 안하지만
    존재한다고는 생각은해..
  • tory_5 2019.09.26 18:32
    솔직히 김지영 정도면 평온한 삶이지.... 그만큼 현실의 여성들은 더더욱 상황이 안좋다는거고. 암튼 이 글을 읽고도 공감력 부족해서 부들대는 남자들 볼때마다 더 분노하게 됨
  • tory_7 2019.09.28 03:00
    222222 너무 오래전에 봐서 기억 안나는데 나름 엄마가 재테크도 성공하고 괜찮게 사는 집안의 딸이었던 걸로 억. 현실적으론 아빠가 투자하다가 집 송두리째 날려먹는 지영이들이 더 많을걸...ㅎ
  • tory_8 2019.09.28 06:19
    33 솔직히 남편 내가 봣을 땐 그냥 상상 속 인물 같았어ㅋㅋ절대 한남들에게 나올 수 없어
  • tory_6 2019.09.26 18:49

    응원의 의미에서 사기만 하고 아직 안 읽어봤는데...

    나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나도 좀 더 어리긴 하지만 이 세대면 다들 있잖아.

    나만 해도 딸이지만 위에 아들 태어나고 둘쨰라서 나 태어나고 구박 안 받았다고... ㅋ

    우리 또래는 둘만 낳아 잘 키우자 세대라서 첫째가 딸이었음 둘째 딸은 태어나지도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아니면 첫째, 둘째 다 딸이면 셋째로 낳은 아들에게 애정, 관심, 금전 몰빵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

    다 내가 그렇고 내 친구가 그런걸.

    우린 생존에서부터 한번 감별된 사람들인데, 역차별이라니 참... 우습다.

  • tory_9 2019.09.28 10:05
    애초에 톨 어머니한테 남동생 낳았으면 .. 이런얘기 들은것 자체가 남자들은 전혀 들을일 없는얘기라는 점에서 차별이 만연해있지. 여동생 낳았으면 너는 대학못갔을거다 뒷바라지하라했다? 이런소리 듣도보도못함
  • tory_10 2019.09.28 15:1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3/19 21:56:16)
  • tory_11 2019.10.08 22:07

    난 읽어보고 이게 정말 난리 떨 수준인가 싶었어. 내가 보기엔 사회적으로 여자를 뭉개고 있는 것들은 거의 안 나온, 되게 평화로운 글이었거든.

    이걸 읽고도 발광한다면 대체 얼마나 여자를 얕게 보는지 한심할 정도였어. 원래 한심한 인종이기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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