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분명히 알 수 없는 건 이것뿐이야. 먼지투성이 창을 내다보는 것처럼, 아니, 얼음 낀 더러운 물 아랠 들어다보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
<작별> 한강
언제나 그렇듯 디엔의 손은 서늘했는데 아직도 데런은 그 온도와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 그 온도를 잊지 않기 위해 가끔 한 손을 일부러 담요 밖에 놓아 서늘하게 만든 다음 따뜻한 다른 손으로 맞잡아보고 이게 디엔의 온도인지 아닌지 가늠하는 버릇이 들었다.
<희박한 마음> 권여선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냥 하던 대로 했겠지. 말하자면 패턴 같은 것이겠지. 결정적일 때 한발짝 비켜서는 인간은 그 다음에도 비켜서고...... 가방을 움켜쥐는 인간은 가방을 움켜쥔다. 그것 같은게 아니었을까. 결정적으로 그, 라는 인간이 되는 것. 땋던 방식대로 땋기. 늘 하던 가락대로 땋는 것.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피륙이 있고 그것의 무늬는 대개 이런 꼴로 짜이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직조해내는 패턴의 연속, 연속, 연속.
<웃는 남자> 황정은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희영은 열어 놓은 창가를 바라 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랬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몫> 최은영
“우리 학교의 어떤 애가 선생님이랑 사귄대. “
“누가?”
“그건 몰라.”
“어린애가 천박하기도 하지.”
쓰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천진한 표정을 얼굴에 걸고 식탁에 있는 간식을 포크로 짓뭉갰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아요.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자신이 왜 상처받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잖아요. 아프니까. 그래서 희망은 항상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있어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일지도 모른다.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집착으로써 얻지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 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새의 선물> 은희경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는 없었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나처럼. 하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대체로 ‘그런 사람’이 당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당신들 중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며 마음의 깊은 곳에 그 기억을 간직할 때에만 사물도 그 깊은 내면을 열어보인다. 그래서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란 자아의 내면에서 그 깊이를 끌어내는 능력이며, 그것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 나와 세상을 함께 길들이려는 관대한 마음이다. 제 깊이를 지니고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인간은 세상을 살지 않는 것이나 같다.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마지막 대목을 ‘교훈’이나 ‘반성’으로 끝내는 글도 믿을 수 없다. 간단한 반성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김중혁
“그렇지만 인간은 패배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라고 중얼댔다.
“인간은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허밍웨이
읽었던 책 중에서 좋았던 부분을 발췌해서 모아두고는 하는데 그중에서 최근에 읽은 것들 위주로 올려본당ㅎㅎㅎ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
<작별> 한강
언제나 그렇듯 디엔의 손은 서늘했는데 아직도 데런은 그 온도와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 그 온도를 잊지 않기 위해 가끔 한 손을 일부러 담요 밖에 놓아 서늘하게 만든 다음 따뜻한 다른 손으로 맞잡아보고 이게 디엔의 온도인지 아닌지 가늠하는 버릇이 들었다.
<희박한 마음> 권여선
아무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냥 하던 대로 했겠지. 말하자면 패턴 같은 것이겠지. 결정적일 때 한발짝 비켜서는 인간은 그 다음에도 비켜서고...... 가방을 움켜쥐는 인간은 가방을 움켜쥔다. 그것 같은게 아니었을까. 결정적으로 그, 라는 인간이 되는 것. 땋던 방식대로 땋기. 늘 하던 가락대로 땋는 것. 누구에게나 자기 몫의 피륙이 있고 그것의 무늬는 대개 이런 꼴로 짜이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직조해내는 패턴의 연속, 연속, 연속.
<웃는 남자> 황정은
왜 멀리 떠나가도 변하는 게 없을까. 인생이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김영하
희영은 열어 놓은 창가를 바라 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랬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몫> 최은영
“우리 학교의 어떤 애가 선생님이랑 사귄대. “
“누가?”
“그건 몰라.”
“어린애가 천박하기도 하지.”
쓰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는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가 천진한 표정을 얼굴에 걸고 식탁에 있는 간식을 포크로 짓뭉갰다.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아요.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자꾸 되새김질을 하고 자신이 왜 상처받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잖아요. 아프니까. 그래서 희망은 항상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있어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일지도 모른다.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집착으로써 얻지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 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새의 선물> 은희경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는 없었다. 아니, 있었을 것이다. 나처럼. 하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대체로 ‘그런 사람’이 당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당신들 중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며 마음의 깊은 곳에 그 기억을 간직할 때에만 사물도 그 깊은 내면을 열어보인다. 그래서 사물에 대한 감수성이란 자아의 내면에서 그 깊이를 끌어내는 능력이며, 그것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어 나와 세상을 함께 길들이려는 관대한 마음이다. 제 깊이를 지니고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인간은 세상을 살지 않는 것이나 같다.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마지막 대목을 ‘교훈’이나 ‘반성’으로 끝내는 글도 믿을 수 없다. 간단한 반성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김중혁
“그렇지만 인간은 패배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라고 중얼댔다.
“인간은 죽을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허밍웨이
읽었던 책 중에서 좋았던 부분을 발췌해서 모아두고는 하는데 그중에서 최근에 읽은 것들 위주로 올려본당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