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맞아 최근에 읽었던, 어린이에 관해서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책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좋았던 구절을 가져와봤어.
토정에도 이 책 읽은 톨들 많은 듯 한데 다른 토리들은 어떤 구절이 좋았는지 궁금함.
나는 어린이가 어른의 반만 하다고 해서 반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구절(197P)이랑 우리가 노인이 될 과도기에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어린이도 현재를 봐야 한다는 구절(201P)이 인상적이었음.
28P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바다 건너까지 유학을 가겠는가. 어린이의 ‘부풀리기’는 하나의 선언이다. ‘여기까지 자라겠다’고 하는 선언.
52-53P
우리가 사랑하는 어린이의 잠자리를 살피고, 다정하게 이불을 덮어 주고, 그림책을 읽어 주고, 잘 자라고 인사하는 것은 어쩌면 그것만이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전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어린 사람이라도 악몽은 자기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92P
사람들이 각자 자기 방식으로 살아가는 우주는 활기차다. 서로 달라서 생기는 들쭉날쭉함이야말로 사무적으로 보일만큼 안정적인 질서다. 그런 우주 속에서 살아간다는 게 나는 안심이 된다. 우주가 우리 모두를 품을 수 있을 만큼 넓다는 사실도.
160-161P
살아갈 용기는 없었지만, 그 손을 잡을 용기는 겨우 남아 있었다. 중요한 건 나에게 삶과 죽음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삶을 선택했다.
162P
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 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학대 대물림’은 범죄자의 변명에 확성기를 대 주는 낡은 프레임이다. 힘껏 새로운 삶을 꾸려 가는 피해자들을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예비 범죄자’로 보게 하는 나쁜 언어다.
163P
삶의 순간 순간은 새싹이 나고 봉우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시드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197P
어린이는 어른보다 작다. 그래서 어른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어린이가 어른의 반만 하다고 해서 어른의 반만큼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가 아무리 작아도 한 명은 한 명이다.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그 사실을 깜빡하는 것 같다.
201-202P
나 자신을 노인이 될 과도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어린이도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또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는 사이에 늘 새로운 어린이가 온다. 달리 표현하면 세상에는 늘 어린이가 있다.
212-213P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잘 모르고 경험 없는 사람을 참고 기다려 주는 것. 용기와 관용이 필요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219-220P
언제나 절망이 더 쉽다. 절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을 수 있고, 무엇을 맡겨도 기꺼이 받아 준다. 희망은 그 반대다. 갖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요구하는 것이 많다. ...희망은 늘 절망보다 가차 없다. 그래서 우리를 걷게 한다.
책읽고 좋았던 톨들은 저자인 김소영 작가가 나왔던 팟캐스트도 같이 들어봐.
난 너무 좋았음.
[김하나의 측면돌파]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와 만나다
http://www.podbbang.com/ch/15135?e=23904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