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신영복 선생님이 진행한 강의 녹취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책이야.
추천 이유 :
이런 분들을 철학가라고 하는 것 같아. 내가 강의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들고 강의내용을 옮겨적은 것인데 필력이 어마어마하신 분인게 느껴져. 본인 인생얘기를 하는데 읽는 내내 내 삶이 위로받는 느낌이 들고 이미 알고있던 개념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
그런데 읽다보면 옛날 고전, 역사얘기가 나와서 역사알못 토리들은 읽다가 넘기게 되는 부분이 있을거야.
그래서 개인적으로 난이도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 (내가 역사를 잘 몰라ㅎ)
하지만 그럼에도 추천하고 싶은건 "이 사람의 지식을 흡수하고 싶다"가 끝이 아닌 나만의 철학을 재정립하게 되는 책이라서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
책 앞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어
내가 그림을 보여드리면 여러분은 그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앨범에서 그와 비슷한 그림을 찾아서 확인하는 것입니다.
→ 이 책이 딱 그 느낌이야. 읽을 땐 영향을 받고있는지 몰랐는데,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영향을 주고 있어.
뭔가 명상의 소재를 던져주고 간 느낌이었어. 그래서 스스로 다시 질문을 던지기도 했음.
책의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첫 부분을 조금 써볼게:::
우리의 강의가 마중물이 되어 여러분이 발 딛고 있는 땅속의 맑고 차가운 지하수를 길어 올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랜 강의 경험에서 터득한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교사와 학생이란 관계가 비대칭적 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옛날 분들은 가르치는 것을 '깨우친다'고 했습니다. 모르던 것을 이야기만 듣고 알게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불러내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그림을 보여드리면 여러분은 그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앨범에서 그와 비슷한 그림을 찾아서 확인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설득하거나 주입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생각은 자기가 살아온 삶의 결론입니다. 나는 20년의 수형 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그 만남에서 깨달은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이 걸어온 인생의 결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히 완고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설득하거나 주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강의실 창밖으로 낙엽이 지고 있습니다. 초가을입니다. 우리의 강의는 겨울눈이 내릴 때까지 이어집니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여러분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더구나 늦은 저녁 시간입니다. 우리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불 밝히고 가을에서 겨울까지 함께 동행합니다.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입니다. 세계 인식과 자기성찰이 공부입니다. 옛날에는 공부를 구도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구도에는 반드시 고행이 전제됩니다. 그 고행의 총화가 공부입니다. 공부는 고생 그 자체입니다. 고생하면 세상을 잘 알게 됩니다. 철도 듭니다. 이처럼 고행이 공부가 되기도 하고, 방황과 고뇌가 성찰과 각성이 되기도 합니다. 공부 아닌 것이 없고 공부하지 않는 생명은 없습니다. 달팽이도 공부합니다. 지난 여름 폭풍 속에서 세찬 비바람 견디며 열심히 세계를 인식하고 자신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공부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요새 철학 관련 책에 관심많은데 추천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