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라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영화로 설정했어.
총 4부 중 1부까지만 봤는데 어떻게 페도필리아인 엡스타인이 피해자들을 물색하고 범죄를 저질렀는지 나오더라.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대저택을 소유했는데 인근의 빈민가에서 가정환경 불우한 10대 소녀들한테 마사지하면 돈 준다는 소문을 흘려서 집으로 유인해 범행을 저질렀대. 이후 그 소녀들에게 니들 친구들 데려오면 추가로 수당 더 준다고 제의해서 피해자들이 또다른 피해자들을 끌고 왔다고 함. 그렇게 피해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하네.
생존자라고 소개된 피해자들이 나와서 당시 정황 얘기해주는데 듣기 괴롭더라.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갔어. 2000년대 초반에 10대 중후반이었던 피해자들 중 일부는 엡스타인의 제의대로 자기 친구들 소개시켜주고 돈 받았다고 고백했거든. 물론 저런 고백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좋게는 안 보였어. 본인이 그런 식으로 당했는데 또다른 피해자들을 만들도록 방조한 거잖아. 심지어 자기 친구 20여명 소개시켜줬다는 피해자는 경찰 조사를 받다가 담당 경찰이 '너는 2급 성범죄에 연루됐다'고 엄청나게 다그쳐서 몹시 무서웠다고 하면서 '그때 난 10대였다. 그리고 애초에 나를 저기에 데려간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뭐냐? 정상적인 어른이면 10대한테 부끄러움과 공포를 느끼게 하면 안 된다'고 억울해 하던데 마냥 동정하기는 힘들었어. 어린 나이여도 친구를 자기처럼 성범죄 피해에 노출되게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은 가질 나이 아닌가? 본인이 그렇게 당했으면 친구들까지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할 법도 하지 않나?
어린 마음에 마사지만 해주면 몇백 달러 손에 쥐니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10대 소녀가 벌거벗은 성인 남자 주물러주는 건 분명 성적인 일이고 부적절한 일임. 본인들도 당하면서 알았을텐데 돈 준다니까 친구들을 또다른 피해자로 대령시킨 건 이해가 안 가더라. 돈 벌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잖아. 물론 엡스타인이 원흉이라 엡스타인에게 제일 빡치지만 엡스타인 말 듣고 자기 친구들까지 알선한 피해자들은 사실상 성매매 주선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함. 소개해 주고 돈 받았잖아. 피해자 하나도 저렇게 친구 따라 갔다가 친구가 자기만 엡스타인 곁에 남겨두고 홀라당 내뺐다고 분통 터뜨리던데 저 정도면 악의 아닌가?
어린 나이여도 친구를 자기처럼 성범죄 피해에 노출되게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은 가질 나이 아닌가?
미성년자에 대해 더 관대하게 생각해야 돼. 우리 생각보다 훨씬 미숙해.
하물며 성인이 되어서도 저렇게 친구, 가족 줄줄이 끌어가며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사람들도 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