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저는 열한 살 이후로 늘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써왔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일상이었고 살아있기 때문에 쌓여가는 찌꺼기를 
뱉을 수 있는 중요한 의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 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더 이상 전에 해 왔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기보다는 
그 행동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는 편이 맞겠습니다.


인간으로서의 느끼는 외로움, 인간으로서 느끼는 사랑, 
인간으로서 느끼는 시적 감상 따위를 표현하는 행위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는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누군가가 인간으로서 겪어서는 안 될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그저 음악이나 끄적이는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 그것은 수치심이었습니다.


우리가 목격한 것은 타인들의 거대한 고통이었습니다.
타인들의 고통은 크고 깊었고 그들은 고통 받고 있었음에도 동시에 
날카롭게 비난받고 있었습니다. 고통과 비난은 서로 엉겨 붙어 
더 큰 고통의 메아리를 만들어냈고 타인들이 소리 없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저의 폐부를 찔렀습니다. 
저는 죄의식에 시달렸고 악몽을 꾸었습니다.


누군가가 범법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부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의 고통에 공감하고 평화를 되찾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입니다. 그것이 도덕입니다.
그렇지만 언제인가부터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비난받아 마땅한 나쁜 행동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웃이 건강을 잃으면 그가 다시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것.
이웃이 꿈을 잃으면 그가 다시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이웃이 괴로운 일을 겪을 때 위로하고 지지해 주는 것. 
이렇게 적어 놓으면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들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정치적 성향이나 특정 정치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타인들의 고통에 대한 이 글은 제가 생각하는 도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저의 이야기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저를 비난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제가 옳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저를 일련의 사람들의 목록에 올려놓고 
‘적’이라고 규정할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아직도 우리들은 똑같은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서로를 맹렬하게 규탄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불행합니다.
당신이 고통 속에 있을 때 
아무도 당신을 지지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 고통 받을 때 
당신은 그들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타인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타인을 짓밟고 군림하는 자가 승리하는 사회에서 
과연 누구에게 행복해질 권리가 주어질까요. 
저는 친구와 가족과 이웃이 
서로 예의를 지키며 각자의 행복을 누릴 때 
나에게도 진짜 평화와 행복이 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성, 음악인, 그리고 인간으로서
상식과 도덕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미래가 가깝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https://youtu.be/8J9NZwd5zEA


김윤아 - 타인의 고통


미안해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어

비겁한 무력한 이런 나라서 너무 미안해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던 눈물을 헤아려보네

하나 둘 한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던 의문을 되뇌어보네 


이 세상은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모순에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말하지 우리들은 아직 어리고 어리석을 뿐이라고 


한 방울 한 방울 너의 눈을 적시던 눈물을 헤아려보네

하나 둘 한없이 너의 마음에 쌓이던 의문을 되뇌어보네 


잔인하고 슬픈 얘기들을 사람들 아무렇지 않게 해 

네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너에게 상처만 준 걸 알아 미안해 너무 미안해 


너의 눈물을 닦아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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