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한 논자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공정하게 논의를 펼칠 때, 그는 오로지 그 논의만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독자도 그 논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그가 여성에 대해 공정하게 썼더라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누구도 논박할 수 없는 증거를 동원했다면, 그 결과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이것이기를 바란다는 흔적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독자도 분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완두콩은 녹색이고 카나리아는 노란색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랬다면 나 역시 그렇지, 라고 말했을 테지요. 그러나 그가 분개했기 때문에 나도 분노 했습니다.


- 54p.

자신감이 없다면 우리는 요람에 누운 아기와 마찬가지이지요.

- 55p.

음식과 집, 의복은 이제 영원히 나의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력과 노동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증오와 쓰라림도 끝나게 됩니다.

- 60p.

셰익스피어 시대에 어떤 여성이 셰익스피어의 재능을 가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셰익스피어 같은 천재는 교육받지 못하고 노동하며 노예처럼 사는사람들 가운데서 태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 75p.

세상은 남자들에게 말하듯이 "네가 원한다면 써라. 내게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다."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글을 쓴다고? 네가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지?"라고 말하지요.

- 81p.

그러나 그것을 반복해서 읽어보고 그 안의 경련과 분노에 주목한다면 그녀가 결코 자신의 재능을 흠없이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할거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고요히 써야할 곳에서 분노에 휩싸여 쓸 것이고, 현명하게 써야할 곳에서 어리석게 쓸 것입니다. 또한 그녀는 등장인물에 대해 써야할 곳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과 격투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비틀리고 꺾인 그녀가 젊은 나이에 죽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 107p.
제인 에어의 작가인 샬롯 브론테에 대한 말입니다.

소설가에게 있어서 성실성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것은 작가가 독자에게 부여하는 이것이 진실이라는 확신입니다.

- 111p.

그들은 남성처럼 쓰지 않고 여성이 쓰듯이 썼습니다. 그 당시 소설을 썼던 수천 명의 여성들 가운데 그들만이 영원한 현학자들의 끊임없는 충고-이렇게 써라, 저렇게 생각하라-를 완전히 무시했지요. 그들만이 그 멈추지 않는 목소리, 때로는 불평하고 때로는 선심쓰는 척하며 때로는 권력을 휘두르고 때로는 충격을 받고 때로는 분노하며 때로는 숙부처럼 친절한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 114p.

여성의 창조력은 몇 세기에 걸쳐 더없이 고통스러운 훈련에 의해 얻어졌고 그것을 대신할만한 것은 없으니까요. 여성이 남성처럼 글을 쓰거나 남성과 같은 생활을 하거나 또는 남성처럼 보인다면, 그것도 천만번 유감스러운 일이지요.

- 134p.

즉 그녀는 여성으로서, 그러나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여성으로서, 글을 쓴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녀의 책은 성이 그 자체를 의식하지 않을 때라야 생겨나는 신비한 성적 자질로 가득차 있습니다.

- 141p.

자기만의 방과 3기니 정말 좋아해
3기니의 영향이 정말 커서 난 일해서 돈 벌기 시작한 후로 통장에 최소 3개월치 생활비가 없으면 괜히 불안함........ㅎ

돈이 다는 아니지만 자립을 위한 기본적인 기반이더라
  • W 2020.08.07 02:18
    아마 페이지는 완전 옛날 민음사 도서 기준일 거야!
  • W 2020.08.07 02:21
    음 그리고 아래 글은 내 옛날 블로그 뒤지다 같이 발견한건데 레미제라블 완역판 1권 G라는 귀족과 주교의 대화 부분이고 나는 이 대화가 왜 이퀄리즘이 아니고 페미니즘이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서 댓글에 첨부해

    "지금 당신은 루이 17세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서로 이해하고 싶소.
    우리들은 죄없는 모든 사람들, 모든 순교자, 모든 어린아이들,
    상류사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류계급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자는 겁니까?
    그건 나도 동감이오.
    그러나 그렇다면, 먼저 말한 바와 같이 93보다도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오.
    우리들의 눈물이 시작되는 것은 루이 17세 이전이어야 할 것이오.
    나도 당신과 더불어 옛 왕자의 아이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겠소.
    당신이 나와 더불어 민중의 어린 자식들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신다면."
    "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눈물을 흘립니다"하고 주교는 말했다.
    "평등하게 말이지요!"
    G는 부르짖었다.
    "만약에 한 쪽으로 기울어야만 한다면, 민중 편이어야 할 것이오.
    민중 쪽이 훨씬 오래 전부터 고통을 받아오고 있소."
  • tory_2 2020.08.07 06:47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는데 구절들 보니 더더욱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좋은 글 공유해줘서 고마워! 3기니도 읽어봐야겠다 ㅎㅎ
  • tory_3 2020.08.07 07:50
    자이만의 방 예전에 읽어보려고 했는데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더라
    인상깊은 구절로 정라해줘서 고마워
  • tory_4 2020.08.07 09:12
    요람에 누운 아기 같은 나에게 두고두고 힘이 될 글이다
    상냥한 톨아 좋은 글 함께 읽자고 올려줘서 정말 고마워
  • tory_5 2020.08.07 09:18
    올려줘서 고마워!! 이거 보니까 더 읽고 싶어졌다!!
  • tory_6 2020.08.07 13:08

    정말 재치있고 통찰력있는 문장이 많았어. 오늘날까지 관통하고 있는 내용에 놀라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도 있구나 싶어 씁쓸해지기도 했고... 

  • tory_7 2020.08.07 15:48
    3기니도 읽어봐야겠다 고마워 토리!!! 나도 버지니아울프 좋아해
  • tory_8 2020.08.07 15:54
    지금 읽고있는데 넘 좋아 ㅠㅠ
  • tory_9 2020.08.07 15:5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7/31 02:30:08)
  • W 2020.08.07 16:30

    http://m.blog.daum.net/mrstuna/11319310


    요기 대략적인 내용 잘 정리된 글도 참고해봐!


    자기만의 방 설명:

     버지니아 울프는 묻는다. 왜 언제나 남성들만이 권력과 부와 명성을 가지는가. 여성은 아이들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그리고 주장한다. 만약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만 찾을 수 있다면 미래에는 여성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으리라. 그 두 개의 열쇠는 바로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다.
      '자기만의 방'은 강연 주제인 ‘여성과 픽션’의 의미에 대한 고찰로 시작한다. 여기서 울프는 ‘픽션’이라는 개념을 여성이 어떠한 존재인가, 여성이 쓴 픽션, 그리고 여성에 관해 쓰인 픽션으로 분류하고, 이후의 각 장에서 이 세 가지 개념의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며 성과 글쓰기에 관한 사유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글의 초반부터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 즉 독자적인 수입과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이 에세이는 그 결론에 이러게 된 사고의 궤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독자들이 상상의 경험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3기니 설명:

     이 에세이는 전쟁을 방지하고 “문화와 지적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방법을 문의한 변호사의 편지와 여자대학 재건 기금을 요청하는 편지, 여성의 전문직 진출을 원조하려는 협회의 기금 요청 편지에 답변하는 세 겹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일견 서로 무관한 듯 보이는 이 세 가지 사안이 실은 평화의 증진이라는 대의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울프는 세 단체에 각각 1기니씩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 에세이는 바로 이러한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울프는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여성의 고등교육과 전문직 진출이 필수적인 전제 조건임을 역설한다.

    기본적으로 둘 다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여성의 자립을 강조함

  • tory_10 2020.08.07 23:03
    와 고마워 자기만의 방 어렵다는 말 많아서 읽는거 망설이고 있었는데 이 글 보니깐 당장 사서 읽어야겠다. 좋운 구절들 깨닫게 해주는 구절들이 정말 많다
  • tory_11 2020.08.08 01:51
    자립한 여성만이 행복에 가까울 수 있음
    기혼이든 미혼이든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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