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유명한 책인건 알지만 책장에 꽂아두기만 하고 읽지 않다가
오늘 읽고 있는데 진짜 구구절절 한국 사회에 필요한 얘기들이 적혀있네 ㅠㅠ
미국 국적의 페미니스트들 책이나 일본 페미니스트 책들 읽었을때 무슨 말인지는 알아도 뭔가 마음으로 와닿지 않았던 부분들도 많았는데,
이 책은 정말 너무 잘 와닿아서 이건 정말 페미니즘 기본서로 전국의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쳤으면 좋겠다 진짜.
구구절절 다 옮겨오고 싶지만 저작권은 소중하니 오늘 별표 10개 친 부분만 옮겨보자면,
-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협상, 생존, 공존을 위한 운동이다. 여성운동은 남자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남성의 세계관과 경험만을 보편적인 인간의 역사로 만드는 힘을 조금 상대화시키자는 것이다. 남성의 삶이 인간 경험의 일부이듯, 이제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경험도 인간 역사의 일부임을 호소하는 것이다.
- 그는 "페미니즘은 자기주장을 하기 전에, 남자는 불쌍하다, 남자도 피해자다..... 이렇게 남자들을 달래고 위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이런 말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여성주의자들이 흔히 듣는 말일 것이다. (중략) '마초'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이들은 모두 내가 먼저 칭찬과 격려로 자신을 보살펴주기를 바란다. 이른바 '지혜로운 여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내가 그들을 '위로'하기 전에는, 나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중략) 남성은 여성에게 의존한다. 타자(여성)없이 주체(남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 한국 사회에는 유난히 남자의 기를 살리자는 식의, 남성을 불쌍히 여기는 담론이 만연해 있다. "남자는 독립적이고 강하다."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실은 서구 백인 중산층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한 남성 시인은, 서부 영화에서는 악당이 쳐들어오면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네가 가족을 지켜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아마 한국에서라면 아버지와 아들은 "엄마가 나가 봐."라며 치마 뒤로 숨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중략) 한국은 남성이 여성보다 가부장적 신념이 강한 사회인데도, 왜 남성을 "약하고 불쌍하다."고 이야기할까? 왜 그토록 남성들은 '열등한' 여성들의 위로와 격려를 필요로 할까 혹 이러한 '응석'이 남성의 성장과 우리 사회의 성숙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 한국 사회는 피해자가 직접 말하는 것, 사회적 약자가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여성뿐만 아니라 10대, 동성애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학벌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견디지 못한다. 이들이 지배 규범에 벗어난 '다른 목소리'라도 내려 하면, 그 작은 소리마저 '폭력'이라며 흥분한다.
- 그러한 요구는, 모든 부분에서 여성보다 이성적,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는 성욕을 억제할 수 없다.'며 스스로를 '동물'의 수준에 놓는 것처럼, 남성 스스로가 자신을 여성과 동등한 대화 상대자가 아니라 마치 '성장이 멈춘 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 정말 구구절절 공감되고 확 다 뒤집어버리고 싶은 고착화된 모순을 하나하나 집어주는 말들이 담긴 책 ㅠㅠ
정말 답답하고 미쳐버리게 짜증나는데, 이런 사회를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변화시키는 움직임들이 있어서 좋아.
같이 걸어가자.
우리 딸들이 여성으로 살 수 있는 내일을 위해.
꼭 읽어보고 싶다. 좋은 구절 소개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