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의 가장 큰 패착은 제임스와 스네이프 같음...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건 좋은데 롤링이 주인공 아빠한테 과거의 과오를 너무 빡세게 주면서 그렇다고 나쁜 놈으로도 묘사하지 못해서 애매해진 것 같아.
작중 묘사나 작품 외적으로나 마루더즈가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건 분명함. 애초에 사람을 입에 거품 채워서 질식시키고 거꾸로 매달아서 고통주고 (이거 퀴디치 월드컵에서 죽음을 먹는 자들이 했던 짓임...) 심지어 속옷을 벗긴다는 언급까지 있지. 시리우스 한정으로는 늑대인간 앞에 보내서 죽이려고 한 적도 있고. 포터모어에서도 제임스 포터에 대해 스네이프를 bully했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고, 리무스 루핀이 제임스와 시리우스를 말리지 못한 게 리무스의 양심의 결점이라고까지 했음.
그런데 롤링은 동시에 이게 별거 아닌 것처럼도 묘사하고 있어. 릴리가 말하길 "걔네는 적어도 어둠의 마법을 쓰지는 않아." 여기다가 5권 펜시브 장면에서 스네이프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는 릴리가 "웃음을 참는 것처럼 얼굴을 씰룩였다"라고 묘사한데다 인터뷰에서 릴리는 제임스를 싫어한 적이 없다, 여자라면 알거라고 말해버리는 바람에 팬덤은 혼란에 빠지게 되지... 마루더즈가 명백한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릴리는 피해자 앞에서 학교폭력을 옹호하고 왕따가 얻어맞는 걸 보며 웃는 사람이 됨. 만일 릴리가 가볍게 생각할만큼 제임스가 별짓을 안했다고 하면 죽음을 먹는 자들 역시 철없는 장난꾸러기로 인정해야함... 왜냐면 볼드모트 본인을 제외하고 죽음을 먹는 자 중 누구도 호그와트 재학 중에 사람을 죽인 적은 없거든. 제임스와 시리우스한테는 더러우니까, 슬리데린이니까, 만만하니까, 감히 릴리를 좋아하니까 괴롭혀도 되는 대상이 스네이프였을 뿐이고 애버리와 뮬시버는 머글태생이니까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했지.
롤링이 언급한 바에 의하면 스네이프가 해리를 괴롭힌 건 제임스의 아들이니까 괴롭히자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제임스에 대한 증오심을 본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야. 죄없는 학생한테 화풀이를 하는 건 잘못이지만 그와 별개로 학교폭력이 스네이프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는 걸 알수있음. 그런데 진지하게 학교폭력으로 썼으면서 제임스를 철없고 유쾌하고 재밌는 학생으로 묘사하고 싶은 욕망도 버리지 못해서 논란거리를 남기고 릴리의 캐릭터가 내 소꿉친구를 괴롭히는 일진짱과 사랑하다-그놈은 멋있었다- 수준으로 붕괴됨...
제임스는 학교폭력 가해자였고, 릴리는 제임스를 진심으로 경멸했지만 제임스가 반성한 후 사랑하게 되었다 (참고로 원작에서 제임스는 반성하지 않음. 나이 들면서 아무한테나 공격하는 건 줄고 스네이프만 공격했다고 해...)고 묘사하거나 아니면 스네이프와 제임스 관계를 해리-말포이 정도로 순화시키거나 둘 중 하나는 선택했어야 되지 않을까... 해리포터 시리즈도 좋아하고 모든 캐릭터를 아끼지만 솔직히 친세대는 조금 일진미화 같아서 꺼림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