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 PC버전으로 봐야 잘 읽혀! 모바일은 폰트도 다 똑같이 나오고 줄띄움도 안 맞아서 읽기 힘들 거야.



2019년 1~6월 : https://www.dmitory.com/garden/87748114

2019년 7~12월 : https://www.dmitory.com/garden/104935238



원래는 6월 30일에 올려야겠지만 곧 많이 바쁠 예정이라 미리 올려.

별점이나 리뷰는 순전히 내가 읽었을 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로 따진 평가라서 다른 사람들 의견과는 다를 수 있어!



☆☆ = 추천 안함. 아주 재미 없거나 기분 나빴던 책.

★★☆☆ = 그냥저냥 평타.

★★☆☆ = 킬링타임. 꽤 술술 읽히고 보통으로 재미있음

★★☆ = 남에게도 추천할 만큼 재미있고 인상 깊음

★★★ = 돈 주고 소장하고 싶은 책,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을 책






 

1. 어느 독일인의 삶 / 브룬힐데 폼젤 ★★★☆☆

 

3년간 독일 나치 선전부장 괴벨스의 비서 중 한 명으로 일했던 브룬힐데 폼젤의 증언을 정치학자 토레 D. 한젠이 정리한 책. 폼젤은 이 책에서 자신은 그 당시 나치의 만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괴벨스의 지근거리에서 일했던 그녀의 주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치 정권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충직한 태도를 보인 그녀를 우리는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2.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오후 ★★★☆☆

 

문과생이 들려주는 과학의 역사와 지식 이야기.

 

어렵게만 생각했던 유전자공학, 인터넷, 생물학 등이 지금의 우리 일상 속에 어떻게 들어왔고 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쉽고 편하게 말해준다. 다만 아무리 쉽게 풀어놓았다 해도 역시 과학이니만큼 이게 뭔소리요 싶은 구간은 있음!

 

또 어투가 요즘 2030 세대들의 말투라 중장년층에겐 다소 가볍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3. 검사내전 / 김웅 ★★★★☆

 

'당청꼴찌'라는 별명도 붙어 보고, 검사장이 술자리에 나오라고 해도 나가지 않고 다음 날 그걸 질책하는 검사장에게 '그럼 제가 차장님을 술자리에 부르면 나와주실 겁니까?'라고 반박해서 몇 년간 또라이 소리를 들었던 현직 검사가 자신이 검사로 살며 겪은 에피소드를 풀어낸 책들.

 

저번에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를 읽었을 때에 대한 충격도 있고 해서 성범죄에 대한 자세한 기술이 있을까봐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건 없다. 성범죄를 다룬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 피해내용을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고 간략하게 사실관계를 언급하는 데서 그친다.

 

읽다 보면 뼈와 살이 되는 내용이 많고, 특히 사기죄 파트를 읽을 때는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솔깃한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그렇게 좋은 거면 왜 자기가 안 하나'라는 생각을 떠올리라는 조언을 좌우명으로 품고 살기로 함.

 

다만 후반부에는 검사로서 현재의 검찰과 정치 시스템에 대한 주관적인 분석과 평이 나오는데, 많이 특이하고 사족인 듯.

 

 

 

강 씨는 조사를 받으면서, 할머니가 설마 자기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을 등칠 줄 몰랐다며 흐느꼈다

그러나 만만한 데 말뚝 박고, 생가지보다 마른 가지 꺾는 법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니까 사기 치는 것이다

1960년부터 탄자니아에서 침팬지를 연구했던 제인 구달Jane Goodall의 연구도 이를 입증한다

구달에 따르면 침팬지 무리가 다른 무리를 공격할 때는 

영토를 침범당하거나 위협을 당할 때가 아니라고 한다그 무리가 약할 때라는 것이다(...)

선의는 자신이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사기꾼은 없는 사람, 약한 사람, 힘든 사람, 타인의 선의를 근거 없이 믿는 사람들을 노린다

이것이 사기의 서글픈 두 번째 공식이다

그러니 설마 자기같이 어려운 사람을 등쳐먹겠느냐고 안심하지 마시라.

 

 

어설프게 아는 것은 사기당하는 지름길이다. 사기의 세 번째 공식이다

나름대로 알아보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변의 지인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정보는 없느니만 못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대신해주는 것은 없다. 대신해주겠다는 사람은 대개 브로커다

뭐든 새로운 일을 하려면 그곳에서 직접 6개월 이상 일해보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것이 낫다. 그냥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은 모조리 거짓말이다

좋은 것을 굳이 광고까지 해서 당신에게 알려주는 선의란 없으며,

만약 그런 게 있다 해도 절대 당신의 순번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다.

 

 

흔히 사람들은 위기가 기회라고 설교한다. 정말 그럴까?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직접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없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듯 위기는 위기다.

그것이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위기를 겪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위기가 진짜 기회라면 위기를 만들어주는 컨설팅 회사가 있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들을 잘 들어보면 사실 위기가 아니었던 경우가 더 많다

단순한 순환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부침에 불과한 것을 크나큰 위기였던 것처럼 호들갑 떠는 이유는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포장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는 것은 위기가 아니다. 위기란 대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게다가 막 걸음을 떼는 영민 씨 같은 청년들에게 닥치는 위기는 재기 불능의 타격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위기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다.

 

 

 


4. 완전사회 / 문윤성 ★★★☆☆

 

남자가 사라지고 여자밖에 남지 않은 세상에 100년 전의 남자가 갑자기 떨어진다면?

 

자원 부족과 과잉인구로 멸망을 앞둔 세상은 신체, 정신, 성격, 유전자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완전인간을 하나 선택하여 냉동시키기로 한다. 그 명예로운 냉동인간이 될 사람으로 한 명의 신체 건강한 한국 남자가 뽑히고, 100년 뒤 누군가 그를 해동시키는데... 그가 깨어난 세상에는 여자뿐이었다. 남자는 오래전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접한 주인공은 어떻게 행동할까?

 

무려 1965년에 나온 우리나라 초창기의 SF소설

외국 소설 번역으로는 접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고풍스러운 옛 말투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재미있다.

 

주인공인 남자도 완전인간으로 뽑힌 사람답게 제대로 된 인간상이다. 남자를 멸종시킨 그 세상의 여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거나 자기 하렘에 들어올 성적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강자의 위치에 서게 되어도 약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으며, 어떻게 하면 서로가 화합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지극히 건설적인 고민을 한다. 라노벨 주인공 같은 거 절대 아니니까 마음 놔도 됨!

 

또한 미래세계에 대한 묘사도 아주 자세하고 신선해서 그 상상력이 놀랍다

인문학적, 과학적, 공학적으로 폭넓은 지식을 갖추지 않고는 그려낼 수 없는 세상이라 인상 깊었음.

 

물리적 여남전쟁에 대해 다루면서도 강간에 대한 묘사가 일절 나오지 않는 것도 좋다

안 그래도 남작가들의 성타령에 질릴 대로 질려 있던 참에 고마운 배려.

 

이 책에서 나오는 성별전쟁 이전 그리고 도중의 남성에 대한 묘사는 현대 한국의 선택적 가부장제보다는 외국의 전통 마초상에 더 가깝다(둘 다 성차별적이지만, 그래도 후자가 차라리 낫지). 

남자라면 마땅히 가족을 먹여 살릴 책임을 져야 하고, 남자가 여자와 똑같이 싸우려 드는 건 찌질하고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건 비겁하고 사내답지 못한 짓이라는 전통적 가부장 의식이 강하던 시대의 옛날 남작가가 썼기에 이런 묘사가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 걸쳐 남성의 존재를 부인하고 이를 제거한다.

여성은 상대성의 입장이 아니라 인류 유일의 참된 모습으로서 존재한다."

 

 

여성들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전원이 결속된 데 반하여 남성 측은 태반이 전투 행위에 가담하기를 꺼렸다

여성과 싸우다니 점잖지 못하다는 게 그들의 핑계였다.

그들 자칭 중립론자들은 여성 측의 좋은 공격 목표가 되어 포로가 되기 일쑤였다.

포로가 되고 나서도 그들 대다수는 회개하지 않았다.

"될 대로 되라지 뭘 그래. 장래가 여인 천국이 되더라도 남성이야 밑질 것이 없지.

남녀의 입장이 거꾸로 되어도 우리가 임신하고 출산하는 괴로움을 당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리석은 자여! 그대 이름은 남성."

 

 

 

 

5. 동급생 / 프레드 울만 ★★★☆☆

 

히틀러가 총통이 되고 나치의 물결이 독일을 휩쓸 무렵, 유대인 소년과 독일 소년의 씁쓸하고 아련한 우정 이야기.

 

짧은 단편이라 무척 읽기 쉽고 문체도 유려하다. 목가적인 마을풍경을 평화롭게 그려내는 묘사가 탁월.

 

마지막 장에 모든 것이 뒤바뀌는 거대한 반전이 있다고 하는데, 스낵컬쳐 풍의 충격적인 반전이라기보다는 잔잔하게 계속 여운을 남기는 인상 깊은 마무리. 주인공이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지 계속 곱씹게 된다.

 

 

 

그는 1932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넘는, 9천 일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별다른 희망도 없이 그저 애쓰거나 일한다는 느낌으로 공허한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갔다

그중 많은 나날들이 죽은 나무에 매달린 마른 잎들처럼 종작없고 따분했다.

내 가장 큰 행복과 가장 큰 절망의 원천이 될 그 소년에게 처음 눈길이 멈췄던 것이 

어느 날 어느 때였는지를 나는 지금도 기억할 수 있다.

 

 

그때까지 그는 용케도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갑자기 격정에 휩싸여 내게 소리를 질러 댔다

나를 그런 두들겨 맞은 개 같은 눈으로 보지 마! 내가 우리 부모님 대신 책임을 져야 해

그게 뭐 하나라도 내 잘못이야? 세상에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 때문에 나를 비난하고 싶니

이제는 우리 둘 모두 꿈꾸기를 그만두고 성장하면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 아니니?

 

 

상황이 다시는 전과 같아지지 않을 것이며 

이제 우리의 우정과 어린 시절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우리 둘 모두 알고 있었다.

 

 

 

 

6.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 홍승은 ★★★☆☆

 

학생 때부터 적극적으로 정치운동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높여 왔던 작가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페미니즘 도서로는 순한 맛이니 입문서로 추천. 작가가 운동권 당사자였던 만큼 그 안에서 보아온 각기각색의 성차별에 대한 단상이 들어 있다. 진보 보수 서로 물고 뜯고 싸우지만 성차별문제에서는 누구보다 끈끈하게 뭉쳐 여자들과 맞선다는 게 느껴지는 이야기.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너는 왜 그렇게 착한 척해?" "너무 여성스럽게 행동하는 거 아니야?"라거나 

"사람들 눈치를 너무 보는 거 아니야? 그냥 너 편한 대로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도 그렇지만 후자의 반응은 날 위해서 하는 말처럼 들리면서도 

지금의 내 모습이 꾸며진 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서 불편하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싶은 것뿐인데 그게 왜 잘못이지

마치 '병뚜껑을 못 따는 건 약한 척하는 거니까 편하게 따'와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진다. (...) 

약한 모습을 여성스러워서 보호해주고 싶다는 몇몇 남자들의 반응처럼

약한 건 여성스러운 태도니 극복해야 한다는 반응도 덜컥 걸린다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일 뿐인데.

 

 

결혼 3년차인 A 언니는 언제부턴가 집을 비울 때 신랑이 밥을 챙겨먹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하고서

남편에게 "당신은 내가 집에 혼자 있으면 밥은 잘 챙겨먹을지 걱정해?"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신랑은 "아니?"라고 대답했고, 그때 새삼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남편이 가부장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인 사람이 아닌데도 

암묵적으로 언니가 자연스럽게 밥을 챙겨주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눈치 보는 사람과 보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공평하지 않다.

궁금했다. 아빠는 왜 다른 가족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던 걸까

상대와 상관없이 내키는 대로 행동할 권리는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걸까

소심하지 않은 대담한 성격에서? 남자는 단순해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

정희진은 "가부장적 남성의 특성은 폭력성이 아니라 게으름"이라고 말한다

가사노동에서의 불성실함을 포함해 여러 형태의 게으름을 내포한 말이겠지만

나는 그 말을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권리, 상대방과 상관없이 감정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되는 권리'라고 해석한다

아빠의 행동은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권력'에서 나오는 마땅한 행동이었을 뿐이다.

 

 

'백 사람의 한 발자국'을 말해주었던 남자 선배가 겪어야 했던 갈등과 여자인 내가 마주했던 갈등은 달랐다

선배는 나에게 리더십이나 철학서를 추천해줬지만, 선배의 조언은 

'남성'이라는 기본 값을 전제로 나온 고민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선배는 몰랐다. 함께 걸어야 할 백 사람이 여성혐오 사회 속에 적응된 사람들이라면?

그 사회에서 내가 '여성'이라면? 더군다나 내가 공동체의 리더라면?

 

 

나는 2016년 가을부터 2017년 봄까지 광장에서 울렸던 민주주의와 자유의 함성을 일부 믿고, 일부 믿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그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집회 현장 내 성추행을 지적하지 말라 입막음하고, 박근혜를 '병신년'이나 ''이라고 표현하는 혐오 발언을 허용하라며 

대의를 외치는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에 소수자의 자리는 없다

그들이 말하는 사소한 문제는 언제나 사소하지 않았다. 그들의 민주주의에 여전히 나는 없다.

 

 

그들이 말하는 '진보'란 무엇일까

투표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여의도 민주주의'만이 정치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박근혜를 욕하며 비판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진보적 인간'일 것이다

우리의 유일한 ''은 보수 여당이며, 그들을 처치하는 게 세상을 바꾸는 일이니까

설사 우리 ''이 평소에 어떤 식으로 주변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든 상관없이 말이다.

 

 

 

 

7. 테메레르 1 / 나오미 노빅 ★★☆☆☆

 

영국-프랑스 전쟁에 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설정의 대체역사소설.

 

용이 군마처럼 전쟁용 무기로 사용되는 세계, 프랑스 함선을 사로잡은 영국 해군은 그 함선에서 용의 알을 발견한다. 그 용은 중국 황제가 프랑스군에게 선물로 보내준 귀중한 혈통으로써, 눈을 뜬 새끼 용은 영국군 대위를 자기 비행사로 받아들이는데...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계속 찝찝하고 기분 나빴던 소설. 영국은 무역에서 불리해졌다고 중국에 아편을 퍼뜨려서 한 나라를 아편소굴로 만들어버린 나라인데, 그런 영국군이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국 태생 용을 부린다고? 그 용이 영국 군인과 우정을 쌓는다고?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한때 식민지를 거느렸던 1세계 백인 나라들은 정말 자기 주제를 모른다.

 

애초에 인간들끼리의 전쟁에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는 용과

착취하는 당사자인 인간 비행사 사이에서 피어나는 우정이 스토리의 중심이라는 사실 자체가 싫다

 

 


 

8. 사물의 중력 / 이숙명 ★★☆☆☆

 

작가가 잃어버리거나 버리거나 처분했던 물건들에 대한 짤막한 에세이.

분량도 짧고, 읽기 쉬운 문장이라 후루룩 읽을 수 있다.

 

 

 

 

9. 당신의 손길이 닿기 전에 / 리사 윈게이트 ★★☆☆☆

 

나무로 된 배를 강에 띄워놓고 그걸 집 삼아 엄마아빠와 살아가는 네 명의 아이들. 하지만 엄마가 다섯째를 낳던 중 서둘러 병원으로 실려가야 할 만큼 위험해지고, 혼자 남은 아이들은 부모를 기다리다 경찰과 복지사에게 잡혀 고아원에 넘겨진다. 거기서 아이들은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고 과거를 깡그리 잊을 것을 강요받는데...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고아원 비리를 바탕으로 쓴 소설

빈민촌 아이들을 납치해 고아로 둔갑시킨 후 중산층 혹은 상류층 집안에 돈을 받고 입양시켰으며

진짜 부모와의 연락을 차단하고 양부모에게는 지속적으로 돈을 뜯어냈지만 

그 주모자는 미국 입양의 어머니라 불리며 방송에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심지어 정부 정책 자문까지 맡았던

십 년 이상 걸쳐 진행된 대대적인 사기극이 배경이다.

 

중간에 아동성폭행 암시가 나오니 주의.

 

 

 

 

10. 그해, 여름손님 / 안드레 애치먼 ★★☆☆☆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소설.

전체적으로 감정과잉이란 느낌. 읽는 내내 대체 왜 이렇게까지……라는 의문만 들었다.

 

영화 안 본 게 정말 다행스럽다. 그리고 나에게 이 책에 비위생적인 복숭아 남용이 나온다고 경고해주지 않은 세상이 밉다.

 

 

 

 

11.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 조조 모예스 ★★★☆☆

 

1차 세계대전 무렵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프랑스 마을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한 여자와,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현대의 미국에 살고 있는 한 여자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뜻밖에도 재미있었다!

미국 여자 시점 초중반이 지루하지만, 후반부부터 확 재미있어진다.

 

 

 

 

12. 프랙처드, 삶의 균열 / 대니 앳킨스 ★★☆☆☆

소꿉친구를 잃는 사고를 겪은 후 아버지와 친구 사라를 제외한 모든 사람과 연락을 끊고 지내던 레이철은 사라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5년 만에 고향에 찾아가지만, 그곳에서 강도에게 당해 정신을 잃는다. 다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아버지는 암에 걸리지 않았고, 소꿉친구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자신의 뺨에는 흉터가 없는 완벽한 세계에서 눈을 뜨게 되는데...

 

 

평작. 마지막에 반전이 있긴 한데, 그래서 저자가 이 이야기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책.

 

 

 

 

13.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 백영옥 ★★★☆☆

 

학생 때 읽었을 땐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직장인이 되고 난 지금은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간다.

 

긴 연애를 끝낸 사람들이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상처를 위로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야기.

 

 


 

 

어느 나라에 가든 어렵지 않게 시차에 적응하고, 그 나라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몽골에 가면 태어날 때부터 달리는 말을 탔던 몽골인처럼 보이고

인도에 가면 평생 손으로 밥을 먹었던 인도인과 흡사해 보인다

어디서도 섞이거나 스미는 사람들. 온몸에 흙과 바람의 냄새를 싣고 다니는 사람들.

 

 

사강은 자신이 한 번도 카메라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사진을 찍을 만큼 단란한 가족을 이루어본 적도, 사진에 찍힐 만큼 아름다운 연인이었던 적도 없었던 것이다

문득 실패한 자신의 연애가 결국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황당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무 사이에 걸린 저런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고도 

찍어보고 싶단 욕망이 생기지 않는 삶이 행복할 리 없었다.

 

 

"전 그냥 애인을 잃은 게 아니에요. 지훈이는 저랑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이었고, 같은 학번 동기이기도 해요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엠티를 갔고, 취업 준비를 했어요. 함께 실패와 성공을 경험했죠

지훈이는 제가 가장 힘들 때 가족처럼 늘 제 곁에 있었어요

민이 있을 땐 가장 합리적인 충고를 해주는 선배였고, 웃고 싶을 땐 어이없는 농담으로 절 웃게 만들어줬죠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친구가 있으면 저는 늘 지훈이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걔 누구였지? 사랑니 뽑다가 죽을 뻔했다고 말했던 우리 반 남자애 있잖아

그 영화가 뭐였지? 우리 그때, 크리스마스 때 명동교자에서 칼국수 먹고 오다가 봤던 짐 캐리 나오는 영화 있잖아."

"......"

"퇴근길에 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가판대 앞에 서서 잡지를 팔고 있는 나이 든 아저씨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걸 알게 됐어요

지훈이를 통과하지 않고 제 청춘을 이해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슬픔이여 안녕', 여기에서의 '안녕'은 

헤어질 때의 인사(Adieu)가 아니라 만날 때의 인사(Bonjour)를 뜻합니다.


 

 


14. 아머 / 존 스티클리 ★★★☆☆

 

우주 곳곳의 행성에 지구 식민지가 건설된 미래, 군인들은 2족보행하는 개미와 맞서 싸우기 위해 독성 물질이 가득한 행성에 방호복을 입은 채 투입된다. 첫 전투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된 주인공은 부상이 다 낫기도 전에 다시 다음 전투에 투입되고, 또다시 투입된다.

 

십수년 후, 교도소에서 탈옥한 죄수 한 명은 우주 해적과 결탁하여 음모를 안고 어느 행성에 잠입했다가 개미 전쟁에서 싸운 주인공의 방호복을 조사하게 된다. 그 방호복을 통해 그들은 주인공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체험하게 되는데...

 

 

우주 해적이 나오는 파트는 상당히 지루하지만, 군인 주인공이 나오는 파트는 손에서 책장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도가 높아. 글인데도 불구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묘사가 탁월해.

 

 

 

함대는 펠릭스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인식번호가 방대한 컴퓨터의 바다 한구석에 처박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가 함대에 입대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했다

그건 어쩌면그들이 그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함대가 그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만큼 분명한 것도 없었다

그는 강하하고 강하하고 또 강하했고……

 

 

처음에 난 그 애에게 감탄했어요! 존경할 수밖에 없었어요

녀석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고귀한 생명체라고 생각했죠. 그토록 끈질기게 살아나고 또 살아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한 시간쯤 지나자 난제 말은, 그건 정말… 난 녀석이 미워지기 시작했어요. 증오했어요

왜냐하면 무슨 짓을 해도 죽지 않았으니까요. 보고 있는 나를 괴롭게 했으니까요.

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어요! 내 말은, 그러니까 정말 너무 괴로웠다고요. 그래서……

 

 

 

 

15. 신더 / 마리사 마리어 ★★☆☆☆

 

전래동화의 SF변주.

나라 최고의 정비공인 사이보그 신데렐라가 어느 날 자기 안드로이드를 고쳐 달라는 왕자님을 손님으로 맞으며 시작되는 이야기.

 

 

동화 패러디를 아주 좋아해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 실망스럽다. 캐릭터들도 매력이 없고, 플롯도 지루하게 늘어져서 꾸역꾸역 읽었어. 나랑은 안 맞아.

 

 


 

16. 스칼렛 / 마리사 마이어 ★★☆☆☆

 

사이보그 신데렐라에 이어, 늑대단에 잡혀간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총을 들고 나서는 우주배달부 빨간모자의 이야기.

 

 

신데렐라와 빨간모자의 시점이 번갈아 진행되고, 배경이 다양하며, 추격전과 맞물려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플롯 덕분에 1편보다는 재미있었다.

 


 

 

17. 이영도 SF판타지단편선 / 이영도 ★★★☆☆

 

화학으로 이루어진 언어로 쓰인 탓에 읽으면 산맥에 지진을 일으키는 동화책, 성별이 3개이며 각각의 조합에 따라 자식의 성별이 정해지는 종족, 특정한 별자리를 찾아내거나 만들어 고객의 니즈를 채워주는 미래판 점성술사 등 상상력 넘치게 펼쳐지는 설정들이 즐겁다.

 

개인적으로는 이영도 작가의 주 장르인 판타지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18.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 김도윤 ★★★☆☆

 

공룡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 세계를 지배했으며, 지금까지도 이 세계를 지배한다 보아도 무방한 곤충이 어떻게 격변하는 세계에 맞춰 형태를 바꾸며 살아남았는지 손쉽게 알려주는 책.

 

다만 중간중간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 밈이 많이 들어갔고, 또 일본어도 많아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꽤 있다.

 

남캐는 맹꽁이서당 그림체로 그려놨는데 여캐는 힘 빡준 미인형으로 그려놓은 차별적인 부분이 아쉽다.

 

 

 

 

19. 크레스 / 마리사 마이어 ★☆☆☆☆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유치하고 재미없어진다. 확실히 나한테 맞는 책은 아니었음.

 

디즈니 영화 Tangled에 엄청나게 영향을 많이 받은 게 보인다. 크레스가 16살인데 남자가 20대 초중반인 나이차부터, 남자가 사기꾼에 도적이고, 크레스가 노래를 부르고, 전체적으로 둘이 티키타카 주고받는 구도가 너무나도 유진과 라푼젤.

 

왜 이렇게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가 꾸역꾸역 힘들게 읽히는지 생각해봤는데, 주연 모두 쌍쌍이 짝이 있는데 내가 마음 가는 러브라인이 정말 단! 하나도 없다. 마음 가는 캐릭터조차 없다. 차라리 카이토랑 레바나 조합이 맘에 들 지경.

 

 

 


20. 윈터 / 마리사 마이어 ★☆☆☆☆

 

어떻게든 마무리만 보자는 일념으로 다 읽었고, 끝까지 재미없었다.

 

왜 재미없는지 생각해 봤는데 선악이 너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어.

주연 캐릭터들은 단점이 극히 적은 반면 악당들은 단점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플롯 자체가 지나치게 엉성해. 분명 주연 캐릭터들이 해내는 생각은 머리 좋은 사람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생각인데도 악당들은 마치 허를 찔렸다는 듯 행동하고... 전체적으로 그냥 악당들이 너무 멍청해.

 

작가의 역량 부족인지 주연들이 지략과 의지를 이용해서 위기를 타개하는 게 아니라 운과 악당의 멍청함에 의존하여 위기를 타파해. 그래서 어떻게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까?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어차피 또 레바나가 멍청한 짓을 하겠지 하고 밍숭맹숭해져.

 

인물들 또한 인간이 아니라 캐릭터처럼 행동해. 생동감이 없고 입체적이지도 않아. 전체적으로 아주 실망스러운 시리즈.

 

 


 

21. 레바나 / 마리사 마이어 ★★☆☆☆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중에 가장 짧았지만 그나마 가장 재미있었다. 차라리 이 외전 분량이 더 길었다면 좋았을걸.

 

 

 

 

22. 신을 받으라 / 박해로 ★★☆☆☆

 

박해로 작가의 한국적 호러소설 그 두 번째.

 

전작의 <>처럼 시종일관 작품에 배어나는 찝찝함과

뭔가 거대한 일이 진행되어 가는데 나만 모르고 있다는 두려움을 자아내는 분위기가 장르에 걸맞아.

 

전작보다 속시원함도 늘어난 편. 다만 나는 한국 역사물은 취향이 아니어서 그냥저냥 봤다.

역사소설이나 사극 재밌게 보는 사람에겐 추천.

 

 

 

23. 옷의 시간들 / 김희진 ★★☆☆☆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주인공 오주는 얼마 전 남자친구에게 차인 후 그가 남기고 간 세탁기가 고장나 어쩔 수 없이 빨래방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조미치'라는 오지랖 넓고 특이한 여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빅데이터를 모은다며 어디든 사진기를 들이대는 옆집 이웃여자와도 말문을 트게 된다. 그 다음에는 항상 9번 세탁기만 쓰는 남자와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평생 마주칠 일 없었던 사람들과 조금씩 인연을 만들고 이어나가는데...

 

'빨래방'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인물들 간의 만남과, 소통과, 헤어짐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이야기.

잔잔하게 흘러가는 개울 같은 문체가 좋았어.

 

 

 

 

24. 나를 찾아줘 / 길리언 플린 ★★★★★

 

빼어난 미모, 명석한 두뇌, 엄청난 재산까지 가진 에이미는 만인의 알파걸. 어린 시절에는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책 시리즈가 출간됐을 정도다. 그런 그녀와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신문기자 닉은 누가 봐도 완벽한 부부. 하지만 결혼 5주년 아침, 에이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둘의 행복했던 생활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닉은 아내를 찾기 위해 정신없이 헤매던 중, 결혼기념일 선물로 아내가 곳곳에 숨겨둔 증거물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보물들은 하나같이 남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데…….

 

 

너무너무 재미있다! 세 번째로 읽는 건데도 한결같이 재미있다.

 

기존의 "여성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형사나 탐정이 하드보일드하게 사건을 추적하는" 스릴러에 질릴 대로 질려 있을 때 항상 머리를 환기시켜 주는 참신한 소설. 굉장히 두꺼운데도 한 번 잡으면 놓을 수가 없어.

 

(스포) 모든 사람들의 호감과 동정을 살 수밖에 없도록 꾸며낸 일기장 속의 어메이징 에이미보다, 현실의 싸이코패스 에이미가 훨씬 흥미롭고 입체적이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모순이 훌륭해. 작가가 의도한 부분일 듯.

 

 

 

 

25. 시한병동 / 치넨 미키토 ★★★☆☆

 

전작인 <가면병동>과 이어지는 작품으로, 가면병동의 무대가 되었던 그 병원에서 다시 한 번 사건이 일어난다.

 

<가면병동>의 사건 이후 몰락하고 폐건물이 되어 버린 병원. 어느 날 다섯 명의 남녀가 그 병원에서 눈을 뜬다.

문은 전부 폐쇄되어 있고, 옷은 환자복이며, 이곳을 탈출할 단서라고는 벽에 그려진 괴상한 삐에로 그림과 옷깃을 바로 잡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열쇠를 찾아라라는 문구밖에 없는 상황.

남은 시간은 앞으로 여섯 시간, 만약 시간 안에 이 병원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1층에 가득 찬 휘발유 통이 폭발해서 병원 전체가 불타게 된다. 그들은 왜 갇혔을까? 누가 그들을 여기 가뒀을까?

 

 

밀실 탈출 플롯은 오랜만에 읽어보는데, 그럭저럭 잘 읽혔다. 전체적으로 잘 짜인 구성.

 

 

 


26.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 로셀라 포스토리노 ★★★☆☆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했던 실존 인물이자 유일한 생존자 마고 뵐크(Margot Wölk)의 인터뷰를 계기로 쓰인 책으로, 마고 뵐크의 자서전이 아니라 작가가 그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쓴 픽션이다. 마고 뵐크는 14명의 다른 여자들과 함께 히틀러의 음식에 독이 들어 있는지 검사하기 위해 매일 그의 식탁에 오를 음식을 시식해야 했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다른 여자들이 모두 처형당했기 때문에 15명 중 유일한 생존자가 되었다.

 

 

식사 때마다 목숨을 걸고 독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은 굶어 죽어가는 상황에서 자신들은 매일 배불리 먹는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입체적으로 잘 묘사했어. 자극적인 책 줄거리 설명과는 달리 소설은 꽤 건조하고 담담해.

 

책 설명에서 마고 뵐크가 소련군에게 포로로 잡혀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기에 굉장히 불안해하며 읽었지만, 다행히 그런 묘사는 책 속에는 없었어. 불필요한 정보인데 왜 책 설명에 넣었는지 모르겠네. 내 생각에는 출판사가 일부러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넣은 것 같아.

 

 

 

 

27. 작가 형사 부스지마 / 나카야마 시치리 ★★★★☆

 

독설로 소문난 형사 출신 소설가 부스지마가 출판계와 방송계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집.

 

완전 재밌다! 진짜! 너무 재밌다! 오랜만에 이렇게 술술 읽히면서도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책을 읽어 너무 신나.

일단 주인공부터 인격파탄에,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아가 비대해진 사람들, 그리고 창작에 대한 존중이고 뭐고 돈만 벌면 그만이라 생각하는 뼛속까지 장사꾼인 사람들이 아주 다양한 종류로 나와서 막장드라마 보듯 보는 맛이 있어.

 

 


문장도 못 봐주겠지만 스토리는 더 못 봐주겠어. 이세계에 내던져진 고등학생이 배틀을 반복하면서 

미지의 능력을 각성하게 되다니, 대체 어느 시대 라이트노벨일까라이트노벨도 그런 장르는 이미 내다버린 지 오래인데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대개 자네처럼 제대로 된 사회 경험이 없는 사람이지

현실에서 경험이 너무 없으니까 설정이 자유로워 보이는 SF나 판타지로 금세 도망가는 것 아니겠어.”


“SF나 판타지도 요샌 수상 후보에 많이 오르고 있잖아요.”


“SF나 판타지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야. 가공의 세계관을 그려내는 구성력 없이 

기존의 작품을 흉내만 내기 때문에 질 떨어진 모방작에서 다시 더 질 떨어진 모방작이 되는 거라고

자네, 라이트노벨이랑 심야 애니메이션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그나마도 소화를 다 못 시키고 있어

이런 작품으로 어떻게 데뷔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우후, 우후후후.”

 


 

구와노 마루미의 작품에 실망이 있어서는 안 돼요

어떤 서평가, 어떤 독자도 딴소리 못 할 걸작이 아니면 세상에 내놓을 수 없어요

작가인 제가 납득할 때까지 2, 3년이 걸리더라도 그건 작품이 탄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고…….”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가는 마루미를 보고 기리하라는 이내 자신이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차, 이 애도 착각에 빠진 인종이야.

그녀는 거장병에 걸려 있다.

온 세상이 자신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고 섣부른 작품을 쓰는 즉시 온갖 비난이 쏟아지리라고 멋대로 믿고 있다.


"저는 기리하라 선생님 상을 받아서 데뷔했기 때문에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어요두 번째 작품이 제 일생을 결정한다고요

데뷔작으로 제 팬이 된 수만 명의 독자들과 문단이 제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3년이 아니라 5, 10년이 걸려도…….”


시끄러워! 자신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적당히 좀 하게!”


성난 소리 한 방에 마루미는 앗 하고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말하는데 자네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은 담당 편집자와 서적부 부장 정도야

다른 사람, 특히 일반 독자들 대부분은 자네 이름 따위는 잊은 지 오래야. 수상식에 참석하면서 단상을 안 봤나

오늘 새로 미쓰루기 군이라는 수상작가가 탄생했어. 바꿔 말하면 자네 수상작의 유효기간은 오늘로 끝났네

아무도 자네의 두 번째 작품이나, 하물며 행동거지 같은 것은 쳐다도 안 봐.”


그럴 리가…….”


자기애에 빠져 허우적거릴 시간이 있으면 한 장이라도 더 쓰게. 안 그러면 나중에 나타나는 사람한테 계속 뒤처지게 돼.”

 


 

아니, 자꾸 웃음이 나온단 말이야

워낙에 소속 작가의 오리지널 각본으로 승부를 보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기획도 통과를 못 해

과거에 성공 사례가 있으니 만화든 소설이든 인기 얻은 원작에 무조건 먼저 손을 뻗어

원작 팬들을 거둬갈 수 있기에 시청률이 기대된다고 열띠게 주장하면서 묘한 오리지널 티를 내려고 하더니만

발연기 하는 어린 배우들을 써서 원작 팬들의 분노를 사. 역효과로 본말이 전도되는 것도 몰라

아니나 다를까 혹평으로 방영 중단되거나 흥행수익에서 적자도 크게 내

이제까지 원작자와 출판사에 아주 비싼 수업료를 수차례 지불했을 텐데 

질리지도 않고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어.”


그래서 웃는 거예요?”


혼쭐났으면서 매번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니 지능이 낮다는 증거잖아

지능이 낮은 상대는 간곡하게 타일러도 이해할 리가 없어. 화를 내도 피곤할 뿐이야

그렇다면 그런 상대는 비웃어줄 수밖에 없잖아.”

 


 

 

28.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워낙 유명하니 줄거리는 생략!

그 동안 축약본만 읽었지 원작을 읽어본 건 처음인데, 지킬이 내 생각보다 다면적이고 위선적인 사람이었구나.

 

고전답게 꽤나 어렵게 적어놔서 술술 읽히는 문체는 아니야.

 


 

 

29. 미세먼지 / 류연웅 외 ★★★☆☆

 

미세먼지를 주제로 쓴 여러 작가들의 단편을 묶은 단편집.

 


놀러 오세요, 지구대 축제(류연웅) : 홍콩 출신 유학생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욕을 들으며 생활하는 이야기인데, 새로운 시도와 연출이 너무 과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서대전네거리역 미세먼지 청정구역(김청귤) :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 인간은 몇십 만 명 중에 한 명 꼴로 '미세먼지 인간'으로 변이하고, 미세먼지를 흡수하여 자기 주변에 청정구역을 만든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여.

 

미세먼지 살인사건-탐정 진슬우의 허위(박대겸) : 말의 진실 여부를 듣자마자 알 수 있는 이능력자 탐정 진슬우가, 미세먼지를 이용해 호흡기가 나쁜 가족을 죽였다는 진술을 듣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추리극.

 

우주인, 조안(김효인) : 미세먼지 방호복을 살 수 있는 재력의 여부에 따라 사람의 등급이 나뉘는 시대에, 미세먼지 때문에 시한부 인생이 예정된 두 사람의 데이트를 따라가는 청춘 로맨스.

 

먼지의 신(조예은) : 미세먼지를 피해 방에 틀어박힌 히키코모리 수안과 그녀를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교 동창 미주의 이야기. 미주는 왜 수안을 찾아오는 걸까?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었어.

 

 

 


30. 피그말리온 / 조지 버나드 쇼 ★★★☆☆

 

거친 사투리 억양과 말씨를 지닌 거리의 꽃 파는 소녀 일라이자는, 어느 비 오는 날 런던 거리에서 한마디만 듣고도 말한 사람이 어디 출신인지 알아맞힐 수 있는 천재 음성학자 히긴스 교수를 만나게 된다

일라이자는 다음 날 히긴스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꽂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상류층의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그에 히긴스 교수는 마침 그와 함께 있던 피커링 대령과 내기를 벌이게 된다.


바로 6개월 안에 그녀를 누구보다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공작 부인과 같은 기품을 갖춘 여인으로 만드는 것

과연 일라이자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그리고 그게 그녀의 세계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

 

 

오드리 햅번의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소설.

소설의 결말은 그 시대에서도 혁명적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참신하고 새로우며, 많은 것을 시사해.

소설에서의 일라이자는 훨씬 주체적이며, 당당하고, 상류 사회의 모순을 거침없이 집어내고, 독립적인 행복을 쟁취할 줄 아는 사람이야. 그래서 나는 영화의 결말보다 소설의 결말이 훨씬 마음에 들어.

 

 

 

리자 : 알아요. 저는 그분을 비난하는 게 아니에요. 그건 그분의 방식이죠, 그렇죠

하지만 대령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던 게 저한테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었어요.

누구든지 배울 수 있는 것 말고(옷을 멋지게 입는다거나 제대로 말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정말로, 진실로 숙녀와 꽃 파는 소녀의 차이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접을 받느냐에 달렸죠.

 

저는 히긴스 교수님께는 언제나 꽃 파는 소녀일 거예요

왜냐하면 그분은 저를 언제나 꽃 파는 소녀로 대하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대령님께는 숙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대령님은 저를 언제나 숙녀로 대해 주셨고, 앞으로도 그러실 거니까요.

 

히긴스 부인 : 이빨 좀 갈지 말거라, 헨리.

 

피커링 : 아주 멋지군, 둘리틀 양.

 

리자 : 원하시면 저를 일라이자라고 불러 주셔도 돼요.

 

피커링 : 고마워, 일라이자. 물론이지.

 

리자 : 그리고 히긴스 교수님께서는 저를 둘리틀 양이라고 부르셨으면 좋겠어요.

 

히긴스 : 먼저 지옥에나 가라.

 

 

 

 

31. / 엠마 도노휴 ★★★★☆

 

열아홉 살에 납치되어 7년간 가로세로 3.5미터의 작은 방에 갇혀 사는 엄마, 그리고 그 방 안에서 태어난 아들 잭. 잭은 갇힌 방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방의 모든 것을 친구로 여기며 살아가지만, 엄마는 아들에게 어두운 현실을 숨긴 채 모든 것을 밝고 아름답게 포장하면서도 언젠가 이곳을 나가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예상치 못하게 닥쳐온 절망적인 상황에서 엄마는 잭을 바깥세상으로 내보내기로 결심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본 적이 없는 잭은 엄마를 위해 그의 전 생애를 건 모험을 하는데…….

 

 

예전에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 읽어도 여전히 뭉클해.

 

그 작은 방 안에서 아이에게 최대한의 삶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놀이를 고안하고, 규칙을 만들고, 수업과 운동을 하며 노력하는 소녀의 강인한 의지가 5살 잭의 순수성과 눈물겹게 맞물려.

또 그저 방에서 탈출하는 것으로 끝맺는 게 아니라 그 후에 그들이 무엇을 견뎌야 하는지,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보여줌으로써 작품이 더 깊이를 가져.

 

영화도 책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니 추천. 잭이 생전 처음으로 하늘을 볼 때 연출이 끝내줘.

 

 

 

 

32. 인생 / 위화 ★★★★★

 

농촌으로 민요를 수집하러 간 ''에게 늙은 농부 푸구이가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소설. 망나니 같은 부잣집 도련님에서 가난한 농부로 전락한 푸구이의 일생을 통해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고난을 견뎌내는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소설에는 궁공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 등 파란만장한 역사 속의 굵직한 사건들이 나오지만

작가는 그 격동의 흐름에 주목하는 대신 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평범한 민초의 삶에 주목해

역사적 지식이 전혀 없어도 아무 문제없이 그 의미를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

 

소설이 깊다는 게 무슨 뜻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어. 이런 게 문학이구나 싶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작가 서문)

 

 

사람 목숨이 아무리 질겨도, 일단 자기가 죽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슨 수를 써도 살 수가 없는 법이라네.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아버지는 내가 가문을 빛내기를 바라셨지만, 당신은 사람을 잘못 보신 거야

나는 말일세,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라네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하네. 내 주변 사람들을 보게나

룽얼과 춘성, 그들은 한바탕 위세를 떨치기는 했지만 제 명에 못 죽었지 않은가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나를 보게나. 말로 하자면 점점 꼴이 우스워졌지만 명줄은 얼마나 질기냔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33. 연애의 행방 / 히가시노 게이고 ★★★★☆

 

설원 로맨틱 코미디 연작.

 

내가 주로 보는 장르가 아니라 선뜻 손이 안 갔는데, 읽어 보니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었다!

단편집이라서 읽기 쉬운 데다, 연작이라 주인공만 바뀔 뿐 이전에 나왔던 사람들이 계속 재등장해서 새로운 관계성을 쌓아 가는 덕분에 아주 흥미로웠어.

 

처음과 마지막을 이어주는 수미쌍관이 아주 좋았음.

 

 

 

 

34. 일곱 번재 방 / 오츠이치 ★★☆☆☆

 

섬뜩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한 여러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

 

기본적으로 환상적이고 잔혹동화스러운 색채를 깔고 가며, 마지막 세 이야기에서 특히 그 느낌이 두드러진다.

아동학대에 대한 꽤 자세한 묘사 및 성범죄에 대한 간략한 언급이 나오니 주의.

 

술술 읽히며 끝에 반전도 있는 완성도 높은 스토리지만

딱히 넣을 필요 없는 성범죄 소재가 굳이! 들어가 있는 게 아주 거슬리고 찝찝해.

이런 현실에서 세 발 정도 떨어져 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글에 강간에 대한 언급이 나와 버리면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전체적인 분위기가 팍 깨져버리고 기분이 더없이 더러워져.

 

독자를 배려하기 위해서인지 묘사가 자세히 나오지 않고 그냥 '심한 짓',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내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라는 식으로 서술되지만 굳이 왜?라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어.

굳이 성범죄라는 소재를 썼어야 했나? 인물이 여자라 해도, 여자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고초나 상처가 성범죄 말고 수없이 많은데 왜 굳이 강간이라는 소재를 계속 쓰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은 왜 자기를 강간한 남자가 아니라 그의 자식에게 복수하려 하는 걸까

강간 피해자의 복수라는 예민한 소재를 사용할 때 마땅히 보여야 할 신중한 고찰이 이 글에서는 보이지 않아.

 

설령 장르가 스릴러/추리라도 강간이라는 소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넣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넣을 경우에는 그걸 신중하게, 깊이 또 깊이 생각하며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은 안일한 실패작이야.

 



 

 

35. 여왕의 시대 / 바이하이진 ★☆☆☆☆

 

클레오파트라, 아그리피나, 측천무후, 이사벨 1, 엘리자베스, 효장문황후, 크리스티나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 예카테리나 2, 빅토리아 여왕, 서태후, 엘리자베스 2. 세계사에 걸출한 발자국을 남긴 12명의 여자 군주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나라를 다스렸는지 조명한다.

 

사전을 읽는 기분. 구성도 다소 어수선했고, 꾸역꾸역 읽었다.

 

 

 

 

36. 나쓰미의 반딧불이 / 모리사와 아키오 ★★☆☆☆

 

깊은 산골 외따로 서 있는 작고 허름한 가게 다케야’. 그곳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야스 할머니와 아들 지장 할아버지. 싱고와 나쓰미는 우연히 발길이 닿은 다케야의 별채에서 여름을 지내기로 한다. 그렇게 눈부시도록 푸른 산골 마을에서의 설레는 하루하루가 시작되는데…….

 

 

'착한 소설'이라는 평대로 평이해

그냥 평화로운 시골에서 좋은 사람들과 하루하루 지내며 그들의 삶을 알아가고 죽음을 함께하는 내용.

 



 

 

37. 클린 코드 / 설혜원 ★★★☆☆

 

일곱 편의 미스터리 스릴러 단편집.

중간의 꿈에 대한 단편 하나만 빼면, 몰입도도 높고 술술 넘어간다.

대표작인 <클린 코드>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어.

 



 

 

38.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 마이크 로보텀 ★★☆☆☆

 

임신 중인 애거사는 출산일을 기다리며 부유층들이 사는 런던 교외의 한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그 슈퍼마켓에 종종 들르는 메건이라는 여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며, 아이 양육과 관련된 글을 쓰는 인기 블로거이다. 애거사는 메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일과가 끝나면 메건의 블로그를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의 아버지이자 언젠가 그녀의 곁으로 돌아올 남자친구를 기다리면서.

 

그러던 어느 날 애거사는 메건이 또다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둘의 출산 예정일도 비슷하다. 그리고 애거사는 메건의 삶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만들 계획을 세우는데....

 

분량에 비해 재미없었다. 그냥저냥이었던 플롯.

성범죄 묘사가 꽤 자세하니 주의.

 

 

 

39. 메리 포핀스 / P. L. 트래버스 ★★★★☆

 

정말 재미있다.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어!

 

아이들은 보통 마냥 상냥한 사람보다는 엄격한 카리스마를 지녀서 자기를 휘어잡으면서도 동시에 재미있게 놀아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데, 메리 포핀스는 딱 아이들이 좋아 죽을 유형의 유모.

다 커서 봐도 정말 너무너무 매력적인 캐릭터.

 

 

 

 

40. 멋진 징조들 / 닐 게이먼, 태리 프래쳇 ★★☆☆☆

 

<요한계시록>에 적힌 대로 종말의 날이 찾아왔지만, 인간 세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서로 정이 들어버린 천사 아지라파엘과 악마 크롤리는 음악도 못 듣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없는, ‘그런세상이 오는 것이 싫다. 급기야 이 둘은 천국과 지옥 몰래 서로 아마겟돈에 훼방을 놓자고 합의하지만, 저마다 승리를 확신하는 천국과 지옥의 인물들, 운 없게도 아마겟돈 한복판에 말려든 인간들, 열한 살짜리 적그리스도 아담까지 얽히면서 예언은 엉망이 되어버린다.

 

 

전개가 너무 정신없고 난잡하고 무슨 소린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 미국 코믹스를 소설로 보는 느낌.

중후반부까지 뭔소리야,,, 싶다가 후반부에야 좀 재미있어진다.

 

 

 

 

41. 더 라스트 레터 / 조조 모예스 ★★★☆☆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로써 상류층 생활을 누리는 제니퍼 스털링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한 후 최근 몇 달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다. 그녀는 평소대로 생활하려 노력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서는 어쩐지 미심쩍은 구석이 엿보이고, 남편과의 사이도 무언가 들어맞지 않고 어색하다. 그러다 그녀는 책 속에서 수수께끼의 B라는 인물이 그녀에게 보낸 편지 하나를 발견하는데...

 

분량이 꽤 많은데,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스산한 분위기

그 덕분에 두 사람의 위태로우면서도 열정적인 감정선이 더 돋보여.

꽤 재미있게 읽었어.

 

 

 

 

42. 변태 박물관 / 야마다 고로, 고야마 준코 ★★☆☆☆

 

미술계의 르네상스, 낭만주의, 인상파 각각의 3대 거장들을 '변태'라는 관점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 책.

야마다 고로와 고야마 준코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집필되었다.

 

확실히 알기 쉽고 쏙쏙 박히는 설명이긴 하지만, 자신의 주관적인 추측에 지나지 않는 썰을 아무 근거 없이 늘어놓거나(앵그르 파트), '변태'라는 단어의 의미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희석한다는 우려도 든다(특히 드가 파트에서).

 

여러 모로 고야마 준코 씨가 많이 고생했겠구나 싶은 책.

 

 

 

 

43.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

 

작년에 읽은 책이지만 또 읽고 싶어서 읽었어.

작품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자연과 문명의 대조가 플롯과 매력적으로 맞물려.

 

카야가 나고 자란 자연 그대로의 습지와, 아스팔트를 깔고 벽화나 플라스틱으로 가짜 자연을 재현한 문명도시의 대비가 카야-체이스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주 흥미로워.

 

카야가 자연의 이치를 통해 어머니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다가, 결국 자기가 똑같은 일을 겪고 난 후 그제야 어머니를 용서하는 과정, 그리고 초반의 반딧불로 깔린 복선이 마지막에 회수되는 게 특히 좋았어.

 

 

 

 

44. 내가 죽어야 하는 밤 / 제바스티안 피체크 ★★☆☆☆

 

아무래도 아빠가 위험에 빠진 것 같아라는 메시지를 벤이 확인했을 때, 딸 율레는 이미 옥상에서 몸을 던진 뒤였다. 그로부터 2주 후, 절망에 빠진 벤의 주변에서 섬뜩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황당한 살인 게임을 예고하는 수상쩍은 웹사이트가 등장하더니. 벤을 죽이면 수억 달러를 주겠다고 공표한다. 시계의 바늘이 88분을 가리키는 순간 그는 온 세상이 뒤쫓는 살인 게임의 사냥감이 된다.

 

 

전반적으로 그냥 그랬던 소설.

너무 많이 읽어서 질려 버렸는지, 이제 이런 '누가 봐도 남자 작가가 썼다'는 스릴러는 도통 읽히지가 않고 재미가 없다.

 



 

 

45. 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

 

세 딸아이의 엄마이자 완벽한 남편을 둔 행복한 가정주부 세실리아는 다락방에서 우연히 봉인된 낡은 편지 봉투를 발견한다. 남편 존 폴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 봉투에는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부부로 살아온 15년 동안 서로가 모르는 비밀은 전혀 없다고 여겨왔던 세실리아는 호기심에 사로잡혀 편지를 결국 뜯고 말지만, 그 안에는 아주 오래 전 남편이 저질렀던 끔찍한 실수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다.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사건 앞에서 세실리아는 양심을 지켜 사건을 알릴지, 아니면 양심을 죽이고 입을 다물지 고민하게 되는데...

 

읽기 전에는 몰랐는데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었어.

리안 모리아티 소설 치고는 사건이 꽤나 다이나믹해서 읽는 맛이 있어.

 

 



46.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 조반니 과레스키 ★★★★★

 

한적한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바싸에는 열혈 사제 돈 까밀로와 우직한 공산당 읍장 뻬뽀네가 살고 있다. 신앙심이 깊고 자기 주장이 명확하며 열혈 기독교민주당 지지자인 돈 까밀로는 성당 안에서 점잖게 강론이나 하고 성무만 집행하는 신부는 아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직접 몸으로 뛰고, 때로는 주먹질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창고에 빼돌린 기관총을 숨겨 놓기도 한다.

 

읍장이자 자동차 수리공인 뻬뽀네는 돈 까밀로의 소꿉친구이자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라이벌이다. 맞춤법조차 제대로 모를 정도로 무식하고 막무가내 성격이지만, 동시에 선하고 진솔하며, 공산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신앙심이 깊다는 모순도 지니고 있다. 그들과 바싸 마을 사람들이 엮어 내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이야기.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의 향수 어린 분위기와 진한 인간애가 스며 있는, 이탈리아의 고전이자 영원한 베스트셀러. 이렇게 재미있고, 읽기 쉽고, 그러면서도 마음 깊은 곳을 충만하게 울리는 책은 정말 드물다. 남녀노소 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10편의 시리즈인데, 마지막 권만 빼고는 전부 단편집이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

원래 신문에 연재되는 꽁트였기에 좀처럼 책에 집중을 못하거나 책을 안 읽어버릇한 사람도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

 

 

그렇다. 작은 세상은 뽀 강과 아페닌 산맥 사이에 펼쳐진 평야, 그 한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뻬뽀네와 스미르초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작은 세상을 터전으로 살아간다

이런 고장은 나그네로 하여금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옥수수와 삼밭에 푹 싸인 농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게 한다

그러면 벌써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생각난다

정말 재미있는 얘기가 말이다.

 

 

"나 원 참,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그놈의 신부가 나를 마구 때려도 미운 생각이 안 드니 이상한 일이 아니오

돈 까밀로는 내가 죽도록 얻어맞아도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야."

 

 

 

47-48. 세상의 모든 딸들 / 엘리자베스 M. 토마스 ★★★★☆

 

인류가 지구상에 막 자리를 잡아가던 구석기 시대에, 부족과 함께 이동하던 주인공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게 된다. 주인공이 부족을 찾아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이 1, 그 후 결혼하고 한번의 긴 여정을 또 거치는 게 2.

 

구석기 시대의 생활상, 샤머니즘, 결혼 제도, 근친혼 금지 규정 등이 꽤 자세하게 그려져 있기에(이혼이 자유로웠대!) 이런 데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결말만 아니었더라도 별 5개였을 텐데 결말이 진짜 어이없는 용두사미여서 4.

 

 

내 이름은 야난이다. 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내 이야기가 끝나는 곳

차르 강의 북쪽 기슭에서 가장 높은 둔덕에 자리한 그레이랙의 오두막집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금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어디에서든, 어떻게든 살아갈 것이다

불의 강이나 여자 호수로 가든, 아니면 스위프트를 따라 털의 강으로 가든, 나는 물러서지 않고 버틸 것이다

강인하지도 거룩하지도 못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샐리의 핏줄이니까.

 

 

 

 

49. 루거 총을 든 할머니 / 브누아 필리퐁 ★★★★★

 

어느 날 새벽 여섯 시. 한 시골집에서 루거총의 강렬한 총성이 울려 퍼진다. 102세의 할머니가 자기 집을 포위한 경찰들에게 총을 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오전 여덟 시, 수사관 벤투라는 경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놀라운 용의자, 베르트 가비뇰을 심문실에서 만나게 된다.

 

나이 든 할머니의 단순한 정신 착란으로 종결될 것 같던 수사는 베르트의 지하실을 조사하며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든다. 할머니 혼자 소박하게 살아가던 그 시골집 지하에 사람 뼈와 동물 뼈가 가득 묻혀 있던 것. 그 뼈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형사의 오랜 설득 끝에 베르트는 결국 입을 열고, 그녀와 결혼한 남자는 반드시 사라진다는 악명으로 유명했던 자신의 일대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베르트가 거쳐가는 남편들은 온갖 남자들의 유형을 보여준다. 조신한 현모양처 아내상을 강요하며 가정폭력을 자행하는 남자, 성기가 작다는 열등감에 절어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 예술병에 걸려 생계를 아내에게 떠맡기는 남자, 그냥 성인의 정상적인 삶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아내를 필요로 하는 유약한 남자...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베르트의 행동을 굳이 정당화하려 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베르트가 죄책감을 느끼게 만들지도 않고, '어차피 픽션이잖아, 어쩔 건데?'라고 말하듯 브레이크 없이 마구 달린다. 아주 속 시원한 작품.

 

캐치프레이즈가 강렬하다.

아프면 소리를 지르는 법이지. 그런데 난 아프면 총을 든단다.”

 

 

 

"내가 지붕 위에 올라갔을 때 이 굴곡진 몸매에 반했잖아, 아니야?

충분히 당신 취향이었으니까 나한테 청혼까지 한 거 아냐그런데 왜 지금은 이걸 감추길 바라는 거야

내가 당신을 창피하게 하는 거야, 아니면 이런 날 바라보는 당신이 창피한 거야?"

베르트는 당대를 뒤흔드는, 최소한 대화 상대를 뒤흔드는 현대적인 가치관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뤼시엥은 설득력 있는 반대 논리를 펼치는 대신, 보다 충격적인 논리를 선택했다

즉 베르트의 따귀를 갈겼다

부족한 지성을 크게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여자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선조들의 방식이었다

남자들은 늘 그런 식으로 위기를 모면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바꾸겠는가?

 

 

"설마 세상이 공평하다는 헛소리를 주절거릴 만큼 바보는 아니겠지?"

", 물론이에요. 그런 흰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도 법은 믿는다?"

"법을 수호하며 살아온 지 삼십 년입니다. , 전 법을 믿어요."

"그럼 날 지켜줘야 할 순간엔 어디 있었니?“

 

 

남성 우위라는, 자신에게는 매우 근본적인 문제 앞에서 늘 혼자였던 베르트는 

확한 단어들로 남성의 억압을 고발하는 이 박식한 여성들의 문장 속에서 

자신은 남성의 억압에 맞서 문자 그대로 남성들을 박멸하는 편을 택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르트에겐 필력이 없었다. 그녀에겐 탄환뿐이었다.

 

 

 

 

50. 나오미와 가나코 / 오쿠다 히데오 ★★★☆☆

 

백화점 영업부에서 일하는 나오미는 어느 날 절친한 친구 가나코가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집을 나오자고, 경찰에 신고하자고 설득해 보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폭력으로 무력감과 공포감에 시달리는 가나코는 그랬다간 남편이 가족과 친구까지 죽일 거라며 번번이 거절한다. 친구가 학대받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오미의 마음 속에 어느덧 가나코의 남편을 죽이겠다는 생각이 싹트고, 가나코와 협력하여 그 계획을 점점 구체화시켜 가는데...

 

 

1부 나오미, 2부 가나코로 진행되는데 1부에서 둘의 머릿속에서는 아주 그럴듯해 보였던 계획의 허점이 2부에서 낱낱이 드러나는 갭이 아주 좋았어. 1부에서 둘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극한까지 몰려 있었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역자 후기에서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나는 구도라고 하는데, 나도 그 생각을 했어

나오미와 가나코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여자들이기에 그들이 그 상황까지 몰리게 된 과정, 그리고 자기들이 저지른 실수를 어떻게든 무마하려 애쓰는 과정에 더욱 몰입이 돼.

 

다만 작품 내내 진행되는 일본인에 대한 자화자찬은 낯뜨겁다 못해 분노가 일어

특히 "일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굳이 중국인의 말을 빌려서 한다는 게 화룡점정

일본이 일제강점기 시절 식민지에 저지른 온갖 반인륜적인 범죄를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니 뻔뻔스럽기 그지없음ㅋㅋㅋ 

이런 소설을 해외에 팔아먹으면서 야금야금 외국인들을 세뇌하는구나?

 

또한 작품 내에서 중국인을 다루는 태도도 후안무치해백화점 명품관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굉장히 상세하고 알기 쉽게 그려내서 자료조사가 아주 충실하다는 걸 느꼈지만

백화점 직원 나오미가 명품 시계를 훔쳐간 중국 상인을 추궁할 때의 대화를 한번 보자.

 

"전에도 말했지만 이 시계는 공짜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져갔던 거라고요.

즉 오해한 겁니다. 나는 훔치지 않았어요."

"어느 나라에 300만 엔이나 하는 손목시계를 공짜로 선물하는 백화점이 있다는 거죠?"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특수해요. 과거의 전쟁에서 일본은 중국인을 수없이 죽였죠.

그래서 그 사죄로 온갖 것을 주는 거라고 중국인은 모두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난하나?

그 와중에 만주 침략했던 건 쏙 빼놓고 '전쟁'이라고 워딩하는 것 좀 봐. 난징대학살이 전쟁이었나 보지? 

베스트셀러 책들이(그리고 기타 매체들도) 이런 내용을 실으니 

일본 대중의 마인드가 '니네가 뻔뻔하고 우리가 피해자다'로 바뀐 거구나.

 

플롯과 전개는 수작이라 별 3개 주긴 했는데 내 맘속에선 1.


 

 

 

51. 페스트 / 알베르 까뮈 ★★★☆☆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침체된 시기에 인기가 훅 오르고 있는 책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다행히 생각했던 것만큼 우울하지도 않고 그냥 담담하게 현실을 서술하는 책이야.

 

 


52. 브릿마리 여기 있다 / 프레드릭 배크만 ★★☆☆☆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느꼈던, 작은 소도시와 그곳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시니컬하고 비호감인 캐릭터에게 점차 입체성을 실어주며 

한 명의 인간으로 애착을 느끼게 해주는 전개 솜씨가 여기서도 그대로 드러나.

 


 

 

53.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 안드레아스 그루버 ★★☆☆☆

 

말 안 듣는 아이를 벌주는 내용인 잔혹동화 <더벅머리 페터>에 맞춘 여성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그 살인으로 어머니를 잃은 형사 자비네는 냉소적인 혐성 슈나이더와 팀을 이뤄 범인을 쫓는다.

 

 

스릴러를 읽으면서 계속 느꼈던 건데

이제는 "왜 범인이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분석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새끼는 괴물이 아니라 그냥 찌질한 병신이다"를 제대로 지적까지 해줘야 한다고 봐

이 소설은 그걸 못했고, 그걸 지적할 의도도 전혀 없어 보여.

 

(스포) 어린 시절 학대는 남자한테 받고 정작 범죄는 여자한테 저지르는 연쇄살인범들이 현실에도 활개를 치는데이 소설의 살인범도 마찬가지야. 이놈이 얼마나 허황되고 찌질한 굴절분노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짚어줬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아. 오히려 끝에 가서는 주인공이 살인범을 동정해


작가로서 이런 이야기를 쓰려면 연쇄살인범에 대한 환상을 부채질하지 말고 

열등감에 절어 사회적응도 못하고 도태된 행태를 제대로 비판할 의무가 있는데, 그 점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어.

 

 

 

 

54. 돈 까밀로와 못생긴 마돈나 / 조반니노 과레스키 ★★★★★

 

10편인데, 연속으로 읽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문장이 쉽고 내용이 엄청나게 재미있어.

그러면서도 사람의 근본을 편안하게 위로해주는 인간애를 놓치지 않아

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지 알 수 있는 사랑스러운 고전.

 

시골 이야기라고 해서 항상 순박하고 무난한 이야기만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돈 까밀로 시리즈에는 의외로 피비린내 나는 살인도 가감 없이 등장하고, 린치의 위협도 심심찮고

전쟁 시절의 남은 잔재가 일으키는 비극을 통렬하게 그려내기도 해

사람은 대체로 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종종 섬뜩하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작가의 글솜씨가 가히 천재적.

 

돈 까밀로와 빼뽀네와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뽀 강 유역의 정경이 가 본 적도 없는데 눈앞에 펼쳐져.

 



이 시골구석에는 눈에 띌 만한 움직임이 없어낯선 이방인이 볼 때 그 적막한 강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작은 창문이 달린, 빨갛고 파란 지붕의 그저 그런 집 안에서는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산이나 큰 도시보다 이 같은 작은 마을에서 훨씬 더 많은 일이 일어나는 법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쏟아낼 생각이다.

'작은 세상' 한가운데를 흐르는 저 강물처럼 끝이 없는 이야기를... 

야말로 아무리 읽어도 싫증 나지 않고 즐겁기만 한 그런 이야기들을...

 

 

 

55. 돈 까밀로와 빼뽀네 / 조반니노 과레스키 ★★★★★

 

소소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전쟁이 남기고 간 잔재 때문에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이 다수 벌어진다.

 

농사일에 트랙터 대신 쓰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려 탱크ㅋㅋㅋ를 빼돌려 숨겨놓은 할아버지에

돈 까밀로 시리즈에서 빠지면 섭한 기독교민주당vs공산당의 로미오와 줄리엣 러브스토리

마을에서 놀림 받다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공해 금의환향한 남자의 이야기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다수.

 

천주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1940~1960년대 유럽 시골마을의 이야기다 보니 종교적인 색채가 짙게 깔려 있지만

종교와 정치를 넘어서서 보편적으로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인간애가 있다

당장 주인공 격인 돈 까밀로만 보아도 신앙심 깊은 신부이지만 

기독교적 교리보다 사람들의 사정을 우선해서 적극적으로 법이나 십계명을 어기는 일이 많다.

 


 

 

56.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 맥스 브룩스 ★★★★☆

 

좀비가 실제로 존재하지만 각국 정부가 그걸 은폐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좀비에 대한 연구 자료, 다양한 상황에서의 공격법/방어법/피난법, 사용해야 할 무기와 전략, 세계 각국의 좀비 발생 사례들을 정리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너무 재미있다! 세세한 설정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지막지하게 자극해.

좀비 아포칼립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후회 없을 책.

 

 


 

57. 돈 까밀로의 사계 / 조반니노 과레스키 ★★★★★

 

이번 권에는 유난히 눈물이 핑 돌게 하는 에피소드가 많았고, 대부분 인간의 선한 마음이 근본이 되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특히 공산당 vs 기독교민주당 당원들의 로미오와 줄리엣 러브스토리는 벌써 세 번째 등장하지만 항상 재미있음.

 

 

마실 것 좀 주시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소!”

돈 까밀로는 식탁 위에 있던 물병을 마지못해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 말고!”

빼뽀네는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진짜 마실 거 말이오!”

돈 까밀로는 자리에서 억지로 일어나, 찬장을 뒤지며 투덜거렸다.

이해할 수가 없어! 연기된 건 빌어먹을 공산당 아들의 시험인데, 어째서 내가 값비싼 포도주 한 병을 손해봐야 하는 거지?”

 


 

 

58.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 김도윤 ★★★★☆

 

알아보기 쉽고 명확한 그림과, 작가 특유의 개그를 쉴새없이 섞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전개되는 전개가 일품이야.

 

공룡에 대한 지식은 5살 이후로 거의 까먹어버린 나도 공룡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 내가 알고 있던 깃털 달린 티라노도 이미 한물간 가설이라는 것, 생각도 못해봤던 공룡의 성생활에 대한 연구, 박물관에 전시하는 공룡 복원화 같은 건 어떻게 제작되는지 등등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작가분이 진짜 대단한 능력자야)

 

다만 이전 권인 곤충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상관없는 컷에 뜬금없이 '그리고 싶다'는 이유로 얼굴마담처럼 여자를 그려 넣는다거나, 인간 남녀 캐릭터가 더치페이스가 안 되는 것은 아쉬운 점.

 

 

 

59. 돈 까밀로와 뽀 강 사람들 / 조반니노 과레스키 ★★★★★

 

이번 편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좀 많아. 또 돈 까밀로와 뻬뽀네의 어리숙함이 부각되기도 해. 개인적으로는 뻬뽀네가 삐까번쩍한 양로원을 새로 짓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복지시설에 데려가려고 하는데, 일이 도통 생각대로 되질 않는 <양로원 사람들> 에피소드가 제일 좋았어. 작가의 인간관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

 

이게 2차세계대전 직후부터 냉전 시대 동안 쓰인 시리즈란 걸 생각해 보면 더 뭉클해져. 전쟁으로 피폐해진 데다 이념갈등으로 지쳐 가던 사람들한테 이 유쾌하고 따뜻한 글이 얼마나 위로가 됐을까.

 

 


60. 마땅한 살인 / 안세화 ★★★★☆

 

그녀를 죽이려던 범죄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해 버린 주인공. 정당방위라기엔 과잉방어에 가까운 상황에서,

주인공은 경찰 남편의 도움을 받아 시체를 연쇄살인의 피해자로 꾸며 유기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연쇄살인범이 그녀에게 연락을 해오는데...

 

 

완전 재밌다! 실로 오랜만에 정신없이 읽었어.

흔한 소재를 매력적으로 살려내며 군더더기 없는 스피디한 전개로 단숨에 몰아친다.

 

 


 

61.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 조예은 ★★★★☆

 

경기도 모처에 위치한 놀이공원 뉴서울파크’. 무더운 여름날을 즐겁게 보내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 부모와 아이는 손을 맞잡고, 연인들은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으며, 인형 탈을 쓴 직원은 신나게 춤을 춘다. 그러나 수수께끼의 젤리장수는 이 모두가 품은 마음속 심연을 꿰뚫어 보고 젤리를 건넨다.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제목만 봐도 호기심이 확 생기는 책. 실제로도 재미있다! 키치하고 세련된 미스터리 호러.

문체도 유려해서 읽기만 해도 젤리의 단내와 끈끈한 느낌이 몸에 막 엄습할 지경.

여러 사람들의 시점이 돌아가며 나오는 연작소설이라 읽기도 편해.

 

 


 

62. 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

 

일상 속에 때로는 섬뜩함, 때로는 뭉클함을 더한 단편집. 문체가 정말 좋다. 잘 읽히면서도 풍부한 묘사.

 

초대

채원은 어렸을 적 억지로 회를 먹은 이후 17년째 목에 걸린 가시에 시달리고 있다. 남자친구 정현을 아끼던 마음에 균열이 생기면서 목구멍의 통증은 더해졌다. 정현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자존감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애쓰는 사람은 자신뿐이었던 것이다. 그 사이 채원 앞에 나타난 흐릿한 인상의 여자 태주가 정현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한 채원은 마치 태주의 초대를 받은 듯 그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습지의 사랑

물귀신 은 인적 드문 하천에서 지루한 날들을 이어 가다 맞은편의 소나무 숲을 거니는 을 만난다. 물은 평소처럼 상대방을 놀라게 해 쫓아내려 했지만 숲은 반갑게 인사하며 웃음 짓는다. 그 이후 물의 마음은 숲으로 가득 차고, 둘은 종종 만나면서 가까워진다. 고즈넉했던 만남이 심각한 얼굴의 숲 출입자들 때문에 깨지자, 물은 오래전 막 귀신이 될 무렵에 느꼈던 원망과 분노에 다시금 휩싸이고...

 

칵테일, 러브, 좀비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셨던 주연의 아빠는 좀비가 된 채로 집에 돌아왔다. TV 뉴스에 나왔던 좀비 바이러스 1차 감염자들은 모두 사살되었다. 엄마와 주연은 정부가 조치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만이라도 아빠를 데리고 있기로 하지만, 이미 인간의 이성을 잃은 아빠는 엄마를 제 먹이로 삼으려 든다. 주연은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었던 아빠를 완전히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한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아버지가 어머니를 과도로 죽였다. 나는 그 과도를 받아 들고 아버지를 죽였다. 뒤이어 자살을 하면서 나는 한 가지 후회를 했다. 조금만 상황이 달랐다면 어머니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때 누군가가 말했다. “시간을 되돌려 줄까? 기회는 딱 세 번뿐이야.”

 

마지막의 타임리프 단편이 정말 걸작이야.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65. 항구 마을 식당 / 오쿠다 히데오 ★★☆☆☆

 

'반드시 배를 타고 갈 것!'이라는 조건으로, 작가가 편집부 직원들과 함께 여러 항구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요리를 먹어보는 식도락 기행문.

 

부산도 나와. 그런데 일본의 다른 항구 도시들을 묘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부산을 묘사하는 게 참 쎄함. <나오미와 가나코>에서 중국인과 중일 관계의 역사관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생각해 보면 아주 찝찝한 작가.

 

이제 이 작가의 책은 안 보기로 했다.

 


 

 

64. 미남당 사건수첩 / 정재한 ★★★☆☆

 

기가 막힌 점괘와 잘생긴 외모, 화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연남동의 명물 박수무당 남한준. 사실 그는 프로파일러 출신의 가짜 점쟁이다. 흥신소를 운영하는 수철과 천재 해커 혜준이 찾아낸 의뢰인에 대한 단서를 프로파일링해 상대의 과거 현재 미래를 탈탈 털어버리는 것이 그의 수법. 그렇게 부유층을 상대로 복채를 강탈하며 승승장구하던 미남당 3인방은 단골 고객의 의뢰를 해결하던 중 불에 탄 여성의 변사체를 발견하게 되고, 이후 일련의 기묘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되는데…….

 

알고 보니 카카오페이지 모바일소설 수상작이었어! 웹소설은 읽지 않았는데 그런 내 편견을 대차게 깨준 소설.

 

캐릭터 구성부터 톡톡 튀는 문체, 빠른 속도감과 자연스러운 흐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전개까지 정말 재미있어. 분량도 적당해서 순식간에 후루룩 읽을 수 있음.

 

다만 다루는 소재가 상당히 무거워서(상류층의 해외 성매매 및 로비, 미성년자 강제 성매매, 음란BJ방송을 통한 사채업자들의 여성 성착취 등등) 작품의 상대적으로 가볍고 쾌활한 톤과 제대로 어우러지지 않고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점이 아쉬워.

 

특히 여성대상 성범죄에 대한 캐릭터들의 분노가 너무 피상적이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분노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플롯상 그래야 하고 그런 성격의 캐릭터이니까 분노하는 느낌. 나로서는 좀더 제대로 화를 내줬으면 해. 특히 여성 BJ 성착취에 대한 전말을 밝혀낸 직후에 여자 캐릭터가 "오빠들 이제 강간물 몰카물 롤리타물 뭐든 간에 야동 보면 죽여버린다"라고 말하고, 남자 캐릭터들이 "그래도 어떻게 야동을 끊냐"라고 투닥거리는 개그씬을 넣은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

 


 

 

63. 어머니의 나라 / 추 와이홍 ★★★☆☆

 

가모장제 모계사회라는 담대한 상상이 현실인 곳!”

 

저자 추 와이홍은 하루 15시간씩 일하는 세계 최상위 로펌의 고문 변호사였지만, 생활에 필요한 모든 수발을 해주는 전업주부 아내가 있어 안락한 가정생활을 누리는 남성 동료들과는 달리 아이도 가족도 취미생활도 인간다운 삶도 허락되지 않았다. 사표를 내던지고 세계여행에 나선 그는 중국 윈난성의 모쒀족 마을에서 난생 처음으로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6년 넘게 살고 있다.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저자의 아버지는 사업차 들르는 항구도시마다 애인을 두었다. 아버지와 달리 절대로 바람을 피우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어머니와 이 모든 상황을 견디며 살아온 저자는 남성에게만 성의 자유가 허용되는 무늬만 일부일처제인 세상,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하는 남성중심사회에서 페미니스트의 본능을 키워왔다.

 

모쒀족은 자유롭게 성관계를 하며 결혼, 이혼, 아버지라는 개념이 없다. 모쒀족 여성들은 성년이 되면 화려한 의식을 치르고 혼자만의 방 꽃방을 쓰게 된다. 마을 축제와 공동노동, 식사와 담소, 온천욕 중에 구애의 눈빛과 대화가 오고가고 여성의 마음을 얻은 남성은 밤중에 그녀의 방문을 두드린다. 이렇게 자유롭게 성생활을 누리다가 임신하면, 아이는 오로지 어머니의 자식으로 인정받으며 혈통은 모계로만 이어진다. 여자가 낳은 자식만 그 가족의 일원이 된다. 가모장인 할머니, 할머니의 딸과 아들, 딸이 낳은 손주들로 이루어진(아들과 여자친구 사이에 생긴 아이들은 그 여자친구의 가계에 속하므로) 모계 대가족이 모쒀족 가정의 기본 단위이다.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에 나왔던 나가의 (순화된) 현실판.

 

하지만 "가모장제"라고 해서 <이갈리아의 딸들>같은 정반대의 사회를 상상하면 안 돼. 모쒀족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존재하는 가난한 소수민족이고, 그런 극단적인 문화도 아니야. 오히려 여자와 남자가 평등하게 대우받는 이상적인 사회에 가깝기에 미러링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어. 게다가 국경이 희미해지고, 여행객들이 어디든 다니며, 인터넷으로 집 안에서 전 세계와 연결되는 글로벌 시대에 그들의 정체성이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 서술하는 후반부는 참 씁쓸해.

하지만 몇천 년 동안 전세계가 가부장제에 지배받는 가운데 꿋꿋이 가모장제를 지켜왔다는 점은 정말 놀랍고, 또 그들의 사회적 시스템이 얼마나 훌륭하고 선진적인지 보여주는 증거야. 엉성한 시스템이었다면 금방 무너졌을 테니까. 무엇보다도 모쒀족이 실현하는 가모장제는 가부장제의 반대인 여존남비가 아니라 오히려 여남을 동등하게 존중하는 성평등 사회라는 점이 인상 깊었어.

아들을 낳기 위해 여러 명의 딸을 낙태하는 게 빈번했던 시기에 태어난 딸로써,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가문의 대를 이을 후계자가 태어났다고 온 가족이 기뻐하는 곳이 존재해 왔다는 게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중국사회의 남성중심성을 요약하는 오래된 성어가 하나 있다. 바로, ‘종난칭뉘重男輕女

이 사자성어는 한자 그대로 남자를 중시하고 여자를 경시한다는 뜻이다. (...)

이 말을 빌려와 약간만 바꾼다면 모쒀 사회 속 여아와 남아의 지위를 가장 잘 드러낼 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종뉘부칭난重女不輕男이다문자 그대로 여아를 중시하지만 남아를 경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모쒀인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고 남성은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국인들과 달리 모쒀인들은 더 평등한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모계 혈통을 이을 존재로서 여자아이들을 아끼지만,

동시에 남자아이들을 더 낮고 하찮게 취급하지 않는다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과 같이 양지 바른 곳에 자신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

 

 

첫째, 모쒀 남성은 모쒀 여성과 같이 영원히 독신으로

결혼이 없는 사회에서 살기에 남편이 될 수도 없다.

둘째, 모쒀 남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의미의 아버지가 될 수 없다

모쒀 사회에는 아버지도 없기 때문이다.

 

 

 

 

66. 괴물 나무꾼 / 쿠라이 마유스케 ★★☆☆☆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연쇄살인범이 되는 사이코패스 니노미야는 어느날 자신을 도끼로 죽이려 드는 괴한을 만난 후 자기 머리에 뇌칩이 심겨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 괴한이 최근 벌어지는 뇌도둑 연쇄살인의 용의자라는 것과, 자기 머릿속의 뇌칩이 예전 일어난 극악무도한 어린아이 연쇄납치살인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여러모로 얼개가 허술하고, 살을 더 붙였다면 좋았을 소설. 전개가 너무 빠르고 지나치게 핵심만 추려놓아 오히려 엉성하게 느껴져. 사이코패스에 대한 성찰도 그다지 깊지 못해.

 

 

 

 

67. 녹슨 도르래 / 와카타케 나나미 ★★★☆☆

 

낮에는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과 휴일에는 2층의 '백곰 탐정사'에서 (하청)탐정일을 하는 하무라 아키라는 전에 없던 생활고로 고생 중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에야말로 편한 건수라며 일이 들어온다. 의뢰 내용은 일흔네 살 할머니의 뒷조사를 해달라는 것. 그 의뢰는 분명 손쉬운 의뢰였을 테지만, 미행을 하던 중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위를 올려다본 순간, 그 할머니가 하무라 아키라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데... 할머니 두 명의 싸움에 휘말려 함께 병원까지 갔다왔는데 이번에는 그 다친 할머니의 가족사에 얽혀든다. 그저 평범하게 불행한 할머니에 불과한 줄 알았는데 그 가족의 뿌리를 파고들어가 보니 불륜이 나오고, 마약이 나오고...

 

작년에 읽었던 <조용한 무더위>에 나오는 40대 아주머니 탐정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장편으로!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이 훨씬 재미있었지만, 장편도 끝으로 갈수록 점점 흥미진진해지는데다 

모든 미스터리가 다 풀렸나 싶을 때 아직 남아 있는 게 또 등장하고, 또 등장하는 바람에 후반부는 아주 몰입해서 읽었어.

 

다만 초반부가 다소 지루하고, 이 책에 나오는 일본 이름이 유독 익숙지가 않아서 처음에는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가 힘들었어.

 

 

 

68. 악마의 증명 / 도진기 ★★★★★

 

판사 출신 작가가 쓴 스릴러/미스터리 단편집.

이야기가 아주 깔끔해! 쓸데없는 여성혐오도 없고, 작위적인 사이다도 없이 딱 알맞은 완급조절을 보여준다.

 

전개가 매끄럽고 뒷맛이 찝찝하지 않으며, 공직에서 일하며 수많은 인간구상을 보아온 판사답게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 인물의 입체적인 면모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사람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사건사고를 놀랍도록 잘 살려냈어. 좋은 글을 쓰려면 사람을 많이 관찰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수작.

 

아래는 수록된 글 중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들.

 

1. 악마의 증명

강도질을 하려다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여 버린 한 남자는, '한번 판결이 내려진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재판을 하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이용해 무죄로 빠져나갈 계획을 세운다.

 

3. 선택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전직 검사 허정연은 한 노인에게 교통사고로 사망한 딸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30개월이 된 딸을 뒷좌석에 태운 채, 빗속을 달리면서 자기 손목을 메스로 그어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이 괴이한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경찰은 자살이라고 말하지만 허정연은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을 받는다.

 

5. 구석의 노인

촉망받는 젊은 변호사는 스토커에게 남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옆에 있던 식칼로 그 남자를 찔러 죽인, 누가 보아도 정당방위인 음식점 주인의 재판을 맡아 그녀의 무죄판결을 위해 열렬한 변호를 펼친다. 하지만 공판을 보러 온 동네 할머니는 자꾸만 측은한 눈길을 던지거나 혀를 차는 등 신경 쓰이는 행동을 계속하는데... 작가의 인간 통찰력이 정말 깊다고 탄복하게 된, 제인 마플이 겹쳐지는 단편.

 

6. 시간의 뫼비우스

기차를 타고 가던 한 여자는 이 터널이 지나면 자기는 사라질 거라고 말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끝없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인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자의 타임리프물.

 

7. 킬러퀸의 킬러

회부 기자를 남편으로 둔 헤어스타일리스트 주인공은 어느 날 남편이 살해당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평소 성실하고 과묵하고 숫기 없어 집에서도 일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던 남편이 왜 이런 사건에 휘말린 걸까? 그 진상을 파헤치던 그녀는 남편의 죽음이 홍콩에서 온 피터 최라는 수상한 남자와 관련되어 있다는 걸 알아내는데, 그 남자의 애인이 뜻밖에도 그녀 샵의 단골이었다!

8. 죽음이 갈라놓을 때

완전한 밀실에서, 손에 칼을 든 한 남자가 제 친구 및 그 애인의 시체와 함께 발견된다. 경찰은 당연히 그를 살인범으로 지목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정작 그 때의 상황을 물어보면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반복한다. 모든 것은 그의 성격 나쁜 친구가 어느 날 나이트에서 미모의 여인과 조우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오컬트적 면모도 다소 섞여 있고, 한국 특유의 으스스한 무속공포물 분위기가 작중 내내 깔려 있다. 그렇다고 촌스럽거나 통속적이지 않고 아주 술술 읽힌다.

 

 

 

 

69. 아무튼, 스릴러 / 이다혜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아서 놀란 책.

내 독서취향이 스릴러에 과하게 치중해 있기에 관심이 가서 읽었는데, 나는 좋았어. 이렇게 장르 자체의 역사와 변천을 설명해 주는 책 좋아.

 

개인적인 소득이라면, '정통추리''스릴러'를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 중 하나가 섹스라는 것!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래. 정통추리 문학에서는 섹스가 거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불륜이나 사생아 정도로 두루뭉술하고 고상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가지만, 스릴러에서는 섹스를 전혀 감추지 않아. 자극적인 범죄수법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독자들의 흥미를 잡아두기 위한 요소로 쓰이기도 하고, 불쾌하게 포르노적으로 서술되기도 하는 등 굉장히 다방면으로 쓰여.

 

사실 나도 이 두 개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아주 좋은 답이 되어주었음.

 

최근 들어 상승세인 '여성 작가가 쓴 여성 주인공 스릴러'를 분석한 장도 흥미로워. 예전과는 반대로 남성 작가들이 여성 필명으로 소설을 낼 만큼 여성 스릴러 작가들의 세계적인 약진이 돋보여.

 

형사나 탐정,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비현실적인 악당이나 거대한 조직을 상대하던 기존 남성 작가들의 구도와 달리

여성 작가들은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공포(가정폭력, 가스라이팅, 스토킹, 강간의 위협, 불법촬영, 디지털성범죄 등)를 메인으로 다루며, 많은 경우 빌런은 남편이나 남자친구야.

그리고 이들을 죽이거나 이들에게 복수하고도 무사히 빠져나가는 류의 이야기도 늘어나고 있어. 이 책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살인 정당방위를 인정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현실도 크게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추정해.

 

그리고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로써, 잔혹범죄와 여성혐오 범죄가 일상인 시대에서 범죄물을 읽고 소비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현실과 거리를 두어야 하고 동시에 어떻게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도 들어 있어.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

 

 

 

고정관념을 뒤엎는 반전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심취한 나머지 

약자와 소수자를 범인으로 손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반전의 윤리라고 해야 할까

미국 어느 남자 대학 교수가 쓴 책에서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교수가 처음 본 젊은 여성에게 몸매가 좋다는 칭찬을 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사람들이 남성우월주의자나 할 법한 성희롱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짜잔~! 그 교수는 남자가 아닌 여자였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교수라고 하면 바로 남자를 떠올린다는 고정관념이 

이 이야기의 포인트라며, 으레 몸매에 대한 말을 남자만 할 거라는 선입견을 버리라는데 

어쩌라고가 되고 만다.

 

 

여성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일이 장르소설 안에서 너무 흔하니

현실에서도 원래그럴 수밖에 없다는 듯 무비판적으로 믿어버리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장르 안에서 쾌락을 주는 설정이 현실의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을까.

 

 

현실이 잔인하다고 잔인한 설정을 한껏 이용하는 창작물을 즐기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현실의 문제를 픽션의 연장으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픽션픽션 같은은 전혀 다른 말이다

픽션을 픽션으로 즐기려면 현실의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70. 지금은 부재중입니다 지구를 떠났거든요 / 심창섭 ★☆☆☆☆

 

우주호텔에서 묵는다는 가정 하에 짤막짤막하게 쓴 에세이형 소설.

 

우주 공간에서의 소소한 일상(탄산 없는 콜라와 맥주, 물 없는 목욕, 헤어 스타일링 방법, 무중력에 의한 부종 등등...)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딱 그것뿐인 책.

 

 

 

 

71. 리얼 라이즈 / T. M. 로건 ★★☆☆☆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주인공은 아내가 친구의 남편 벤과 호텔에서 격한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맞닥뜨린다. 아들의 눈을 생각한 주인공은 끼어들지 않고 주차장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무슨 일이냐고 음성 메시지를 남기지만, 주차장으로 내려온 아내는 그를 보지 못하고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타난 벤은 주인공과 시비가 붙고, 몸싸움 끝에 벤이 콘크리트에 머리를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진다. 의식을 잃은 듯 아무런 반응이 없는 벤을 살피던 주인공은 119를 부르려 하지만,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려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곁에서 지켜보던 아들이 놀라 천식발작을 일으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벤을 그대로 남겨두고 호흡기를 찾으러 집으로 돌아간다. 아들을 안정시킨 후 주인공은 다시 호텔로 돌아가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벤은 물론이고 그의 차도, 피의 흔적도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까지도…….

 

 

중반부 분량을 더 짧게 쳐냈으면 좋았을 소설. 전개가 상당히 산만해서 한 번에 쭉 읽는 게 힘들었다.

 

 

 

72. 변호측 증인 / 고이즈미 기미코 ★★★☆☆

 

재벌가의 방탕한 외아들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스트립 댄서 미미 로이. 그녀는 언젠가 시댁 식구들이 마음을 열어주리라 기대하며 신혼생활을 이어가지만, 그 신혼 생활은 시아버지가 살해된 날 끝나고 만다. 그날 밤, 남편이 결혼을 반대했던 시아버지에게 폭언을 내뱉은 정황이 있다. 그래서 남편이 용의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위증을 하지만, 그로 인해 그녀는 구치소에 들어가게 되는데! 과연 그날 밤의 진실은 무엇일까?

 

처음과 마지막이 맞물리는 연출이 기가 막힌 수미쌍관.

다양한 인간군상을 잘 나타낸 수작.

 

 

 

 

73. 이노센트 와이프 / 에이미 로이드 ★★☆☆☆

 

영국에서 교사로 일하는 서맨사는 미국 감옥에 갇힌 잘생긴 사형수 데니스 댄슨에게 '당신이 무죄라고 믿어요'라는 편지를 보낸다. 뜻밖에도, 데니스는 그가 받은 수많은 편지 중에서 그녀에게만 답장을 해준다. 답신을 받은 서맨사는 미국으로 날아가 데니스 댄슨의 결백을 밝히는 시민단체와 함께 운동을 시작하고, 끝내는 데니스와 결혼하게 된다. 좋은 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어 데니스 댄슨은 무죄를 인정받아 사면되기까지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은 과연 살인자일까, 아닐까?

 

작품 내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 것에 비해 클라이막스가 지나치게 심심했다.

 

 

 

 

74.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

 

설정은 참신하나, 스토리가 평이해.

지나치게 평화롭고 심심한 이야기만 있어서 모처럼 설정을 잘 꾸며놓고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어. 소설이 아니라 설정집을 읽는 느낌.

 

 

 

 

75. 유년기의 끝 / 아서 C. 클라크 ★★☆☆☆

 

어느 날, 인간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외계지성이 지구에 찾아와 아주 평화로운 방식으로 인간들에게 유토피아를 선사한다. 모두가 안전하고, 범죄도 없고,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며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유토피아적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고자 자유를 갈망하며, 외계지성의 정체와 그들이 지구를 이렇게 지배하는 이유를 찾고 싶다는 근본적 호기심을 품는다. 그들은 대체 왜 지구에 온 것일까?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굉장히 색다른 아포칼립스를 보여주는 소설. 이렇게 평온하고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아포칼립스는 처음이다.

재미는 없음.

 

 

 

 

76.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

 

한국 문단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의 손에서 탄생한 SF 단편집.

 

너무 좋았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동시에 놀랍도록 참신한 설정에,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며 눈물을 자아내는 인간애가 담뿍 묻어나는 소설. 단편집의 그 어떤 소설도 거를 타선이 없다.

<류드밀라의 행성>은 읽으면서 울었어.

 

 

 

내용의 대부분은 그렇게까지 시간을 들여가며 알아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평범한 관찰 기록이었다

그러나 그중 잊히지 않는 한 문장만큼은 지금도 떠오른다.

이렇게 쓰여 있구나.”

할머니는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셔도 소용은.”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77.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 조세핀 테이 ★★★☆☆

 

어느 날, 한 달간 행방불명되었다 나타난 한 소녀는 '프랜차이즈 저택'에 살고 있는 두 모녀가 자신을 감금한 후 하녀가 되라고 폭행했다고 진술한다.

프랜차이즈 저택의 두 여자는 그 소녀를 본 적도 없다고 말하지만, 소녀는 여자들의 자동차, 프랜차이즈 저택의 구조, 내부 장식물, 심지어는 집주인의 캐리어까지 정확하게 묘사한다.

과연 거짓말을 하는 쪽은 누구일까?

정말로 일어났던, 1800년대의 소설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시체도 없고, 성범죄도 없으며, 가문의 오래된 비밀이나 사생아도 없다.

선정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확고한 목적이 있는 알기 쉬운 플롯 덕분에 이야기를 힘있게 이끌어나간다.

 

옛날 특유의 고전미가 물씬 풍겨서 재미있었어. 로맨스도 귀엽고!

 

 

 

78. 팝콘 먹는 페미니즘 / 윤정선 ★★☆☆☆

 

여성 주연 영화들을 페미니즘적으로 평론한 책.

도그빌, 미씽, 블루 재스민, 안토니아스 라인, 에일리언 등 꽤 다양한 영화가 나오지만 평론이 내가 원했던 것만큼 깊지 않다. 수박 겉핥듯 얇고 넓은 느낌.

 

 

여성들의 두려움과 고통을 고질적인 습관으로 치환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이 생활 속에서 깊이 공감하지 못하고 체감하지 못하는 두려움

여성들의 고통을 끊임없이 소리 높여 말하는 것뿐이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산드라가 동료들을 설득하는 방법 또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고 자신의 욕구를 말하는 자기표현이 아니었나

산드라가 처음부터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여성이 아니었다는 점을그래서 나는 주목하고 싶다.

 

 

 

 

79. 돈 까밀로의 양떼들 / 조반니노 과레스키 ★★★★★

 

공산당이 정치 선거를 준비하는 등 이번 편은 정치 에피소드가 좀 많다

항상 그렇듯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정다운 시선을 통해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선사해.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예수님.”

아니,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너의 죄로 인해 생겨난

많은 불행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생각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다

네 몸과 마음이 온전히 주님을 따르게 될 때, 그때서야 너는 용서받으리라.”

돈 까밀로는 무척 슬펐다. 예수님 말씀이 옳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이 인도하는 어린 양들도 아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끝내 뉘우치지는 않았다.

 

 

 

 

80. 돈 까밀로의 작은 세상 / 조반니노 과레스키 ★★★★★

 

소소한 에피소드가 두루두루 다 모여 있지만, 비극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고 유쾌하고 발랄하고 뭉클해

특히 돈 까밀로와 뻬뽀네의 고운 정 미운 정 다 든 몇십년의 우정이 부각되는 에피소드가 많아.

 

돈 까밀로가 추수감사절에 가난한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닭을 한 마리씩 주고 싶어서 몰래 사냥을 나가는 <닭 대신 꿩>, 가장 진솔한 방법으로 위기를 뭉클한 감동으로 바꿔놓는 <선생님을 추억하며>, 뻬뽀네가 늦은 나이에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검정고시를 보는 <검정고시생 뻬뽀네> 이 세 에피소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뻬뽀네 진짜 연설가의 재능이 있다ㅋㅋㅋ 왜 읍장선거에서 연승하는지 완벽하게 이해가능

 


 

이 소설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바싸이다하지만 이 연작을 읽다 보면

마치 우리네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이 땀흘려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에 대한 애착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그것은 시간을 초월하여 생생히 살아있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이 

모든 이들에게 와 닿는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문)

 

 

돈 까밀로가 스스로 옳지 못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쁜 일을 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과레스키 철학이 표현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서문)

 

 

죄송합니다, 예수님. 저도 제가 저지른 잘못 때문에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돈 까밀로, 또 거짓말을 하는구나

지금 네 마음은 내일 서른 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쁨을 베풀어 줄 생각에 행복으로 가득하지 않으냐.”

돈 까밀로는 제단에서 물러나 의자에 앉았다.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지고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일어나거라.”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너의 죄를 사하노라.”

 

 

 

81. 돈 까밀로 힘내세요 / 조반니노 과레스키 ★★★★☆

 

이번 편에는 노동자 vs 자본가의 구도로 이루어진 이야기가 꽤 많아. 옛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답답하지만 우직하고 명예와 소신을 꺾느니 차라리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 '아이고 이 사람아,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나' 하면서 답답해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밖에 없는, 그 시절만의 향수 어린 정감과 애통함이 들어 있어.

다만 1940~60년대에 쓰여진 이야기라서 가정폭력이 지나치게 가볍게 표현되고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묘사가 있는 건 감안해야 해

 


 

돈 까밀로가 답장을 보냈다. 딱 한 줄짜리로, 정확하게 할 말만 적은 편지였다.

이런 젠장, 행복하게 잘 살게

 

 

 

 

82. 돈 까밀로와 지옥의 천사들 / 조반니노 과레스키 ★★☆☆☆

 

이번 편은 돈 까밀로의 맹랑한 조카, 빼뽀네의 날라리 막내아들, 새로 부임한 젊은 신부 돈 키키가 벌이는 사건사고 위주.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1940년대의 부모 세대와, 이념싸움에 진력이 난 1960년대 자식 세대의 갈등이 팽배했던 시기에 쓰여진 이야기라서

이 책에서도 까밀로/빼뽀네 vs 조카/아들의 갈등이 전면적으로 부각돼.

개인적으로는 까밀로 조카인 캣이 참 매력 없었던지라, 나한테는 돈 까밀로 시리즈 중 가장 재미없었던 권.

 

 

 

 

83. 돈 까밀로 러시아 가다 / 조반니노 과레스키 ★★★☆☆

 

빼뽀네를 반강제로 협박해 공산주의자인 척 공산당 엘리트들의 러시아 유학에 동행하는 까밀로. 그는 그곳에서 온갖 어그로를 끌어 함께 온 엘리트들을 하나하나씩 공산당에 등을 돌리게 만들 음모를 품고 있는데... 과연 그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될까?

 

 

돈 까밀로 시리즈를 장식하는 대단원. 이전의 9권과 달리 이번 권은 모든 이야기가 이어지는 장편.

전사한 동생의 무덤을 찾는 이야기나, 공산당의 눈을 피해 병든 노부인이 고해성사를 하게 해 주는 등, 초중반의 뭉클한 인간애가 다시 느껴지는 이야기가 중간중간 들어 있어 반갑다.

 

 

뼈가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날이었다

안개가 강에서 피어오르며 이제 막을 내리는 이 이야기에까지 베일을 드리웠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미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84. 브레이크 다운 / B. A. 패리스 ★★★☆☆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밤. 위험하다는 남편의 경고를 무시하고 숲속으로 난 지름길로 차를 몰던 캐시는 멈춰 서 있는 차 안의 여자와 마주친다. 이상한 징후를 느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에 그대로 지나쳐 가고, 집에 도착한 다음에는 신고하는 것도 잊어버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 숲길에서 한 여자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캐시는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인다. 게다가 그 사건 이후 말 없는 전화가 매일같이 걸려오기 시작한다. 그때 자신을 목격한 살인마가 계속 전화를 걸어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공포감에 시달리던 캐시는 자꾸만 실수를 하기 시작한다. 했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주문해 놓고 잊어버리거나, 계약서에 사인을 해 놓고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점점 빈번해진다. 그녀의 어머니는 조발성 치매를 앓았는데, 그녀도 그 운명을 맞이한 것일까? 결국 그녀는 진실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는데...

 

<비하인드 도어>의 작가.

중반부가 상당히 늘어지고 지지부진한데, 그것만 견디면 후반부에서 다시 속도가 붙는다.

플롯은 전부 예상 가능한 무난한 플롯.

 

 

 

 

85.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 크리스티나 달처 ★★★☆☆​

 

손목에 찬 전기감전 팔찌를 통해 모든 여성이 하루에 100단어만 말할 수 있도록 통제된 세상. 글도 읽을 수 없고, 필기구도 살 수 없으며, 여권이 말소되어 외국으로 도망칠 수도 없다. 바깥에서 수화로 대화를 나누면 즉시 경찰에게 체포당한다.

 

원래부터 미국이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민을 고분고분한 양처럼 길들이고 싶어 하는 대통령과, 모든 사람이 성경 교리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 목사가 권력을 장악한 후 세상은 바뀌어 버렸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신경학과 언어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진 매클렐런 박사는 어느 날 정부로부터 예전 그녀가 연구하던 실어증 치료제를 완성해 달라는 반강제적인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실험 내용을 읽어보던 진은 정부가 이 치료제로 정반대의 효과를 내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한때 믿고 의지했던 남편마저 정부 정책에 동조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여자들은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파격적인 설정에 비해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며, 남자들이 좋은 쪽과 나쁜 쪽으로 지나치게 뚜렷하게 구분되어 작위적이다. 스토리 진행도 좀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이다. 초중반부에 비해 후반부에서 뒷심이 부족한 소설.

 

 


 

열여덟 살에 결혼하는 건 아니야, 얘야.”

스티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살짝 입꼬리를 올렸을 뿐

스티븐의 눈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결코, 미소가 아니었다.

엄마, 엄마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요. 결정은 아빠가 하는 거니까요.”

어쩌면 독일에서는 나치와, 보스니아에서는 세르비아인과, 르완다에서는 후투족과 이런 일들이 일어났겠지

나는 종종 아이들이 어떻게 괴물로 변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살인이 옳고 억압이 정당하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지

세상이 어떻게 겨우 한 세대 만에 그 축을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쉽다니. 나는 생각했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로렌조가 말했다. 하지만 내 잘못이 맞다

다만 내 잘못은 목요일에 모건의 계약서에 서명했을 때 시작된 게 아니다

20년 전에 시작되었다내가 처음으로 투표하지 않았을 때부터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시위에 참여하거나 포스터를 만들거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 수 없다고 

재키에게 수없이 말했었던 그때부터였다.

 

 


 

 

86. 퀴르발 남작의 성 / 최제훈 ★★★☆☆

 

프랑켄슈타인의 변주, 사설 형식으로 쓴 마녀 이야기, 아이들이 실종된다는 미스터리한 퀴르발 남작의 성 등 다양한 단편집.

 

글의 시점이나 형식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좀 정신없는 소설. 그 정신없음이 막바지에서 절정에 달한다.

난 깔끔하고 읽기 편한 글을 좋아해서 내 취향은 아니야.

 

 

 

87.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

 

창문 넘어 달아난 100세 노인의 후속작. 주인공이 드디어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100세 노인이 냉전 시대 이야기였다면, 101세 노인은 우리가 막 지나왔던 2015~18년의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재탕으로 느껴져서 더 이상 참신하지도 신선하지도 않다.

 

 

 

 

88. 냉면 / 안전가옥 앤솔로지 ★★★☆☆

 

요즘 안전가옥 앤솔로지가 많이 보인다. 단편을 좋아하는 나로선 고마울 따름.

 

 

[A, B, C, A, A, A] - 김유리

39살 이혼녀에, 천 만원가량의 마이너스 통장 빚이 있고, 160대 키에 90kg의 몸무게를 지닌 주인공은 글쓰기 강의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강의에서 키도 크고 잘생기고 몸매도 좋은 13살 연하의 남자 A를 만난다. 강의가 끝나던 날 A는 그녀에게 대뜸 사귀자고 하고,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연애는 2년이나 지속된다. 하지만 주인공은 대체 A가 왜 그녀와 사귀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는데... 이 남자, 정말 정체가 뭘까?

 

[혼종의 중화냉면] - 범유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호주의 작은 마을, 카드웰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인 ''는 사사건건 인종차별적인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시비를 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어릴 적 추억의 음식 중화냉면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며 주인공은 의붓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데...

 

[남극낭만담] - dcdc

남극 대륙에 한국 최초로 건설된 장보고기지에 다큐멘터리 촬영 취재차 머물고 있던 주인공. 그러던 어느 날, 룸메이트 세연의 제안으로 남극 탐사에 동행하게 된 주인공은 갑작스런 김박사의 급발진으로 크레바스에 떨어져 조난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기괴한 문양으로 가득한 빙저미궁 속에서 눈을 뜨게 되는데... 그런데 뭐라고, 이게 다 냉면 때문이라고?

 

[목련면옥] - 전건우

악몽 같은 IMF로 아버지의 회사는 망하고 주인공의 가족은 빚쟁이들을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 살 곳을 구하기 위해 일용직을 전전하던 주인공은 숙식을 제공해준다는 냉면가게 목련면옥을 찾는다. 이 전국적인 불경기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은 대단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게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굳게 잠긴 별채, 사라지는 종업원들, 밤마다 방 근처에서 기어다니는 여자... 대체 가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이렇게 우리 입맛을 사로잡았다] - 곽재식

취준생인 에게 어느날 대학교 선배가 갑자기 취업을 알선해 온다. '이름은 그럴듯해 보이고, 일도 제대로 하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반드시 망해야 하는 회사를 차려야 해! 공무원들과 그렇게 합의했거든!' 그렇게 그들은 냉면 AI 컨설팅 회사를 차린다. 하지만 실패하려고 할수록 어째 사업은 점점 성공가도를 달리고 마는데...

 

 


첫 번째 이야기 "A, B, C, A, A, A"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 처음에는 답답하고, 우울하고, 속이 꽉 막히지만 이야기가 점점 진행될수록 그래도 살아보면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구나 하는 희망에 가슴이 찡해져.

 

"혼종의 중화냉면"은 이 나라 사람도 아니고 저 나라 사람도 아닌 경계에 걸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잘 풀어나갔어. 중국에서 사람들이 넘어오기 전 원래 대만에 살고 있던 사람들, 일본의 아이누족, 라이따이한 등 각 나라의 '밀려난 원주민' 및 혼혈들의 비애를 잘 드러낸 작품.

 

"남극낭만담"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스토리가 두서가 없어. 자료조사를 정말 열심히 한 게 느껴지는데, 차라리 전문적인 이야기를 대부분 덜어냈으면 훨씬 깔끔해졌을 것 같음.

 

"목련면옥"은 마지막의 반전이 좋았어.

 

"하와이안 파인애플 냉면"은 영화 <극한직업>이 생각나는 스토리야. 현실적인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어떻게든 가게를 이어가 보려는 사람들의 마음에 결국은 보답을 해주는 뭉클한 이야기.

 

 

 

그럼에도 중화냉면은 원래.

중화요리에도 속하지 못하고 냉면에도 속하지 못한 채 떠도는 운명을 지녔다

여름 특집으로 냉면을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중화냉면은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심지어 모리오카 냉면에도 밀려 저 아래 그 외 퓨전냉면들한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퓨전은 메인이 될 수 없고말고요. 그렇게 이죽거리는 것만 같아서, 그 기사가 참 싫었더란다.

 

 

세계 끝에서의 엽서에 적을 것이다. 중화냉면을 기억하고 있나요, 라고.

아무것도 없는 흰 바다 위에 띄워 보낸다면 언젠가 누구에게든 도달하리라.

 

 

 

 

89. 굿 라이어 / 니컬러스 설 ★★☆☆☆

 

노신사 로이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부유한 노부인 베티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하지만 로이는 평생 리플리처럼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온 사기꾼. 사별했다는 아내도, 호주에서 사업을 한다는 아들 이야기도 모두 거짓말이다. 그는 베티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다. 베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자신의 아름다운 시골집으로 초대하고, 로이는 그곳에 눌러앉아 동거 관계가 된다. 로이는 그곳에서 자신의 옛 동료 빈센트와 함께 마지막으로 베티의 재산을 빼앗을 사기를 계획하는데...

 

 

로이의 시점으로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 소설.

 

흥미진진한 초반부와 후반부에 비해 로이의 과거를 줄줄이 나열하는 중반부가 너무 길고 지루하다

후반부를 위한 빌드업이긴 하지만 더 간략하게 줄였으면 스피디한 전개가 됐을 것.

 

성범죄 묘사가 있으니 주의.

 

 

 

 

 

 

90. 젤다 / 젤다 피츠제럴드 ★★★☆☆

 

작년에 읽은 책인데 한번 더 읽었어.

다시 읽으니까 이야기의 의미나, 묘사에 담긴 뜻이 훨씬 더 눈에 잘 들어와.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재즈 시대의 자화상을 가장 세련되고 가장 냉소적으로 완성한 작가였다

그는 사후 미국 현대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

그의 생이 짧았고 그 끝이 비극적이었기에 미국인에게 그는 더욱 애틋한 존재다

그 옆에서 젤다는 스콧의 문재(文才)에 영감을 더한 뮤즈였다는 것이 

그나마 그녀에게 떨어진 가장 우호적인 평가였고, 그마저도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오랫동안 미국 대중에게 그녀는 낭비벽과 정신병으로 남편을 경제적 궁핍과 

재능 소진과 알코올 중독으로 몰아넣은 악처로 알려졌다

정말 젤다는 세간의 평대로 남편의 커리어를 질투하고 방해한 악처였을까? (...)


젤다에게 남편을 망친 여자라는 딱지가 붙은 데는, 친구 스콧을 강박적으로 조롱하는 동시에

스콧의 문학적 쇠퇴는 모두 그의 아내 탓이라며 젤다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헤밍웨이의 이 컸다.

설사 젤다가 사치하고 방탕했더라도 그 파티는 그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스콧과 함께 한 것이었다

헤밍웨이를 비롯해 유난히 여성에게 야박한 사람들, 나쁜 상황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데 재빠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거나 일부러 외면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허영이라며 매도당한 정체성 추구와 대결의식이라는 누명을 쓴 극기 정신이었다. (...)


당시 젤다의 의사들은 그녀의 지나친 야심이 초래한 심신의 탈진에 주목했을 뿐 

남편의 바람기와 알코올 중독이 그녀에게 미친 정신적 부담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정신분열증 진단 때문에 젤다는 오랫동안 인슐린 충격 요법과 전기 충격 요법 같은 극단적 정신병 치료를 받아야 했다

원래 그렇지 않던 사람에게도 조현증상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치료법이었다

거기다 의사들은 그녀에게 순종적인 아내와 엄마의 위치를 재교육한다는 명목으로 

그녀에게 발레와 글쓰기를 금했고, 강제된 무기력은 그녀를 미쳐버릴 만큼괴롭혔다. (서문)

 

 

 

그리고 게이도 여전히 살아 있다. 모든 정처 없는 영혼들 속에.

상류층의 풍속대로 계절을 따라 순례에 나서고, 퀴퀴한 대성당들에서 구릿빛 몸과 여름 해변의 사라진 마법을 찾고

안정과 성공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의 가능성은 믿지 않는 사람들 속에

리츠를 지금의 리츠답게 만들고, 대양 횡단 여행을 

이브닝드레스와 다이아몬드 팔찌의 비공식적 업무로 만드는 모두의 마음속에.

 

 

그녀는 자신의 원기 왕성한 웃음이 낯설어졌고, 자신의 자유 분방한 남부 매너가 새삼스러워졌다

그녀는 남들에게 이방인이었고, 그걸 깨달으며 자신에게도 이방인이 되었다

그녀는 한번도 부잣집 '규수'였던 적이 없었기에, 한번도 상류층의 자기방어적 격식과 내숭을 배우지 못했다

그녀는 그들의 플란넬처럼 하얀 오후에 붙어 있는 한 조각의 외로운 부속물이었다.

 

 

둘은 함께 웃었고, 그녀는 그때 분명히 느꼈다

삶에 흥미를 잃는 두려움이 두 사람의 호탕하고 낭랑한 웃음에 쫓겨 

낡은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허둥지둥 퇴각하는 것을.

 

 

 

 

 

 

 

끝! 여기까지 읽은 톨들 정말 수고했어!

혹시 문제될 소지가 있을 시 덧글로 말해주면 최대한 수정할게.

그럼 12월에 봐!


  • tory_1 2020.06.15 00:05
    정성글엔 닥추야...! 요즘 안 그래도 책 읽고 싶었는데 참고할게 고마워 톨아
  • W 2020.06.15 01:12

    고마워 톨아~ 재미있게 읽으면 좋겠다!

  • tory_2 2020.06.15 00:36

    보고 싶은 책 진짜 많다. 정성글 써줘서 고마워 톨아!!! 

  • W 2020.06.15 01:13

    톨도 재미있는 독서라이프 보내~!

  • tory_3 2020.06.15 00:38
    이 글 읽으니까 책 읽고싶어졌어!! 들어본 책도 있고 처음 보는 제목도 있는데 토리가 별 다섯 개 준 건 꼭 읽어볼래~~! 고마워
  • W 2020.06.15 01:09

    내 주관적인 별점이라 톨이랑 안 맞을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재미있게 읽으면 좋겠어~ㅎㅎㅎ

  • tory_4 2020.06.15 00:38

    우와!! 토리 진짜 다독인이다!!! 대단해!! 나두 어렸을 때 엄마가 돈까밀로 시리즈 보여줘서 재밌게 읽었는데 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밌어 흐름도 잘 읽히고 ㅋㅋ 나를 찾아줘도 진짜 재밌지~ 영화는 혹시 봤니?? 여자주인공 연기가 대박이야!! 안봤다면 꼭 봐봐!! 그리고 김초엽 작가님 책 유명하길래 볼까말까 했는데 토리 리뷰 보니까 읽어보고 싶어졌어!!! 꼭 봐야지 ㅎㅎㅎ 긴 글 써줘서 고마워~!!

  • W 2020.06.15 01:01

    영화 두번봤어!! 진짜 재밌지! 어떻게 그렇게 쫄깃하게 만들 수 있는지 올타임 레전드야 정말ㅋㅋㅋㅋㅋㅋ 김초엽 작가님 책 꼭 읽어봐 진짜 너무너무 좋았어ㅠㅠ 이렇게 인간적으로 따뜻한데 읽기 쉬운 SF 오랜만이야

  • tory_5 2020.06.15 00:46
    책 뭘 읽어야되는지 잘 모르는데 이 목록대로 한번 읽어봐야겠다!!! 정성글 너무 고마워 ㅠㅠ
  • W 2020.06.15 01:14

    나도 요즘 책소개만 보고 책고르는게 점점 힘들어지더라고ㅋㅋㅋ 재미있게 읽으면 좋겠다!

  • tory_6 2020.06.15 00:50
    토리 책 많이 읽었다 ㄷㄷ <그해, 여름 손님>은 나는 잘 읽히지도 않고 취향도 아니라서 조금 읽다가 말았어 ㅠㅠ 그리고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는 설득력과 뒷심 부족이 아쉬운 점이라는 데 공감해! 하지만 여자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소설이었어.
  • W 2020.06.15 01:07

    그해여름손님 진짜 안읽히더라... 두번시도해서 겨우 완독했잖아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가 현재의 미국 현실과 많이 닿아 있어서 왜 인기있었는지는 이해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남자눈치 너무 많이 본 느낌이라 더 작위적으로 느껴졌었어. 재미있게 봤으면 <시녀 이야기>도 추천할게! 이번에 속편인 <증언들>도 나왔더라구

  • tory_8 2020.06.15 01:03

    와 벌써 책 많이 읽었네 대단하다 ㄷㄷㄷ 열심히 읽은거 정성글로 정리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거 참고해서 책 읽어봐야겠어! ㅠㅠㅠ

  • W 2020.06.15 01:15

    리스트가 도움되면 좋겠다! 재미있게 읽길 바랄게~

  • tory_9 2020.06.15 01:0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0/27 16:09:20)
  • W 2020.06.15 01:1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1/24 20:46:45)
  • tory_10 2020.06.15 01:3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0 22:21:32)
  • W 2020.06.15 13:5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1/24 20:47:41)
  • tory_11 2020.06.15 01:4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담아두고 있었는데 결제하러 간다..!
  • tory_12 2020.06.15 02:30

    우와 토리 정성 가득한 좋은 추천글 고마워!! 덕분에 읽을 책 리스트가 꽉 찼다ㅎㅎ 나도 우빛속 스펙트럼의 저 글귀 정말 좋아해ㅠㅠ 눈물이 핑 돌더라ㅠㅠㅠㅠ도진기 작가는 이전에 나를아는남자 읽고 자잘한 여혐요소가 싫어서 안 봤던 기억이 있는데 토리의 강추글을 보니 궁금하다 읽어봐야겠어! 

  • W 2020.06.15 13:51

    나 외계인과 인간의 우정스토리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우빛속 그 단편은 진짜... 찡하더라고ㅠㅠ 다른 작품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최소한 <악마의 증명>에서는 거슬리는 게 거의 없었어! 

  • tory_13 2020.06.15 04:32
    정성스러운 글 고마워. 안전가옥 소설 아는 사람이 없어서 슬펐는데ㅎㅎ 안전가옥에서 나온 소설 중에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추천할게!
  • W 2020.06.15 13:54

    안전가옥에서 신인작가 발굴도 열심이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재미있고 통통튀는 책들 많이 내더라구. 추천고마워! 한번 찾아볼게~

  • tory_14 2020.06.15 04:44
    와 톨 정말 부지런하다! 톨의 독서습관이 궁금한데 주로 언제 어느 정도의 분량을 읽는지 물어봐도 될까?
  • W 2020.06.15 13:58

    난 거의 E북으로 읽는지라 출퇴근길에 대중교통 이용하거나 차 기다리는 시간에 짬짬이 휴대폰으로 읽어! 자투리시간 다 합치면 하루에 1시간 정도? 가끔 책이 재밌으면 집에와서 마저 다 읽고ㅎㅎ

    그런데 흔들리는 차 안에서 휴대폰 보면 노안 온대서 요즘은 자제하고 있어

  • tory_15 2020.06.15 05:57

    와 정말 부지런하다... 대체 저걸 언제 다 읽고 언제 다 남겼단 말이야 

  • tory_16 2020.06.15 06:30
    오아 엄청나다 독서엄청 많이하는구나ㅠㅠㅠ멋지다ㅠㅠ
  • tory_17 2020.06.15 08:26
    완전 끄덕끄덕 하면서 재밌게 읽었어. 안 읽은 책 중에 여러 권 건졌어. 너무 기대된다. 고마워.
  • tory_18 2020.06.15 08:44

    고마워 참고할게

  • tory_19 2020.06.15 09:24
    우왕 토리도 리디셀렉트 구독하나 보구나!!! 리디에서 항상 넷플릭스 볼꺼없어 증후군같은걸 느끼곤 하는데 토리의 후기가 너무 도움이 될것 같아 고마워!!!
  • W 2020.06.15 13:59

    맞아 리디셀렉트 구독해! 벌써 2년째 잘쓰고있어ㅋㅋㅋ

  • tory_20 2020.06.15 09:2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0/03 15:08:10)
  • tory_21 2020.06.15 09:36
    우와 대단하당 ㅎㅎ 너무너무 고마워!!!
  • tory_22 2020.06.15 09:53

    좋은 글 고마워

  • tory_23 2020.06.15 10:32
    우와....진짜 정성글이다ㅠㅠㅠ시험끝나면 추천해준책들 꼭 봐볼게!
  • tory_24 2020.06.15 11:0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4/03/29 18:24:26)
  • tory_25 2020.06.15 11:21
    엄청난 정성이 들어간 글이라 추천누르고 가~ 다독도 대단한데 이렇게 평까지 일일이 다 남기다니 대단해! 짝짝짝!
  • tory_26 2020.06.15 11:40

    우와아ㅏㅏㅏㅏㅏㅏㅏㅏ 엄청난 정성글 ㅠㅠㅠㅠ 톨아 정말 고마워!!!!!!!!! 스크랩했어 지우지 말아줘 흑흑

  • tory_27 2020.06.15 11:41
    진짜 몰입해서 다읽었다! 존잼 대꿀잼이야. 좋은글 고마워! 그리고 폭력적인 묘사가 있는 책에 일일이 주의를 달아준거 진짜 상냥해
  • W 2020.06.15 14:01

    나 성범죄묘사 불편해서 잘 못보는데 책읽기전에 일일이 그런 묘사 여부를 다 찾아보자니 너무 힘들더라고ㅠㅠ 그래서 나같은 사람 또 있을지 모르니까 리뷰에 항상 주의 달아놓는데 캐치해줘서 고마워!

  • tory_28 2020.06.15 11:51

    무슨 일이야 ㅋㅋ 많이 읽은 것도 많이 읽은 건데 엄청 골고루 읽는다. 만화로 보는 공룡의 역사까지 읽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어 보이는거 몇 개 있어서 꼭 읽어볼게

  • tory_29 2020.06.15 14:11

    와.. 감탄하면서 읽어내려갔어 상반기 동안 다독한 것도 대단하고 (요 몇년간 한권도 채 안 읽은 나톨ㅠㅠ) 그걸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준 것도 대단하고!! 별 다섯개짜리로 추천해준 것들 꼭꼭 읽어보도록 노력할게ㅎㅎ 감사히 스크랩해간다 진짜 톨 정성스런 글 쓰느라 고생하고 수고했다 그리고 멋있당!!

  • W 2020.06.16 00:10

    별 다섯개는 진짜 추천해! 종이책으로 사서 꽂아놓아도 전혀 아깝지 않은 책들이야ㅠㅠ

  • tory_30 2020.06.15 14:35
    끄악 빨리 종강하고 책읽고 싶다!!! 정말 고마워❤️
  • tory_31 2020.06.15 14:5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11/17 17:20:23)
  • tory_32 2020.06.15 16:06

    세상에 반년동안 읽은 책 목록이 끝이 없네...! 나는 저기서 젤리장수랑 인생 작년에 읽었었다ㅋㅋ 루거총을 든 할머니 재밌을거같아 바로 찾아봐야징!! 정성글 고마웡


  • W 2020.06.16 00:10

    루거총을 든 할머니 재밌어! 베르트 정말 희대의 화끈한 캐릭터야ㅋㅋㅋ 

  • W 2020.06.16 00:1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6/16 00:11:14)
  • tory_33 2020.06.15 17:04
    요즘 읽고싶은 책이 없어서 고민중이었는데 스크랩하고 참고할게!!! 공유해줘서 고마워
  • tory_34 2020.06.15 17:26
    정성글 고마워!! 다독톨 덕분에 나도 의욕이 생기네ㅠㅠ 사 두고 안 읽은 책부터 읽어야겠어!
  • tory_35 2020.06.15 18:42
    글 하나하나 정성이다! 안그래도 읽을만한 책 찾아보고 있었는데 열심히 참고할게~~~고마워!
  • tory_36 2020.06.15 18:45

    우와....상반기에만 이렇게 읽었다니 토리야 너무 멋있다ㅠㅠㅠㅠ 정성글 고마워!!! 여기 목록들 보고 땡기는 것들 읽어봐야겠당ㅋㅋ 고마워!!!

  • tory_37 2020.06.15 19:02
    톨아 본받고 싶어 ㅜㅜ
    정성글 고마워!!
  • tory_38 2020.06.15 19:55
    토리 진짜 다독하는구나
    정성글 고마워 참고할게!
  • tory_39 2020.06.15 19:5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9/16 07:54:06)
  • tory_40 2020.06.15 20:48
    정성글 너무 고마워!!!
  • tory_41 2020.06.15 21:10
    우와 토리야 고마워 나도 남은 2020년 열심히 책 읽을게!
  • tory_42 2020.06.16 00:08
    책 진짜 많이 읽었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내 감상이랑은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어서 흥미롭네.
    "여성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형사나 탐정이 하드보일드하게 사건을 추적하는" < 이런 책들 소개만 봐도 별로여서 그간 쭉 걸러왔는데(그래서 구미 현대 범죄소설은 잘 안 읽게 되더라고. 특히 사이코패스 범죄는 질색이야. 여자만 골라죽이는 사패라니 이 얼마나 선택적인지.) 나를 찾아줘는 언제 한번 읽어봐야겠다. 정성글 고마워~
  • tory_43 2020.06.16 01:3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10/02 01:57:50)
  • tory_44 2020.06.16 01:39
    와 이런 정성리뷰는 처음이야!! 많은 도움이 되었엉! 고마워~
  • tory_45 2020.06.16 11:16
    와 6개월동안 90권이나 읽었구나!
    혹시 토리는 책 어떤 시간에 읽어??
    대중교통에서? 아니면 따로 시간 빼서?
    나는 한달에 한 권 겨우 읽는데ㅠㅠ
  • W 2020.06.16 13:11
    보통은 대중교통에서 읽고, 식당줄이나 버스줄처럼 뭐 기다릴때 읽고, 점심시간에 밥먹으면서 읽고(코로나땜에 다 따로 먹거든), 책이 재미있어서 놓기힘들면 집에와서도 결말까지 다 읽어! 집밖에서 조금이라도 시간나면 바로 휴대폰으로 책켜서 읽는 편이야
  • tory_45 2020.06.17 18:16
    @W 우와 대단하다ㅠㅠ
    나도 남은 6월동안 한 권 읽어야겠다!!!
    책 추천 고마워!
  • tory_46 2020.06.16 11:4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8/25 18:56:49)
  • tory_47 2020.06.16 13:31

    스크랩하고 나도 같이 읽을래 고마워~~ 

  • tory_48 2020.06.16 14:22
    와 정성글 정말 고마워!!!!!!
  • tory_49 2020.06.17 01:55
    오 독서일기같은거 따로쓰는거야?
    책읽고나면 좋은데 금방 까먹게될까봐 고민중이거든..
  • W 2020.06.20 21:12

    응 한권 읽을때마다 따로 정리해놔!

  • tory_50 2020.06.17 15:20

    이번글에는 내가 읽은 책도 조금이지만 겹쳐서 괜히 혼자 기분이 좋아진다.


  • tory_51 2020.06.17 15:36

    잘 봤어~ 12월에 또 만나!

  • tory_52 2020.06.17 16:2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6/10 23:17:50)
  • tory_53 2020.06.18 20:23

    와 정말 다독 부럽다~ 근데 진짜 개취인가벼 가재랑 우리가 빛의 속도는 베스트셀러라 봤는데 진짜 나는 소소였는디 ㅋㅋㅋㅋ 

  • tory_54 2020.06.24 18:16

    우와 엄청 많이 읽었다! 

  • tory_55 2020.07.21 22:42

    정성스런 추천 고마워 취향이 겹치는 책들이 있어서 목록 싹 다 읽어보고 싶다

  • tory_56 2020.08.03 14:32
    나 올해부터 독서 시작한 톨인데 작년에 톨이가 써준 글 보고 좋은 책 많이 읽었어. 너무 고마워 이 글에 있는 책도 읽어볼게. 12월에도 또 와줘 ❤️
  • tory_57 2022.04.30 23:33

    정성글 고마워😘

  • tory_58 2022.09.24 19:39

    책 요즘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토리덕에 뭘 봐야할지 고르는게 수월해졌어 ㅎㅎㅎ 고마워!!

  • tory_59 2023.01.01 16:22

    독서 한 이후로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많이 달라진 것 같은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 지 궁금하다 ! 

  • W 2023.07.27 14:43
    나는 어릴때부터 항상 책을 읽어왔어서 변화랄 게 없어. "독서하기 전"이라는 시기가 존재하지 않음... 대답 못해서 미안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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