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본사로 이전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3일 개관기념전 ‘디시전 포레스트(Decision Forest)’로 문을 열었다. 창업자인 서성환(1924~2003) 회장과 막내 아들 서경배 현 회장의 대를 이은 컬렉션으로 개관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실장 출신인 전승창 관장은 “5,000여점에 이르는 소장품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재개관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사립 미술관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3일 개관기념전으로 문 열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유독 눈길을 모은 것은 리움의 빈자리 때문이다. 지난해 미술웹진 ‘스마트 케이’는 미술계 10대 뉴스 첫 번째로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점 휴업’을 꼽았다.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3월 홍라희 관장이 전격 퇴임하면서 리움은 1년 넘게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내 최대의 사립 미술관이자 막강한 컬렉션 파워를 자랑하던 리움이 장시간 휴업 상태에 놓이면서 미술계에는 그 자리를 채울 주자를 찾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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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서경배 회장은 2016년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알아주는 미술 애호가다. 전승창 관장이 리움 학예실장 출신이란 것도 이목을 끄는 요소다.
1993년 호림박물관에 입사한 전 관장은 2012년 아모레퍼시픽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리움의 모든 전시를 기획했다.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 관장이 밝힌 아모레퍼시픽의 소장품 수는 약 5,000점. 대부분 선대 회장이 수집한 것들로, 서경배 회장의 개인 소장품은 제외한 개수다. 전 관장은 “(서 회장은) 미술관이 뭘 수집하는지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며 “미술관의 방향과 (작품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면 외부 자문과 내부 회의를 거쳐 작품을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의 개인 소장품에 대해선 관장도 정확히 모른다는 입장이다. 전 관장은 “(서 회장이) 전시에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지만 솔직히 뭐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며 앞으로 미술관이 선보일 소장품 전에는 주로 선대 회장의 수집품이 나올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서성환 회장의 수집품은 도자기, 그림, 병풍을 비롯해 비녀, 노리개, 부채 등 옛 여성 장신구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려 수월관음도와 백자 달항아리가 있다. 미술관은 소장품이 포함된 기획전시를 1년에 4차례 가량 열 계획이다. 10월에 열릴 ‘조선 병풍전(가제)’이 그 예다. 전 관장은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미술관이니 당연히 다양한 소장품을 선보일 테지만, 소장품으로만 채운 상설전시 보다는 기획전에 소장품을 포함시켜 미술관의 색깔을 잡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하 7층, 지상 22층, 연면적 18만8,902.07㎡(약 5만7,150평)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건물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 전시장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 마련됐다. 개관전으로 기획한 ‘디시전 포레스트’에선 멕시코 태생의 캐나다 출신 작가 라파엘 로자노-헤머의 작품 29점을 모았다. 대형 인터랙티브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교감하는 것을 즐겨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70톤의 모래를 쏟아 부은 인공 해변 ‘샌드 박스’, 폐쇄회로(CC)TV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를 유희로 바꾼 ‘줌 파빌리언’ 등을 선보였다. 전 관장은 “관객이 참여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이 작가의 특징”이라며 “미술관의 중심 가치가 관람객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관전 작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대형 미술관의 탄생에 업계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미술관을 둘러본 뒤 “조명이나 전시 방식 등에서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오히려 과해진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로 외관과 내용을 모두 갖춘 미술관이 나온 건 오랜만”이라며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미술관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공사립 미술관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대기업 미술관이 오너 일가의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비쳤다. 그는 “기업은 미술에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기업도 최상의 효과를 볼 것”이라며 “젊은 작가들이 가장 목마른 것이 전시장과 작업실이다. 대기업이 유휴공간을 레지던스 등으로 제공하면 한국 미술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http://img.dmitory.com/img/201805/674/kg3/674kg3P2wgmGes4EIkeWyW.jpg
아모레퍼시픽, 3일 개관기념전으로 문 열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유독 눈길을 모은 것은 리움의 빈자리 때문이다. 지난해 미술웹진 ‘스마트 케이’는 미술계 10대 뉴스 첫 번째로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점 휴업’을 꼽았다.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3월 홍라희 관장이 전격 퇴임하면서 리움은 1년 넘게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국내 최대의 사립 미술관이자 막강한 컬렉션 파워를 자랑하던 리움이 장시간 휴업 상태에 놓이면서 미술계에는 그 자리를 채울 주자를 찾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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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서경배 회장은 2016년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알아주는 미술 애호가다. 전승창 관장이 리움 학예실장 출신이란 것도 이목을 끄는 요소다.
1993년 호림박물관에 입사한 전 관장은 2012년 아모레퍼시픽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리움의 모든 전시를 기획했다.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 관장이 밝힌 아모레퍼시픽의 소장품 수는 약 5,000점. 대부분 선대 회장이 수집한 것들로, 서경배 회장의 개인 소장품은 제외한 개수다. 전 관장은 “(서 회장은) 미술관이 뭘 수집하는지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며 “미술관의 방향과 (작품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면 외부 자문과 내부 회의를 거쳐 작품을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의 개인 소장품에 대해선 관장도 정확히 모른다는 입장이다. 전 관장은 “(서 회장이) 전시에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지만 솔직히 뭐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며 앞으로 미술관이 선보일 소장품 전에는 주로 선대 회장의 수집품이 나올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서성환 회장의 수집품은 도자기, 그림, 병풍을 비롯해 비녀, 노리개, 부채 등 옛 여성 장신구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려 수월관음도와 백자 달항아리가 있다. 미술관은 소장품이 포함된 기획전시를 1년에 4차례 가량 열 계획이다. 10월에 열릴 ‘조선 병풍전(가제)’이 그 예다. 전 관장은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미술관이니 당연히 다양한 소장품을 선보일 테지만, 소장품으로만 채운 상설전시 보다는 기획전에 소장품을 포함시켜 미술관의 색깔을 잡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하 7층, 지상 22층, 연면적 18만8,902.07㎡(약 5만7,150평)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건물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백자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 전시장은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 마련됐다. 개관전으로 기획한 ‘디시전 포레스트’에선 멕시코 태생의 캐나다 출신 작가 라파엘 로자노-헤머의 작품 29점을 모았다. 대형 인터랙티브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교감하는 것을 즐겨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70톤의 모래를 쏟아 부은 인공 해변 ‘샌드 박스’, 폐쇄회로(CC)TV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를 유희로 바꾼 ‘줌 파빌리언’ 등을 선보였다. 전 관장은 “관객이 참여할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이 작가의 특징”이라며 “미술관의 중심 가치가 관람객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관전 작가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대형 미술관의 탄생에 업계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미술관을 둘러본 뒤 “조명이나 전시 방식 등에서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오히려 과해진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로 외관과 내용을 모두 갖춘 미술관이 나온 건 오랜만”이라며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미술관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공사립 미술관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선영 미술평론가는 “대기업 미술관이 오너 일가의 상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비쳤다. 그는 “기업은 미술에 지원하되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기업도 최상의 효과를 볼 것”이라며 “젊은 작가들이 가장 목마른 것이 전시장과 작업실이다. 대기업이 유휴공간을 레지던스 등으로 제공하면 한국 미술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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