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WNoXUF9N-c
나의 속삭임이 너의 귀에 닿을 때
나의 발걸음이 너의 발에 닿을 때
나의 숨소리가 너의 뺨에 닿을 때
나의 속삭임이 너의 귀에 닿을 때
그 속삭임이 다시 내 귀에 닿을 때
그리고 다시 무언가를 속삭일 때
이윽고 이곳이 온전히 차올라
존재하는 것, 혹은 사라지는 것, 흩어지는
결합하는 것, 혹은 분열하는 것, 신비로운
우주 안의, 지구 안의, 국가 안의, 도시 안의 먼지
살아있는 것, 혹은 죽어가는 것, 돌아가는
유영하는 것, 혹은 멈춰있는 것, 알 수 없는
우주 안의, 지구 안의, 국가 안의, 도시 안의 먼지, 먼지, 먼지
생각하는 것, 소리 내는 것, 움직이는 것, 속삭이는 것
이 노래의 제목인 <속삭임의 회랑(Whispering Gallery)>이라는게 진짜 미술품이 걸려있는 갤러리는 아니잖아.
실제론 물리학적 구조로 인해서 속삭임이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건축구조를 의미하는 건데, 나한테는 이게 공감각적인 갤러리를 거니는 걸로 느껴지더라.
만약 내가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둠 속에서 평생을 살았다해도, 이 음악을 듣는 것이 나에게 갤러리로서의 이미지, 심상을 주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
존재하는 것과 사라지는 것, 흩어지고 또 결합하는 것, 분열하는 것, 살아있는 것, 죽어가는 것, 돌아가는 것, 유영하는 것, 멈춰있는 것, 생각하는 것, 소리내는 것, 움직이는 것, 속삭이는 것...
이 모든 관념이 신비롭게 전시되어 있는 공간 한복판에 들어와있는 게 아닌가 싶고, 또 한편으로 그 공간은 먼지처럼 한없이 좁으면서도 우주처럼 광활한...내가 영원히 닿지 못할 공간처럼 느껴졌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내가 존재하지 못할 관념상의 갤러리에서 모든 것을 감상하고 온 이상한 기분이라 순간 숨이 막힐만큼 벅차오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