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속 이부영은 영등포교도소 보안계장 안유(최광일 분)로부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범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분)을 통해 세상에 진실을 폭로한다. 실제 역사는 어땠을까? 

이 전 의원은 대부분 사실과 일치한다고 했다. 다만 다소 소극적으로 협력했던 영화 속 캐릭터와 달리 실제 안 계장은 세 명의 고문 경찰이 더 존재한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곧장 이 전 의원에게 달려와 "형, 이거 나라 망하겠어"라며 보고 들은 사실을 그대로 전해주었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이 전 의원 역시 "당신과 나는 면담을 한 일이 없다"며 면담일지를 찢어버리도록 지시하고 곧바로 쪽지를 통해 세상에 진실을 폭로했다.

당시 쪽지를 전달한 교도관 역시 한 명이 아닌 두 명이었다. 바로 한재동 교도관과 전병용 교도관이었다. (영화에서는 두 명의 이름을 합친 한병용으로 등장한다) 서울구치소 시절부터 이 전 의원과 알고 지낸 안 계장은 자신이 보고 들은 사실을 들려주었고, 이에 이 전 의원이 한씨에게서 펜과 종이를 얻어다 쪽지를 작성, 다시 전씨를 통해 김정남에게 전달했던 것이다. 

쪽지를 전달하고 바로 이틀 뒤, 전씨 역시 경찰에 체포됐다. 이 전 의원은 "만약 쪽지를 소지한 채로 전씨가 경찰에 체포됐다면 박종철 사건의 진상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라며 아슬아슬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 동기들의 엇갈린 운명

이 전 의원은 또 "영화에서조차 말하지 못한 내막들이 존재한다"며 본격적으로 <1987>에 얽힌 비화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먼저 그는 영화에도 등장하는 최환 공안부장(하정우 분)과 김정남(설경구 분)과의 기묘하게 얽힌 인연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로 이 전 의원과 그 두 명은 서울대 정치학과 61학번 동기였다는 것. 

최 부장에 대해 얘기할 때 이 전 의원의 표정은 다소 씁쓸해보였다. 최 부장 역시 시국사범들을 대거 잡아넣은 공안검사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의원에게 영장을 청구한 것도 친구였던 최 부장이었다. 이 전 의원은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시위로 별을 달았는데 그 친구는 별을 달아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은 최 부장의 공로에 대해서는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그가 아니었더라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은 영원히 묻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그 친구 역시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검사의 직분에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그 한 번의 공로가 역사에 기여한 바가 컸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죄수들에게 약 사 먹여"



이 전 의원은 특히 안유 계장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 전 의원이 회고하는 안 계장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시국사범들에게 자신의 사비를 털어 약을 사 먹이는 사람이었다. 투옥 중인 이 전 의원에게 박종철 사건의 진상을 비롯해 각종 시국사건에 대한 소식을 전해준 것도 모두 안 계장이었다. 이 전 의원은 "안유는 나를 형으로 불렀다"며 그와의 끈끈한 인연을 고백했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시국사건으로 수감된 학생들이 밤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옥사 문을 발로 걷어차는 등 시위를 했는데 안 계장이 이 전 의원을 찾아가 "학생들 좀 달래달라"며 호소했다는 것. 차마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학생들을 달래러 갔던 이 전 의원은 학생들로부터 '변절자'라는 욕을 먹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때 학생들을 달래는 조건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금서로 지정된 사회과학서적들을 반입해주는 것이었다. 서슬 퍼런 공안 정국에서 당국이 금서로 지정한 책을 교도소로 반입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이 전 의원은 금서 반입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안유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후략)


원문 http://v.media.daum.net/v/20180122200259422?f=m




1987 안유 계장이 실제 피해자도 있고 논란 많은데 또 이부영 전 의원의 회상에는 저런 면도 있고..

참 복잡하고 어려운 게 사람이네. 최환 검사도 그렇고 안유 계장도 그렇고...


영화사도 1987 당사자와 유족들 통해 고증하느라 다른 피해자의 얘기까지 못 들은 것 같고.
  • tory_1 2018.01.23 01:23
    진짜 복잡하고 어려운게 사람이야.. 최환 검사 안계장 이분들의 경력들을 보면 절대 과거 정권에서 옳은 일만 했던 사람은 아닐 거라는게 보이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 시점에서는 이건 도저히 아니다싶었는지 한번 다른 선택을 했고 그게 역사를 바꿨다는게 ..
  • tory_2 2018.01.23 01:27
    복잡하고 어려운게 사람이라는 말 정말 동의.. 이건 다른 말이지만 나도 누군가한테는 천사인 반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쁜사람일수 있는거니까. 내가 의도했든 안했든.. 각기 다른 시점과 상황에서 내린 선택과 결정이 역사에 영향을 끼쳤다는게 새삼 다시금 흥미롭다.
  • tory_3 2018.01.23 02:2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2/06 00:51:13)
  • tory_4 2018.01.23 02:57
    유시민이 썰전에서 한 말이 있는데..내가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저 분들이 한 작은 일로 인해 혁명이 일어난 건 부정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 한 게 기억이 나
    우상호 의원은 본인이 당해서 그런지 저런 분들 미화에 부정적이었지만 유시민은 약간 중립적으로 말했나 하여튼
    저 분들의 역할도 필요했다..라는 식으로 말했거든
  • tory_5 2018.01.23 04:3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0/19 00:55:29)
  • tory_6 2018.01.23 05:2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8 02:43:22)
  • tory_7 2018.01.23 08:04
    레알 병주고 약주고였네 오져따
  • tory_8 2018.01.23 09:48
    빛과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하니까 모두..
  • tory_9 2018.01.23 15:32

    이 사람 처음에 안유가 훈장 받았으면 소리해서 피해자들이 비판한 사람이잖아 그러고도 또 옹호하는 소리했냐 정말 대단하다...
    고문 피해자들 모르쇠하고 공만 남겨서 상까지 주자는 게 인정할 건 인정하는 태도인지??? 그건 왜곡이지 최 검사에 대한 태도도 인정할 건 인정하는 수준 이상이고 왜 가해자한테 더 감정이입하는 느낌이지? 솔까 피해자들한텐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는 소리도 폭력일 거임 교도소에 갇혀있던 학생들이 변절자라고 욕한 이유가 뭐겠냐 당신 말고 학생들한텐 가혹행위해서 그랬을지 모를 일이지
    그리고 안유도 자기가 자꾸 부각되어봐야 결국 자기 한 짓만 더 드러날 거는 최소한 아는 기색이던데 주변인이 더 나서서 안유 행동에 의미부여 엄청 하네ㅋㅋㅋ 영화조차 어느 한 사람이 큰 역할한 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일이 그렇게 돌아간 것처럼 묘사했는데(그조차 교도관들 너무 부각시켰다는 의견이 있지만) 왜 저 사람 없었으면 항쟁이 없었을 것처럼 자꾸 얘기하는지 모를 안유의 과에 대해선 영화는 다큐가 아니다고 스리슬쩍 넘어가려하면서 안유의 공에 대해선 또 현실이랑 연결지어서 과하게 의미부여하고 있고
    제작진은 계속 모르쇠 하고만 있는데 이름있는 관련자들이 자기들이랑 당대에 고생하고도 소외당하고 있는 피해자들보다 가해자 옹호하고 제작진 옹호하고 참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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