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실 난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는데

영화제 때 보려고 했어서 관심은 가지고 있었거든.

최근 개봉해서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길래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

방금 접한 B급 며느리의 주인공, 그러니까 B급 며느리... 당사자와 감독인 남편의 인터뷰 기사를 같이 보고 싶어서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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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uffingtonpost.kr/2018/01/11/story_n_18977296.html

인터뷰 전문 링크는 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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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김진영씨는 어떤 사람일까. 김진영씨는 대학에 입학한 이듬해인 2002년 사법고시 1차에 합격한다. 사법고시 2차를 준비하던 중에 선호빈 감독을 만나 연애했다. 2008년 사법고시를 그만뒀다. 학원 강사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려던 그녀에게 사건이 발생했다.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엄마한테 두들겨맞으며” 결혼했다. 2012년 5월 예쁜 남자아이 해준이가 태어났다. 육아를 하고 요리를 하는 그녀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집안을 활보하는 흥 많은 여성이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들을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 페달을 밟는 모습은 명랑생활만화 주인공 같다. 손뜨개 인형을 잘 만들고,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고양이랑 노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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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막상 명절에 시댁에 안 가면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가.


김진영 전혀 불편하지 않다. 생각 안 하면 편하다. 나는 원래 그런 걸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선호빈 말은 이렇게 하는데, 생각보다 맘 편하게 있지는 않더라.


김진영 남편이 잘못 알고 있다. 안 가서 불편한 게 아니라 내가 안 간 뒤 남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남편이 혼자 갔다가 스트레스 받으니까 집에 와서 그걸 표현한다. 괜히 고양이들을 구박한다거나. 그러면 알게 된다. ‘아 저 인간, 나한테 화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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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김진영씨가 폭발하는 장면이 있다. “1년 동안 집 안에서 애기 보면서 오빠랑 싸우고 시어머니랑 싸우면서 그렇게 쭈그러지면, 나는 더는 못 참아. 이 결혼생활에 뛰어들기 전에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너무나 억울하고 지금 내 모습이 너무너무 비참해.” 폭발한 계기가 뭔가.


김진영 갈등이 매번 같은 양식으로 반복된다. 김치통을 매개로, 만두를 매개로, 아이 옷을 매개로…. 그날은 서로 오가지 않던 중에 우리 집에서 시아버님 생신상을 차려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리고, 시부모님이 서울로 오시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죄송한 동시에 나는 갑작스러운 상으로 매우 슬펐다. 남편이 상황을 말씀하는 전화 너머로 ‘그럼 해준이 선물은 어떡해?’라는 말씀이 들렸다. 나를 걱정하고 할아버지를 애도하는 말은 없었다. 임계점을 넘어선 것 같았다. 항상 시부모님을 만나려고 하면 같은 패턴으로 갈등이 반복되는데, 무슨 개미지옥에 빠진 것 같았다.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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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씨는 영화에서 고부 갈등의 핵심을 찌른다. “이게 나와 시어머니와의 일 같지만, 결국은 그 집에서 손발 멀쩡히 움직이는 사람이 넷인데 나랑 어머니 둘이서 ‘니가 했네, 내가 했네’ 싸우고 있다는 게 정말 이상한 일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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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보니까 극중의 B급 며느리, 시어머니가 무슨 B급이냐고 F급 며느리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그 김진영 씨가 너무나 나나 내 주위의 친구들이랑 똑같은 거야. 아니 오히려 더 굉장히 똑똑하고 밝고 건강한 사람이더라.


그런데 그런 사람이 '평범한' 가부장제의 '평범한' 며느리가 됨으로써 이런 갈등이 피어나는 거지. 제일 마지막 부분에- 손발 멀쩡이 움직이는 사람이 넷인데 며느리와 시어머니 둘이서 싸우고 있는 게 정말 이상한 일이라는 얘기가 정말 와닿더라고.


난 늘 평범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던 게- 늘 보면 회사에서 야심있고 능력있는 악녀는 착한 주인공 몰래 주인공 남편을 자기에게 빠지게 해서 불륜을 하다가 이혼시키고 결혼을 하잖아? 그럼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기존의 착하기만 하고 집안도 별로고 스펙도 별로인 주인공 며느리를 구박하고 불륜 상대인 악녀를 응원하다가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이제 갑을 역전되었다는 듯이 괴롭히기 시작하는 거지. 아침밥, 명절상, 어른 생일상 이런 미션들을 주면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고 하다가 결국은 이전에 고분고분했던 자기 며느리를 떠올리면서 아 내가 잘못했구나! 후회하는 이런 건데- 악녀가 나쁜 사람이고 주인공이 착한 사람인줄 난 알겠지만 늘 이런 게 화가 나더라고? 아~니 똑같이 출퇴근해서 일하는데 며느리는 결혼하는 순간 재벌집 밥 차리는 파트타임을 무급으로 하게 되는 거잖아. 게다가 맛없다고 타박하고 뭐가 어쨌다고 구박하고- 난 지금도 기억나는 게 그 악녀 며느리가 시어머니 모임 상을 차려야 하는데 사온 음식을 자기가 만든 음식으로 속여서 대접하다가 들켜서 시어머니한테 혼나면서 얼굴에 스파게티를 뒤집어 쓰던 모습이... 악녀가 당해서 후련해야 할 장면인데 난 너무나 당황스럽고 불합리하게 여겨졌어. 물론 코믹스러운 드라마였지만.


얘기가 좀 새어나갔는데; 어쨌든 이렇게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흔한 고부갈등에서 과연 그렇다면 다른 식구들은 어디서 뭘 했나? 여기서 이 감독은 속에서 자기가 고생하고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고 한숨 푹푹 쉬고 혼자 본가 갔다와서는 부인이 좋아하는 고양이를 구박하거나 하면서 화를 내는 사람이 이제 2년이나 그걸 찍었다니까... 자기는 파인더의 초점에서 벗어나서 난 그거 자체도 너무나 화가 나더라고.


김진영씨를 굉장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속이 터질까봐 걱정이야... 난 속이 좁아서 EBS에서 하는 다문화 가정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 다루는 방송 보면 고혈압으로 쓰러질 것 같은 사람이거든.


흙흙. 어쨌든 B급 며느리 어떤 영화인지 궁금했던 토리 있으면 이 인터뷰 기사 한번 읽어보면 느낌이 올 것 같아! 영화 보고 오게되면 토리정원이나 별방에서 공유해주면 고맙겠어!(찡긋)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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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 2018.01.28 19:0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12/18 19:13:16)
  • tory_2 2018.01.28 19:14
    아들 똘똘하다ㅋㅋㅋㅋㅋㅋ
  • tory_3 2018.01.28 20:03
    감독은 과연 이해를 했을까? 손발멀쩡한 사람이 넷인데 둘이 투닥거리는 걸
  • tory_4 2018.01.28 20:0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2/10 15:05:09)
  • tory_5 2018.01.28 21:03
    이 영화의 결말은 모르겠지만, 이번 주에 나온 엠사 방송 인터뷰에서의 남편은 그래도 깨달은거같더라고. 그게 다냐 할지 몰라도, 처음에 적었듯이 영화의 결말은 몰라도 남편인 감독이 마냥 아직도 모른체하는 그런거에서 벗어났다는걸 말하고 싶었음. 이걸 더 계속 지속되고 더 깨닫고 행동하길. 그나저나 여자분 진짜 똘똘ㅋ하신거같더라. 말하는거나 행동들이.
  • W 2018.01.28 22:03
    아 안그래도 방송 나왔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는데...! 다행이다!!! 김진영씨 영화 안 보고 부분적인 요소만 주워먹고 있는 나에게도 너무 매력적이야 큽... ㅠ 배우신 분! 우리 언니하고 싶다 ㅋㅋㅋ
  • tory_7 2018.01.29 14:57
    저게다큐영화이긴하지만 감독분도 영화를찍고있긴하니까 연기아닌연기처럼 더 바보같은아들남편처럼 했다고들음...
  • tory_8 2018.01.31 13:36
    응 나도 영화제에서 그런 피드백받았어! 페이크다큐라고 할순없지만 어쨌든 연출이있었던 거비
  • tory_9 2018.02.01 01:02
    고부 갈등의 핵심을 찌른다.
    “이게 나와 시어머니와의 일 같지만, 결국은 그 집에서 손발 멀쩡히 움직이는 사람이 넷인데 나랑 어머니 둘이서 ‘니가 했네, 내가 했네’ 싸우고 있다는 게 정말 이상한 일이거든.”

    넘나 충격적 ㅋㅋㅋㅋ 이렇게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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