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해 부국제 갔지만 사실 짜임새 있게 계획 세우지 않고 무조건 미드나잇 + 표가 남은 영화 이렇게 봤었거든

이번엔 미드나잇은 스케줄상 빼고 여유롭게 남는 표들 중에서 보고 싶은 것들 봤었는데

전엔 표가 남는 것들은 사실 재미 없는 게 많은 편이었는데, 이번엔 거의 평타 이상은 쳐서 좋았어

평은 본 순서대로 남길게


1. 은하보습반 ★

대략 부진아였던 아들을 사회적으로 실패한 기술자 아버지의 희생과 노력으로 훌륭하게 키워낸 부성애와 진정한 교육에 대한 영화였는데 코믹하고 따뜻하고 + 신파가 있어서 한국 영화랑 비슷한 면이 좀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거 같아 

중국뽕에 가득찬 영화라고 불호도 많던데 우리나라도 국뽕 가득한 영화는 많으니까, 난 국적 떠나서 그냥 영화적 재미로만 봤을 땐 무난하게 재밌었음

야외극장에서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랑 밖에서 보기에 좋았던 영화였음

작년에 야외극장에서 본 <원 네이션>은 진짜 너무 지루해서 야외용으로 꽝이었거든.. 여태 본 야외극장 영화 중 최악이었을 정도..

요건 엄마랑 보러 가서 더 좋았던 거 같아.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였으니까.

그리고 선생은 좀 짜증 났지만 새아빠가 너무 감초고 귀여웠음 ㅋㅋ

또 아빠-애기, 아빠-중학생, 아빠-성인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데 개인적으론 아빠-중학생일 때 둘의 케미 너무 좋았어

엄마도 처음 부국제 와서 앞줄에서 세로로 자막 읽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내용이 어렵지 않으니까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하시더라 ㅎㅎ

갑분 <죽은 시인의 사회> 교훈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스카이캐슬>도 그랬잖아여...^.T?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감안하고도 재밌었음


2. 나의 하늘은 핑크빛 ★★★★

이것도 야외극장에서 상영했던 거 같은데 난 소향시어터에서 봤음.

야외극장에서 부모님이랑 봤어도 되게 좋았을 영화였어 아마 울면서 보지 않았을까 싶은..

엄마 아빠의 유전자 중에 면역에 약한 희귀병 유전자가 있는데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딸을 고군분투하며 지켜내려는 가족의 실화였는데, 줄거리만 보면 신파일 것 같지만 굉장히 유쾌하게 잘 풀어낸 영화였어 딸의 나래이션이 처음부터 자기는 죽었지만 유령은 아니라며 스포하며 시작되는, 아마 책이 원작이라 그런 것 같긴 한데 짜임새 있고 재미++++ 감동++++++이 함께 있는 영화여서 나중에 따로 개봉하면 좋겠더라. 아니면 VOD라도 나오면 가족이랑 같이 꼭 봤으면 좋겠어. 불치병이고 신파 가족 실화 중에 이렇게 유쾌하게 잘 풀어낸 영화는 잘 없었던 거 같아서.


3. 더 킹 : 헨리 5세 ★★

네.. 맞습니다.. 티모시 보러 갔었어요^^

티모시는 정말 정말 정말 잘생겼다고 한다...!

그런 의미로다가 내가 찍은 한 장 투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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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영화적 재미는 별로 없었음. 다소 싱겁고 밋밋하고...

그러나 티모시 화보집이라 생각하면 그건 나름대로 성공한^^

약간 방황하는 탕아의 제대로 된 왕으로서의 성공하는 과정을 그려내는데 클리셰 같은 에피소드들 때문인지 인소 같기도 하고..

분위기나 영상미 자체는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그랬는데 스토리 진행이 하여튼 그랬음

그리고 탕아일 때 곱슬 단발이었던 티모시 분위기가 정말 최고였음... ㅠㅠ 퇴폐미+섹시 그 자체!

그런데 왕 되고 머리 너무 싹둑 잘라서 조금 아쉬웠던.. 그래도 좋았어 티모시 연기 잘하더라 이런 약간 허세 들어간 연기 잘하고 잘 어울림


4. 갱 ★★★

그리고 문제작 <갱> ㅋㅋㅋㅋㅋㅋㅋ 시간이 남아서 영화 보고 싶은데 보고 싶은 건 전부 매진이고 ㅠㅠ 안 매진은 내가 안 땡겨하는 작품들이고, 땡겼던 건 남포동에 있는데 거기까지 가긴 무리라 달리 선택권이 없어 에라 모르겠다 모험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예매한 <갱> ㅋㅋㅋ 소개글부터 아.. 이거 진짜 모 아니면 돈데 이런 생각 했었거든..


소개글 中 - 다음과 같은 관객에게 <갱>을 추천한다. 고등학교를 무림 세계에 비유했던 한국 대중영화의 괴작 <화산고>가 과소평가 받았다고 생각하는 관객, 곽경택의 <친구>와 류승완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좋아하는 관객, 김성수의 <태양은 없다>의 정우성과 이정재가 연기한 커플이 매력적이었다고 느끼는 관객, 데이비드 핀처의 <파이트 클럽>을 한국식 코미디 영화로 각색해보면 어떨까 상상해 본 관객. 불량 학생들이 모인 학교가 있는데, 이곳은 사실 배움의 터전인 학교가 아니라 그저 엉터리 파이트 클럽이다. <갱>은 세련된 액션과 날렵한 코미디와 기발한 캐릭터로 한국 기성 장르 영화들에 한 방 먹인다. (정한석)


난 <화산고>를 좋아하지도 않고.. <파이트 클럽>을 굳이 한국식 코미디로 보고 싶지는 않은데...

근데 결론적으로 보길 잘했단 생각^.^!

초반에는 살짝 병맛 뻔뻔함으로 진행되는데 좀 더 병맛이었으면 내 취향이었을 텐데 많이 엇나가지는 않는, 선을 과하게 넘지는 않는 바른 병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도 일단 하나 하나 소개되는 캐릭터들이 마치 그 캐릭터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 캐릭터에 얼굴+연기가 찰떡인 거야!! 그리고 하나같이 다 잘생기고 매력적으로 다 다르게 생겨서 와.. 이게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면 대박 쳤을 것 같단 느낌. 진짜 그냥 배우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GV 왜 아니었나 너무 아쉬웠음.. ㅋㅋㅋ

아무튼 이런 종류의 영화라면 되게 거칠고 피가 난자하고 완전 잔인하고 그 맛에 보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잔인한 거 못 보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액션 영화일 정도로 액션은 좋은데 타격감이 있을 때 소리가 잔인하지 않아서 액션이 전혀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았어. 액션의 순한맛?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 <다크나이트>처럼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걸 상상하게 만들고 직접적으로 잔인한 걸 안 보여주는 방식처럼, 이것도 분명 남자 애들이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막 잔인하다! 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연출 방식이 굉장히 독특했어. 물론 막판에 보스몹이랑 싸울 땐 타격감이 세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잔인함을 위한 영화로 소비되지 않아서 되게 좋았던 거 같아. 반면 잔인한 거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다소 심심한 액션이 될 수도 있는 단점은 있을 듯.

그럼에도 어쨌건 영화가 시종일관 오버스럽지 않게 유쾌하고 캐릭터에 찰떡인 배우들의 연기와 얼굴을 감상하는 것으로 너무 즐거웠음. 아, 그리고 일렉 사운드가 많이 쓰였는데 BGM도 되게 적재적소에 멋지게 보이게 잘 썼더라 ㅋㅋ


5. 변사 ★★★★★

부국제에서 제일 재밌게 봤던 변사!! 사실 이거 말고 다른 것들도 보고 싶은 게 많아서 한번 취소할 위기도 있었지만, 취소 안 하길 백 번 천 번 잘했음 ㅠㅠ 첨엔 일본 영환줄 모르고 그냥 평 좋단 얘기만 듣고 예매했는데, 시작할 때서야 일본 영환 거 알고 아.. 요즘 시류에 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었는데, 진짜 너무 내 취향이고 잘 만들어서.. 이건 진짜 엄지 척 들 수밖에 없었음 ㅠㅠ

무성 영화 시대에 배우들의 대사를 읊어주거나 영화를 해석해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변사'라고 하는데 어릴 때 몰래 극장을 드나들며 변사를 흉내내던 꼬맹이가 커서 변사가 되려 하는데 야쿠자한테 잘못 걸려서 가짜 변사 흉내내며 돌아다니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서 진짜 변사가 되는 내용이야.

이 영화 전개 방식이 무척 재미있는데 가이 리치 감독의 <스내치>나 <록 스탁 앤 투 스모킨 배럴즈> 전개 방식 좋아한다면 이 영화 반드시 좋아하게 될 듯..! 내가 그랬거든. 막 여러 인물들의 서사가 갈라져서 뻗어나가다가 예상치 못한 느 한 지점에서 결국 모여가지고 그 시너지가 폭발하며 다소 우스꽝스럽게 해피엔딩이 되는? 그런 전개 방식인데 그 방식이 개연성도 무척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아서 나는 진짜 속으로 혼자 너무 좋아서 오열했다.. ㅠㅠ 블루레이 나올 일은 없겠지만 영화 보면서 소장하고 싶다고 계속 생각했었어.

그리고 여주도 그 시대에서 보기 드물게 진취적인 역할이어서 더 좋았어. 남주가 어리버리짓 하면 뒷일 생각 안 하고 당당하게 나서서 해결하는데 멋지더라. 둘의 로맨스가 있긴 하지만 로맨스가 중심은 아니고 오히려 우정 캐미를 보여주는 정도랄까?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대등하게 각자 방식으로 사랑하는...

남주 연기도 너무 좋았고 남주 여주 꼬맹이, 어른일 때 모두 얼굴 훌륭해서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특히 꼬맹이-어른 싱크로율도 훌륭했고 주변 인물들 캐릭터도 다 병맛이고 웃겨서 시종일관 유쾌하고 재미있고 살짜쿵 감동도 있었던...! 진짜 제발 개봉해서 열 번이고 더 보고 싶은 영화였음. 짜임새 구성 시나리오 연기 개그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영화!


아이고.. 가볍게 소개하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버렸네^^;

진짜 이번에 본 영화들 다 좋았어서 내년 부국제도 무척 기대될 정도였어!

내년에도 꼭 가야지. 부국제 안 가본 토리들 있다면 시간 내서라도 가보길 추천할게..ㅠㅠ!

내가 본 영화들 다 영화관이든 VOD든 나와서 토리들도 같이 보게 되면 너무 좋겠다 >.<

그리고 내가 못 본 영화들도 평 좋은 게 너무 많았어서 꼭 개봉하길.. 바랍니다.. ㅠㅠ

  • tory_1 2019.10.13 20:20
    변사 나도 좋았어ㅋㅋ

    그리고 여기없고 국내수입 안된?작품중에서는 '쏠레'가 너무 좋았음ㅠ
  • tory_2 2019.10.13 20:32
    헐 중간에 티모시 사진에서 다까먹음ㅋㅋㅋㅋㅋㅋㅋㅋ
    토리 금손 + 가까이서 봤구나..
    나의하늘은핑크빛 궁금했는데 영화 괜찮나보네
    글 재밌게 읽었어!
  • tory_3 2019.10.13 20:48

    나의 하늘은 핑크빛 처음에는 작위적으로 쿨한 척 하는 영화일까 걱정했는데 유쾌하고 따뜻해서 좋았어. 프리앙카 초프라한테 엄마 역이 어울릴까 했는데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엄마 역 잘 해냈고. 불치병 걸리는 딸로 나온 배우 당갈 여주 아역이자 이제 개봉하는 시크릿 슈퍼스타 주인공인데, 나의 하늘은 핑크빛 찍고 은퇴한다고 해서 아쉬워. 아직 어리니까 은퇴 번복할 수도 있겠지만. 


    변사는 더 보고 싶은 영화들이랑 시간이 겹쳐서 포기했는데, 찐토리 얘기 들으니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 같다. 온갖 역경을 거쳐서 결국 해피엔딩에 이르고, 여자 캐릭터가 일에서나 사랑에서나 주체적인 거. 나중에 볼 기회 생겼으면 좋겠다. 

  • tory_4 2019.10.13 20:49
    나랑 겹치는 건 없지만 아주 잘 즐겼구나 너토리도!!
    이번 부국제는 다큐랑 각 나라의 현실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던 느낌이야ㅋㅋ 그리고 전반적으로 다들 만듦새가 좋아서 만족했어.
  • tory_5 2019.10.13 21:34

    오 나 화산고 진짜 좋아했는데ㅋㅋㅋ... 갱 한 번 봐야겠다

  • tory_6 2019.10.13 21:57
    갱 궁금하다ㅎㅎ 나도 올해는 티모시본걸로 큰 만족ㅋㅋ 좋은 영화도 많았고!
  • tory_7 2019.10.13 23:45
    변사 재밌겠다
  • tory_8 2019.10.14 00:23
    감상 고마워 나의 하늘은 핑크빛 봐야겠다ㅋㅋㅋ 글고 화산고 요즘도 돌려보는데 갱은 꼭 봐야겠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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