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알라딘’의 뒷심이 무섭다. 17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알라딘’은 주말(15∼16일) 동안 84만1294명을 끌어모아 개봉 4주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누적 관객 532만5956명으로 ‘미녀와 야수’(2017·513만 명)를 넘어 ‘겨울왕국’(2013·1030만 명)과 ‘레미제라블’(2012·592만 명) 이어 국내 개봉한 뮤지컬 영화 중 역대 흥행 순위 3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역주행 흥행’이다.

1992년 개봉된 애니메이션의 재탕쯤으로 보였던 ‘알라딘’이 27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천일야화’에 근거한 아름답고 신비한 이야기, 주인공 알라딘과 램프 요정 지니의 활약이 여전하지만 여주인공 ‘재스민 공주’의 변신이 크게 한몫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인도계 영국 배우 나오미 스콧이 연기한 재스민 공주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호기심 많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하지만 영화의 재스민 공주에겐 애니메이션의 재스민에게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스스로 왕이 돼 선정(善政)을 펼치고 싶다는 강한 의지다. 이는 재스민의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여자는 술탄(왕)이 될 수 없다”는 아버지의 말에 “왜 안 되냐”며 반발한다. 얼굴만 잘생기고 어리석은 왕자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혼자이길 택하겠다고 외친다.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이다. 재스민은 백설공주, 신데렐라로 이어지며 오랫동안 수동적인 여성성을 재생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디즈니가 ‘인어공주’(1989), ‘뮬란’(1998), ‘겨울왕국’ 등을 통해 끊임없이 여성 캐릭터에 대한 변화와 진화를 모색하며 만들어낸 가장 최신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주인공과 로맨스를 벌이되 ‘로맨스의 해피 엔딩’이 아니라,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성취를 이루는 ‘자아의 해피 엔딩’이다.

지니의 마법을 빌려 왕권을 빼앗으려는 악당 자파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 엔딩에서는 이 같은 성격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며 애니메이션엔 없던 노래인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열창한다. 노래 가사엔 도발적이라고 할 만큼 확실한 자기주장이 담겨 있다. “그들이 내가 말하지 못하게 하거나 나를 막으려 해도/ 난 가만 있지 않을 거야∼/ 나를 틀에 가두려 하지마/ 나는 그냥 쓰러지거나 죽지 않아∼/ 나는 침묵하지 않을 거야/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애니메이션 속 재스민도 용감하고 씩씩한 캐릭터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궁극의 가치는 진정한 사랑을 얻는 쪽이었다. 왕이 되고 싶다거나, 나를 막아도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진 않았다. 반면 영화 속 재스민은 국법이 정한 왕위 상속의 한계를 깨뜨려보겠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애니메이션엔 알라딘과 사랑을 속삭이는 테마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는 있어도 재스민의 솔로곡인 ‘스피치리스’는 없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사이 27년 동안 바뀐 여성에 대한 시선, 젠더 감수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엔딩을 다루는 과정에서도 재스민의 역할은 큰 차이를 나타낸다. 애니메이션 속 재스민은 자파의 마법으로 모래시계에 갇혔다가 알라딘의 도움으로 구조되는 수동적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영화 속 재스민은 무시무시한 마법을 휘두르는 자파에 대항해 충신인 ‘하킴’에게 호소하며 왕에 대한 그의 충성심을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구조를 받는 수동적 입장이 아니라 당면한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능동적 인물인 셈이다. 월트디즈니 측은 “나오미 스콧은 디즈니의 프린세스 중 가장 강렬한 자아 정체성을 보여주며 이 시대를 대변하는 진화한 여성상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그가 부르는 ‘스피치리스’는 영화 ‘겨울왕국’의 ‘렛 잇 고(Let It Go)’와 비견할 정도로 시대에 맞는 비전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https://entertain.v.daum.net/v/20190618104045475?f=m
  • tory_1 2019.06.18 11:45

    알라딘이랑 지니가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의 환상을 담당하고 있다면 쟈스민은 서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고루 재미있는 영화였음..... 알라딘이랑 쟈스민 너무 잘 어울리고요....

  • tory_2 2019.06.18 12:00

    솔직히 알라딘 안보려고 했는데 자스민 캐릭터가 좀 바꼈다 해서 보러간거거든.. 넘 훌륭하더라 진짜 마이 술탄..

  • tory_7 2019.06.18 14:10
    22 나도 자스민 얘기 듣고 보러갔다가 퐁당빠져벌임ㅋㅋㅋㅋ
  • tory_3 2019.06.18 12:17
    애니에서도 사랑에 목매는 캐릭터는 아니지 않아?
  • tory_4 2019.06.18 12:41
    222 목맨 건 알라딘이지....ㅋㅋㅋ
  • tory_5 2019.06.18 12:4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2/17 07:45:24)
  • tory_3 2019.06.18 13:04
    까놓고 말해 신데렐라도 사랑에 목매는 캐릭터 아니야
    무도회장 가는것도 그냥 ‘무도회장에 가고 싶다’ 단지 그거였지 ‘왕자님을 만나서 결혼할거야’가 아니었음
  • tory_3 2019.06.18 13:09
    에리얼은 사랑에 목매긴 하지만
    인간 세상에 대한 동경 + 억압하는 아버지로부터 자유 + 이탈
    등등 종합된거였고
  • tory_4 2019.06.18 13:11
    @3

    사실 공주 사랑 얻고 싶어서 소원도 왕자되기에 써버리고 극중 내내 전전긍긍한 건 알라딘인데도ㅋㅋ; 사랑에 목맨 쟈스민~이렇게 쟈스민 캐릭 묘사 처리해버리는 거 디즈니 프린세스에 대한 선입견+여캐 후려치기란 생각밖에 안 드넹

  • tory_6 2019.06.18 13:39
    그니까..애니 안 봤나? 후려치기로 보이네 ㅋㅋㅋㅋ
  • tory_8 2019.06.18 15:33
    맞아. 사랑에 목멘건 알라딘인데. 자료 확인도 안해보고 기사 막 쓴다 증말...
  • tory_9 2019.06.19 05:51
    원작 애니가 1992년에 나온건데도 자스민 매력터지는 캐릭터인데 다짜고짜 사랑에 목맨.....ㅎ
    진짜 원작 본거 맞나??

    왕권에 대한 도전, 백성들에 대한 사랑관심 이건 영화판 자스민이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이런 바뀐 묘사가 정말 환영할만하단건 당연 동의하는데 그렇다고해서 애니판 자스민이 막 사랑에 목매고 영화판이랑 비교해서 후려쳐질 정도로 한심한 캐릭터는 아님;

    영화판 자스민이랑 비교하면서 인생을 가로막는 세력에 침묵했다(?)고 하는데 강제결혼시키겠다고 하니까 빡쳐서 성밖을 홀연단신으로 나가버리는데 그게 무슨 침묵이얔ㅋㅋㅋㅋㅋ

    90년대 초에 나온 애니메이션인데도 요즘 가끔씩 나오는 어줍잖은 여캐 보여주기식 연출보다 훨씬 나음

    도입부 영상도 진짜 세련됐어.. 더빙도 엄청 잘됐고
    특히 자스민이랑 지니랑 지니 또 지니 그리고 지니..
    애니메이션도 꼭 좀 봐줘 토리들♡♡
  • tory_10 2019.06.19 16:20
    애니 자스민도 너무 좋고 멋있었는데 실사 각색 너무 맘에 들어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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