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번에 처음 가 봤는데 정말 평소에 보기 어려운 영화들을 보고 와서 만족했어!


내가 보고 온 영화들 단평이라 별점을 적어보려고. 


부국제 다녀온 토리들도 보고 온 영화들 단평이나 별점을 공유해줘.


1. 바람의 비밀 ★★★

유치하고 촌스러운 데도 있지만, 풋풋하고 사랑스럽다. 서툴고 어설프지만 성장해 가는 소녀와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 베트남 영화인데 시놉시스만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발랄한 영화야. 틴에이저 로맨스인데 베트남 역사 이야기가 섞여 있어. 아주 잘 만든 영화는 아니고 CJ 느낌이 좀 나긴 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웠어. 


시놉시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 예술고등학교 학생 린은 그곳에서 자기 또래로 보이는 남자 유령과 맞닥뜨린다. 그녀는 유령을 도와 그의 죽음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밝히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2. 니나 우 ★★★☆

주인공을 맡은 여배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는데, 감독은 그녀와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현실을 이해하기보다는 자극적으로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는 데 그쳤다. 악몽 같아서 악몽과 구별되지 않는 현실이 그저 소재로 소비되기만 했다.


시놉시스

미얀마 화교 감독 미디 지가 새로운 스타일로 도전한 심리 스릴러. 작은 시골 마을에서 극단 생활을 하던 소녀 니나 우는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대도시로 떠난다. 어느 날, 그녀는 1970년대 스파이 영화의 여주인공 역할을 맡게 되는데…


3. 내 이름은 키티 ★★★★

가부장제, 전통적인 가족 제도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이 매력적이다. 삶이 내 마음 같이 흘러가지 않아도 자신의 삶과 꿈, 욕망의 주인이 되어 자기 인생을 꾸려나가는 두 사촌자매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두 사람은 자신들 앞에 굳건히 선 벽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했지만 조금씩 균열이 가게 만들었다.  그 균열이 점점 커져 벽이 완전히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다. 


+ 인도 영화들 중에 기존의 가족 제도나 이성애 로맨스와 타협하는 영화들도 많았는데 이 영화는 그러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어. 두 주인공 모두 자기 뜻대로 끝까지 밀어붙이고 자기가 원하는 거에 충실한 게 좋았어. 


시놉시스

뉴델리 교외에 사는 두 사촌 돌리와 카잘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 돌리는 중산층 가정주부로 살고 있지만 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숨겨야하는 비밀들이 있다. 카잘은 키티라는 이름으로 로맨스 앱의 사이버 애인 역할을 하다가 한 남자를 만난다.


4. 7번가 이야기 ★★★

작화는 더 없이 아름답고 다채롭지만, 인물들의 움직임은 느리고 부자연스럽다.  <홍루몽>의 한 캐릭터가 오히려 납치되고 강간당함으로써 억눌렸던 욕망을 풀었다고 해석하고, 주인공의 억눌린 욕망을 그 캐릭터에 빗대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도 즐겼다'면서 성범죄를 정당화하는 일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외모가 비교적 평범한 조연, 단역들은 변태로 묘사하거나 외모가 빼어난 주인공들의 들러리 노릇이나 하게 하는 외모지상주의도 마음에 걸린다. 무엇보다 즈밍은 수려한 외모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프랑스어 원서로 읽는 교양까지 갖추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욕망의 대상일 뿐 자기 의지와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감독이 홍콩과 이 작품에 대해 갖는 애정은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공허하고 산만하게 느껴진다.


시놉시스

1967년 격동의 홍콩을 배경으로 모녀와 그 딸의 영어선생,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그린 성인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를 보러 간 그들이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하며 금지된 욕망을 드러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5. 알라딘(1953년 인도네시아 영화) ★★☆

당시 기술과 예산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학예회 같은 의상과 세트, 어설픈 연기에 웃음이 나왔다.  기술뿐만 아니라, 마법사에게 잡혀가 알라딘을 그리워하며 노래하는 1953년의 공주와, 마법사를 비롯한 온갖 세상의 억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노래하는 2019년의 공주를 비교하면서 세월의 간극을 느꼈다.


+ 디즈니 알라딘과 달리 원래 설화 내용 그대로 만들었어. 알라딘은 작중에서 스무 살로 나오는데 콧수염 때문에 30은 넘어 보임. 디즈니 알라딘의 아부 역할을 알라딘 친구 알리가 하고, 이아고 역할을 마법사의 하인이 하는데 둘이 투닥거리는 거 귀여움. 이것도 나름 뮤지컬인데 'A Whole New World'에 비견할 만한 둘의 사랑 노래가 나옴. 알라딘이 지니 시켜서 만든 궁전이 너무 아름답다고 둘이 같이 노래하는 거야. 지니 비중 진짜 적음. 마법사는 그냥 허술한 동네 아저씨 같은데,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군사 몇 명한테 겁먹고 항복하는 게 웃겼음


시놉시스

1950년대 인도네시아 영화가 놀라운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 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21세기 디즈니의 <알라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다채로운 특수 효과를 활용한 당시 인도네시아 영화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6. 시크릿 슈퍼스타(리퀘스트 시네마) ★★★★

꿈을 꾸는 사람으로서 인시아와 엄마, 친탄에게 공감했다. 인시아에게서는 꿈을 향한 열망과 집념을, 엄마에게서는 자존감을 잃고 살아가면서도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용기와 강인함, 마침내 자신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친탄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꿈을 이루길 바라는 깊은 사랑을. 인시아가 유튜브 스타가 되는 과정이나 인시아와 샥티가 유대감을 쌓는 과정이 너무 짧게 그려져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작위적인 부분도 있는 것은 아쉽지만,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따뜻하다.


시놉시스

TV 속 최고의 스타들을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워가는 재기발랄 음색깡패 15세 소녀 '인시아(자이라 와심)'. 자신의 꿈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시크릿 슈퍼스타'라는 가명으로 얼굴을 가린 채 노래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게 되고, 3천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구독자수 100만 이상의 전 세계적인 유튜브 스타로 떠오른다.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설렘도 잠시, 인시아는 자신이 처한 현실의 벽을 깨닫고 가수의 꿈을 포기 하려던 중 최고의 이슈메이커이자 프로듀서인 '샥티 쿠마르'(아미르 칸)에게서 러브콜을 받게 되는데...


7. 나의 하늘은 핑크빛 ★★★☆

한없이 슬픔에 잠겨 있기만 하지도 않고, 억지로 밝은 척 하지도 않고 그저 지금의 행복을 누리고, 함께한 시간들을 소중히 여긴다.  실제 인물들을 동정하지도 않고 미화하지도 않고 그저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과 행복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그렸다.


+ 작위적으로 밝고 쿨한 척 하는 영화는 아닐까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 <당갈>과 <시크릿 슈퍼스타>의 주인공인 자이라 와심이 여기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데, 무슬림으로서의 자신의 신앙을 지키겠다고 이 영화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해서 뭔가 더 아쉽고 슬픈 느낌이 든 영화였어.


시놉시스

불치병에 걸렸으면서도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삶의 의지를 불태웠던 소녀 아이샤 초다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디티(프리앙카 초프라)와 니렌 초다리(파르한 악타르) 부부는 뜻하지 않게 셋째 아이 아이샤(자이라 와심)를 갖게 되지만, 아이샤가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둘째 아이와 같은 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초다리 가족은 아이샤가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하기 위해, 수많은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며 서로를 사랑하고 아낀다. 그런 그들에게도 이별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데...


8. 인생의 곡예 ★★★☆

인도 영화를 좋아하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숨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귀여운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심각하고 슬픈 이야기다. 인터넷이라는 최신 문명 기기와 종교적 전통이 낳을 수 있는 폐해가 합쳐져 한 사람을 나락으로 내몬다. 둘 다 더 좋게 쓰여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데, 그 뒤에 있는 인간의 악의와 편견이 둘을 무자비한 무기로 만든다. 영화 속에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 씁쓸하다. 


+ 주인공 할아버지가 친구 아들 결혼식에서 옛날 인도 영화 여배우가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 따라한 것뿐인데, 그걸로 온갖 조롱을 당하고 배척당하는 거야. 이슬람의 전통을 더럽혔다고. 그냥 여배우가 춘 춤 따라한 게 뭐라고. 전국 노래자랑에서 손담비 <미쳤어> 커버한 할아버지 영상을 보여드리면서 위로해드리고 싶었음.


시놉시스

선지자 무하마드를 찬양하고, 병상에 누운 아픈 아내를 살뜰히 돌보는 라하트는 모두의 존경을 받는 무슬림이다. 그러나 그에겐 숨겨둔 비밀이 하나 있다. 그의 길티 플레저는 인도의 옛 펀잡 영화를 즐기는 것. 어느 날, 그의 비밀이 밝혀질 위기에 처한다. 


9. 이것은 동화가 아니다 ★★★☆

의도는 선했지만 요사나가 겪는 폭력을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묘사해야 했을까.


+ 감독님이 이 영화를 통해서 카스트 제도의 부당함을 알리려는 열의는 GV에서 정말 많이 느껴졌는데,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가 공포에 떠는 모습이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표현되었어야 했나 싶었어. 


시놉시스

한 신혼부부가 산 속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아내가 생리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리대를 구하러 갔던 남편이 보이지 않자, 아내는 남편을 찾으러 헤매다 어느 움막을 발견한다. 그 움막에서 한 소년이 나타나 '마다티' 여신의 전설을 들려준다. 보기만 해도 부정을 탄다는 '불가시천민' 소녀 요사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면서도 마을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놓지 못한다. 요사나는 한 마을 청년을 짝사랑하게 되지만, 요사나가 생각지 못했던 시련이 닥치는데...







  • tory_1 2019.10.09 19:16
    시크릿 슈퍼스타 잼있을거 같아!
    후기 고마워~
  • tory_2 2019.10.09 20:23
    니나 우 완전 공감간다... 소재도 좋고 연출도 좋았는데 그걸 너무 자극적으로만 써 버렸어ㅜㅜ
  • tory_3 2019.10.09 23:08
    이 중에서 7번가 이야기만 겹치는데 진짜 이상한 영화임.... 난 미리 이런 내용이다 이랬으면 안 봤을 것임... 물론 애니메이션 자체에는 높은 점수 주고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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