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략 4일 오후 2시 즈음이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시 다발적으로 영화 '봉오동 전투'가 환경을 훼손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체로 '봉오동 전투' 측이 영화를 찍으면서 환경을 훼손한 대 대해 공개사과했다는 두 달 전 기사 일부와 이 때문에 고유종인 동강 할미꽃 서식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내용들이었다. 글들이 퍼지면서 '봉오동 전투'로 동강 할미꽃이 멸종됐다는 식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급기야 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토 지킨 조상 업적 기리는 영화에서 환경 훼손은 모순"이라며 벌금 및 과태료를 강화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동강 할미꽃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까지 오르내렸다. 그러다 보니 확인 없이 기사를 쏟아내는 여러 매체들이 봉오동 전투와 동강 할미꽃을 엮어 확대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불과 하루 반나절 만에 벌어진 일이다. 기묘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갈수록 인터넷과 SNS 여론이 들끓고, 하나의 프레임으로 쏠리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지만 '봉오동 전투'는 유독 기묘하다. 마치 작전 세력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 다발적이고 조직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려는 모양새다.

선의일 수 있다. 영화가 대체 뭐라고,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촬영해야 하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일 수 있다. 개봉에 맞춰 여론을 불러일으키려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자체를 왜곡하면서까지 여론을 환기해야 하느냐는 건 다른 문제다.

'봉오동 전투' 촬영으로 인해 동강 할미꽃이 멸종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동강 할미꽃 군락지와 촬영지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 '봉오동 전투' 촬영으로 일반 할미꽃 서식지가 일부 훼손됐지만 촬영시기가 겨울이라 정확한 피해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가 없다. 정확한 피해를 확인할 수 없기에 완벽한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봉오동 전투'는 지난해 말 강원도 정선 지역에서 촬영 중 환경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봉오동 전투' 제작진은 관할청인 정선군청에 허가를 받은 뒤 촬영을 진행했다. 해당 장소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원주지방환경청의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촬영을 진행했다.

이후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로 원주지방환경청에서 행위중단명령 조치를 내렸다. 영화 촬영 자체를 중단하라는 게 아니라 생태보존지역에서 금지된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것이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은 촬영을 중단하고 환경단체 등과 협의해 훼손 지역 복구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환경 훼손으로 지적된 건 촬영장 길목을 내기 위해 잡목과 자갈을 파헤친 것이었다. 수중폭파 한 장면과 공포탄 등을 사용한 것도 지적됐다.

이후 '봉오동 전투' 제작진은 환경훼손 논란이 인 장소에서 찍은 촬영분을 폐기하고 다른 장소에서 해당 촬영을 별도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7억원 가량의 추가 제작비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은 환경훼손과 관련해 행정처분으로 벌금을 물었으며, 환경단체와 논의해 환경 훼손 방지 가이드라인이 정립되도록 협의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촬영 중 환경을 훼손한 데 대해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봉오동 전투' 환경훼손 논란의 전말이다.


정선군청에서 촬영 허가를 내주면서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작진이 더 세심하게 확인했어야 했다. 모르고 했다 해도 잘못은 잘못이다.

'봉오동 전투' 측이 수억원의 비용이 더 드는 것을 감수하고 재촬영을 하고, 환경단체와 논의해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려 노력했으며, 공개 사과까지 한 건 그 이후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결과다.

잘못은 잘못한 대로 질타를 받고, 노력한 부분은 노력한 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여론몰이를 하는 건 과하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만주 봉오동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한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담은 영화다. 희한하게도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일부 네티즌의 공격이 적지 않았다. 일본측 주장을 그대로 담아 사상자도 몇 명 안 되는 전투를 과대 포장해 만들었을 것이란 비아냥이 많았다.

오비이락일지, 환경 훼손 논란이 다시 왜곡 점화되면서 포털 사이트 평점에 1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탓에 '봉오동 전투' 환경 훼손 논란이 조직적으로 재점화된 데 대해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관계자들 사이에선 의구심이 커지면서 과연 누가 어떤 이유로 왜곡된 사실을 동시 다발적으로 퍼뜨렸는지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 의뢰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잘못한 일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아야 하지만 의도와 시점에 의구심이 생긴 탓이다.

과하면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선의라 할지라도 왜곡이 더해 과해지면 의도를 의심받기 마련이다.

'봉오동 전투'는 한일 관계 악화로 꼭 봐야할 영화 대접을 받다가 환경 훼손 논란으로 하루 아침에 봐선 안되는 영화 취급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여파로 '봉오동 전투'가 과대 평가받는 것도 경계할 일이지만, 영화도 보지 않은 채 석연치 않게 재점화된 환경 훼손 논란으로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http://m.star.mt.co.kr/view.html?no=2019080609470744095&MS2&ref=&gnb=news&snb=movie#imadnews
  • tory_1 2019.08.06 19:3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3/24 03:22:46)
  • W 2019.08.06 19:35
    디토에서 베스트글 갔던 글 삭제됐나? 못 찾겠네
  • tory_9 2019.08.06 19:54
    타싸도 여기도 최초글은 삭제됨...
  • tory_3 2019.08.06 19:38
    난 근데 진지하게 수사의뢰했으면 좋겠음 역바이럴인지 작전세력인지 음모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같이 초반 입소문이 중요한때에 이런식으로 정보가 퍼져버리면 진짜 타격 어마어마할텐데 처음에 분위기잡히면 끝까지 조롱듣는경우도 너무많아져서 진지하게 수사고려해봤으면함. 환경파괴했느냐아니냐랑 별개로 이렇게 초반부터 영화죽이고들어가는거 너무 별로라서....아물론 최근역사왜곡영화는 논란일어마땅했음 걍 내용자체가 공감못받을만한거라
  • tory_4 2019.08.06 19:43
    222 제대로 수사의뢰하면 좋을 듯... 영화에 타격 되게 클 것 같은데
    솔직히 나도 초반 기사보고 보러가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서
  • tory_5 2019.08.06 19:47

    환경 훼손한 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할미꽃을 멸종시킨 것마냥 몰아간 건 진짜 아닌 것 같음. 진짜 무슨 의도를 갖고 날조한 건가.. 소름돋아;

  • tory_6 2019.08.06 19:48
    플로우 쭉 보는데 진지하게 어떤 의도든 작전 들어간건가 싶었어. 역바이럴이든 뭐든 최초로 얘기나온 지점부터 유포한 사람들까지 더 찾아서 처벌가능한 부분 있으면 고소하길...
  • tory_7 2019.08.06 19:49

    검토만 하지 말고 꼭 수사하길...그래야 여론 조작하고 가짜뉴스 퍼트리는 것들 조금이나마 무서움을 느끼지

  • tory_8 2019.08.06 19:51
    영화 개봉전에 악의적으로 거짓 유포한 것 보고서 불매해야한다~ 보이콧한다~ 하는 것도 영화사에서 소송가능해.. 조심하란 뜻이야 난 이쪽 일 시작하고 그냥 포털사이트 기사에 댓글자체를 안단다
  • tory_10 2019.08.06 19:54

    이거 원출처가 일베충들 제 2 서식지인 ㄷㅆ 야갤이라며?

    이거 과장되게 왜곡됐다는 정정 글에도 그래도 어긴 건 맞다며 웅앵웅 난리치던데

    맨 처음엔 주르륵 올라온 글들은 마치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동강 할미꽃이 봉오동 때문에 완전 파괴돼서 이젠 아예 복원조차 할 수도 없을 거라는 늬앙스로 올라왔었음

    내가 깜짝 놀라서 그럼 이젠 동강 할미꽃 아예 복원도 안되고 사라지는 거냐? 확실한 거냐? 했더니 그렇다고 하면서 이런 영화는 망해야 한다 국뽕 영화라 까지를 못했는데 이젠 속시원하게 깔 수 있다며 댓글들 달리더라고

    아니 왜 그렇게 버러지들 몇마리에 온 커뮤가 휘둘리고 선동되며 버러지들도 봉오동전투 하나 망하게 하겠다고 이렇게까지 난리치는 것도 우습고 이젠 평점테러도 일본 까는 혹은 민주화 이야기 다룬 영화들에 흥행 영향 안받으니 적극적으로 가짜뉴스들 퍼뜨리고 온 커뮤마다 작전 들어가는 거 보니 소름 끼치고 무섭기도 함

    영화 최대 사이트라는 ㅇㅁ도 아예 그쪽 세력에 먹힌 것 같더라만...앞으로 역바이럴이든 뭐든 영화쪽 루머는 좀 기다렸다가 확인해봐야할 듯

  • tory_11 2019.08.06 20:0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8/21 23:52:21)
  • tory_21 2019.08.07 01:56

    헐..ㅋㅋㅋㅋ냄새가 구리네 진짜 ㅋㅋㅋㅋㅋㅋ와 진짜 깜빡 속을뻔...

  • tory_12 2019.08.06 20:05
    약간 조직적인거 아닌가 싶은 느낌 받았어서.. 제대로 수사하면 좋겠음
  • tory_13 2019.08.06 20:07
    예전에 치매 가짜뉴스 퍼졌을 때처럼 비슷한 시간대에 온갖 커뮤에 쫙 퍼진 걸 보면 역바이럴 맞는 거 같아
  • tory_14 2019.08.06 20:1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8/06 20:17:55)
  • W 2019.08.06 20:19
    최초글 지웠다고 너톨이 작전세력이라 한 적 없어 다만 이상하다는거지 그럼 너톨도 그냥 다른 곳에서 보고 휩쓸려서 퍼온듯...
  • tory_15 2019.08.06 20:54
    헐 잘모르겠어서 걍 지켜보고 있었는데 가짜뉴스였나보네 그것도 야갤발이라니 소름.. 꼭봐야지
  • tory_16 2019.08.06 21:31
    왜곡 날조한 세력이 있다면 꼭 잡히길 !!
    나는 행정청에서 제지를 했는데도 화약 터트렸대서 그거에 분노하고 있었는데 일하다 돌아와 보니 할미꽃 플로우 중이라 더 격해졌었거든...
    있는 사실로만 판단하게 해야지 이게 뭐여 진짜
  • tory_17 2019.08.06 21:53

    수사 잘 되었으면 좋겠다. 가짜 뉴스 만드는 사람들 처벌 받기를...

  • tory_18 2019.08.06 22:18

    출처 세탁하려고 타 익명커뮤 이용한거 같던데 거긴 글 엄청 올리고 베스트?게시판 같은 곳으로도 많이 보냈나봐

    지금은 삭제 많이 됐고 근데 원글들 삭제 돼도 이미 커뮤랑 sns에 퍼질대로 퍼져서 타격 엄청 받았는데 회복이 될지 모르겠다

  • tory_19 2019.08.07 00:41
    망하게 하려 굳이 노력 안해도 감독이 기대이하로 영화를 못만들어서 잘되기 진짜 힘들겠던데..날조까지해가며 애 쓴다....
  • tory_20 2019.08.07 01:2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2/18 06: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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