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사 인용은 원문을 기준으로 했고 영화 볼 때 저런 대사 없었는데?’ 싶으면 번역가가 번역을 생략했기 때문.. 자막 아쉬운 점은 글 하단에 따로 정리함

 

 


1.

    

누구나 한 번쯤 시간여행을 꿈꾼다. 내가 그때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때로 돌아간다면. 일어날 일을 알 수 있다면. 회귀와 예지는 불만족스러운 현재를 무마할 가장 쉬운 상상이다. ‘다시를 가능케 하는 두 번째 기회. 하지만 돌아가도 모든 것이 지금과 같을 때, 미래를 알아봤자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때, 그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 시간을 아무리 오가도 한 가지 법칙 아래 묶여있다. 반대를 무릅쓰고 고속도로로 되돌아갔던 주도자는 폭발을 겪고 인정한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 이제 알겠어.’ 사토르가 알고리즘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주도자의 제안을 프리야는 단번에 거절한다. ‘그런 세계가 실재해도 우린 속하지 못해.’ 정해진 결과가 언제나 선행한다.

    

영화는 자유의지의 가능성을 내비친다. 사건의 분기점마다 주어진 계획과 엇나가는 개인의 의지가 개입한다. 주도자는 명령받지 않은 민간인 구조를 스스로 부여한다. 캣은 신호를 받지 못했지만 주도자가 성공하리라 예상하고 총을 쏜다. 닐은 작전과 달리 블루팀에서 인버전하여 지하로 향한다. 아이브스는 알고리즘 본 사람을 죽이라는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어쨌단 말인가. 그것마저도 이미 계산에 포함된 미래일 뿐이다.

    

    

    

2.

    

스탈스크12 전투에서 선발대를 원하는 주도자에게 아이브스가 충고한다. ‘선발대는 없다. 레드팀과 블루팀은 동시에 움직여. 선형적 사고를 버리지 못하겠다면 헬기에 타지 마.’ 영화를 반복해서 보며 최후의 경고이자 가장 친절한 안내처럼 다가왔다. 시간을 하나의 선으로 여기지 마. 안 그러면 너 이 영화 이해 못 해.

    

    

    

3.

    

프리야를 살해한 주도자는 스스로 다짐하듯 임무 완료라고 중얼거린다. 눈물을 삼키는 것처럼 목울대를 꿀꺽하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감정을 담아 앞유리 너머의 캣을 바라본다. 캣과 맥스의 뒷모습이 풀샷으로 잡힌다. 캣의 핸드백에 걸린 스카프와 맥스의 백팩이 합쳐져 닐의 가방 고리가 떠오른다. 익숙한 금발. 돌연 섬뜩한 생각이 스친다. 저 아이가 닐이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외에도 닐=맥스를 추측할 여러 단서가 영화에 나타난다. 글 하단에 따로 정리함.) 머릿속은 혼란스러운데 영화는 끝나고 엔딩곡으로 'the plan'이 흘러나온다.

    

여기가 시작이라면 어떤가난 너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깨달은주도자가 내가 주도자야라고 선언한 다음 프리야를 살해하고, 그래서 캣과 맥스를 지켜내고, 그 맥스가 미래에 닐이 되는 거라면. ‘임무 완료라고 말하는 순간 임무가 시작된다. 주도자는, 이제 정말 깨달은 주도자는 계획(the plan)을 세워 테넷을 창설할 것이다.

    

사건의 시작과 끝이 사라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층 더 흥미로운 건 주도자가 임무 완료라고 말했을 때의 기이한 시공간이다. 세 인물은 캐논 플레이스, 3라는 같은 시공간에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임무는 캣의 과거와 주도자의 현재와 맥스의 미래()가 합쳐져 수행되었다/된다/될 것이다. 시작이자 끝이며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불가능한 시간을 놀란은 영화를 통해 구현해낸다.

    

    

    

4.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면 간단하다. 닐 대신 주도자가 세상을 구하고 죽으면 된다. 실제로 주도자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배 안에서 주도자는 사토르가 사라진 날짜를 묻는다. 캣은 맥스와 해변에 있었고, 사토르가 사라졌고,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옆에서 닐이 열흘 전 14일에 사토르가 우크라이나에 있었다고 대신 답한다. 어떻게 아느냐고 되묻자 화제를 돌린다. 닐은 그날 주도자를 오페라하우스에서 구해서 혹은 어린 시절이라서 기억한다. 둘 다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상관없다. 핵심은 주도자이다. 오페라하우스에 닐이 있었음을 모르는 주도자는 닐이 맥스라서 14일을 안다고 추측한다. (만약 이 추측을 하지 않았다면 다시 캐물었을 것이다. 어물쩍 넘긴다고 넘어가는 인물이 아니다.) 같이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처음 만난 수상쩍은 요원에게도 일급비밀을 털어놓았고, 멋대로 돌아가서 폭발에 휘말린 다음에도 반쪽의 진실만 말하는 사람을 믿기는 어렵다고 빈정거렸으며, 누가 너를 영입했냐는 질문에 지금은 밝히지 않는 게 좋겠다는 답이 돌아오자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던 주도자는 이번에는 닐에게 알고리즘이 모인 장소를 공유하지 않는다. 자신이 갈 테니 알 필요가 없다. 무지로 닐을, 캣이 소중히 여기는 아들을 보호한다. 잡힐 경우 아들의 마지막이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란다는 캣의 말에 주도자는 그럴 일 없다고 단언하며 슬쩍 닐을 바라본다.

    

미래는 의지를 벗어난다. 자기희생은커녕 역으로 닐을 희생시킨다.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견디는 정도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어린 맥스가 자라기를 기다려 직접 영입하고 훈련시키고 사지로 내보내며, 내가 주도자가 되어 지휘하는 운명이다. 캣이 지키려 했던, 그래서 자신도 지키고 싶었던 맥스를 잃는 주어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미래를 알아버린 자에게는 그 무게를 감당할 일만 남는다.

    

일어난 일은 일어나는세계에서 원치 않는 미래를 거절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종말이 다가오기 전에 내가 먼저 끝낸다. 기후 위기에 직면한 미래인들은 의식과 다중현실의 관계를 인식하지 못한다해도 할아버지 역설보다는 패러렐 월드 이론을 믿고 선대를 파괴하려 한다. 불치병에 걸린 사토르는 나의 죽음에 세상의 죽음을 더해 신 노릇을 꾸민다. 해답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유일한 방법이기에 극단적인 구원을 시도한다. 미리 안다는 건 그토록 끔찍하다. 주도자가 미래인이나 사토르의 전철을 밟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할까? (문자 그대로의 종말을 맞는 미래인과 죽음이 예정된 사토르에 비한다면 주도자의 운명은 순탄하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동료를 한 명 잃을 뿐 어쨌거나 자신은 살아남고 임무는 성공하니까. 하지만 닐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캣의 아들이며, 주도자가 직접 이 일에 끌어들인다.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주도자는 영화 내내 사람들의 생존에 신경 쓴다. 영화 초반 가사 상태에서 깨어나 처음 건넨 질문도 임무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동료의 안전이었다.)

    

    

    

5.

    

닐은 뒤돌아 헬기로 뛰어간다. 주도자는 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닐의 내레이션이 시작되어 캣과 맥스의 뒷모습이 나오는 엔딩까지 이어진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지만 영화를 다시 보며 의문이 들었다. 내레이션은 왜 계속되는가? 닐은 죽었다. 스탈스크12 장면이 끝나고 캐논 플레이스로 시공간이 이동했는데 어째서 멈추지 않는가? 유령이 되어 주도자를 지켜보는 건가? 맥스의 목소리인가? 화면의 맥스는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모른다. 아직 닐이 아니므로 말할 수 없다. 한 명이 남는다. 주도자. 내레이션이 닐의 발화라기보다 주도자가 듣는 거라면?

    

봤지? 거기 있는 건 나야, 또다시. 이 임무에 다른 과거를 엮어내야지.’

, 잠깐만!’

우린 방금 세상을 구했어. 어떤 것도 운에 맡길 순 없어.’

하지만 우리가 달리 시도한다면 바뀌지 않을까?’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 이 말은 세계의 역학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변명이 아니야.’

운명?’

원하면 그렇게 불러.’

넌 뭐라고 부르는데?’

현실.’

    

우린 여러 일을 벌여. 넌 좋아하게 될 거고. 두고 봐. 이 모두가 시간 협공 작전이야.’

누구의?’

! 아직 반밖에 안 왔어. 시작에서 만나자, 친구.’

    

주도자는 닐과의 대화를 수없이 곱씹었을 테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닐의 보여준 환한 미소와 헬기로 뛰어가는 가벼운 발걸음도 같이. 그러니까 닐의 내레이션은 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주도자의 얼굴에서 시작한다. 더 정확히 닐을 떠올리는 머릿속에서부터. 주도자가 아는 은 곁에 없지만 목소리를 듣는다. 어떤 말을 할지, 주도자의 어떤 행동을 원할지 상상할 수 있다.

    

원래 <테넷>의 세계에서 중요한 건 정보다. 인버전을 하는 이유도 정보 때문이다. 시간 협공 작전은 팀의 반을 역행시켜 모든 것을 알고 준비하기에 이점이 있다. 사토르는 캣에게 시간에 대한 직감으로 지금의 삶을 이뤄냈다고 과시한다. 프리야는 주도자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얼굴의 주도자라서 사토르에게 접근시킨다. 속아 넘어간 주도자가 프리야에게 따지자 너는 (여러 주도자 중의) ‘한 명의 주도자(a protagonist)’일 뿐이라며 일축한다. 주도자는 이내 다시 반박한다. 사토르가 언제 어디서 알고리즘을 조립하는지는 나만 안다고. 주도자는 주도자의 지위를 자신만의 정보로 획득하려 한다. 그리고 원하는 조건을 얻어낸다.

    

영화 후반부에 주도자는 프리야에게 다시 말한다. ‘I realized I wasn’t working for you. We’ve both been working for me. I'm the protagonist.’ 스탈스크12 전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기에 주도자가 특별히 대단한 정보를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보만으로 따지면 프리야가 우위에 있다. 제시하는 건 정보가 아니다. 다만 주도자는 확신에 차 말한다. 나는 네 밑에서 일하지 않음을 깨달았다(realized)’. 내가 주도자(the protagonist)’라고.

    

닐은 주도자를 변화시킨다. 이름뿐인 주도자(a protagonist)에서 진정한 주도자(the protagonist). 주도자는 프리야를 죽이고 맥스를 보호한다. 맥스는 닐이 되어 (과거의주도자를 만나러 올 것이다. 그리고 죽을 것이다. 주도자는 그 현실을 받아들인다.

 

 

 

6.

    

주도자는 닐과의 대화에서 깨달음을 얻지만 닐의 사고방식 또한 (미래의) 주도자에게서 비롯한 것일 테다. 요약하면 이렇다. 주도자는 닐을 통해 주도자가 된다. 맥스는 주도자를 통해 닐이 된다. <테넷>의 가제이기도 한 ‘Merry-Go-Round’가 이루어진다. 닐은 죽으러 향하는 최후까지 자신의 삶을 긍정한다. 주도자는?

    

We live in a twilight world.

우리는 황혼의 세상에 산다.

And there are no friends at dusk.

해질녘에는 친구가 없지.

    

주도자의 첫 대사는 공교롭게도 마지막 상황을 요약한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어쩐지 이 CIA 암구호를 (미래의) 주도자가 정했을 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미래의 어느 순간 주도자는 깨닫는다. 동료와 농담처럼 주고받기도 했던 암구호가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부질없는 경고였음을. 일어난 일은 일어났고/일어날 테지만 그럼에도 눈치채고 막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 인류가 시간여행의 꿈을 꾸듯이 때로는 불가능함을 알아도 포기 못 하는 그래도 다시 한번의 바람이 있다.

    

테넷의 수칙은 크게 두 가지이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 이건 말이 된다. ‘무지가 우리의 무기다.’ 이건 좀 의아해진다. 앞서 말했듯 <테넷>의 세계에서는 정보가 가장 큰 자산이다. 프리야가 주도자에게 알고리즘이 뭔지 알았으면 넘겼겠냐며 두 번째 수칙을 언급하긴 한다. 하지만 고속도로로 되돌아간 주도자가 깨달았듯이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면 무지로 미래를 감출 필요가 없다. 알기 때문에 하는 시도마저도 이미 결과에 반영되었을 테니까. 어쩌면 이 말은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일의 당사자를 보호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일어난 일은 일어나기에, 미래를 바꿀 수 없기에 무지가 필요하다. 알면서 기다리는 일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주도자는 몸소 체험한다.

    

우린 여러 일을 벌여. 넌 좋아하게 될 거고. 두고 봐. 이 모두가 시간 협공 작전이야.’

    

미래에서 온 닐은 주도자에게 ‘You’re going to love it’이라고 말한다. 근무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 다이어트 콜라를 좋아하는 취향마저 알 정도로 가까이서 주도자를 겪은 닐의 의견이니 분명하다. (미래의) 주도자는 불가능한 만약을 기원할 정도로 괴로워하면서도 닐에게는 내색하지 않는다. 닐이 보기에 주도자는 그 일을 좋아한다고 확신할 만큼. 조금이라도 미래를 암시하고 싶지 않아 한다.

    

닐을 과거로 보내야 하는 운명은 잔인하지만 주도자가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는 이유 또한 과거에 닐을 만났기 때문이다. 미래에서 온 닐은 정작 미래에 대해서는 정보를 주지 않는다. 주도자가 거쳐 온 조력자들처럼 누굴 찾아가고, 뭐를 알아내고, 그런 이야기 따위는 없다. 둘이 함께인 미래를 언급할 때도 눈치 빠른 주도자라면 충분히 추측 가능한 내용뿐이다. 닐의 웃음, 긍정적인 생각, 가벼운 발걸음 등이, 그저 닐이 그때 거기에 있어서 가능한 말과 행동이 중요하다. 닐의 존재 자체가. 그 만남을 주도자는 부정하지 못한다.

    

 

 

7.

 

왜 주도자는 주도자인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데 어째서 주도자로 지칭하는가? 처음에는 원치 않는 미래에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할만한 운명을 사랑하기는 쉽다. 극복 불가능한 삶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건 아무나 하지 못한다. 불현듯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미래인이나 사토르만큼 충분히 능동적이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없는 닐의 목소리를 들을 만큼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인 태도 때문은 아닐까. 결정권을 쥐고, 가장 겪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다다른다. 주도자가 닐처럼 자신의 삶을 긍정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나 황혼이라고 여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을 한다.

 

그리하여 주도자는 닐의 의지를 보았다. 이미 이루어진 과거를 실현하고자 미래를 산 대가로. 언약이 아무것도 보장 못 하는 세계에서 내뱉은 말을 최소한도로라도 지킨다. 캣은 아들이 괴물 옆에서 자신을 잊거나 마지막이 고통스러울까 봐 염려한다. 닐은 캣과 꼭 닮게 사토르가 이기지 못하도록 막는다. 지하로 되돌아가는 발걸음에는 비통함이 담겨있지 않다. 그리고 그 뒷모습에서부터, 바라보았던 뒷모습을 떠올리는 주도자에게서부터 임무는 완료되는 동시에 시작한다.

 

어차피 후대의 공격이 실패할 운명이었는지 닐이 되돌아가서 세상이 지켜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주도자만은 분명히 닐의 결정에 영향받는다. 그렇게 테넷은 미래에 설립되었다.

 

 

 

 

 

 

 

 

 

 

<닐이 맥스라고 추측하는 이유>

먼저 레딧에 오가는 이야기 정리

    

1) 닐의 본명은 maximilien이고 max-i'm'i-lien으로 나누면 tenet처럼 인버전 되어 i'm maxi'm neil. 영화에서 10을 강조했듯 철자도 10. maxmaximilian이 일반적인데 러시아인-영국인 부모를 둔 애가 왜 굳이 프랑스식 maximilien으로 쓰냐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반박이 있음.

미술품 감정사인 캣이 프랑스인 예술가 maximilien luce을 좋아해서 이름을 따올 수 있다 영화에 그의 그림이 나오면 증명된다, 까지 논의가 진행됨. (그림을 찾지는 못함)

    

2) 닐은 주도자에게 ‘When this is over, if we're still standing, and you still care, then you can hear my life story, okay?’라고 말함. 영화가 끝난 이후 주도자는 문자 그대로 닐(맥스)의 인생을 지켜볼 수 있음.

    

3) 할아버지 역설이 인버전. 현재가 존재하려면 과거가 있어야 함. 반대로 닐은 자신이 존재하려면 미래가 있어야 함. 세상의 끝을 막아야 한다. 닐은 할아버지를 죽이는 대신 자신이 죽어 현실(미래)을 끝내는 역설을 막음.

    

4) 닐은 주도자를 처음 만날 때 라임이 들어간 보드카 토닉을 마시면서 한 잔 더 주문함. 캣이 주도자와 처음 만나 식사할 때 캣도 라임이 들어간 보드카 토닉을 마심. 카메라는 캣의 음료를 아주 잘 보이게 찍음.

    

5) 주도자와 첫 만남 때 아이와 여자도 인질로 삼을 수 있는지 물어봄, 마지막에 캣을 멀리서라도 보러 갈 건지 물어봄 (지켜준다는 걸 알고 있음)

 

6) 사토르처럼 에스토니아어를 아는 닐

    

7) 맥스는 안나와 폼페이에 가서 용암을 본다-물리학과 진학과 연결

    

8) 닐과 맥스 둘 다 금발이고 헤어스타일이 비슷해서 가끔 닐이 맥스로 보임. 로버트 패틴슨은 원래 금발이 아닌데 놀란이 염색하라고 함.

    

9) 다친 캣을 다정하게 보살펴 줌. 캣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닐은 대답하지 않음. 마지막에 캣에게 인사하지 않음. (근데 이건 갈림ㅋㅋ 다친 캣에게 무심하기 때문에 맥스가 아니다vs미래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애쓸 뿐 최대한 성심껏 돌본다)

 

    

레딧에서도 다 믿는 건 아니고 믿는 사람만 믿고 아닌 사람은 아닌.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maximilien이 억지이고 10년 이상 인버전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내 생각 추가하자면

10) 영화에서 맥스가 등장하는 배경은 학교와 요트뿐인데 닐만 여기에 다 연관되어서. 학교-물리학 석사 이야기를 함. 요트-뭄바이 요트 클럽에서 주도자와 닐이 첫 만남.

11) 스탈스크12 전투 전 배에서 대기할 때 닐은 같이 훈련받고 있음. 혼자 운동하던 주도자와 비교해 닐은 인버전 배가 매우 익숙함.

12) 첫 만남 때 닐이 확연하게 젊은 주도자 얼굴 보고 신기해하는 것 같음.

13) =맥스 믿는 가장 큰 이유. 내가 그게 좋음ㅋㅋ

나한테 닐이 맥스일 때 의문인 건 인버전 기간이 아니라 운전임. 다른 건 훈련으로 커버해도 운전은 충분한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근데 어쨌거나 중요한 건 닐이 맥스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닐이 맥스이거나 아닐 때 영화 내용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일 텐데.. 길게 감상문에 적었듯이 나는 닐=맥스라고 가정했을 때의 영화가 더 좋고 근거도 있으니까 믿는 걸로ㅋㅋ

    

    

    

    

<자막 아쉬운 부분>

할 말 많지만 길어지니까 가장 큰 불만인 주도자-캣 관계를 쓰겠음..

크로스비 만날 때 아내를 통해 사토르에 접근해야 한다니까 주도자가 먼저 내가 유혹하면 넘어올까? 묻고 크로스비가 ㄴㄴ어림없지 해서 약간 개그 뉘앙스잖아. 원문은

‘Through her of course.’

‘Well, you may have an inflated idea of my powers of seduction.’

‘Hardly. We have an ace in the hole.’

처음부터 주도자는 캣을 유혹할 생각 같은 건 없었음.

    

사토르 만날 계획 세우는 것도 캣이 불륜으로 오해할 거예요 하니까 주도자가 그럼 더 좋죠 해서 뭐지 캣에게 관심 있나? 싶은데 원문은 ‘He'll think we're having an affair.’ ‘Then he'll want to meet me.’ 애초에 사토르가 불륜으로 오해하는 게 목적임. 그래야만 사토르가 주도자에게 관심 가질 테니까. 사토르한테 당신 아내랑 아직 안 잤다고 하고 헤어지는 인사할 때 주도자가 캣에게 친밀하게 스킨십함.

    

캣은 이 스킨십을 돌려주는데.. 스탈스크12 전투를 위해 주도자가 배에서 먼저 내릴 때의 대화. 캣은 사토르를 죽이고 싶어 하고 주도자는 말리는데 주도자가 ‘It always counts, Kat. You're not there to kill him. You're the backstop. If we don't lift that Algorithm, and he kills himself, he takes us all with him.’하자 캣이 ‘You just keep up your end, okay?’하고서는 주도자에게 키스하고 이마를 살짝 맞댐. 나는 이때 이미 캣이 사토르를 죽일 걸 마음먹었다고 생각함. 왜냐하면..

    

시체 버리기 쉽게 배 안전끈(?) 빼놓고 선크림 미리 바닥에 잘 미끄러지도록 바르고

캣이 사토르 죽이고 난 다음 주도자와 연락할 때

‘Kat, you jumped the gun! I couldn't do it!’

‘I couldn't let him die thinking he'd won. I knew you'd find a way. Wait. You found a way. We're okay, right?’

왜 죽였냐니까 사토르가 이겼다고 생각하게 둘 순 없었다, 네가 방법을 찾을 줄 알았다 하는데 ‘I knew you'd find a way.’를 자막에서 아예 생략함. 그래서 캣이 왜 신호 전에 사토르 죽였는지 어리둥절하고 한 번 통수 맞은 캣이 이번에는 주도자를 안 믿었다, 본체 캣과 아들이 가까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죽였다 등등 캣이 이상한 사람 됨..

    

    

테넷 불호평은 영어권에도 많으니까 전부 자막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영문 스크립트 풀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영화 이해 못하고 이런 감상문 쓸 수도 없었겠지ㅋㅋ 영화를 n차 했는데 얘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싶으면 영문 스크립트 읽고 다시 보는 걸 추천ㅋㅋㅋ

    

그리고 그 외에.. 감상문에 미처 못 적은 뇌피셜 풀자면..

닐의 가방고리를 캣이 줬다고 생각함. 캣 핸드백 스카프+맥스 백팩에서 닐의 가방고리가 연상되고 구글에 찾아보면 주황색 끈+동전이 소원을 비는 의미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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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이후 위협을 느낀 캣이 아들에게 가방고리를 선물하지 않았을까.

주도자는 어쩐지 자신이 말한 대로 나이 들어 죽을 것 같음. 나중에 주도자도 닐을 구하고 죽게 되면 그 순간 죄책감에서 벗어나 안식을 얻을 텐데 최후의 최후까지 이미 겪은 과거를 이뤄내기 위해 살아내는..

 





마무리가 뭔가.. 약간 쓰다 만 기분이 들긴 하는데

일단은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 읽어줘서 고마워!

  • tory_1 2020.09.20 20:53
    이거 지우지 말아줘 톨아 너무 잘썼다. 테넷 재탕하게 되면 봐야지
  • tory_2 2020.09.20 21:10
    와 진짜 닐이면 와 너무 신기해ㅜㅜㅜㅜㅜ 좋은 해석 공유해줘서 고마워 톨아 진짜 지우지 말아줘 나도 재탕하고 다시 보고싶다ㅜㅜㅜ
  • tory_3 2020.09.20 22:21
    난 이 영화 이해 1도 안되서 그냥 타임리프물로만 이해했음. 근데 그냥 보다보면 뭔가 닐=맥스로 느꼈졌는데 이게 공식이 아니었구나..왠지 충격
  • tory_4 2020.09.21 08:29
    해석이 닐을 더 좋아지게 만든다 넘 좋아 ㅠㅠ 영화 다시보고싶어졌어
  • tory_5 2020.09.21 10:43
    마지막에 닐이 헬리콥터 타러 갈 때 넘 슬펐거든. 닐이 맥스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다가 이거 읽고 나니까 눈물이ㅠㅠㅠㅠ
  • tory_6 2020.09.21 13:0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1 00:41:27)
  • tory_7 2020.09.21 16:17

    닐과 주도자의 첫만남에서 닐은 주도자를 이미 알고있다는 느낌이 왔고.. 훨씬 인버전도 익숙해보였는데.

    닐=맥스 까지 인버전 될꺼라는 생각을 아예 못했어. 단순히 동료애?라고 하니깐 둘이 너무 뭉클한 느낌이 있어서... 뭐지뭐지 했었는데..

    닐=맥스 라고 생각하니까 흐아......ㅜㅜㅜ 당장 2차 뛰러가야겠어

  • tory_8 2020.10.03 05:02
    좋은 글 잘 읽었어!!!!
  • tory_9 2020.11.05 00:24
    존잼이야 고마웡
  • tory_10 2020.11.07 22:35

    헐 이글 봤는데 영화 또 보고 싶어져ㅠㅠㅠ

    닐=맥스일수도 있다니 글케 생각하니 더 뭉클해지는 ㅠㅠㅠㅠ

  • tory_11 2020.12.17 09:25
    닐이 맥스인지 아닌지 놀란이 말해주면 좋겠는데
    결론은 나도 닐이 맥스라는 설정인 영화가 더 맘에 들어
  • tory_12 2020.12.19 21:20

    닐이 맥스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읽고 나니 새로워져서 넘 좋다! 고마워~

    그나저나 자막번역... 안 그래도 너무 생략된 게 아닌가 했는데 ㅠㅠ

  • tory_13 2023.08.05 18:39

    지금 테넷 첨 보다가 하도 이해가 안 돼서 이 글 읽고 있어 ㅎㅎ 맥스가 닐이라 생각하면 흥미진진하고 뭉클

  • tory_14 2023.09.14 18:53
    영화를 다시 보고싶게 만드는 리뷰 너무 좋다...! 토리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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