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곡성>의 무속, 종교 관련 상징과 관련 비하인드 위주로 정리했다.
일광이 휘파람을 통한 소법으로 종구 집 장독대 안에 있는 까마귀 사체를 찾은 장면. 일광은 이를 통해 엄청난 존재가 종구 집에 저주를 내렸음을 직감하게 된다. 그러면 왜 외지인은 까마귀를 활용한 것일까?
까마귀는 전통적으로 신의 소리를 전달하는 신령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고구려 신화에 등장하는 '삼족오'와 미드 <왕좌의 게임>에 등장하는 세눈박이 까마귀가 그런 이미지로 활용되는 것은 다 그런 이유가 있다. 동시에 죽음을 암시하는 상징이어서 흉조로 보고 있다.
이런 까마귀를 죽여서 장독대 안에 넣은 것은 바로 그 집에 저주를 내리겠다는 의미로 외지인은 종구의 집을 비롯한 마을 전체에 죽음과도 같은 악령을 내리려 한 것이다.
수많은 평론가와 관객들의 영화의 메시지를 물어봤을 때 나홍진 감독은 오프닝에 등장한 성경 누가복음 24장 37~39절 말씀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며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마음의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는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영화를 본 무속인, 종교인들도 이 성경구절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성경구절에 비춰본다면 이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미혹된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종구가 무명을 악령으로 인식해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는 대목과 부제인 양이삼이 외지인을 '아쿠마'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동전의 양면 같은 의심과 미혹된 마음으로 인해 극 중 영적인 존재들은 나쁜 귀신으로 인식되고 만 것이다.
그러한 의심이 사건의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곡성>에서는 외지인이 그러한 존재였던 셈이다.
그러면서 일광은 이 허주에게 '살을 날리겠다'라고 설명한다. 살은 보통사람들은 느끼지 않는 어떤 기운을 말하며, 영화에서는 죽이는 기운인 '살기'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원진살'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살의의 기운을 의미한다. 이것을 받게 되면 사람이 영에 의해 잠식되어 충동적으로 사람을 패거나 살인까지 하게 된다.
처음 일광이 살을 날린다 했을 때 외지인에게 날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효진이에게 살을 날린 것이다. 즉 일광이 효진이에게 원진살을 날려 그들의 가족을 해하려 한 것이다. 영화 속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피해자들이 살인을 저지른 후 넋을 잃은 모습은 자기 의도와 상관없이 무언가에 당한 것을 의미한다. 무속에서는 이런 것을 빙의되었다고 정의한다.
무속인들인 이 살이 현실화되는 것은 사람의 믿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살을 날리는 주술적 행위가 실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을 하면 정말 실행될 수 있고, 반대로 이것을 믿지 않으면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무명은 마을을 보호하는 수호신 혹은 신령으로 정의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그러한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무속인들은 무명을 산신령의 기운을 받은 무녀로 보고 있다. 또한 용어적 상징적 의미로 감독이 임의적으로 설정한 인물이 아닌가 보는 이들이 있다. 불교에서 무명은 인간의 분별력이 한계적 오류를 보일 때 쓰는 용어인데, 인간이 분별력이 있으면 세계가 안전하게 지탱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혼란을 주게 된다. 영화에서 종구가 무명의 조언을 무시해 비극을 초래한 것처럼 이간의 미혹한 마음이 분별력을 무너뜨리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무명이라는 이름을 준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무속인들은 허주인 동시에 악령을 불러들이는 외지인은 상징적으로 저주와 악마를 숭배하는 부두 술 쪽 주술사로 보고 있다. 산속 폐가의 제단에 날짐승의 머리를 둔 것은 일본이 아닌 남미, 아프리카의 부두교에서 행하는 흑주술 의식에 가깝다.
참고로 그가 폭포에서 깨끗하게 몸을 씻고 장구와 북을 치는 장면은 신을 부르는 과정 중 하나다. 무속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외치는 것은 신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그렇게 해야 신이 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직 무당으로 활동 중인 혜장 법사는 2016년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곡성>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장면으로 일광(황정민)과 무명(천우희)이 마주하는 장면을 손꼽았다. 이 장면에서 일광이 무명을 보자마자 수많은 코피와 구토를 쏟게 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보통 무당과 주술사들이 상대방에게 주술을 걸다가 효과가 없으면 문제의 장면처럼 역으로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극 중 무명은 마을의 산신 같은 존재여서 일광의 공격을 차단할 능력이 있었고 이로 인해 일광이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다고 보았다. 아마도 실제 무속인 이기에 이러한 영화 속 장면이 강렬하게 다가온 것 같다.
7부에서 계속…
https://1boon.daum.net/feelthemovie/5f490a9019527f32c56dae42
코피랑 구토 장면 진짜 아직도 기억나 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난 맨 처음에 볼때는 막연하게 무명이 나쁜쪽인가? 생각하면서 봤는데 알고보니 반전이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