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름마다 한번씩 꼭 보는 영화가
바로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야
볼 때마다 복남이 너무 말도 못하게 안쓰럽고 가슴 아프고 속 터지고
남편놈 시동생 새끼를 비롯해서
시고모를 포함해 무도 할매들 진짜 싫은 걸 넘어 혐오스러운데
볼수록 해원이라는 캐릭터가 입체적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처음에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강했다면
지금은 물론 그런 면도 있기는 하지만
냉정하면서 자기방어적인 태도같은 게 이해가 되기도 하더라
초반에 그 여자 폭행사건 관련해서도 깡패 남자들이 와서 막 협박하고 그러잖아?
그걸 보면서 안 그래도 혼자 사는 젊은 여자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이 들면서
여자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대처한 걸 뭐라고 비난하기가 힘들다 싶더라
딱 봐도 제정신 아닌 쓰레기 새끼들인데
차 밖으로 나가서 도와주려고 했다가는 해원이도 죽지 않더라도 최소한 걸레짝 될 거 같은 분위기라서
물론 후배한테 갑질하려 들고
할머니한테 함부로 대한 건 엄연히 잘못이지만
나도 서비스직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인지 사람에 치이다보면
날카로워지고 조금이라도 내 시간 내 평판 내 거에 대해 흠이 생길 거 같으면 뾰족해지는 걸 겪여본 경험이 있어서 알아ㅠ
해원이가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고
솔직히 자기 시간 쪼개서 자기 몫의 업무도 아닌 할머니 일까지 처리해주는 그 후배 직원이 대단한 거지
복남이랑 해원이 관계도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해원이는 원래 도시에서 살던 애니까
복남이를 보는 건 어린 시절 고작 아주 잠깐의 시간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
그런 해원이한테 복남이 자신과 딸 연희의 희망을 몽땅 걸고 의지하고
어떻게든 탈출의 실마리라도 붙잡아보려고 애를 쓰던 복남이가 너무 안타깝더라
그 잠깐의 인연에 집착해야만 삶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얼마나 주변에 믿을 사람 없는 삭막하고 절망적인 삶을 살아왔을까 싶어서ㅠ
그래서 나중에 신들린 사람처럼 살인귀로 돌변해서 날뛰는 것도 이해가 갔음
그때까지 그나마 정신줄 안 놓고 살고 있었던 버팀목은 사실상 연희뿐이었을 텐데
그 딸조차 비참하게 죽어버리고
그래도 유일한 마지막 희망이라 믿었던 해원이는 자기를 외면하잖아ㅠ
사실 그 순간만큼은 자기를 학대하고 능욕했던 다른 사람들보다 해원이가 더 밉고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
연희 죽는 장면에서는 진짜 내가 다 앞이 캄캄해지더라
헐 어떡해;;어떡해;;아이가 죽어서 불쌍한 것보다 그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절망스러웠음
복남이한테 연희마저 빼앗아가면 안되는데 어떡하냐고 진짜ㅠㅠ
후반부에서 복남이 죽는 장면에서
해원이 무릎 베고 복남이 인생에서 그나마 가장 행복했을
해원이랑 함께 했던 시절처럼 리코더 소리 들으면서 눈을 감는 장면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음
복남이한테는 진짜 해원이가 인생을 모두 걸고 의지할 수 있을만큼 소중하고 힘이 되는 존재였구나
아무리 멀리 있어도 그 실낱같은 인연의 끈만 붙들고 살아왔구나 싶어서ㅠ
서투른 글씨로 매일같이 써보낸 편지도 그걸 보여주는 것 같고ㅠㅠ
여태까지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의 육체적, 정신적 폭력에 대해서는 묵묵히 참고 견디던 복남이가
삶의 유일한 빛이었을 딸의 죽음과 그리고 유일한 자신의 편이라고 믿었던 친구 해원이의 배신을 통해
무섭게 변하고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하게 되는 게 참 잔인하기도 했지만 너무나 슬펐음ㅠㅠ
하나라도 의지가 되는 존재가 있다면 살 수도 있었을 텐데
다 잃고 버려진 듯한 그 애통함이 너무나 절절하게 느껴져서ㅠ
그래서 볼수록 잔인한 영화라기보다는 슬프고 처절한 영화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와닿는 거 같아
토리들은 어땠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궁금해
그리고 다른 토리들은 어떤 장면이 제일 인상적었는지도 궁금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많겠지만 그냥 나는 이 영화속에서 오로지 복남이의 삶, 복남이 마음에 감정이입해서 봤던 것 같아. 남편한테 된장 바를때는 나도 쾌감을 느꼈으니깐 ㅋㅋ
그리고 내가 저렇게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 과연 나서줄 수 있을까?... 자기반성의 시간도 가졌던 것 같아 결국 복남이를 도와줄 한 사람 즉 혜원이가 썩은 동아줄이 아니라 금 동아줄이었다면 복남이의 딸도 복남이도 살고 있었을테니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