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맥주 마시면서 진짜 꺼이꺼이 울었어.




어기를 보면서 내 과거가 떠오르더라. 학교 다닐 때 나를 외모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았거든. 뚱뚱하다고 욕도 먹고, 어떤 새끼들은 나 골리려고 일부로 반장으로 뽑아서 한 학기 내내 괴롭히고.




그땐 내가 잘못 했다고 생각했어. 엄마도 늘 내가 고도비만이라서 사람들이 날 미워한다고 말했거든. 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셨겠지. 그래서 살을 뺐어. 살을 빼도 여전히 날 무시하는 애들은 많았어. 어떤 애는 '살 빼봤자 아무 의미도 없네'이렇게 조롱했었지.





고등학교 땐 선생이 종례시간에 나를 꼭 찝어서 불쌍한 우리 ㅇㅇ랑 잘 놀아줘라. 이렇게 말했었다?ㅋ 난 진짜 그게 아직도 이해가 안 가. 그 선생은 날 전혀 동정하지도 않았었는데 말이지. 그냥 그게 우스웠나봐. 난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자리에서 느꼈던 기분이 생생한데





성인이 되고 엄마랑 술한잔 하면서 나 고딩때 은따당했었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펑펑나더라. 엄마는 왜 말 안 했냐 하는데 어떻게 말해. 또 내 탓할거 같은데..







원더를 보면서 삶이란 얼마나 타인에 의해서 재단당하고, 제한되는지 그게 참 아프게 느껴지더라구. 내가 잘못한게 아니고, 난 게으른 돼지가 아닌데도 누군가가 날 그렇게 규정지으면 그런 삶을 살게 되는거야. 어기가 타인에 의해서 괴물로 규정되듯.







사실 엄마인 줄리아 로버츠(여전히 웃는게 너무 예쁘더라.. 노팅힐이 벌써 20년이나 됐는데 어쩜)가 어기를 학교로 보내려고 하는게 첨에는 이해가 안 됐어. 어기를 보호해오면서 누구보다 어기를 향한 시선을 잘 알텐데. 어기가 울면서 학교가기 싫다고 할 때만해도 엄마가 잘못 생각한게 아닌지, 하는 생각을 했어.







엄마는 어기가 살아갈 삶이 많은 가능성을 갖기를 원했던게 아닐까 싶어. 어기는 학교에 가기 싫지만, 자신이 그런 삶을 선택하진 않았어. 사회가 어기를 집에 가둔거지. 어기는 오히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고, 친구를 갖고싶어하는데. 아이가 쳐지거나 다친 상태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엄마가 아이를 향한 적의를 모르진 않겠지. 다만, 엄마는 어기가 진정으로 행복한 미래를 살기를 원했다고 느껴졌어. 아이는 아직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느끼는 행복, 충만감, 인정을 모르니까. 그런 삶을 모르면서 자신이 가질 가능성 제한하지 않기를 바랐던게 아닐까 싶더라.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경험치만큼 생각한다고 하잖아. 어기가 바다가 세상의 전부인줄 아는 물고기가 아니라, 바다 밖으로 한번쯤은 뛰어올라 바다 밖에도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면 결국 밖으로 나가야하는거지. 어기가 아플때 나도 아팠지만, 그래서 어기를 더 응원했어. 어기가 나처럼 자신을 가두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랬나봐.






어기가 울면서 "(사람들이 계속 날 못 생겼다고 손가락질하는)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까?" 하고 물을 때 엄마는 "모르겠어"라고 답했잖아. 이 부분도 진짜 슬펐어. 아이에게 차마 거짓된 희망조차 안겨주지 못 하는 부모의 마음이란게..너무 가슴 아프더라. 어기는 어쩌면 답을 아는 질문일테고, 세상은 앞으로 쭉 평범하지 않은 어기에게 적대적일테니..어기도 그런 현실을 직면하고 살아야할테니...






어쩌면, 외모에 집중하는 세상에 굴복하지 말고 어기가 가진 좋은 면에 집중해줬으면 하는 심정이겠구나 싶어. "너는 훌륭한 아이야" "그건 엄마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라는 말에 엄마는 "엄마니까 중요하지 않니? 아냐 엄마니까 중요한거야. 엄마는 너를 가장 잘 아니까"어기가 가진 좋은 면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어기에게 희망을 가진게 아닐까 싶었어.






마지막에 어기가 그 친구무리랑 화해하고 울 때 참 슬펐어. 어기의 삶은 앞으로 이런 일을 몇 번이나 겪어야만 할테니까. 미래가 마냥 순탄할지 우리는 모르니까. 그래도 어기는 잘 해낼거라고 믿고싶어.









그리고 비아를 보면서도 참..ㅜㅜ 집에 아픈 사람있는 가정은 누구나 비아의 감정을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어. 동생을 향한 사랑과 미움이란 양가감정 그리고 그런 자신에게 느끼는 죄책감이ㅠ.. 뭐랄까, 영화 편집이 참 좋더라. 각자 누구나 자기 삶에선 주인공이고, 사연을 갖고 특정한 감정을 느끼며 살잖아. 어기만 주인공이라면 비아는 잠깐 연민을 유발하고 지나칠 조연으로 잊혀지겠지. 마치, 비아가 연극에서 조연 혹은 배경으로 서있듯. 그렇지만, 영화는 비아가 조연이 아니라, 그 역시 주이공임을 말해주는거 같아.





비아는 포기하는 삶에 익숙하지 않나 싶어. 부모의 관심도, 절친했던 친구가 자신을 피해도, 주연의 자리도 모두 포기부터 하잖아. 그래서, 비아가 주연으로 연기를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 엄마랑 시선을 맞추며 울던것도.. 어기가 태어난 후엔, 비아는 부모님은 대개 어기를 매개로만 만났겠지. 어기가 아프거나, 슬퍼하거나, 괴롭힘당하거나. 많은 대화와 걱정이 어기를 통해서만 나눠졌을거 같아.




근데, 엄마가 떠오른 과거는 어기없이, 부모님과 비아가 직접적으로 감정을 교류하던 그 시절이잖아. 그런 장면을 떠오르면서 비아에게도 여전히 그런 만남이 필요하단 사실을 엄마도 깨닫게 된것처럼 보였어.






그리고 애기들 넘 귀엽더라ㅋㅋㅋ윌? 맞나. 그 친구 넘나 귀엽고 미래가 기대됨ㅋㅋㅋ 딱 하이틴영화에 스포츠맨포지션..저긴 어린애들도 저렇구나ㄲㄱ 하고 웃었음ㅋㄱㅋ 어린애들이 가장 잔인하다고 하잖아. 걔네들은 사회 통념에 가장 잘 물드니까. 딱 부모 하는 행동이 애들한테 드러나는거지 어휴..






여튼, 어기보면서 참 기특하고 눈물폭풍..ㅜㅜ..이런 맛에 영화 본다. 용기를 얻었어. 내 가능성은 내가 만드는거지. 타인이 제한하는게 아니고. 누가 어기를 괴물이라 부르고, 실패해도, 누군가 나를 배신해도, 날 배신한 사람이 나에게 화해를 청해도, 결국 내 삶을 결정하는건 나 자신. 그게 어기가 보여준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 tory_1 2020.05.31 09:12
    톨 감상 너무 마음 따뜻해지고 읽는 사람을 격려해준다 ㅠㅠ 영화만큼이나 좋은 리뷰야 써줘서 고마워
  • tory_2 2020.05.31 13:5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12/17 10:16:13)
  • tory_3 2020.05.31 17:24

    톨보고 영업되서 오늘 볼라구!!

  • tory_4 2020.06.01 09:35

    나도 이 영화 인생영화야ㅠㅠ 감동적인 스토리 안좋아해서 미뤄두다가 본건데 왜 미뤘나싶었어.. 감동적인것도 그렇지만 재미도 있었고 스토리를 잘 풀어서 그런 거부감이 전혀없었어

  • tory_5 2020.06.01 19:31
    토리리뷰 너무 좋다...
  • tory_6 2020.06.14 15:25
    토리 리뷰보규 영화봤다 너무 좋당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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