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사과집 작가님의 <공채형인간>이라는 책인데, 19년도 1월에 나온 거야.

내가 이거 읽을때는 일하기 전이어서, 직장 다닐 때 정말 이럴까, 혹은 조심해야겠다 하고 몇개 사진 찍어 둔 게 있었거든.

이번에 휴대폰 정리하면서 하나씩 읽어보는데  어쩜 이렇게 공감되는지 ㅋㅋㅋㅋㅋㅋ 

꼭 직장생활 관련 아니더라도 공감되는 부분 발췌도 있어.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봐.


 

1. <세련된 돼지> p.24

맨날 처먹고 회식하니 살이 찌는데 돈도 버니까 돈을 또 옷 사고 구두 사는 데 탕진한다. 그러다 보니 나랑 잘 어울리는 스타일도 찾아가는 것 같고 점차 세련되어지는 것 같은데 스트레스를 또 먹는 거로 푸니 나는 점차 세련된 돼지가 되어가는 것이다.



2. <술 마신 다음 날>

술 마신 다음 날 드는 생각.

-말은 아주 필요한 만큼만 할 것.

-누군가를 욕하면 그 사람이 그만큼 더 싫어진다.

-나는 누군가를 갱생시킬 수 없다.

-최저 수준만큼만 사람들에게 기대하자.



3. <삶이 무력해졌다고 느낄 때>

삶이 무력해졌다고 느낄 때 중 하나는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것조차 귀찮아서 매번 봤던 것만 돌려볼 때다. 이미 보고 웃었던, 이미 내 취향에 맞는 재미있던 영상만 다시 돌려보고, 이미 자주 듣는 노래만 계속 들을 때. 새로운 콘텐츠를 마구 경험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한두 개만나 행복해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귀찮아졌을 때. 보던 유투브 재생 목록만 반복할 때.



4. <위로부적격자> p. 167

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나와 같은 아픔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았을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때는 종종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을 받는다. 내가 겪은 비참함을 경험해보지 않았을, 해사한 꽃같이 살아온 그의 위로는 분명 따뜻하지만 원론적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받을 때면 난 ‘넌 이런 적 없었잖아’ 하고 이내 그의 꽃같은 삶에 혼자 피해 의식을 느끼고, 자기 연민 속으로 더 깊숙이 침잠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위로받는 것은 더 까다롭다.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너무 잘 이해한 나머지, 서로를 피하고 싶어진다. ‘너와 이야기할 때면 나의 아픔이 보여. 너한테서까지 내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아.’ 공감이 과한 나머지 불필요한 감정이입에 더 피곤해지기도 한다.



5. <큰 지우개가 있다면>  _영화 리플리

사랑하는 사람에겐 창고 열쇠를 주고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라고. 하지만 안돼. 그 안은 어둡고 더러우니까. 그 추잡함을 들키면 우울한 기분이 더 우울해져. 난 늘 그러고 싶어. 문을 활짝 열고 모든 걸 드러내고 싶다고. 큰 지우개가 있다면 모든 걸 지우고 싶어.



6. <말의 이동>

회사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 말의 이동이 얼마나 빠른지 실감하게 된다. 누군가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쉽게 이동되는지, 어떻게 나의 생각이 순식간에 조직의 생각으로 변해 가는지.... 그래서 실없는 말장난은 많이 해도 어떤 사건, 사고, 인물에 대한 가치판단이 담긴 말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게 차라리 낫다.

하지만 가끔은 일부러 말할 때도 있다. 내 이야기가 어떻게든 회사 안을 돌아다닐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기에 내뱉는 말들. 전략적이라고 해야 하나.



7. <학원 수강률>

회사마다 워라밸 문화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로 임직원의 개인적인 학원 수강률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정기적으로’ ‘정해진 날짜’에 ‘반복되는 행동’을 할 수 있으려면? 내가 내 스케줄에 대한 지배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번개 회식과 예상하지 못한 야근이 반복되는 직장인에겐 취미도 가끔 사치다. 



8. <까막눈>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모르는 게 낫다. 근원과 세부 사항을 알기 전 정보는 가십과 뜬소문에 불과하다. “어 나도 그 얘기 들어서 아는데” 하고 말을 전하는 순간 그 정보는 나에게서 떠나완전히 다르게 재가공되거나 변환된다. 루머는 사람을 들뜨게 하고 허세 가득하게 만들 뿐이다.

회사에서 알아야 할 정보는 학습을 통한 실무적 지식 정도다. 회사의 소식을 마지막으로 듣는 까막눈이 되는 게 이것저것 애매하게 다 듣는 것보다 낫다.



9. 내 멋대로 하고 싶은 걸 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중략) 그저 항상 가정 형편에 대한 부담을 갖고 살아온 나에게 꿈이라는 것은 일종의 사치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는 것을.

 꿈이다 뭐다 말할 정도로 확실한 진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엄마에게 확신을 줄 만큼 내가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비참하기도 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는 엄마를 정말 사랑하지만, 엄마처럼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엄마의 꿈이기도 했다.  



10. 정지 신호 없이 일한 사람이 보통 한 번에 정지를 하죠.

 


11. 젠더 심리학 전문가 러네이 엥겔른의 말처럼 “외모 강박은 여성에게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압도적으로 여성의 문제”다. 여성과 남성은 외모 강박에 있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과 여성의 꾸밈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없이 자기관리하는 여성을 ‘능력보단 얼굴에 초점을 맞추는 철없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게 같잖다. 화장을 하든 안 하든 그냥 언급을 안 하시면 됩니다. 외모에 대한 평가를 일절 거두시면 됩니다.



--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고, 코로나 걸리지 않는 2021년 보내자! 

  • tory_1 2021.01.02 15:31
    공감되는 구절이 너무 많다. 좋은 책 추천 고마워.
  • tory_2 2021.01.02 16:11

    3요새 완전 나다 ㅠ ㅠ 

    고마워 스크랩 

  • tory_3 2021.01.02 17:21
    진짜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공감된다. 좋은 책 추천 고마워!
  • tory_4 2021.01.02 22:06

    올해 3년차 되는데 정말 하나하나 공감된다...고마워! 이 책 꼭 읽어보려고

  • tory_5 2021.01.03 17:38
    짧은 구절이지만 공감되는게 참 많다. 남은 휴일동안 읽어보고 싶네...! 추천 고마워 토리
  • tory_6 2021.01.05 00:44

    톨아 추천 고마워 !

  • tory_7 2021.01.06 00:17
    추천 고마워! 읽어볼게
  • tory_8 2021.01.06 12:54
    와 토리 이거 다 옮겨 적느라 고생했겠다 고마워! 직장인 에세이 이런 류 언젠가부터 너무 뻔하고 다 똑같아져셔 관심 껐는데 이 책은 읽어보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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