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뭐 한 것도 없이 신기루나 손에 쥐었던 모래처럼 스르륵 지나간 느낌이야..ㅠㅠ
2019년엔 내년 되면 도서관도 자주 가고 책도 많이 읽자고 스스로 말했는데
생각만큼은 이뤄지지 않았네.
그래도 올해 바닥을 보았으니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생각하며
2021년을 맞이해 작년 하반기에 읽었던 책들을 짧게 정리해보려고 :)
아주 단편적이고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한 거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도 있어 ㅎㅎ
선의 법칙 - 옛날에 읽은 흔적을 다시 더듬어보았다. 편혜영의 글이다. 그녀의 글은 아름답거나 독특한 문장과 단어를 쓰지는 않지만 설득력이 있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한 번도 이어진 적 없었던 두 사람(교사와 히키코모리)이 동생의 핸드폰 속 전화 번호로 이어진다는 그, 막연한 우연 속에서도 치밀한 접점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글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게 만든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은 항상, 제목부터 나를 설레게 한다. 당연한 일상과 진리를 아주 평범한 어휘로도 반짝이게 만들어내는 그는 천상 타고난 시인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 봄의 도다리쑥국이 먹고 싶어지고, 통영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어진다. 이번 그의 산문집도 사야겠다.
시간의 딸 - 언제부터였더라, 온다 리쿠의 책에서 제목을 본 이후로 항상 읽고 싶었던 '진리는 시간의 딸'. 안락의자 탐정의 단서를 쥐어짠 추리는 언제나 나를 기쁘게 한다. 영국 장미 전쟁과 튜더 왕가, 다양한 가문의 문장들이 떠오르는 매혹적인 추리소설. 근데 우리나라에선 왜 이렇게 조세핀 테이 소설이 읽기 힘들지..ㅠ
폴링 인 폴 - 백수린의 소설에는 강렬하고 불안정한 욕구와 되돌려받지 못할 애정이 항상 양립하는 느낌이다. 사실상 결국, 그 애정이 욕구이겠지만. 그러나 그 욕구의 끝에서 우리는 가끔 용서를 받고 또 가끔은 포기를 본다. 그 엔딩을 위하여 차곡 차곡 쌓아올리는 욕구같다.
검은 얼굴의 여우 - 나는 미쓰다 신조를 참 좋아해서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지만 글쎄. 시종일관 담담한 문체가 오히려 의문이었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이 소재를 다루었을까. 겪어보지 않았던 전쟁의 상흔을 가해자의 입장에서 담담하게 담아낸다는 것 또한 읽는 것이 괴롭기도 하구나.
0 영 제로 - 김사과의 소설을 단편으로만 접했을 때에도 굉장히 발랄하고 경쾌하구나, 템포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장편도 그러했다. 유쾌하고 통통 튀고 악의가 있는 소설. 인물들이 가진 다채로운 악의가 소설을 한층 더 생기있게 만들어준다.
추억의 야상곡 -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은 읽고 난 다음이 썩 개운치 않다. 어느 순간부터 픽션에서 성적인 학대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사용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과연 인간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그뿐인가, 더 치밀하고 견고한 상처의 시나리오, 서사가 필요하다. 고민을 하시게. 그것과는 별개로 이 사람의 글은 대체로 폭력적이다. 문체나 시선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요새 핫한 작가 김초엽의 단편집. 어딘지 모르게 정세랑의 '지구에서 한아뿐'도 생각나는 건 같은 감성 sf 소설이라 그런지도. 다정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아 따스한 sf 소설.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고 싶어진다.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 도정일 선생님의 산문집. 시선은 진중하지만 글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우아하지만 너무 멀리떨어지지 않은 주장으로 다가선다.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하는 글들. 이런 글을 읽음으로 내 사유가 넓어지고 다양해진다.
조용한 무더위 - 생활고에 쪼들리는 40대 불운한 여탐정은 나이나 체력과 관계 없이 주위를 보는 시선에서 반짝 반짝 빛이 난다. 우아하게 흔들 의자에 앉아 뜨개질 하는 마플 여사와는 다르지만, 그 빛나는 영민함만은 다르지 않다. 이 탐정을 또 보고싶다. 그런데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사건이 너무 피비린내 나지 않나?
모스크바의 신사 - 시인이신 친구의 어머님께 추천 받은 소설인데 역시가 역시다. 너무 재밌다. 세밀한 묘사와 만들어낸 인물이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알렉산드르 백작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변화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가치 또한 함께 담아본다. 따뜻하여라. 그리고 또 행복하기를.
돈이 없을 수록 서울의 아파트를 사라 - 이렇게 살다간 정말 죽을 때까지 집을 못살 것 같다는 절망감에 좇겨 빌린 책. 다 아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배운 부분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언제나 공부는 어려운 것.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 - 옛날 감성이라 그런지 모르겠다마는 미인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추리 소설들이 너무나도 많다. 미인이 아니거나, 여자가 아니거나, 그렇지 않으면 살해당할 수 없는가? 와는 별개로 범인의 으스스한 감성이 상당히 짙다. 항상 읽던 일본 추리 소설의 감성.
녹슨 도르래 - 제일 불행한 탐정이라 해도 세상을 보는 시선만큼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다르다. 사소한 눈썰미 하나하나에서 사건이 풀리는 실마리가 돋보여서 좋았다. 이 탐정 시리즈는 또 읽고 싶은데 살인곰 서점의 미스터리 이벤트는 꼭 나도 참여하고 싶을 정도. 이런 서점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
종이 동물원 - 왜일까, 한창 sf 소설들이 유행이다. 켄 리우의 감성도 sf 답지 않은 따스함이 묻어난다마는, 내가 요새 중국에 대해 좀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어서인지 유난히 미화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작품 배경을 중국이 아닌 어딘가로 대체하게 된다. 그 외에는 만족스러워.
레이디 조커 - 리오우부터 시작된 다카무라 가오루 여사의 작품 도장깨기가 되어버렸네. 조시, 마크스의 산에서 읽었던 것처럼 이 작가 소설에서는 꾸준히 브로맨스의 향이 난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 서사가 부각되지 않는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 시리즈를 뒤따르는 훌륭한 느와르 물이다. 느와르 짱죠아... 어쨌거나 아우르는 시선이 참 넓고 다각적이며, 다방면에 능통하다는 느낌이 드는 작가.
간식을 부탁해:누가 해도 맛잇는 노오븐 초간단 베이킹 - 다이어트 때문에 약간 과자, 빵, 간식류에 반쯤 미쳐있는 상태라 빌려왔는데 이 책 좋아서 사고 싶어졌다. 만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설명, 방법, 재료가 간단!
양과자 세계사 - 다이어트 때문에 과자에 미쳐서 빌린 책 22222... 인류가 시작될 때부터 사람들은 지방질이 많고 단 걸 좋아했다. 그러니 당연히 나는 그 인류의 역사에 거스를 수가 없는거지!!는 별개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빌려서 그런지 슈톨렌, 부쉬 드 노엘이 먹고 싶더랬다.
똑똑한 부동산 투자 - 벼락거지가 된 이후로 영상이 너무 싫어짐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찾아낸 '아임해피'의 부동산 투자 방법. 부동산의 아주 최초적인 전략을 살피기에 좋았다.
하루 한 끼 도시락 -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3개월 동안 다이어트 때문에 닭가슴살 먹다보니 질리고 질려서 빌려왔던 책. 저 책에 나왔던 도시락 싸고 봄에는 꼭 피크닉을 가고 싶습니다ㅠㅠ...
파이 바닥의 달콤함 - 영리하지만 괴짜같은 소녀가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건, 그 나이 또래에게만 허락되는 순수와 결단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플라비아가 24살이었다면 과연 저렇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싶어서. 그러나 약간 정신이 없었기도 없었고, 제목에 끌린 것이 7할이다. 그 이유는 다이어트 때문 3333
맛있는 살인사건 - 여탐정이라고 붙이긴 싫지만, 어쨌거나 거들먹거리는 남탐정에게서는 볼 수 없는 섬세함, 감정의 통렬함, 그리고 나이를 먹음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삶에서의 무지함(나이가 든다고 현명함과 지혜가 저절로 주어지는 건 아니잖아!! 나만 봐도ㅠㅠ), 빛남이 드러난다.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소설. 미묘하게 제목 때문에 고른 걸일지도. 아마 다이어트 때문 444
시를 잊은 그대에게 - 제목부터 멋있었다. 그거랑은 별개로 아주 즐겁게 소화가 되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다양한 시인들의 대표적인 소설, 혹은 영화나 이야기와 연결되는 시를 소개 받는 느낌은 좋았다.
오늘은 뭘 만들까 과자점 - 가족이란 무엇인가 알려주는 따뜻한 소설에다 다양한 일본 전통 과자를 먹고 싶게 만든 책. 물론 이 책도 다이어트 때문인가 싶기도 555...ㅠㅠ 그것과 별개로 작가의 사상이랄지, 아니면 그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한 건지 여자상이 형편없다.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 - 대학교도 그렇고 부동산도 사실 상 인서울이 목표인데 이대로라면 인서울은 커녕 벼락거지가 되게 생겨서 빌렸는데. 고양이 진짜 올라서 신기. 화정도 오르려나?
은하영웅전설 - 다나카 요시키.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를 재밌게 읽었는데 이 작가 소설인줄은 몰랐다. 라인하르트-키르히아이스 관계 설정 퍼먹자...라인하르트-양 웬리도 좋아...ㅜㅜ 솔직히 소설적 감상으로 너무 재밌다.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전략이 소설속 인물들이 찬양하는 만큼 천재적인 전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터지는 이벤트들이 장대하고 화려하고, 인물간의 긴밀한 관계들이 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이끄는 요소들이다.
파운데이션 시리즈 - 아이작 아시모프를 왜 sf 소설계의 아버지라고 말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게 만드는, 그야말로 입을 떡 벌리게 만드는 시리즈. 1권에서 알게 된 내용이라고 해서 2권, 3권의 흐름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게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그 다음 권을 어쩔 수 없이 집어들게 만드는, 마법 같은 소설.
작년에 읽었던 소설 중 제일 재밌게 읽은 책을 꼽으라면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꼽겠어.
왜냐하면 난 어제 은영전이랑 파운데이션을 다 읽었거든 :)
파운데이션 진심 최고... 꼭 읽어줘
천재적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소름 돋는 책이당....ㅠㅠㅠㅠ
다음번에 도서관 가게 되면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읽으려고!
토리들의 올해 최고의 책은 뭐였는지 궁금하다 추천해줘 ㅎㅎㅎ
종이동물원 나랑 비슷하다 감상이 ㅋㅋ
나도 따뜻하고 좋은데.. 뭐랄까 ㅋㅋㅋ 중국뽕을 심하게 맞은 느낌의 소설이라 매 작품 재밌는거랑 다르게 진도가 너무 안나가더라. 내도록 붙잡고 있다가 반납기일 다가와서 완독 못하고 그냥 반납했는데 뭔가 그 중국뽕이 묘하게 아쉬워서 그랬나봐. 표제작이 제일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