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좋았던 책!
이혼한 사람들, 홈리스, 청소년 미투, 장애인, 탈북여성, 가출청소년 다양한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야!
어렵지 않고 구어로 되어있어서 술술 읽히더라구
차별의 양상과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우리의 경험을 해석하고 재구성할 통찰력과 언어를 새롭게 채우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서 차별과 고통을 앎의 자원으로 활용해 세상에 저항하거나 균열을 일으키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간 이들이 우리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다. 약자의 말하기는 우리 사회를 성찰하고 변화하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우리 사회에서 동의 없는 성관계를 '폭력'이라고 말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여성이 말하기 시작했을 때에야, 성폭력은 성관계나 정조의 유린이 아닌, 젠더 권력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제도화된 폭력임이 드러날 수 있었다. (5~6p)
누군가의 곁이 된다는 것은 전통적 의미에서 사랑과 헌신을 주고받는다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에게 부여된 위치가 이동하는 일이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과 규범 등을 재구성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내 자식이 '착한 딸'이기를 기대할 때 부모는 학내 성폭력을 고발한 자식의 곁이 돼줄 수 없다. 가족이나 친구 같이 '친밀한' 관계만이 내 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편견 없이 대해주는 직장동료, 나를 위기에서 구해주는 사회안전망,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투쟁과 연대에 이르기까지 곁은 다양한 수준에서 형성되어야 한다. 억압이 다층적이란 말은 변화 역시 다층적인 것임을 시사한다. (10p)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그리고 그 행복을 위해 누군가는 단 한 번밖에 없는 생을 두고 때론 결혼을, 때론 이혼을 선택한다. 둘 다 삶의 방관자가 아닌 행위자로서의 결단이다. (57p)
상상력은 우리가 상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 작동하지 않는다. 그때 작동하는 것은 두려움과 혐오다. 우리가 어떤 것을 궁금히 여기고 배우려고 할 때, 그때야말로 상상력이 작동하는 시점이다. (101p)
인간은 모두 기대어 산다는 점에서 개인과 가족의 건강한 자립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원을 제때 요청하고,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중에 기반해 의존하는 대상이 늘어나는 것이며, 그것이 가능할 때 삶은 풍요롭고 단단해진다.(1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