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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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헤이안 여성의 삶을 다룬 무라사키노 유카리 모노가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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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글에서 겐지 이야기의 문학적, 역사적 가치에 대해 서술 했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겐지 이야기에서 나오는 일본 전통시, 와카의 매력을 소개해보도록 할게.

겐지 이야기에는 진짜 엄청나게 많은 와카가 등장해.
겐지 이야기는 총 54권이고, 각 권마다 최소 3~4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그 장마다 최소 한 수씩은 나온다고 보면 돼.
(특히 겐지와 여자의 대화 장면이 있다면 와카 문답이 필히 나온다..)


이 와카들 중에선 무라사키 시키부가 직접 지은것도 있고, 인용한것도 많은데,
어떤 장면에서 어떤 시를 보여줘야 임팩트 있고 멋진지를 잘 알고 있는거 같아.


내가 생각하는 겐지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 와카 같아.
직설적인 말로 현재 감정을 표현하거나 상대에게 말하는 것보다
시의 비유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을 통해서 전달하니까 거기서 느껴지는 흥취가 멋지다고 해야할까?

주고받는 시가 때론 개인의 감정 표현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전하는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고, 때론 파워 비꼼 돌려까기 이기도 하거든...
그럴때 서로 알아듣고 멋지게 문답하는 경우도 있고,
비꼬면서 돌려깠는데 정작 그 까인 상대는 그 의미를 못알아 들어서 웃긴 상황이 되기도 하고,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실력이 안되서(ㅋㅋㅋㅋ) 그저그런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도....

그냥 봐도 재밌지만, 특히 이런건 알면 알수록 보이는게 많아지는 만큼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그래.


.........서두가 길어지는데 사실 원글 토리가 겐지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의 9할이 이 와카라서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시 본 목적으로 돌아가서..
겐지 이야기엔 정말 엄청나게 많은 와카가 등장하지만
원글 토리가 제일 좋아하는건 아키고노무 중궁과 무라사키 부인 사이에 오간 춘추 논쟁이야.


사실 뭐 거창한 내용은 아니야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 아키고노무 중궁과 봄을 가장 좋아하는 무라사키 부인이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짱짱이거든요, 하고 자랑하며 취좆하는게 내용이거든.

그냥 이렇게 말로 설명하면 별거 없고 엄청 유치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와카로 주고받으면서 하니까 뭔가 되게 있어보인다?


+
둘이 주고받은 와카를 소개하기 전 먼저 아키고노무 중궁이 누군지 간략히 소개하고 넘어갈게...

아키고노무 중궁은 로쿠죠 미야스도코로와 겐지 아빠의 동생인 전 동궁(일찍 죽음) 사이에서 태어났어.
(로쿠죠 미야스도코로가 겐지 애인, 고대 얀데레로 유명한 그 캐릭터 맞음.)

이세신궁의 사이구(신을 모시는 무녀라고 생각하면 됨)를 역임했는데,
로쿠죠 미야스도코로 사후엔 겐지가 후원자로 자처하고 나서서 양녀로 삼아.
이렇게 겐지의 양녀가 된 그녀는 입궁해서 뇨고가 되는데.. 누구의 뇨고가 되었냐면 레이제이.
(* 뇨고(女御, 여어) 중궁 다음가는 비. 섭관대신 이하 3위 이상인 공경의 딸. 중궁은 여어 가운데서 뽑힘 )
족보상엔 기리츠보와 후지츠보 사이에서 태어나 왕이되었다고 표기되지만..... 사실은 겐지 아들인 그 레이제이 맞아.
그러니까 겐지는 자기 아들인 왕에게 자기 양녀를 시집보낸거야. (참고로 레이제이가 9살 연하...)

우메츠보노 뇨고라고 불리던 (처소가 후궁오사 중 응화사, 우메츠보라는 별칭이 있음) 그녀는 자식이 없음에도(사실 레이제이 자체가 재위 기간에 자식이 없었음.) 겐지라는 든든한 뒷백 덕에 중궁이 되었어.
심지어 그녀보다 먼저 들어온 고키덴(홍휘전) 뇨고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야! (보통 홍휘전에 집안빽 제일 센 사람이 들어감.)

사실 겐지 이야기에서 그녀의 호칭은 입궁 전에는 미야(宮), 사이구(斎宮), 젠사이구(前斎宮)이고
입궁 이후엔 미야(宮, 직계 왕족이기 때문에 미야 호칭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붙음), 사이구노 뇨고(斎宮の女御, 사이구를 역임했던 뇨고),
우메츠보(梅壺, 우메츠보에 기거하는 뇨고), 중궁 이야.

아키고노무 중궁이라는 단어는 원전에선 전혀 등장하지 않아.
그런데 왜 아키고노무 중궁이라고 불리냐면.... 겐지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이 '가을을 좋아하는 중궁'이라서
아키고노무(秋好)라는 별명을 붙여준거야.
그렇게 붙은 별명이 지금까지도 그녀를 지칭하는 공식명칭인 것처럼 쓰이는거고.
겐지 이야기에는 이런식으로 이름이 붙은 인물이 많아.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겐지의 첫번째 정처, 아오이 부인이야.
(겐지 이야기 그 어디에도 아오이 부인을 아오이노 우에라고 지칭하는 표현은 없음.)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아키고노무 중궁은 겐지의 후원을 받은 양녀야. 그래서 둘은 상당히 사이가 좋은 편이었어.

아키고노무 중궁 입장에서 무라사키 부인은 자기 뒷백을 봐주는 후원자의 부인인거고,
무라사키 부인 입장에서 아키고노무 중궁은 남편 겐지의 권력을 뒷바침해주는 사람인거니까.
(겐지의 애인이었던 로쿠죠 미야스도코로의 딸과 겐지의 부인이 사이가 좋다는게 이상하기도 하지만,
이 글이 지어진 시대가 헤이안 시대라는걸 감안해야..... 또 둘이 애인관계였던 기간이 무라사키 부인과 결혼하기 이전이기도 했고....
근데 무라사키 부인이 죽는데 로쿠죠 미야스도코로의 원령이 한몫한다는......)


아무튼 그렇게 사이가 좋았고 교류했던 관계이기 때문에 둘 사이엔 편지가 오갔고,
이 춘추 논쟁도 그렇게 오가던 교류 속에서 시작 된거였어.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둘이 주고받은 와카를 살펴보도록 할게.

주의
* 해석은 일본어 해설을 보고 내가 한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니 느낌만! 딱 고 느낌만 느껴봐.
** 사실 저 시가를 주고 받을때, 상대가 쓴 단어를 받아서 자기식으로 회답하고 막 그런게 있는데..
취미로 좋아하고 파는 나는 그런거까지는 제대로 설명하기 힘든관계로....ㅋ..........







1라운드는 아키고노무 중궁이 가을에 선빵(.....)을 날리면서 시작해.


육조원으로 이사한 직후의 아주 풍성한 가을,
아키고노무 중궁이 무라사키 부인에게 단풍잎과 가을꽃을 담은 상자와 함께 편지를 보내.
그 편지엔 이런 말이 적혀있었어.



心から春待つ園はわが宿の紅葉を風のつてにだに見よ 
봄을 기다리는 정원에는 없을 가을 정원의 단풍잎을 바람에 실어 보내니 보아주시길.



이거 상당히 도발적인 내용인데, 그 도발을 살려서 현대식으로 풀어 말하면 딱 이거야.

"당신은 봄을 정말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가을이라 정원에 볼게 없어 쓸쓸하겠네요.
참 아름다운 가을인데, 내 정원의 아름다운 가을을 보여드리니 한번 보시는게 어때요?"

(....)

아키고노무 중궁이 저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이들이 사는 육조원이라는 곳은

동남 - 무라사키 부인의 거처 :: 봄
동북 - 하나치루사토의 거처 :: 여름
서남 - 아키고노무 중궁의 사가 :: 가을
서북 - 아카시 부인의 거처 :: 겨울

이렇게 네 구역으로 나뉘어서, 원래있던 냇물이며 연못, 동산의 모양까지 바꿔가면서 각자 거처하는 인물의 취향대로 꾸민거야.
각자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일종의 그 사람의 이상적인 세계관을 정원에 옮겨놓은 거거든.


무라사키 부인이 거처하는 동남쪽은
동산엔 봄이면 꽃이 피는 나무는 있는대로 다 모아심고,
앞뜰엔 봄을 즐길 수 있는 나무들을 골라 심었어.

즉 봄을 좋아하는 무라사키 부인의 이상적인 세계관 :: 봄꽃이 만연하게 피어나는 정원을 만든거지.
그런데 육조원으로 이사오고난 이 계절은 가을이야.
즉 필리 없는 봄꽃을 주로 심은 무라사키 부인의 정원은 휑할거라 이거야.


봄꽃을 잔뜩 심은 당신의 정원은 휑할테지만,
가을이면 선명하게 물드는 낙엽수, 들판에 심은 가을꽃이 흐드러진 내 정원은 볼게 많다고
가을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걸 인정하는게 어떻겠냐고 염장지르는거(......)





그 도발에 무라사키 부인은 이렇게 답장을 해.



風に散る紅葉はかるし春の色を岩根の松にかけてこそ見め 
가을 바람에 지는 낙엽의 가벼움이여, 바위처럼 지지않고 늘 푸른 소나무의 봄 빛을 보는건 어떤가요.



풀이하자면
"당신이 사랑하는 가을의 아름다움은 가볍고 금방 지는데 반해,
내가 사랑하는 봄의 아름다움은 중후하고 영원하답니다."

라고 멋지게 받아친거야.
이 시와 함께 무라사키 부인은 아키고노무 중궁이 보냈던 가을꽃과 단풍이 들어있던 상자에 이끼와 돌, 소나무 가지를 장식해서 보냈어.


낙엽(가을의 아름다움은)은 아름답지만 바람만 불어도 떨어지는, 가볍고 덧없는데 반해,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른게 마치 바위처럼 중후하고 영원한 아름다움이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봄의 아름다움은 그런것이라고, 가을보다 훌륭하다고.............

굉장히 재치있는 답이면서 상당한 취...좆......




겐지는 단풍을 곁들인 편지에 당한 느낌이라며,
봄꽃이 한창 필 무렵에 새로 답장을(이라쓰고 반격이라 읽는다) 하는편이 좋겠다며 아키고노무 중궁의 손을 들어줘.

뭐, 가을이 한창일때 가을정원이 아름답고, 봄 정원이 한창 시들어 쓸쓸한건 당연한거...긴 하다만,

솔까 개인적으론 무라사키 부인의 답가가 한수 위인거 같아...... 말빨 장난 아니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겐지때문에 판정패를 당한 무라사키 부인은 봄이 오자마자 반격을 가해ㅋㅋㅋㅋ
그렇게 제 2 Round가 벌어져.


봄을 맞이해서 겐지와 무라사키 부인은 연회를 크게 열어.

이 연회 스케일이 얼마나 크냐면,
아키고노무 중궁의 사가에 있는 남쪽 연못은 무라사키 부인의 정원 연못과 물길이 통해있는데,
그 물길을 통해 아키고노무 중궁의 시녀들이 배를타고 무라사키 부인의 정원까지 와(....)
그리고 배를 타고 무라사키 부인의 봄이 만연한 정원을 낮 내내 노래하며 구경했어.(...)

(왜 중궁이 사가에 내려와있었는데 직접 보지 않고 중궁의 시녀들이 갔냐면, 중궁이 일없이 왔다갔다 할 신분이 아니어서 대리로 보낸거..)


그리고 다음날, 아키고노무 중궁은 첫 법회를 여는데,
무라사키 부인이 예쁜 소녀 여덟명을 골라 새와 나비모양 옷을 입히고, 넷은 은 꽃병에 벚꽃, 다른 넷은 금꽃병에 황매화를 들게해서,
배를 태워 아키고노무 중궁의 정원으로 보내 불전에 꽃을 바치게 해.

그렇게 스케일 크게 저지르고나선 겐지 아들 유기리를 시켜서 이런 편지를 보내지.



花園の胡蝶をさへや下草に秋まつむしはうとく見るらむ 
봄의 화원에서 춤추는 나비마저도, 풀숲에 숨어 가을을 기다리는 방울벌레에게는 시시해 보이는 걸까요.



....연회에 오지 못한 중궁을 풀숲에 숨은 방울벌레에 빗대는 패기ㅋㅋㅋㅋㅋㅋ
여기서 胡蝶는 '나비'이기도 하지만, 어린 소녀들이 나비처럼 춤을 추는 '무악'을 이르는 말이기도 해.
즉, 무라사키 부인이 배를 태워 보낸 소녀들이 중궁 앞에서 胡蝶를 춘거야.


정원에서 중궁전 시녀들을 뱃놀이 시켜,
연회에 오지 못한 중궁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동들을 시켜서 胡蝶를 추게 해,
덧붙여서 법회에 보낸 꽃은 금은 꽃병에 담아 보내....

진짜 말 그대로 스케일 큰 돈지랄을 제대로 해서
이래도 봄보다 가을이 좋아?? 이래도 봄보다 가을이 아름답다고??? 하는 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무라사키 부인의 편지에 아키고노무 중궁은 이렇게 답장을 해.



胡蝶にも誘はれなまし心ありて八重山山吹を隔てざりせば
나비의 춤에 이끌려 갈뻔 했답니다, 황매화 울타리가 막지만 않았던들.



나비에게 이끌려간다, 고도 할 수 있고, 본인이 나비가 되어서 갈뻔 했다고도 할 볼 수 있어.
또 胡蝶는 봄 나비기도 하지만, 위에서 무라사키 부인이 보낸 소녀들이 胡蝶를 추고 돌아가잖아?
그 춤춘 소녀들이 다시 돌아갈때 자기도 이끌려서 가고싶었다는 의미도 돼.

황매화(山吹) 울타리로 막았다는건, 무라사키 부인의 정원엔 봄꽃나무를 심었다고 했지?
그중에 하나가 황매화나무야.
그런데 그 많고 많은 꽃나무중에 왜 황매화냐면, 무라사키 부인이 여동들을 통해 헌화한 꽃이 황매화였거든.

당신의 정원의 황매화 나무가 마치 울타리처럼 겹겹이 가로막고 있어 내가 갈 수가 없었다는 의미가 되는건데,
그게 뭐 무라사키 부인이 아키고노무 중궁 오지말라고 심은거겠어?
중궁이라는 신분때문에 함부로 당신을 방문할 수 없다는 말을 황매화가 가로막고 있어서 갈 수가 없다고 빗대 말한거지.


중궁이 가을의 아름다움을 자랑했을때, 봄이 더 아름답네요, 하고 받아쳤던 무라사키 부인의 답장과는 달리,
봄을 자랑하는 무라사키 부인의 편지에 중궁은 봄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있지.

이런거 보면 아키고노무 중궁은 선빵치는(....) 사람이긴 했다만 무라사키 부인보다는 남의 취향을 더 존중하는 사람이야.


사실 아키고노무 중궁은 저 봄 연회에 무척 가고 싶었던거 같아.
연회 다음날 아침이 밝았을때 (동남쪽과 서남쪽을 가르는) 동산 너머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부러워했다는 묘사가 있거든.
갈뻔했는데 가로막혀서 못갔다는 시도 그렇고..



그런데 참고로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는 이 시가 바로 다음줄에 아키고노무 중궁은 팔방미인이지만 시가에는 서툰거 같다고,
딱히 다른거에 비해서 훌륭한 답가는 아닌거 같다고 디스해.

사실 그렇지 않니....?
가을의 답가에서 무라사키 부인은 가을의 특성을 가지고 재치있게 반격했는데,
아키고노무 중궁은 그런건 없었으니까.



다만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은 무라사키 부인은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의 오너캐라는 해석도 있다는거..
그러니까 그 해석의 관점으로 보면 저자가 오너캐의 능력을 다른 캐릭터보다 더 잘난것처럼 묘사하고 싶어했을 가능성이......







물론 이 논쟁은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어디까지나 둘이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거야.
중궁과 중궁의 후원자 부인이 사이도 서먹한데 저런 논쟁을 했다고 생각하면....... 식은땀이....ㅋ.....
계절마다 열린 계절 연회에 오가던 각 거처의 시녀들이 눈치 무지하게 봤을.....




아무튼 그렇게 두 여자는 취향 논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고,
그래서 무라사키 부인이 병으로 죽은 후, 아키고노무 중궁은 둘이 취향논쟁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추모의 편지를 겐지에게 보내.



枯れ果つる野辺を憂しとや亡き人の秋に心をとどめざりけむ
메말라 시들어버리는 들판의 초목을 쓸쓸히 여겨 돌아가신 무라사키 부인께서는 가을에 마음을 주지 못하셨는가.

いまなむ、ことわり知られ侍りぬる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가을보다 봄아 더 좋다고 말하면서, 가을을 좋아하지 못한 무라사키 부인의 마음을,
흠모하는 무라사키 부인을 잃고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고 해.

무라사키 부인은 가을에 죽었거든.
소중한 사람을 가을에 잃어보고 나서야,
아끼고 사랑하는 꽃과 나무가 시든 모습을 하는 계절이라 가을을 좋아하지 못했다는것을 이해했다는 거야.



난 무라사키 부인을 추모하는 많은 시들 중에서 이 아키고노무 중궁의 시가를 제일 좋아해.

아무래도 내가 저 둘의 춘추논쟁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기도 하지만,
죽은 사람의 생전 모습, 그 마음을 죽어서야 이해했고, 그게 너무 안타깝고 그래서 더욱 그립다는게
저 짧은 싯구에 아주 잘 담겨있다고 생각하거든.




엄청 장황하게 썼는데,
겐지 이야기가 줄거리만 놓고 말하면 하반신의 노예 겐지의 개막장 연애 스토리라지만,
이런 뭐라고 해야하나... 풍류라고 해야할까? 딱 그 시대만의 감성이랄지, 그런걸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좋아해.

춘추 논쟁도 솔직히 위에 썼다시피,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니가 좋아하는 계절보다 더 아름답거든? 하는 단순한 취좆 이야기일 수 있는데,
재치있고 아름답게 느껴지는건 무라사키 시키부의 묘사, 그리고 시가 덕분이라고 생각해.

  • tory_1 2017.12.29 20:55
    겐지 캐릭터가 너무 극혐이라 쳐다도안보고 있었는데 이글 읽으니까 겐지모노가타리 읽어보고싶어진다ㅠㅠㅠ
  • tory_2 2017.12.29 21:32
    앗 저 가을 봄 시가는 알고 있었는데 무라사키 부인이 죽고 나서 중궁 시가는 처음 봤어! 막연히 아름답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토리 설명까지 곁들어 보니 먹먹하다 ㅜㅜ 좋은 글 고마워 !
  • tory_3 2017.12.30 00:33
    정성글 좋다 고마워!!
  • tory_4 2017.12.30 01:21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은거긴 하지만 나도 와카 때문에도 겐지 이야기 좋아했었어.. 헤이안 시대의 풍류? 같은게 좋더라고.
  • tory_5 2017.12.30 04:15
    냔아 이런글 너무 좋다 ㅜㅜㅜㅜ
  • tory_6 2017.12.31 11:19
    정독했어. 좋은 글 고마워~
  • tory_7 2019.01.29 11:47

    역주행으로 다시 정독했어 원톨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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