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https://youtu.be/l0IShfuri5I?t=27s
(▲서현진이 시 낭독한 영상인데, 목소리 들으면서 읽으니 더 좋아서 가져왔어)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_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뭔가.. 오늘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복잡해지더라
지금 내가 가고있는 길이 내가 가고싶어했던 길이 아니였거든..ㅠㅠ
근데 저 시 읽고 위로가  되더라.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겠어.
내가 힘들어 했던 모든 경험들이 나중에 보면 다 필요한 일이였고,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 tory_1 2017.12.28 19:21
    나는 알쓸신잡에서 보고 알게 된 시인데... 진짜 그 이후로 계속 읽고 되새겨보고 그러고 있어ㅠㅠ
  • W 2017.12.28 19:2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9/15 21:12:48)
  • tory_3 2017.12.28 21:22
    유시민이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청문회에서 마지막 한마디를 시로 대신 하겠다면서 읽은 시다.
    윗톨이 쓴 알쓸신잡이었지... 진짜 좋은 시인거 같아..
  • tory_4 2017.12.28 22:33
    시가 주는 위로가 정말 큰 것 같아... 좋은 시 올려줘서 고마워!
  • tory_5 2017.12.28 23:16
    고마워!!!!!!난 아직 이뤄낸게 없지만 그래도...이 길을 가려하는 내게 힘을주는 시네ㅠ
  • tory_6 2017.12.28 23:23
    서현진 목소리 꿀이다ㅜㅜ 잘 봤어!
  • tory_7 2017.12.29 22:0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0/19 09: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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