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그날 -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 것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 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재.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4880.html#csidx122c7b3b426a1ce932555a6758965b1 





정 씨는 5·18이 일어난 지 9년 뒤인 1989년 광주에서 태어나 6살 때까지 살았다. 부모의 고향이 각각 전남 나주와 여수인 점도 시에서 자유자재로 전라도 방언을 구사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정 씨는 “5·18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가족은 없지만, 아버지 친구분 중에 5·18 때 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등 아직도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분들이 많다”며 “부모님은 평생 주변에서 5·18 피해자들을 보셨기 때문에 저 역시 자연스럽게 ‘오월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고 말했다.

특히 정 씨는 ‘그날’을 쓰는 데 직접적인 영감을 준 작품으로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강풀 작가의 웹툰 ‘26년’을 꼽았다. 그는 “첫 화에 사람이 방 안에서 떨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부터 상상이 시작돼 ‘그날’을 쓰게 됐다”며 “사학과에 다녔던 네 살 위 친오빠와 역사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도 영향이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상을 받은 뒤 ‘그날’의 저작권을 백일장을 주최했던 5·18 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그날’을 쓴 뒤 한동안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만큼 시의 화자에게 몰입했다”며 “이 시가 제 손을 떠나 5·18 희생자들을 위해 보다 많은 곳에 쓰일 수 있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정 씨가 백일장 수상 이후 꼭 11년 만에야 언론에 자신을 드러낸 까닭은 무엇일까. 당시 수능을 앞둔 고3이었던 정 씨는 자신에게 쏟아진 갑작스러운 관심이 당황스러웠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처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2007년만 해도 5·18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어요. 가족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되도록 언론과의 접촉은 피했습니다.”

그런데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열아홉 고등학생이었던 정 씨의 삶을 뒤바꿔 놓았다. 그는 “시를 발표한 이후 정치적인 이념 때문이었는지 학교에서 나를 괴롭히는 교사들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씨가 쓴 시를 인쇄해 반마다 돌아다니며 “빨간 펜으로 이 시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라”고 말하며 망신을 준 일도 있었다. 교무실에 불려가 “(수상과 관련해) 대학 쉽게 갈 생각을 하고 있다”와 같이 수상 자체를 깎아내리는 말도 들어야 했다. 정 씨는 그 시절에 대해 “학교에서 교사들과 마찰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고, 이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남들보다 2년 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자신의 평소 관심과 거리가 먼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정 씨는 대학에서도 인문학회 활동을 하며 지속해서 글을 써왔다. 주변에선 전업 작가를 해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그는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갖기에는 생계를 해결할 자신이 없어” 대학 졸업 뒤 카피라이터로 광고회사에 입사했다



중략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5·18을 앞두고 제 시가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오월 광주’와 관련된 문화 콘텐츠가 드물기 때문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 5·18 진상규명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그동안 감춰졌던 광주의 진실이 속 시원히 밝혀졌으면 좋겠어요.”

원문보기: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4880.html#csidx5cf49c56929b9dd89d6263d42c6cb84 
  • tory_1 2018.05.16 19:47
    학교 교사 미친거 아냐? 헐이다....
    근데 진짜 잘 쓴 글이야.. 아직도 가끔씩 생각날 정도야.
  • tory_2 2018.05.16 19:48
    와 저게.. 난 진짜 있었던 일 쓴 줄 알았어. 몇줄 안되는데 너무 생생하고 실감나서.... 근데 실제로도 저런 일이 많았겠지. 가슴아프다.
  • tory_3 2018.05.16 19:49
    저 글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해.
    그와는 별개로...와 선생님들이라고 할수도 없는 작자들이네.배울 것 없는 선생놈들 밑에서 바른 학생이 나왔네. 씁쓸한 의미로 청출어람이다.
  • tory_4 2018.05.16 19:49
    ㅠㅠㅠ 대단하다 고3이 이런 시를.... 고생하셨다.... 2년이나 대학교를 못가셨다니... 그래도 지금이라도 공개하셨다니 다행이네!!
  • tory_5 2018.05.16 19:51
    하.. 진짜...말을 잇지못하겠어 마음 아파..
  • tory_6 2018.05.16 19:54

    진짜 천재는 이런 사람이구나 느꼈던 시. 전개며 표현력이며..처음 읽었을 때 뒤통수 맞은 것 같았던 그 충격이 생생해. 정말 너무 안타깝다...

  • tory_5 2018.05.16 19:54
    그리고 교사들 진짜 스레기네 망신주고 뭐 대학?
    저 시를 보고 가슴아프고 대단하다고 칭찬하지를
    못할 망정 진짜 짜증나네
  • tory_7 2018.05.16 19:56

    세상에나 누구보다 힘이 되어줘야 할 교사의 태도가 너무 저열하다....

  • tory_8 2018.05.16 19:5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9/25 20:19:30)
  • tory_9 2018.05.16 20:0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6/04 15:05:28)
  • tory_10 2018.05.16 20:07

    교사 뭐하는거야...... 나쁘다 진짜 저게 뭔 짓이래

  • tory_11 2018.05.16 20:12

    학교 선생들 미쳐돌았나...정신적손해배상 청구해야하는거 아니냐...

    저거 학생이 쓴 시라는거 알고 난 온몸에 전율이 일었거늘....문학계에 등단하면 팬될 준비도 했는데 그런 아픈 사연이 있었다니...ㅠㅠ

  • tory_12 2018.05.16 20:34
    와 선생들 수준.... 저 시 첨봤을때 진짜 너무 잘 써서 깜짝 놀랐었는데
  • tory_13 2018.05.16 20:34
    와진짜 미친선생들 학생하나를 가지고 대체 저런망신을주냐 미친사람들.........하.......진짜 난 시보자마자 너무생생하고 감정이입되어서 대단하단생각밖엔안드는데
  • tory_14 2018.05.16 20:4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0 15:18:24)
  • tory_25 2018.05.17 01:3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05/17 01:33:22)
  • tory_25 2018.05.17 01:3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05/17 01:34:16)
  • tory_15 2018.05.16 20:54

    막 내가 저 상황을 겪은것 처럼 가슴이 너무 저리다ㅠㅠ 

  • tory_16 2018.05.16 21:0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5/30 09:24:29)
  • tory_17 2018.05.16 21:53
    비슷한 나이대라 수업시간에 수업자료로 배부받아 읽었을때 나랑 같은 고등학생이라고 듣고 세상에 천재가 있구나 했었거든. 대학은 프리패스겠다는 철없는 생각하며 부러워했는데 저런 부당한 일을 당하다니ㅠㅠ
    경기여고.. 서울에서 역사 있는 명문고인데...어디에나 교사자격 없는 인간들은 있다지만 진짜 저딴짓 하면서 지는 명문고 교사라고 목에 힘주고 다녔을거 생각하니 참....
  • tory_18 2018.05.16 22:25
    10년 전에도 충격받았고 지금도 충격 받는 시야
    문학 모르고 시 안 읽는 나톨도 굉장한 울림을 받았어
    이런 천재한테 선생이라는 작자는 무슨 짓을 한거냐
  • tory_19 2018.05.16 22:5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7/16 19:24:11)
  • tory_23 2018.05.16 23:31

    나도 전남 출신이라 대충 읽어가다가 교사 이야기 듣고 물음표 백만개 되어서 다시 보니 광주에서는 어릴 때만 살고 이사했었나보네 

    경기여고면 뭐 강남권 유명 고등학교니까 학교 분위기가 좀 달라서 더 그랬을라나... 작가 부모님은 자식 생각해서 보낸 학교였을텐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었네 

  • tory_20 2018.05.16 22:58
    이 시 처음에 봤을때 진짜 충격이었는데 ㅜㅜ 저런 힘든 일들이 있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네.. 나도 천재가 나타난 것 같았거든 계속 글 쓸줄 알았어ㅠㅠ
  • tory_21 2018.05.16 23:02
    선생이란 작자들이 개쓰레기네.
    진짜 소름끼치게 현실적인 글이라서 더 대단해.ㅠㅠㅠ
  • tory_22 2018.05.16 23:10

    이야기가 사무치게 현실적이네.

  • tory_24 2018.05.17 00:06

    처음 이 시를 봤을 때 전율이... 볼 때마다 눈물나서 지금도 다시 읽지는 못하겠다 ㅠㅠ

    그나저나 선생새끼들 진짜 쓰레기였네. 다른 의미에서 무섭다 진짜. 

  • tory_26 2018.05.17 01:41

    교사란 작자들이 어쩜... 저 시 첨에 읽고 엄청 충격적이었는데 고등학생이 썼대서 2차충격

  • tory_27 2018.05.17 08:3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1/30 19:02:54)
  • tory_28 2018.05.17 08:39
    나중이 되더라도 책 한권 내주시면 좋겠다. 읽고싶어요!!! 예비독자!!
  • tory_29 2018.05.17 09:45
    아 교사 진짜 미쳤나... 화가 난다... 진짜...
  • tory_30 2018.05.17 10:2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2/25 21:56:03)
  • tory_31 2018.05.17 20:35
    헐....... 괴롭힌 교사 뭐야.... 슬퍼지네....
  • tory_32 2018.05.17 21:24
    경기여고 ㅋㅋㅋ 나 나온 데네? 거기라면 그럴 만도 함 교사들도 애들도 분위기 안좋았음 으 강남권 학교 특유의..
  • tory_33 2018.05.17 22:32
    교사들 왜케 못배워먹었냐ㅡㅡ 이분 글로 정말 잘 되셨으면 좋겠다.
  • tory_34 2018.05.18 03:4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11/20 22:54:51)
  • tory_37 2018.05.20 13:17
    222
  • tory_35 2018.05.18 12:3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12/04 03:12:27)
  • tory_36 2018.05.19 23:3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0 08:31:38)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이미 2024년 최고의 공포 🎬 <악마와의 토크쇼> 레트로 핼러윈 시사회 69 2024.04.16 2345
전체 【영화이벤트】 두 청춘의 설렘 가득 과몰입 유발💝 🎬 <목소리의 형태> 시사회 9 2024.04.16 1502
전체 【영화이벤트】 🎬 <극장판 실바니안 패밀리: 프레야의 선물> with 실바니안 프렌즈 무대인사 시사회 17 2024.04.12 4507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63861
공지 [영화] 게시판 신설 OPEN 안내 🎉 2022.09.03 7382
공지 토리정원 공지 129 2018.04.19 58797
모든 공지 확인하기()
7358 도서 민음사 북클럽 가입한 토리 있어?? 2 2024.04.18 127
7357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8일 조금만 더 힘내서 버텨보는 목요일, 함께 독서해요! 2 2024.04.18 41
7356 도서 레이먼드 카버 추천해줄 톨? 4 2024.04.18 75
7355 도서 혹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연봉이 2천만원 적은데 평생 여성용품에 소비하는 돈이 2천만원이라는 문장있는 책 찾아줄 수 있어? 2 2024.04.18 158
7354 도서 '코딱지 대장 김영만' 추천해 2 2024.04.18 130
7353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7일 수요일, 공기가 안 좋은 밤은 집콕 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해요 4 2024.04.17 58
7352 도서 2024 민음사 북클럽 3 2024.04.17 295
7351 도서 개취인데 출판사에서 책에 안어울리는 인물 일러스트 표지 7 2024.04.17 219
7350 도서 젊은 느티나무 진짜 최고같아 11 2024.04.17 471
7349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6일 화요일, 미세먼지 안 좋은 날은 집콕 독서가 최고! 4 2024.04.16 73
7348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5일 비 내리는 흐린 월요일 밤 책으로 안락하게 보내요! 7 2024.04.15 98
7347 도서 사랑에 관한 소설 추천해줘! 17 2024.04.15 349
7346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4일, 일요일 밤의 독서 함께 해요! 1 2024.04.14 59
7345 도서 요즘 책 읽으면서 느끼는게 8 2024.04.14 626
7344 도서 이런 책 공통점 잘 모르겠는데,,, 추천해줄 톨 구함니다 2 2024.04.14 211
7343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3일 토요일, 조금 늦었지만 함께 모여서 책 읽어요! 5 2024.04.13 83
7342 도서 독서는 다른건 모르겠고 1 2024.04.13 320
7341 도서 톨들이 좋아하는 책 주제는 뭐야? 13 2024.04.13 249
7340 도서 가끔 책 읽다가 신기할 때 있어 3 2024.04.13 275
7339 도서 모든 책이 다 재밌는 거 아니지? 4 2024.04.13 251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368
/ 368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