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소설가 장강명(사진)의 이름 앞에는 ‘문학상 4관왕’이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장편 <표백>으로 2011년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뒤 각각 다른 신작 장편소설로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을 잇따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문학공모전의 현실과 문제점을 다룬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민음사)을 내놓았다.

“저부터가 신춘문예와 장편 공모를 준비했던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당선되지 하는 궁금증과 함께 왜 한국에서는 공모전을 통과해야 작가가 되는가 하는 의문도 없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작가 지망생들에게 주는 조언을 길게 써보던 중, 평소 제가 지녔던 궁금증과 의문을 그 글과 합쳐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되었어요.”

<당선, 합격, 계급>은 신춘문예와 장편 문학상 같은 문학 공모에 더해 공무원시험과 기업 및 언론사 입사시험 같은 채용 시스템도 같은 맥락에서 들여다본다. 지난 10일 전화로 만난 장강명은 “공채 제도 역시 문학 공모전과 같은 구조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 둘을 아울러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장강명은 문학상 4관왕일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입사 시험에 합격해 건설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고, 전업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동아일보 기자로 11년간 일하기도 했다. 문학 공모전뿐만 아니라 채용 시스템과 관련해서도 발언할 만한 ‘자격’이 있는 셈이다.

“내가 이 취재를 통해 보려 하는 것은 한국 사회였다. 공채라는 특이한 제도, ‘간판’에 대한 집착, 서열 문화, 그리고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된 시스템이 어떻게 새로운 좌절을 낳게 됐는지에 대해 쓰고 싶었다.”

책 앞부분에서 작가가 밝힌 대로, 이 책은 문학 공모전과 공채 시스템을 통해 한국 사회를 파악하고자 한다. 장강명은 공모전과 공채 시스템의 뿌리에 봉건 질서의 근간을 이루었던 과거제도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는 것은 실제 국정 운영 및 대민 봉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옛 문장을 기준으로 관리를 뽑았던 것처럼, 이른바 ‘공모전용 작품’을 틀에 맞추어 쓰거나 실생활과 별 관련이 없는 지식을 달달 외우는 능력에 따라 작가와 신입 사원 및 공무원을 선발한다는 뜻이다. 장강명은 “지금 한국 사회와 한국 소설이 역동성을 잃어 가는 건 상당 부분 그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문학 쪽에서는 공모전을 통과하지 않은 작가를 배제하고 차별함으로써, 공무원 사회와 기업 등에서는 신입 공채가 아닌 경력 채용의 문호를 막음으로써 역량 있는 작가와 사원·공무원의 등용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장강명은 “문학 공모전을 없애는 데에는 반대”라고 밝힌다. 공모전과 공채 제도가 그나마 공정성과 신뢰성을 지닌다는 판단에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관료 집단화라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그는 ‘정보 확대’를 든다. 문학 쪽에서는 시스템이 놓친 작가들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찾아내고 응원하는” ‘독자들의 문예운동’을 일으키고, 채용 시스템에서는 충분한 정보 제공으로 “간판의 본질적인 힘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실화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적잖이 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 대안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대표와 심사위원, 작가 지망생, 영화계 인사들, 기업 채용 관계자 등 수십명을 인터뷰해서 문학 공모전과 채용 시스템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준 것만으로도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장강명은 “이 책을 쓰는 데에 2년이 넘게 걸렸다”며 “워낙이 당대 현실을 취재해서 글로 쓰는 데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지만, 책을 내기까지 너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논픽션을 자주는 못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탈북자 인터뷰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논픽션 역시 곧 책으로 낼 예정이다. “독자로서도 워낙 조지 오웰 등의 논픽션을 좋아했다”는 그는 “소설가로서 논픽션을 쓰는 게 에너지나 경력의 낭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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