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불안을 들키면 사람들이 도망간다.

불안하다고 해서 사방팔방에 자기 불안을 던져서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없다.


<재인, 재욱, 재훈>




기억만은 철거되지 않는다.


<재인, 재욱, 재훈>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던 거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단절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비극만큼이나 고명이나 양념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만큼 가까이>




나는 문득 할아버지의 존재감이 그토록 희미했던 것은 여기와 저기 흩어져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만큼 가까이>




여자애들은 주로 투명한 아크릴 틀을 넣었는데,

문득 돌아보면 귀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귀 사이로 하늘이 보이던 아이들은 지금 어쩌고 있을까?


<이만큼 가까이>




공기는 좀처럼 꼭대기까지 따뜻해지지 않았다.


<이만큼 가까이>




그런 경험들이 우리를 우리로 만들었다.


<이만큼 가까이>




오류를 거꾸로 거슬러오르는 손가락에는 신성한 느낌마저 있었다.


<이만큼 가까이>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상실감 때문에 명치가 아프다면,

위나 다른 곳이 아픈 게 아니다. 정말 심장이다.

상심(傷心)이란 말을 매일 다시 배우며 산다.


<이만큼 가까이>




개인적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개인적인 사진이었다.


<이만큼 가까이>




찍은 지 삼십년, 사십년이 된 사진들인데도 그 모든 감정들이 훼손되지 않았다.


<이만큼 가까이>




좋아하는 남자애가 갇혀 있길 바란다는 점에서 나는 굉장히 십대 여자애였다.


<이만큼 가까이>




좋은 어른은 좀처럼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나쁜 어른은 내세울 권위가 없다.


<이만큼 가까이>




영혼을 백업하려면 취향을 백업하면 된다.


<이만큼 가까이>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우지만, 모두 결국은 거절당하는 법을 배운다.


<이만큼 가까이>




우리는 유일하지도 않으며 소중하지도 않으며 끊임없이 대체된다.

모두가 그 사실에 치를 떨면서.


<이만큼 가까이>




그러나 사실 불운은 늘 기분 나쁘게 도사리고 있었다.

잠시라도 잊으면 말도 안되게 끔찍한 짓을 저질러 우리를 환기시킨다.

아주 가까이에 있어. 이만큼 널 흔들어놓을 수 있어. 쉽게 죽일 수도 있어.

그런 식으로 난데없이 공격받으며 살아가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는 그런 불운으로부터 비롯된 존재이기도 하다.

내가 삼팔선을 넘은 할아버지의 불운에서 태어난 것처럼.

나의 뿌리는 불운이요, 나를 키운 것도 불운이요,

내가 끝내 다다를 결말 역시 불운이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적겠지만 말이다.


<이만큼 가까이>




"단 하나도 띄어쓰고, 단 셋, 단 넷도 띄어쓰는데 '단둘'만 붙이는 게 다정한 것 같아.

'함께하다'도 함께 쓰는 게 좋아. 사전은 다정해."


<이만큼 가까이>



필요해. 같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들이 필요해.

나팔수가 필요해. 눈 돌리지 않는 사람이 필요해.

눈 돌리지 않는 것, 그걸 하기 위해 선택한 거잖아.


<피프티 피플>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


<피프티 피플>




"여자는 똑같은 전문직이어도 가사와 육아를 떠맡잖아요.

그래도 계속 일하고 싶으니까 파트타임이어도 하고 돈 조금 줘도 하는 거지.

그게 선배가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의 형성이잖아.

마음에 안 들면 여자도 풀 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좀 만들어봐요."

"흥, 페미니스트 납셨네."

"페미니스트를 욕으로 쓰는 것도 교양이 부족하다는 증거예요."


<피프티 피플>




알고 있었어, 내가 좋아한다는 걸.

내가 내내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언제부터 알았을까?

 아마도, 눈만 보고.


<피프티 피플>




"아저씨, 아저씨가 이해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어떤 특별한 사람은 별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나한텐 아폴로 오빠가 그래. 은하계건 어디건 난 따라갈 거야.

이해하지 못해도 어쩔 수 없어요."


<지구에서 한아뿐>




"말 그대로, 스타라니까. 그 중력에서, 궤도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벗어날 수 있었으면 나도 다르게 살았지. 가끔은 포기가 더 효율적일 때가 있어요.

자, 외계인 아저씨, 손 줘요. 난 100퍼센트 긍정적이야."


<지구에서 한아뿐>




"……나도 저렇게 여기에 왔어.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지구에서 한아뿐>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 마."


<지구에서 한아뿐>



"경민 씨는 그게 문제라니까. 우주적 규모로 잘할 필요 없어요. 동네 규모로 좀 잘하면 안 돼?"


<지구에서 한아뿐>




-----


대부분 <이만큼 가까이>가 많구나.

아마 정세랑 작가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그런가 봐ㅎㅎ

작가님 작품을 읽으면, 따뜻하고 건조한 게 꼭 히터같다고 느낄 때가 많아.

오랜만에 책들을 들춰보면서 이런 부분이 참 좋았는데 하고 돌이켜 볼 수 있어 즐거웠다ㅎ


문제시 수정 삭제~

  • tory_1 2018.02.11 22:18
    와 문장들 정말 좋다8ㅅ8 토리야 일일히 적어줘서 고마워♡
  • tory_2 2018.02.11 22:33
    첫문장부터 뜨끔했어 ㅠㅠ 책 다 읽어봐야겠다 고마워!
  • tory_3 2018.02.11 23:04
    전부다 좋다. 문장이 따뜻한 느낌이야!
  • tory_4 2018.02.11 23:32
    오 좋다... 나도 읽어봐야지.
  • tory_5 2018.02.12 03:39
    오 문장들 다 좋다 ㅠㅠㅠㅠㅠ
  • tory_6 2018.02.12 12:34
    <지구에서 한아뿐> 빼고 다 읽었어.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
  • tory_7 2018.02.12 13:2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1/09 13:21:00)
  • tory_8 2018.02.16 21:37
    지구에서 한아뿐 취저당하구 간당 고마오
  • tory_9 2018.02.26 23:26

    정세랑 작가님 진짜 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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