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리는 김민철 작가님 팬이야...
이름 때문에 매번 오해가 생기지만 여자 분이셔 ㅋㅋㅋㅋㅋ
오죽하면 책 낼 때마다 저자 소개 첫줄에 항상 들어가는 내용이 이름은 이래도 여자라는 거 ㅋㅋㅋㅋ
첨엔 인스타에서 <모든 요일의 기록>이라는 책 리뷰를 몇 번 보고서 남자 작가 에세이는 별로 안 끌려서 관심도 없다가
몇 개의 문구들이 넘 맘에 들어서 한번 볼까 호기심이 생겼지
그렇게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까지 보고 나서 다음 책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팬이 되었당....
근데 딱 이번에!! 신간이 나왔는데 그게 바로 <하루의 취향>이야
단순하고 일상적인 두 단어가 만났는데 묘하게 궁금한 제목이었던 건 내가 작가님 팬이어서일까..
아무튼 제목 역시 내취향...
분량은 짧은 편이야!! 표지는 그냥 깔끔해 ㅋㅋㅋㅋ 전작들은 제목만 있는 표지여서 심심해보일 순 있지만 오히려 난 전작 느낌이 더 좋긴 했는데 이번 책도 느낌은 비슷한듯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냥 작가님 취향에 대한 이야기야.
근데 이건 내가 작가님 팬이어서가 하는 소리가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풀어서 대부분의 내용에 크게 공감이 간다는 게 좋았어.
그리고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는 부분도 나오는데(페미니즘, '싫다'고 말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 기분 나쁜 식당 주인의 태도 등) 너무 깊게 파고들지 않으면서도 명확하게 본인의 생각을 풀어내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어.
쉽게 술술 읽히는데 책 다 읽고 나니까 뭔가 자연스럽게 나한테 집중하게 되더라고.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지금까지 살면서 나에게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있는지.
이게 참 별거 아니고 단순한 거 같은데 막상 생각해보려니 뭐가 없더라고 ㅋㅋㅋ
취향(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뭐가 중요하냐 싶었던 날들도 있었는데
책 다 보고서 한참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완성시키고 내 삶은 만들어 나가는 게 유일한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일하는 거 가정을 책임지는 거 주변인들 챙기는 거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이 패턴이 너무 지겹고 버거울 때가 많잖아 난 그렇거든.
그때마다 소소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좋아하는 것 하나만 있어도 이 일상을 충분히 이끌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
별 생각없이 읽은 책인데 행복한 독서였당
팬심 가득한 리뷰지만 개인적으로 기록도 하고 추천도 할겸 남겨보아.
추가추가
너무 내 감상만 늘어놓은 거 같아서 ㅋㅋㅋㅋ 맘에 드는 구절 몇 개 추가할게!!
1
싫은 그 사람에게 줄 내 마음은 없었다. 한 톨도 아까웠다. 그런 사람 때문에 내 소중한 직장을 버릴 수는 없었다. 싫은 그 사람이 내 인생을 다른 길로 내쫓게 놔둘 수는 없었다. 네가 뭔데 내 인생을. 네가 감히 어떻게 내 인생을. 그래서 버티기로 했다. 오기로. 끈기로. 아니,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끝까지. 어쨌거나 너보다는 오래. 그게 내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게 내가 찾은,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2
다양한 시기의 다양한 취향이 조화롭게 빛을 발하는 사람. 하루는 이 취향에 푹 빠지고, 하루는 저 취향에 목을 매고, 또 하루는 또 다른 취향에 기꺼이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사람. 한 취향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 머물지 않는 사람. 다른 취향에 배타적이지 않고 넓은 사람. 그리하여 그 모든 취향의 역사를 온몸에 은은히 남겨가며 결국 자기만의 색깔을 완성하는 사람.
3
브루크너의 심벌즈. 나에겐 비효율의 상징. 하지만 효율이라니. 음악에. 예술에. 효율로만 구성된 세상을 바란 것인가 나는. ‘저 정도로 쓸 거면 심벌즈 주자를 넣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던 나의 몰이해와 ‘도대체 얼마나 쓰겠다고 회전하는 무대를 만든 걸까?’라고 생각했던 나의 대단한 무식함 앞에 나는 그만 부끄러워졌다. 베토벤의 음악과 루오의 그림과 한강의 소설과 백건우의 연주와 황보령의 목소리. 이런 것들이 수렁에서 나를 건져냈었는데. 나를 살게 했었는데. 그러니까 효율과 전혀 상관없는 것들로 인해 이 세상은 겨우 살 만한데 효율이라니.
4
수많은 실패 끝에, 나는 오늘도 나밖에 되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어쩌면 다행스럽게도.
엇, 나도 이름 보고 당연히 남자 작가분이라고 생각하고 패스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