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 '살인'이라고 하면, 당연하다는 듯 남성을 떠올린다. 예컨대 '묻지 마 살인'이나 성폭행, 도둑질, 심지어 대량학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으레 남자가 범인이겠거니 생각하지 않는가. 이처럼 남성의 폭력에 대해서는 사회가 어느 정도 용인하는 반면,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면 하늘도 놀랄 일이라고 야단법석을 떤다.


- 여성 살인범은 어쩌다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아예 악의 화신이 되고 만다. 그래서 살인 사건의 범인이 여자로 밝혀지면 언론은 세상이 뒤집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온갖 난리법석을 떤다.


- 친자식을 죽인 엄마는 그래서 악마의 창부이며, 곧 마녀와 동일시되었다. 심지어 18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이를 죽이는 것을 악마가 발산하는 힘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받아들였다. 준엄한 형벌의 근거는 물론 구약성경에서 찾아졌다. (중략) 반면 아버지들은 전혀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그 어떤 불이익도 당하지 않았다. 남성이 주도하는 국가와 교회는 아버지를 보호하는 일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던 것이다. 오로지 모든 죄를 여성에게 미루고 떠넘길 뿐이었다.


- 원치 않은 임신의 씨를 뿌린 남성 역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아기를 가진 여자를 홀로 버려두고, 흘려 볼 수 없는 문제에서 애써 눈을 돌리는 남자야말로 비극(영아 살해)을 낳은 주범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 여자는 언제나 남자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다. 희생자든 공범이든 아니면 교사를 하든 반드시 남자가 결정적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범행이 이뤄지도록 조장하는 것도 남자다. 예를 들면 아버지에게 무시를 받거나 얻어맞거나 심지어 성폭행을 당하고 자란 딸은 나중에 자신이 맺고 사는 관계에 이런 부정적 경험이 남긴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또 아내에게 아기를 죽이도록 강제하고 유도하며 막판에 나 몰라라 하는 쪽도 언제나 남자다.


-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여성을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 여성이 행사하는 폭력은 남성의 폭력에 붙어 있는
장식물이 아니다. 그 일부는 더더구나 아니다. (중략) 여성이 살인을 저지르는 현상을 그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사회가 여성에게 강제한 것을 함께 살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혹시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고 과도하게 압력을 행사하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여성 범죄에 접근해야만 이를 예방할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독일의 여성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공판 기록과 그에 대한 관련 문건(판결문, 취조기록, 부검 보고서 등)들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에 따른 의견을 덧붙인 책.
범죄전문가가 실제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하는 프로파일링 서적이지만 충분히 페미니즘적인 무엇인가도 담고 있다고 생각해. 부친이 모를 리가 없는 영아 살해에 대한 처벌이 무조건적으로 모친 쪽에 떠맡겨진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은 특히나.
책 내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들은 전부 연쇄살인이라 저자도 살인에 한정해서 여성 범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범죄 또한 이 사람이 주장하는 궤도를 타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지.
  • tory_1 2018.07.24 09:32

    좋은 글 고마워. 나중에 책도 직접 읽어보고 싶다! 

  • tory_2 2018.07.24 10:06
    오오 읽어보고 싶다
  • tory_3 2018.07.24 14:45

    책 소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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