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열차를 타고 개성역에 내리고 싶다. 나 홀로 고개를 넘고, 넓은 벌을 쉬엄쉬엄 걷다가 운수 좋으면 지나가는 달구지라도 얻어 타고 싶다. 아무의 환영도 주목도 받지 않고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표표히 동구 밖을 들어서고 싶다. 계절은 어느 계절이라도 상관없지만 때는 일몰 무렵이면 참 좋겠다. 내 주름살의 깊은 골짜기로 산산함 대신 우수가 흐르고, 달라지고 퇴락한 사물들을 잔인하게 드러내던 광채가 사라지면서 사물들과 부드럽게 화해하는 시간, 나도 내 인생의 허무와 다소곳이 화해하고 싶다. 내 기억 속의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해도 어느 조촐한 툇마루, 깨끗하게 늙은 노인의 얼굴에서 내 어릴 적 동무들의 이름을 되살려낼 수 있으면 나는 족하리라.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中
故박완서 작가님 고향이 개성이잖아
예전부터 박완서 작가님 글 좋아했는데 대부분의 글에 이제는 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깔려 있어서 맘이 참 짠했어
나 어릴 때만 해도 금강산 관광가고 정부에서 이산가족 만남 주선하고 남북간에 어느정도 교류가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이야기 나오는 거 보니까 예전에 읽었던 이 구절이 생각나더라
평생 동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 한구석에 안고 계셨던 것 같아...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