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나’는 검사 출신 변호사. ‘나’는 법학도 시절 절에서 고시 공부를 하고, 독재정권 검사가 되고, 퇴임 후 변호사가 된다. 그 과정에서 환속승려 출신 시인 ‘그’를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관찰할 기회를 얻게 된다.
무명이던 때 ‘그’는 우리 사회 각 분야 명사와 친분을 맺어 대외적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높이는 행태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뒤에서는 명사를 헐뜯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이문열은 ‘명사사냥’이라고 묘사했다. 명사사냥을 다니던 무명시절이 지나고, 뒤늦게 ‘그’는 시인으로 등단했고, ‘나’는 검사가 됐다. 신출내기 검사인 ‘나’에게 어느날 ‘그’의 성폭행 사건이 배당된다.
검사를 찾아온 중년 남성의 사연은 이랬다. 시를 좋아하는 자신의 아우가 ‘그’의 재주를 아껴 숙식을 제공했는데, 아우가 출근한 틈을 타 ‘그’가 아우의 제수를 범했다는 내용이었다. 제수는 ‘그’와 정을 통하게 되고 나중에는 집을 나가버리고 만다. 결국 아우는 상심하고 폭음을 일삼다가 어느 여관에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인 ‘나’는 ‘그’를 처벌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그’와 관계된 사건을 공소권없음으로 처리하면서, 다만 ‘힘을 얻게된 악이 드디어 공격성을 드러낸 것’을 ‘나’는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문단에서 활동하는 ‘나’의 선배는 ‘그’에 관해 “그만한 일로 감옥에 간다면 그 사람 아마 평생 햇볕 보기 힘들 걸”이라고 일갈한다. 선배는 최근에도 ‘그’가 친한 교수가 해외 연수를 간 사이 교수의 부인을 겁탈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본색을 드러낸 ‘그’의 기행은 문학계에 파다해진다.
“그의 악이 번성하는 한 파렴치한 엽색(獵색)의 식단도 풍성했다. 자랑스레 휘젓고 다니는 색주가는 기본이었고 손쉽고 뒷말없는 유부녀는 속되게 표현해 간식이었다. 더욱 악의 섞어 말하자면 신선한 후식도 그 무렵에는 그에게는 흔했다. 시인의 허명에 조금했다가 화대도 없이 몇 달 침실봉사만 한 신출내기 여류시인이 있는가 하면, 뜻도 모르고 관중의 갈채에만 홀려 있다가 느닷없이 그의 침실로 끌려가 눈물과 후회 속의 아침을 맞는 얼치기 문학소녀가 있었고, 그 자신이 과장하는 시인이란 호칭에 눈부셔 옷 벗기는 줄도 모르다가 (중략) 놀라 때늦은 비명을 지르는 철없는 여대생도 있었다.”
“어디선가는 좋지 못한 행실로 술상을 덮어쓰고, 또 어디선가는 그 동안 단짝으로 어울려 다니던 문사에게까지 된통으로 얻어맞았다는 소문이 들렸다. 유부녀를 집적이다 눈이 뒤집혀 덤비는 그 남편에게 쫓겨 밤중에 담을 넘는 걸 보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배가 북채만한 여동생을 데리고 나타나 칼을 빼들고 설치는 청년 앞에 불품 없이 꿇어앉아 싹싹 비는 꼴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이문열 중단편전집5 ‘사로잡힌 악령’ 중, 222쪽)”
http://www.mediawatch.kr/news/article.html?no=252982
이문열이 1994년 발표한 단편소설 ‘사로잡힌 악령’은 지금 서점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도서관에서도 초판을 소장하고 있지 않으면 이 단편을 읽어볼 길이 없다. 왜냐하면 이 작품이 출간되자 등장인물이 고은 시인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고은 시인이 소속된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진보운동권문인들과 한겨레등 진보측에서 고은 까지 말라고 엄청나게 반발하고 이문열을 공격했는데
그것이 사실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