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진실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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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자기가 왜 트렁크를 훔칠 생각을 했을까 자문해보았다. 그냥 기회가 왔기 때문에? 아니면 주인이 불한당 같은 녀석이라서? 아니면 트렁크 안에 신발 한 켤레와 심지어 모자까지 하나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그것도 아니면 자신은 잃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정말이지 이중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뭐 인생이 연장전으로 접어 들었을 때는 이따금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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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 기분대로 행동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알란이 생각하기로는,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도 성질을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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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에 초등학교에서 쫓겨난 이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나라를 위해 원자 폭탄을 만들기 시작할 거라고 믿는단 말인가? 아무리 사회민주주의자라고 하지만, 기회 평등의 이론에도 정도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 알란은 잠시 말없이 앉아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곳의 과학자들이나 그레티라는 이름의 아가씨와는 달리 원자폭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해줘야 하나 자문해 보았다.

결국 그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 에클룬드 박사는 제대로 질문하는 법조차 모르는 것으로 보아 자기가 도와준댔자 아무 소용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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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세상을 돌아다니며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해결하기 힘든 분쟁은 대개 "네가 멍청해!" "아냐, 멍청한 건 너야!" "아냐, 멍청한 건 너라고!" 라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거였다.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경제 민주화가 경제주체 간의 조화라면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경제주체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그룹은 기업과 노동자 또는 기업과 소비자입니다. 그리고 기업 부문 안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들 수 있겠지요. (……) 그렇다면 적어도 헌법에 나온 경제민주화는 기업과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녀,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비자 사이의 조화로 이루어 지는 것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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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씨도 시간을 건너뛴 독재의 세습이었죠. 교회도 세습하고 재벌도 세습합니다. 이게 바로 우리 사회의 고민입니다. 좋은 옷이긴 한데 남의 옷을 입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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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이 늘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는 대통령이 의지가 있으면 하고, 의지가 없으면 못한다고 하잖아요. 그것이 이 뜻이예요. 다른 사람들은 못 믿고 대통령이 하겠다고 해야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런 대통령은 나올 것 같지 않으니까 개헌해서 내각책임제로 가자, 공동정부가 아니면 통치가 불가능한 체제를 만들자는 쪽으로 생각이 흘러갔습니다. 그분=김종인이 뭔 생각을 하나 알 수 있어서 필사해놓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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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을 누군가 드러내면 사람들은 우선 조롱으로 응대합니다. 그 다음에는 비난으로 응수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인정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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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사장은 '그렇게 하는 것은 선배로서 의리가 없는 짓이다. 적어도 한 번은 배울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했어요. 그때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양반이 어떻게 보면 기득권 쪽에 치우치긴 했지만 나름대로 인간으로서 훌륭한 풍모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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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그게 열쇠예요. 그런데 열쇠를 바깥으로 던졌잖아요. 열쇠를 도로 주우려고 긴 막대기로 열쇠고리를 끌어당기려 했더니 돈 많은 사람들이 난리를 쳤잖아요. 이것도 말하자면 가진 자들이 조롱하는 언론에, 경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대중이 휘둘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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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연금 제도가 잘못 만들어져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세대는 현재 노년층입니다. 그런데도 자기들을 전혀 돌보지 않는 정권을 도리어 더 지지하잖아요. 지금 노년층은 민주주의 교육을 덜 받으며 자라서 그런 것 같으니 참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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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우리나라가 변종이라는 게 무슨 이야기냐면, 재정에서는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데 관료의 재량에 맡긴 규제의 역할은 무척 강하다는 말입니다. 그게 미국과 다른 점이예요. 유럽만 하더라도 규제가 미국보다 강하지만 조세부담률도 더 높거든요. 한국과 일본은 재정의 역할은 약하고 규제의 권한은 굉장히 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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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 관료들 생각에 노인은 둘 중 하나예요. 빨리 죽거나 아니면 자식이 돈을 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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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김대중 대통령만큼 대통령 될 준비를 한 사람이 이전에도 없었고 우리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나 주변의 경제학자들도 한국 경제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은 알지만 실질적으로 어디서부터 풀어나갈지 잘 몰랐어요. 우리나라보다 똑똑한 사람이 많은 일본조차 지금까지 풀지 못하는 숙제를 IMF 당하고 갑자기 정신차린 한국이 '이것은 하고 저것은 안 하면 되겠다' 할 수가 없죠. 당시 우리 사회의 경험 수준을 생각하면 지금 잣대로 그때 일을 비판하는 것은 불공평한 면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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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 국민 지지율이 10%인 대통령이 뭘 할 수 있었겠어요. 한나라당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지요. 실은 자기들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MB가 사기꾼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업 하던 사람이니까 한번 믿어볼까 했지요. 사실 현대가 우리나라의 싼 노동력을 이용해 중동으로 간 뒤 노동력을 착취한 건데 말이죠. 그걸 관리하던 마름을 대통령에 앉혀놓고 '우리 경제를 다시 세워주세요' 한 겁니다. 결국 경제사령탑으로 불린 박재완 씨와 4대강 사업으로 환경만 파괴하고 건설로 경기부양 한다고 하다가 망쳐놓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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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약은 청년 일자리였는데, 대기업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이 일하게 한다는 거예요. 이런 말을 하다니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정신적 파산을 스스로 인정한 것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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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젊은 세대가 정치개혁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나 의욕이 아예 없어져버린 듯합니다. 그러니까 저렇게 잠자코 있죠. 역설적으로 말하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항심리예요. 아니다 싶으면 잘 안따라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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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원하는 세상을 보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그런 세상을 보고 죽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모든 사람의 숙명이다. 욕망은 현실 너머를 보기에 목마르지만 현실의 벽은 그저 조금씩 뒤로 물러날 뿐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죽기 전에 남기고 갈 세상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일 거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내 아버님이 남기고 간 세상이 당신이 젊은 시절 겪었던 세상보다 더 좋은 세상이었듯이. 가끔 우리 형제들에게 묻곤 하셨다. "내가 죽기 전에 통일을 볼 수 있을까?"



/ 경제, 알아야 바꾼다 : 손혜원이 묻고 주진형이 답하다

현대 정치사와 우리나라 경제 문제에 대해 공부하기에 정말 좋았어.






걸레를 빨다 말고 〈키다리 아저씨〉를 쓴 오스카 와일드를 생각했다. 키다리 아저씨네 정원에만 꽃이 피지 않았던 것은 거기가 고도가 높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우리 집을 지나쳐 가던 어떤 여행객이 나중에, 사랑이 없는 저 집 주인 여자때문에 꽃이 피지 않았다고 쓴다면 어떻게 하지,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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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비난하는 심술궂은 사람들을 배심원석에 앉혀놓고 늘 피고석에 앉아 자신의 행위가 무죄라는 변명을 끝없이 늘어놓고 싶은 강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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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이 말했어. 산수유는 봄이 꾸는 꿈이래. 봄이 꾸는 꿈……. 꽃이 아니라 꿈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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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이미 저질러진 것을 우리는 인생이라고 부른다. 내가 잠 안 오는 밤 동이 틀 때까지 뒤척이며 그때는 이렇게 했다면,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거기 가지 않았더라면, 아아 정녕 그랬더라면 …… 수백번 되뇌인다 한들, 혹은 내가 앞으로는 어리석게 살지 않을 거야, 정말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살겠어, 두 팔에 고개를 묻고 흐느껴 운들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고 중요한 것은 미래도 아니며 현재는 더더욱 아닌 것이다. 나는 그저 통째로의 이 삶, 나의 어리석음과 돌이킬 수 없었던 결정들과 원하지 않았으나 내게 주어진 이 삶, 그러니 결국은 내 것일 수밖에 없는 온전히 내 책임인 이 삶…… 찬물에 풍덩 넣어 삶아내는 돼지고기처럼 다리도 있고 꼬리도 있고 뭉툭한 코도, 다 깎이지 않은 털도 있는 통째로의 이 삶을 나는 받아들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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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습니다. 만약 나에게 저 고문 도구를 준다면 나를 고문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아낼 수 있다고 말이지요."



/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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