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올 하반기에는 영화 원작인 칙릿소설에 끌려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원작인 동명의 소설을 읽고 내니 다이어리의 원작인 내니의 일기도 읽었어. 


악프다가 03년에 나왔고 내니의 일기가 02년에 나와서 21세기 초반에 미국에서 칙릿소설 붐이 일었다던데 둘 다 재밌긴 했지만 작품성은 그저 그랬다고 생각함.


서론이 약간 길어졌는데 이제부터는 스포가 있는 리뷰를 쓸 거라 스포가 다량 있어. 악프다와는 달리 영화보다 원작을 먼저 봐서 영화가 어떻게 각색됐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원작 스포 있음.





내니의 일기를 읽으니 내니(주인공)가 상대해야 했던 고용주인 엑스 부인에 비하면 악프다의 앤디(주인공)의 상사인 미란다 프리스틀리는 선녀였더라. 엑스 부인은 뻑하면 임금을 체불하고 줘도 엄청 짜게 줘서 고학생이라 알바 그만 못 두는 내니가 피눈물 흘리게 만들었음. 아직 대학생 신분이라 학업 때문에 학교 가야 하는 내니가 사정을 하는데도 매번 늦게 와서 내니는 택시비도 엄청 내야 했고. 참고로 엑스 부인은 전직 큐레이터였다가 부유한 기업가인 유부남을 꼬셔서 이혼시켜 결혼하고 아들 낳아 자기 입지 굳힌 사람이라 남편의 바람기에 엄청 예민함. 그 남편은 아내의 촉이 무색하지 않게끔 바람둥이임. 대머리에 배불뚝이지만 돈이 많으니 예쁜 여자들 얼마든 만난다고 나와 있더라. 현부인하고도 불륜으로 만났으면서 직장 부하랑 바람 피우다 휴가 가서는 거기서 만난 지인의 친구랑도 썸 타던데 가관이었음. 


게다가 엑스 부부 둘 다 외아들한테는 무심했는데 애아빠야 일하느라 그렇다 쳐도 애엄마는 결혼하고 일 안하는데도 밖으로 나돌기만 하고 어쩔 땐 내니한테 유치원에서 하원하면 바로 집으로 데려오지 말라고 해서 내니가 애 데리고 애가 레슨 갈 때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나옴. 원래 애가 내니 자주 약올리는 말썽꾸러기였는데 내니가 저러는 동안 맛있는 것도 사주고 재밌는 인형극도 보여주니까 내니한테 점차 마음을 열게 됨.


그리고 엑스 부인한테 갑질당하다 짤린 가정부의 회상에 따르면 엑스 부인은 전용기 타고 휴가 갈 때에도 자기를 하녀로 부리려고 데려갔는데 애가 갈아입을 여분의 옷조차 안 챙겨 와서 애가 기내에서 쥬스를 흘려서 옷이 젖어 불편하다고 울어대는데도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고 안대로 눈 가리고 조용히 있었다고 함. 가정부가 치를 떨면서 독한 여자라고 뒷담화를 하던데 애를 결혼을 유지시키는 도구로 보는 것 같아서 쌔할 지경이었어. 아들이 신생아일 때부터 두 돌 무렵까지 키워준 재키라는 이름의 전 내니는 남친 만나서 얼굴 폈다고, 그래서 그 꼴 보기 싫다고 쫓아냈는데 엑스 부인이 앙심을 품고 추천서도 안 써줘서 재취업도 힘들었다고 하더라. 애도 돌봐주던 사람이 순식간에 없어지니까 정서적으로 불안해져서 힘든 시기를 보냈고 이후 내니들 엄청 갈아치워서 현재까지 9개월 가량 일하고 있는 내니가 오래 버틴 거라고 함.


심지어 엑스 부인은 평소에도 아들한테는 1도 관심 없어서 애가 밤새 앓아서 내니가 간호했는데도 그건 알려고 하지도 않고 원하는 사립 초등학교 못 가니까 내니 탓을 함. 기가 막히는 게 엑스 부인은 애랑 단둘이 있는 상황조차 못 견뎌서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도 내니를 호출했고, 본인들 휴가에도 내니를 데려와서 자기 아들뿐만 아니라 같이 휴가 즐기는 부유층의 다른 애들까지 돌보게 했음. 그 때문에 내니는 쉬지도 못하고 10여명이나 되는 애들을 내내 돌보느라 노동을 착취당함. 그래도 엑스 부부, 아이랑 같이 만찬 등에도 초대받았는데 엑스 부인은 나중에 만찬 자리에서 화제 독점하는 건 무례한 짓이라고 훈수를 두고, 내니가 없는 줄 알고 다른 상류층 부인하고 내니 감시하려고 몰카 설치했다고 뒷담화를 함.


화룡점정으로 후반부에 아들이 다쳐서 내니를 자기보다 더 찾으니까 엑스 부인이 그걸 못 견뎌서 남편한테 둘째 가졌다고 폭탄선언하고 내니를 일방적으로 해고함. 일주일 내내 뼈빠지게 일했는데 시급 3달러로 쳐서 꼴랑 500달러짜리 수표 끊어주고 한밤중에 남편 시켜서 선착장으로 내보내는 바람에 내니는 1시간 가량이나 어둠 속에서 배를 기다려야 했어. 애아빠가 일방적으로 강아지를 샀는데 강아지가 짖어대고 애는 강아지를 안 좋아하니까 내니를 쫓아내면서 저 강아지를 내니한테 줘버린 건 덤임. 애아빠가 강아지 원해서 사놓고 강아지 기르기엔 애가 어리다고 하던데 내니 말대로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놈인가 봄. 그러니 부인이랑 끼리끼리 만난 거겠지.


그리고 엑스 부인은 내니 노동착취하고 일방적으로 해고했으면서 시기도 엄청 한 걸로 묘사됨. 내니가 일을 하다가 애가 사는 아파트의 아래층에 사는 하버드대생과 인연이 돼서 사귀니까 엑스 부인이 내가 걔 구여친을 아는데 집안도 좋고 예쁜 애였다고 내니 심기를 대놓고 긁더라. 너는 우리랑 다른 종자니까 못 오를 나무 올려다 보지도 말라고 넌지시 말하던데 가관이었음. 본인도 불륜으로 그 자리에 온 거면서. 인간말종 부부한테 갑질당했는데도 생이별당한 아이를 걱정하는 내니를 보니 짠하더라. 저런 인간들을 부모로 둔 아들은 금수저로 태어났어도 부모 때문에 정서 발달에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겠던데 커서 부모처럼 갑질로 남한테 피해 주거나 자기 인생 망치거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가들이 실제로 내니로 일하면서 겪은 일 갖고 쓴 거라 그런지 시종일관 상류층 까던데 너무 깐다고 느끼면서도 솔직히 엑스 부인이 밉상이 되게 글 재밌게 쓰긴 했음. 엑스 부인을 보니 제목처럼 악프다의 미란다가 생각이 났는데 미란다는 엑스 부인에 비하면 선녀더라. 엑스 부인은 수시로 임금체불하고 크리스마스 선물이랍시고 내니한테 귀마개 하나 딸랑 주고 정작 내니가 절실히 원하는 보너스는 안 줬지만, 미란다는 앤디한테 임금체불을 하진 않았고 앤디는 미란다 밑에서 일하면서 무한대로 명품 옷이며 가방, 신발 등 엄청 받아 챙겨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었음. 해고당한 뒤에도 그거 팔아서 몇만불이나 손에 쥔 덕분에 최소 1년 동안은 집세 걱정 안해도 된다고 나왔지. 그리고 앤디는 미란다랑 같이 파리로 출장을 갔을 땐 미란다의 어시라는 신분을 내세워 마사지나 헤어, 메이크업 같은 서비스도 최고로 받았고. 


또 미란다는 자기 밑에서 1년 동안 어시로 있으면 무조건 승진시켜 줬으니 부하들 커리어도 신경 써준 거지. 워킹맘이지만 쌍둥이 딸도 잘 챙겨서 출장 등으로 장기간 집 비우기 전에는 딸들하고 잠깐이라도 꼭 시간 보내기도 했고. 평소에는 딸들 학업에도 관심 많아서 딸들 숙제했는지 앤디한테 확인하게 했음. 무엇보다 미란다는 자기 능력으로 성공해서 그 위치에 오른 거니 주변 사람들한테 갑질을 해도 납득이 가는 구석이 있음. 자기 일 잘하려고 부하들 들볶는 거니까. 반면에 엑스 부인은 첩이 불륜으로 본처 내쫓고 아이 낳아 자리 지키고 있으면서 일도 안하고 애도 안 돌보면서 갑질만 하잖아. 애랑 단둘이 있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엄마인가 싶다. 검색하다 어떤 블로거가 올린 내니의 일기 리뷰에 이 책을 보면서 새삼 애 직접 돌보는 우리나라 엄마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겠다면서 응원한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전적으로 공감함. 순전히 자꾸 바람 피우는 남편 묶어두려고 둘째 가졌다고 전격 통보하던데 그렇게 태어난 둘째도 내니 여럿 갈아치우며 자랄테니 오빠 혹은 형처럼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 보낼 가능성이 높지.  


모든 상류층이 저런 건 아니겠지만 내니의 일기를 보면 미국 상류층의 속물적인 면면이 보이더라. 부자인 헐방주민들도 내니 둔 경우 많던데 그들도 저렇게 갑질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결국 내니의 남친이 된 그 하버드대생의 고교 동창들이 내니랑 눈 맞는 애아빠들 많다고 내니한테 저급하게 얘기하는 부분도 나오던데 실제로 애들 내니랑 눈 맞은 헐방주민들도 생각났어.  


오랜만에 칙릿소설 탐독하고 어디다 얘기하고 싶은데 생각난 곳이 토리정원이라 후기 올려봤어. 관심 있는 톨들한테 도움이 되길 바라.

  • tory_1 2020.12.17 23:4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12/19 23:00:16)
  • tory_2 2020.12.18 01:41
    영화로 봤을 때는 마지막에 부인한테도 약간 짠한 느낌 들었는데 원작은 상상초월이었구나ㄷㄷㄷ 글 재밌게 잘 읽었어! 원작 있는지 몰랐는데 읽어보고 싶다
  • tory_3 2020.12.18 08:49
    와 이 영화 되게 재밌게 봤는데 원작 내용 실화니; 작가들이 겪은거라고 하니까 실화가 섞여있겠네 하... 말잇못...
  • tory_4 2020.12.21 05:47
    원작 읽어봐야지 고마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이미 2024년 최고의 공포 🎬 <악마와의 토크쇼> 레트로 핼러윈 시사회 76 2024.04.16 2992
전체 【영화이벤트】 두 청춘의 설렘 가득 과몰입 유발💝 🎬 <목소리의 형태> 시사회 12 2024.04.16 1872
전체 【영화이벤트】 🎬 <극장판 실바니안 패밀리: 프레야의 선물> with 실바니안 프렌즈 무대인사 시사회 17 2024.04.12 4924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64190
공지 [영화] 게시판 신설 OPEN 안내 🎉 2022.09.03 7384
공지 토리정원 공지 129 2018.04.19 58800
모든 공지 확인하기()
7359 도서 책 많이 읽은 톨 있니ㅠㅠㅠ 2 03:28 36
7358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9일 금요일 주말 밤의 독서 모임 5 2024.04.19 32
7357 도서 민음사 북클럽 가입한 토리 있어?? 5 2024.04.18 327
7356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8일 조금만 더 힘내서 버텨보는 목요일, 함께 독서해요! 2 2024.04.18 63
7355 도서 레이먼드 카버 추천해줄 톨? 4 2024.04.18 115
7354 도서 혹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연봉이 2천만원 적은데 평생 여성용품에 소비하는 돈이 2천만원이라는 문장있는 책 찾아줄 수 있어? 2 2024.04.18 222
7353 도서 '코딱지 대장 김영만' 추천해 2 2024.04.18 156
7352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7일 수요일, 공기가 안 좋은 밤은 집콕 독서로 하루를 마무리해요 4 2024.04.17 64
7351 도서 개취인데 출판사에서 책에 안어울리는 인물 일러스트 표지 8 2024.04.17 259
7350 도서 젊은 느티나무 진짜 최고같아 11 2024.04.17 530
7349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6일 화요일, 미세먼지 안 좋은 날은 집콕 독서가 최고! 4 2024.04.16 76
7348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5일 비 내리는 흐린 월요일 밤 책으로 안락하게 보내요! 7 2024.04.15 99
7347 도서 사랑에 관한 소설 추천해줘! 17 2024.04.15 369
7346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4일, 일요일 밤의 독서 함께 해요! 1 2024.04.14 60
7345 도서 요즘 책 읽으면서 느끼는게 8 2024.04.14 675
7344 도서 이런 책 공통점 잘 모르겠는데,,, 추천해줄 톨 구함니다 2 2024.04.14 219
7343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13일 토요일, 조금 늦었지만 함께 모여서 책 읽어요! 5 2024.04.13 83
7342 도서 독서는 다른건 모르겠고 1 2024.04.13 329
7341 도서 톨들이 좋아하는 책 주제는 뭐야? 13 2024.04.13 259
7340 도서 가끔 책 읽다가 신기할 때 있어 3 2024.04.13 280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368
/ 368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