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1번은 승무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나니 깍은머리 박사꼬깔에
감추우고 두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 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빰에 아롱질듯 두방울이여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는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진짜 눈앞에 소복입은 여인이 온몸을 다해 비는 사뿐사뿐한 모습이 그려지지않니? 눈이 내리고 녹아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그런 느낌을 글로접한건 처음인거 같아. 전체적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그느낌 자체가 너무좋아서 몇번이고 다시읽고 나도모르게 전통무용하는것처럼 팔을 펄럭거리고 팽그르 돌다 손모우고 싶었어. 이건 고등학교 3년 내내 수업시간에 공부하기싫으면 노트꺼내 필사하고 그림고자면서 관련장면 그려보고 그랬음 넘좋아ㅠㅠ
2번은 즐거운 편지
황동규 / 즐거운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한창 설렘설렘 하던 학창시절 설렘사 시킬뻔했던 시.
개화기 배경 어색한 서양식 롱치마에 블라우스같은거 입고 빵 모자쓴 나는 가을 강가 낙엽떨어지는 벤치에 앉아서 양산 옆에 내려놓고 벨벳 장갑끼고 부모님 몰래 만주로떠나버린(?) 애인이 보낸 마지막 편지 도착해서 몰래 읽는데 낮은목소리 섹시한 으른 미남이 옆에서 읽어주는듯한 환청이들리면서 2읽으면서 입틀막 눈물또르르 각 아니니?
어쩜 이렇게 담담하고 강렬하게 애정표현을 써내릴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건 중2병걸린 중딩시절에 접했는데 너무좋아서 다 외워버림ㅠㅠ
내가 손꼽는건 이 두개야
시인으론 윤동주 백석도 좋아했는데 기억에 남고 그시절의 내맘을 울려서 아직까지 기억나는건 이두개가 최고인듯!!
다른 톨들은 뭘 좋아했오?
황진이가 지은거였나? 기생 문학 같던데
긴 밤을 잘라서 임 오는날 이불에 넣는다는 시 엄청 좋아함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