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이전에 친구가 아주 재미있다고 나에게 열띤 이야기를 했던 것도 같지만, 그렇다 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뭐람, 이상한 제목이잖아. 당시 친구의 이야기는 내 한쪽 귀로 들어가서 뇌를 우회하여 다른쪽 귀로 통과하곤 했는데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니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 때 내가 정신 차리고 이야기를 듣다 어라 참 재미있겠는데? 하고 책을 읽어보았다면 친구와 둘이서 이 책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 된 것은 단순히 넷플릭스에서 영화? 가 만들어졌다는 것만 알고 아, 그러고보니 이런 책이 있었지? 하고 생각나서 찾아봤더니 비교적 최근에 새로 책이 출시되었길래 그럼 새책이구나 싶어서 큰 기대 없이 찾아보게 된 게 계기인데 책을 채 몇 페이지 읽지도 않아서 난 킥킥대며 이 책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대체 뭔가 싶었던 '건지'는 지명이었다. 영국 왕실령인 채널 제도에 있는 섬인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나에게 건지는 아픈 역사를 가진, 햇빛과 바다가 아주 근사한, 몽골몽골하고 따뜻한 환대의 섬이 되어버렸다. 

 이 섬은 제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의해 5년 간 점령당했다가 (1945년) 해방되었다. 우리나라와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진 셈이다. 건지섬이 독일에 점령당한 동안 결성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멤버가 해방 후 헌책을 읽고 그 책의 전 소유주(인기 작가인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는데 그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이 책도 서간체 소설이다. 다양한 인물들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아주 유쾌하다. 지금도 건지 섬에 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작가인 줄리엣, 그의 오빠- 라고 나와서 사촌오빠인가 누군가 했지만 결과적으로 베스트 프렌드의 오빠이자 또한 베스트 프렌트인- 시드니, 처음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 건지섬과의 인연을 시작하게 해준 도시, 줄리엣이 잡지에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듣고 각자 자기 이야기를 편지에 담아 보내는 북클럽 멤버+알파, 그리고 편지는 없지만 그들 모두의 마음에 깊은 자취를 남긴 소식을 알 수 없는 엘리자베스.

 평범한 사람들의 고결하고 아름답고 선하고 정의로운 이야기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이 책은 그야말로 직격타를 날렸다. 나치의 잔혹한 짓과 수 많은 나치군과의 일화 중 인간적인 일화들은 소설 속 이야기라는 것을 알지만 마음에 울림을 줬다. 특히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에는 도서관에서 읽고 있었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책을 다 읽고야 넷플릭스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예고편을 보기로 마음먹었는데 헉... 원제는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였다. 건지가 Guernsey라는 아주 긴 스펠링이었구나. 원제를 그대로 가져오자면 <건지 문학 및 감자 껍질 파이 공동체>이려나. 한국식 제목이 장난기 있으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하지만 약 10년 전 난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니 정말로 호기심을 불러오는 게 맞는지는 의심스럽지만) 좋은 제목이라 여겨진다. 예고편 영상이 아름답다! 인물들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예고편만 봐서는 책에 비해 영화는 매우 로맨틱한 것 같다. 책부터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책이 얼마나 위트 있으면서 인간적이면서 건지 섬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붙들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이 작가의 유작이자 유일한 작품이라(작가는 조카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작품을 끝맺고 책이 출간되는 것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 서간체 소설을 좋아한다면, 1900년대 유럽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가슴 몽글몽글하고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킥킥대며 읽을 수 있게 코믹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어! 어제 오늘 단숨에 읽고서 혼자 주저리주저리 적다가 올려본다 ㅎㅎ

PS.몇몇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싶은데 그럼 이 책을 읽을 토리의 감상에 누를 끼칠 것 같아서 생략할게 ㅋㅋ
  • tory_1 2018.07.04 22:45
    넷플릭스 예고편만 봤는데 원작책이 진짜 재밌나보다
    찐토리 추천글 보고 나도 읽고싶어졌어ㅋㅋ추천고마워!
  • tory_2 2018.07.04 22:50

    헛 고마워 근데 그럼 혹시 미완결이야?

  • W 2018.07.04 22:58

    아냐!!! 조카의 도움을 받아서 마무리는 했어!!! 해당 구절 수정할게 ㅋㅋ 

  • tory_4 2018.07.04 23:38

    난 읽으면서 큰 재미는 느끼지 못 했지만, 단순 재미보다는 더 큰 의미를 가진 책인거같아..건지 섬이라는 곳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고, 그 섬에 어떤 역사와 상처가 있는지 알게 돼서 그것만으로도 의의는 충분했던거같아ㅠㅠ 나는 영화 예고편 보고 아쉽더라...아직 본편을 본 건 아니지만 너무 줄리엣의 러브라인 위주로 편집된 것 같아서..ㅠㅠ이건 봐야 알겠지만ㅠㅠㅠ여튼 나도 읽는 내내 건지섬 사람들의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ㅠㅠ엔딩도 너무 행복하게 마무리되어서 좋았구

  • tory_5 2018.07.04 23:57
    소개 고마워 처음 들어보는데 이북도 나와 있길래 장바구니 담았어 잘 읽을게~
  • W 2018.07.06 14:46

    어머 이북도 있구나! 난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재미나게 읽었으니 이북도 구입해야겠다!

  • tory_6 2018.07.05 00:14
    나 이 책 너무 좋아서 엄마에게 선물했어 유머와 인류애가 넘치는 소설이라 힘들 때 읽으면 좋더라 가슴 먹먹해지는 소설이야
  • tory_7 2018.07.05 00:20
    진짜 옛날에 읽었던 건데 얼마 전에 예고편 같은 거 보고 생각나더라. 생각난 김에 책도 다시 읽어보려고. 어디에 있는지는 한참 찾아야 할 것 같지만 그때 참 감동받으며 읽었던 기억이 나.
  • tory_8 2018.07.05 00:20

    내가 알라딘 중고서점 가서 산 첫 책이야

    난 개인적으로 ㅊㅎ하는 게 제일 좋았어 ㅎㅎ 페이지 편집이 진짜 신의 한수라고 생각함

    이 장면이 제일 기대되는 게 함정 역시 난 한국인이야

    영화 얼른 보고 싶다

  • W 2018.07.06 14:46

    ㅊㅎ가 뭐니? 흑.. 추측이 안돼.

  • tory_17 2018.07.07 14:32
    @W 프로포즈 말하는 거 같네
  • tory_9 2018.07.05 00:29
    이거 되게 재밌게 봤음ㅋㅋㅋㅋ 서간문 형식이지 않았나? 주인공이 깨발랄한데 뒤로갈수록 이야기는 진지해지고 그래서 막 도키도키 하면서 봤는데 ㅋㅋ
  • tory_10 2018.07.05 02:00
    나도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야. 영화로 나온다는 거 보고 재탕하고 싶더라.
  • tory_11 2018.07.05 08:59
    오 나 서간체 좋아하는데♡♡
  • tory_12 2018.07.05 10:14

    이 책 진짜 재밌어. 서간체라서 걱정하고 봤는데 진짜 진짜 재밌더라ㅠㅠㅠ

  • tory_13 2018.07.05 10:56
    내 인생 소설 ㅋㅋ 겁나 재밌어 ㅋㅋ
  • tory_14 2018.07.05 11:0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11/04 22:35:17)
  • W 2018.07.06 14:46

    아직 나온 건 아니야! 예고편만 있으니 조만간 업데이트되지 않을까 싶어!

  • tory_15 2018.07.05 19:45

    이 책 진짜 재미있어. 나도 읽고 대여섯명한테 추천해줬는데 다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음.

  • tory_16 2018.07.06 00:42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야!!
  • tory_18 2018.08.19 15:1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1 23: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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