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별 거 없는 잡소리주의




나톨은 토지를 고등학생 때 읽었거든.

어릴 땐 완전 책벌레여서 잡히는대로 다 읽다가 집구석에 있던 토지에 손을 댄건데 옛날 판본이라 세로읽기 책이었음ㅋㅋㅋ

근데 존잘님 앞에 세로읽기든 가로읽기든 무슨 장애야. 너무 재밌어서 기냥 빨려들어가버렸어.

읽을 당시 영어수업이 좀 일찍 끝난 날 몰래 토지를 읽었는데 선생님이 뭐라고 하려다가 책이 토지인 걸 보고 '아 토지 재밌지...'하고 지적 없이 지나가셨던 기억이 나ㅋㅋㅋ 이북 사투리도 좋다고 집에서 막 따라하고 그랬다.


등장인물들이 어찌나 생동감 있고 그냥 살아있던지 막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륵 한다는 고등학생 시기라 내 감수성도 풍부했겠고ㅋㅋㅋ 그렇게 막 몰입해서 읽는데...마을에 호열자(콜레라)가 돌더라? 호열자가 돌더니 한 페이지 동안 내 옆에 살아있던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죽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병이 돌아서 마을사람들이 많이 죽은 그정도고, 그런 죽음은 이전에 읽었던 소설에서도 종종 겪었던 일인데 토지에서는 왜그리 충격적이었는지 모르겠어. 그걸 막 비극적으로 구구절절 풀어쓴 것도 아니고 그냥 한 페이지로 끝난 일인데.

하여간 너무 충격받아서 하루 다섯끼를 코끼리처럼 먹던 시절임에도 한 끼를 생으로 굶었던 기억이 나.

여러 소설에서 다양한 죽음을 다루지만 내가 읽은 중에 가장 충격적으로 와닿은 죽음은 저거야. 넘 별 거 없지?ㅋㅋ


나~중에 알고보니 저 죽음이 토지라는 작품의 시작이더라구.

박경리 작가님이 어릴 적 외할머니께서 해주신 '호열자로 외가 사람들이 다 죽었는데 딸 하나가 살아남아 집을 지켰다.' 라는 이야기에서 토지가 시작됐다고 들었어. 저 짧은 문장에서 이토록 풍성한 이야기와 수많은 개성있는 인물들을 창조해내다니 정말 마법같은 일이야.


토지를 정말정말 인상적으로 읽은 몇 개월 뒤에 피스브레이커(UJ보고서)를 또 빠져서 읽게 되면서 이 두 작품이 내 취향의 근간을 만든 것 같아. 일명 장편 군상극스타일. 근데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 공급 자체가 희박함ㅠㅠ


토지 좀 다시 읽고 싶은데 회사를 관두고서야 손 댈 용기가 생길 것 같다...토지 넘 재밌어...



+방 잘못 찾았다가 글 옮기는 김에 또 주절주절해야지.
토지 초반에 또 충격적이었던 게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서희 엄마한테 시어미니였나?가 무거운 궤짝 옮기는 일을 시켜서 밑이 빠졌던 거ㅠㅠ 지금도 그렇지만 나 때는 출산관련 교육이 정말정말 허접했어서 출산 후 밑이 빠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어...엉엉ㅠㅠㅠ
->이거 혼불미망하고 착각한 거라고 함ㅠㅠㅠㅠ

++와 찾아보니까 우리집에 있던 책이 1979년 판이었어. 88년 판부터 가로쓰기로 바뀌었대ㅋㅋ
  • tory_1 2018.05.21 15:08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12/10 11:23:34)
  • W 2018.05.21 15:09

    앜ㅋㅋㅋㅋㅋ토지 읽고 혼불 읽어서 섞였나봐

  • tory_2 2018.05.21 15:09
    토지 아니고 박완서 나목 같은데 밑 빠져서 우물에 빠져죽은 여자라면
  • W 2018.05.21 15:13

    잉 나목인가 혼불인가?? 둘 다 읽긴 했는데

  • tory_2 2018.05.21 15:25
    @W 아 미안 박완서 미망이야 혼불에는 그런 캐릭터 없어
  • W 2018.05.21 15:27
    @2

    아 넘 웃기다ㅋㅋㅋ비슷한 시기에 몰아읽으니까 이렇게 섞이는구나(사실 나머진 읽었다는 것 말고 내용 기억안남ㅠㅠ). 알려줘서 고마워!

  • tory_4 2018.05.21 15:11

    토지 정말 재밌지 난 국어교육과인데 토지는 너무 장편이라 손 댈 엄두도 못내다가 교수님이 꼭 읽어보라고 하셔서 21살 크리스마스 이브에 1권 읽었는데 내 연말 순삭^^ 크리스마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고 1부 4권 다 읽은 것같아. 토리가 말하는 그 호열자로 인한 마을 사람들의 죽음 나도 너무 충격적이었어. 몰입해서 읽었더니 다 내 옆집에 사는 사람들같았는데 갑자기 다 죽어버리니 너무 허무했어 ㅠㅠㅠㅠㅠㅠ 토지는 정말 명작이야. 박경리선생 글은 정말 내용 전개며 등장인물 구성까지 너무 멋져, 문체도 마찬가지. 정말 호탕하고도 섬세한 글이라 많은 사람에게 토지를 추천했지만 역시 16권이라는 분량이 벽인가봐 ㅋㅋㅋㅋㅋ 아 나도 오랜만에 다시 읽고싶다. 너무 좋아해서 전권 사서 읽었는데 내 앞에 책이 읽는데도 읽지를 못해 ㅠㅠㅠ

  • W 2018.05.21 15:16

    토지 진짜 재밌지ㅠㅠ 사실 나도 저때 읽고 이후로 한 바퀴는 더 살았는데도 재탕은 못했어ㅋㅋㅋ 다만 너무너무 재밌었다는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다...정말 명작이고 언젠가 꼭 다시 읽고싶어.

  • tory_5 2018.05.21 15:19

    휴가 가서 책 좀 읽어야지 하고 가져갔던 책이 토지 1-2권이었는데.. 휴가지에서 딴 책은 못 읽고 거기 서점에서 그 뒷권들 사서 읽었었다.. 진짜 빠져들면 시간 순삭

  • W 2018.05.21 15:23

    인정ㅋㅋㅋ 세로읽기에 글씨크기도 깨알같아서 읽기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책을 놓을 순 없었어

  • tory_6 2018.05.21 15:22
    한 달 정도 여유있는데 한 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늘 읽다가 포기했는데ㅜㅜ
  • W 2018.05.21 15:28

    정말 강추야ㅠㅠ 나도 그냥 현생 포기하고 다시 읽을까

  • tory_7 2018.05.21 16:24
    토지 진짜 한번 빠지면 시간 순삭이지ㅋㅋㅋ(4부에서 지식인들 토론할 때 좀 괴로웠지만ㅠㅠ) 나도 평사리 사람들 다 죽어나갈 때 충격이 너무 컸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던 인물들이 그렇게 한꺼번에 허망하게 죽어버린 게... 서희의 버팀목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어른들이 갑자기 다 사라져버리고 어린 길상이랑 봉순이가 자기들 나름대로 서희를 지킨다고 애쓰는 게 참 안타깝더라. 강청댁 죽어서 넋 나가 있던 용이 묘사도 기억에 남아. 살아있을 때 잘해주지...에휴;
  • W 2018.05.21 16:49

    와 나 큰 줄거리랑 몇몇 장면 빼고는 내용 거의 까먹었는데 토리가 써준 부분 보니까 또 기억나. 그리고 난 왜이리 칠성댁이 기억에 남을까? 좋은 인물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ㅠㅠ(맞지?; 기억력에 큰 불신 생김;;) 조만간 토지 다시 읽긴 읽어야할까봐 요즘 계속 생각난다ㅠㅠㅠㅠ

  • tory_8 2018.05.21 17:23

    인간 군상극이면 안나 까레니나~~ 이것도 장난 아니지 않아? 러시아 문학 이름 때문에 도전하기 어렵지만

  • W 2018.05.21 17:32

    내가 첨에 방을 잘못 찾아서 노벨정원에 올리는 바람에ㅋㅋㅋ 일반문학에서는 군상극 찾기가 비교적 쉬운듯

  • tory_9 2018.05.21 17:37
    맨날 실패하다 1권 읽고 2권 보는 중이당
  • W 2018.05.21 22:03

    응원한다ㅠㅠ

  • tory_10 2018.05.21 20:07

    와 세로읽기로 토지를 읽다니 대박;; 어디가서 자랑해도 될일이라고 생각해..ㄷㄷ

  • W 2018.05.21 22:03

    그때는 어려서 가능했던 것 같아 지금 읽으라면 눈이 침침해서 못 읽을듯ㅋㅋㅋㅋ

  • tory_11 2018.05.21 21:36

    너톨이 ㅣ읽었단책.. 혹시 표지가 빨간색? 적색이야? 나도 그걸로 읽었거든 ㅋㅋㅋㅋ 세로라 읽기불편한데 잘못읽을까봐 힘주고 읽었더니 가로보다 집중 잘되던.. ㅋㅋㅋㅋ 

  • W 2018.05.21 22:06

    https://namu.wiki/w/%ED%86%A0%EC%A7%80(%EC%86%8C%EC%84%A4)


    나는 여기서 확인했어. 빨간색이면 82년판일까? 세로 읽다보니 그래도 읽어지는 게 신기하더라

  • tory_12 2018.05.22 01:04
    밑이 빠지다는게 어떤 뜻이야? 검색해도 안나오는데 궁금하다
  • tory_13 2018.05.22 02:49

    자궁이 밖으로 흘러 나오는 거야. 자궁탈출증이나 자궁하수라고 그럼. 

    지금은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어떻게든 처치가 가능한데 저 당시면 그냥 감염으로 사망하는 거.

    토지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망에서 시어머니가 딴남자 애 낳은 과부며느리한테 일부러 밑이 빠지게 무거운 거 들라고 시켰음.

  • tory_14 2018.05.22 03:46

    나도 밑이 빠진다는거 먼뜻일까 ? 

  • tory_14 2018.05.22 03:46
    @13

    헉.... 

  • tory_16 2018.09.17 16:05

    애 낳으면 질 입구가 여러 방향으로 찢어지는데 출산을 반복하면 나이들어서 아예 자궁이 빠질수 있대. 병원에서 아기를 낳게되면서 의사가 회음부 절개 해주면 그 절개방향만 찢어져서 나중에 꿰매면 됨. 아주 옛날에는 그런 의료기술이 없으니까 빠졌겠지 ㅠㅠ

  • tory_15 2018.05.23 19:02
    와 진짜 톨들 순삭이라는게 넘궁금한데 너무 장편이라 엄두가 안나네....주륵 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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