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oman.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1&mcate=M1001&nNewsNumb=20190761568
범죄 상황에서 ‘얼어붙는 반응’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가 확인한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얼어붙기’는 위험에 닥쳤을 때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3가지 방어기제 중 하나로, 대다수 피해자에게 나타난다. 이회림 형사가 강조하고 싶은 건 다른 두 방어기제 ‘맞서 싸우기’와 ‘도망치기’다.
“범죄는 누구에게나, 그것도 자기 집 안에서조차 일어날 수 있는 거예요. 피해 결과가 없다고 해서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아닌 것도 아니에요. 극단적 범죄 상황에 놓였다가 벗어난 것도 피해입니다. 그 공포심은 잊히질 않거든요. 그런 점 때문에 책을 쓰기로 했어요. 피해자로서 또 여성 경찰로서 동생, 언니, 지인 등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요.”
“어금니 힘 60㎏, 인정사정없이 깨물어라”
길거리, 공중화장실, 택배기사를 사칭한 범죄자, 클럽 안을 배회하는 범죄자 등 유형별 대처 방법을 담고 있는데 큰 틀은 ‘내 몸은 내가 지킨다’, 즉 호신술이다. 그는 호신술을 크게 ‘소리 지르기’, ‘도망치기’, ‘깨물기’, ‘낭심 차기’ 4가지로 설명했다. 다만 호신술의 목표는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허점을 이용해 위험상황에서 벗어나는 것
적막을 깰 정도로 소리쳐 누군가가 인지하게 해야 돼요. 이건 정말 기본이고요. 깨물기가 허를 찌르는 호신술이에요. 신체 부위 중 가장 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부위가 치아래요. 앞니 한 개로 무는 힘은 20kg, 어금니로는 60kg까지. 매일 호신술을 연습한 사람이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빠른 판단이 힘들 수 있어요. 그러면 인정사정없이 깨물도록 하세요. 어린애 치아라도 한번 물리면 순간적으로 몸의 균형을 잃고 주춤합니다. 이때 우리의 최고 호신술 ‘도망치기’를 해야겠죠.”
이 형사는 호신술의 잔기술을 몇 가지 더 들었다. 가장 흔한, 뒤에서 공격이 가해졌을 때의 호신술이다. 상대방의 손가락을 꺾어 손을 풀게 하는 게 핵심인데, 그러기 위해선 가운데 손가락을 꺾은 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다음 몸을 휙 돌려야 한다. 어깨만 잡힌 상황이라면 몸을 뒤로 돌리자마자 양팔을 범죄자의 한쪽 팔 위에 올린 상태에서 양손에 깍지를 끼고 아래로 내리치듯 누른다. 그러고 나서 다리 사이 낭심을 세차게 걷어차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세인데, 많은 사람이 범하는 실수가 무릎을 낮게 들고 자세를 낮춘 채 다리를 쭉 펴서 차는 것이다. 타격의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에 맞더라도 효과를 볼 수 없다. 자세를 높이고 무릎도 높게 들어 다리가 펴지기 전에 타격을 가해야 제대로다.
엘리베이터와 같이 밀폐된 장소라면 모든 공간을 볼 수 있는 쪽으로 우선 이동하도록 한다. 그러고서도 공격이 들어오면 체중을 뒤로 실어 벽으로 밀어버리자. 이후엔 몸을 돌려 빠져나와 치한을 밀치거나 머리카락을 잡고 바닥으로 내리누른 뒤 비상버튼을 누르면 된다.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피의자는 지하철역부터 피해 여성의 집까지 몰래 따라가 범행을 시도했다. 이처럼 누군가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면 과감하게 뒤를 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행동은 상대방에게 ‘나도 만만치 않다’는 의미를 전한다. 뒤돌아봤을 때 진짜로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앞질러 지나갈 수 있도록 걸음을 조금 늦추면서 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혼자 택시를 타는 경우 차량 번호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또 승차 직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택시를 탄 출발지와 목적지를 알리면 택시 운전사에게 “지인들이 나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 이 형사는 “가급적 조수석보다 뒷좌석에 타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대중교통 안에서 성추행범을 신고할 때에는 요령이 필요하다. 전화로 신고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면 문자로 112신고를 하고 노선번호, 현재 통과하는 역 이름, 범죄자의 옷차림을 비롯한 외모 특징 등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게 좋다.
열거하고 보니, 시도를 성공시키지 못했을 때 뒤따를 위험이 크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가해자들의 심리로 답을 대신했다.
“가해자들이 하는 말이 있어요. 가만히 있는 여성을 자기 손에 놓고 마음대로 하는 게 굉장히 짜릿하대요. 결박됐거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신중하게 기회를 노릴 필요가 있지만, 그게 아닌 일반적인 장소에서는 깨물기라도 하면서 저항해야 살 수 있어요. 가만히 있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무엇보다 관건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라고.
“모든 건 마음에 달려 있어요. 자신감! 그게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제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고취시킬 수 있느냐? 꾸준한 신체활동이라고 꼭 말하고 싶어요. 제일 바람직한 건 평소 무술을 배우러 다니는 겁니다. 무술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에요. 몸을 계속 움직여봐야 내 몸을 어떻게 쓰는지 알죠. 호신술을 알고 있어도 내가 몸을 쓸 줄 모르면 할 수 있을까요? 도망칠 수 있다는 자신감, 용기가 생길까요?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이겨내는 거예요.”
형사는 피해자가 됐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움츠러들지 말라고 했다. 경찰로서, 또 다른 피해자로서 그가 재차 말한다.
“이겨낼 수 있어요. 우린 그렇게 약하지 않거든요. 내면에 숨은 강인한 전사를 꼭 찾아내세요. 범죄 상황에서 그걸 꼭 이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용기!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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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링크에 손목 빼기, 낭심 차기, 목 졸렸을때 대처법 사진과 설명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