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지만 삶은 매번 계속되어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사소한 일로 마음이 틀어진 이들과 다시 말을 섞고 몸을 부대끼려면
우린 늘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의 품격>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장미의 이름> 서문
우리는 빛의 아이들이다.
빛은 어디에나 든다.
빛이 드는 곳에는 풀이 나고, 바람이 불고,
생명이 있는 것은 숨을 쉰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실수로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빛이 드는 것처럼,
이윽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꽃이 열매를 맺는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던 것이다.
<빛의 제국>
하나, 사건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우울 불안 내향성 완벽주의 성취수준 대인관계 등으로 당신을 정체화하지 마세요.
둘, 외부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지 말아요.
셋, 자기혐오의 목소리에 취하지 마세요. 그저 적절히 치료를 받고 잠시 쉬어가야 할 때입니다.
넷, 성취로 정체감을 형성하지 말아요. 직장은 자아실현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책임감을 가지되, 굳이 나서서 뭘 하려고 하지 말아요.
다섯, 대인관계나 타인과의 비교로 공허감이나 자기개념을 채우려고 하지 마세요. 더욱이 sns를 보면서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사회적 비교를 멈추세요.
여섯, 당신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람과 중요한 사람을 구분해주세요.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도 없는 사람임을 인식할 때, 나를 괴롭히던 감정들이 고요해지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일곱, 당신 멋대로 자기 자존감이 낮다고 평가하고 억지로 높이려 애쓰지 마세요. 자기 검열을 그만둬야 합니다.
여덟, 불안정애착, 우울한 사람 등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그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 경험하는 당혹감이나 부적절감에 움찔해 다시 그 껍데기 안으로 들어가지 마세요.
이 모든 것을 천천히, 천천히 하세요.
그냥 수 년을 두고 자신을 받아들여 주세요.
당신이 행복해지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당신은 당신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당신은 모든 측면에서 당신에게 더 자비로워도 됩니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사건, 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등 가난이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던 일들에서 가장 아프게 남는 것은 '남는 밥이나 김치가 있으면 문을 두드려 달라'는 고인의 메모, 빠듯한 살림 속에서 족발을 시켜 먹은 가계부 기록 같은 것이었다. 최소한의 영양과 먹는 즐거움마저 포기해야 할 정도의 빈곤에 대한 해결책은 '노오력'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어떤 안전망을 만드느냐다. ... 미래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기준이 마침내 식비까지 내려왔다면, 과연 이 사회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인생은 생존게임이 아니며, 그저 버티는 삶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할 수 있는 한 잘 먹어야 한다. 그것이 더는 물러서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사는 법이므로.
<ize 기사, 잘 먹고 삽시다>
나는 사랑한다, 상처를 입고도 영혼이 깊고, 사소한 일로 파괴될 수 있는 자를.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신의 내면에 아직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의 내면의 힘을 믿는다. 나는 무기력한 나를 충분히 수용한다. 난 오늘 마땅히 쉬어야 한다. 내 무기력은 자연스럽고 합당한 상태이며, 난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마음껏 무기력해져도 괜찮다. 나는 한심하지 않고, 나약하지 않다. 나는 잘못하지 않았고, 잘못 살지 않았다. 힘겨운 삶을 너무나 잘 견뎌온 강인한 사람이다. 내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자. 내가 나를 압박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못해도 괜찮다.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부터 돌보자. 그럴 기운도 없으면, 나중에 에너지가 좀 생겼을 때 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조차도, 있는 힘을 다해 무언가를 견디는 것이다.
< 출처 불분명 ㅜㅜ >
하늘이 어찌 누군가를 편애하여 재능과 운명 둘 다 풍부하게 하겠는가? 재능이 있다고 어찌 재능에 기대리오?
재(才)와 재(災)는 같은 운인 것을.
<취교전>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우리를 짓밟은 이들은 목적을 신속하게 달성했는데, 정작 괜찮냐, 고 한마디라도 물어봐주고 돌봐준 이는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분들을 더 잘 모시고 챙겨 드렸어야 하는데 우리는 인간인데 어째서 오랜 지배와 구속에 길들여진 짐승처럼 어느새 나를 때리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반응하고 꼬리를 흔들거나 내리게 되었을까. 그러니 너희들은 더더욱 짐승 취급을 당해도 된다며 누군가들은 의기양양하게 돌을 던질 텐데.
<땀 흘리는 소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흔히 그저 욕망이나 감탄을 일으키는 무언가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은 꼭 삶의 운명이나 숙명이나 의미처럼 느껴지는 방식으로 아름답다.
그런 사람에 대한 욕망은 어떤 면에서 고결한 운명을 갈구하는 욕망이고
그런 아름다움은 쾌락으로 난 문일 뿐 아니라 의미로 난 문으로 보인다.
<길 잃기 안내서>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기 삶에서 행복을 찾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기 삶에서 고난을 피해 보려 하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슬픔과 외로움과 절망을 겪어 알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자시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나와 똑같이 이 사람도 삶에 대해 배우고 있다.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
잠이 외면이라고 생각하니 너의 불면증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그런 너의 불안함을 외면하는 사람들이랑 놀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인 김승일>
여직껏 꿋꿋하게 잘 버티기에 그냥저냥 극복한 줄 알았더니 이제와서 웬 약한 소리냐구요? 형님 보시기에도 제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입디까?
아무렇지 않지 않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면 그게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였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으시죠.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Non efficitur ut nunc student multum, sed postea ad effectum veniet.
지금 많이 공부해서 결과가 안 나타나도, 언젠가는 나타난다.
<라틴어 수업>
[몸과 마음]을 작업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치유를 생각했다.
치유-함과 치유-받음 중 어느 한 쪽을 고르라면 누구라도 당연히 후자를 택하겠지만,
오랫동안 이 일에 살아오면서 그 둘이 완전히 같은 것임을 깨달았다. ...
이제 고였던 눈물을 쏟아낸 자리에 무엇을 채워야 할까.
우리는 빈 가슴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반드시 열망할 것을 찾아야만 한다.
매일 다른 쪽을 향해 서로 멀어지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게끔 하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가수 심규선>
소중한 것을 잃고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느낌.
퉁퉁 부은 눈을 하고서도 '아무 일도 아니에요' 라고 미소짓는 느낌.
저 멀리 언덕을 넘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손을 흔들며 나타날 것 같은 느낌.
그 사람이 웃어주는 것만으로 우주의 모든 애정을 받는 느낌.
꼭 그사람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모아 밤새 태산이라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흠뻑 젖는 시절을 맘껏 누려야 해.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 줘>
내 사람아, 그대가 꿈을 가진 사람인 것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가 몹시 힘겨워 보일 때도
나는 그대가 절망하지 않으리란 걸 알지
그대는 늘 그렇게 다시 일어서곤 하는 걸
내 사람아, 그대의 맑은 웃음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의 '살아 있음'이 나는 더없이 좋구나
내 사람아, 그대가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인 것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가 몹시 슬퍼 보일 때에도
나는 그대가 무너지지 않으리란 걸 알지
그대는 늘 그렇게 다시 깨어나곤 하는 걸
<시인 백창우>
흔히 고통은 나눌 수 없다고 한다. 치통처럼 간단한 것조차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저마다 자신이 앓던 치통을 떠올려볼 뿐이다. 그래도 생리적 고통은 해석적 고통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해석적 고통의 경우, 특히 그 고통이 사진이 사회적 척도에 부합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생겨난 경우, 고통의 호소는 부적합한 존재로서 자신의 확증하는 것처럼 느껴져 더 고통스럽다. 상대방은 내 호소를 내가 비정상적이고 뭔가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 경우 우리는 공감 대신 선고를 받는다. 네가 아픈 이유는 네가 아픈 존재이기 때문이야.
<고병권 칼럼, 구차한 고통의 언어>
생이란 사랑 외에 다른 소명을 지녔을까. 그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마찬가지여서 마음을 열어서 서로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크나큰 우주적 흐름 그 근원적 에너지를 공유하게 되는 게 아닐까. … 마음 안의 즐거움이나 기꺼움들이 사람을 얼마나 빛나게 하는지. 스스로를 계획하고 충고하며 끊임없이 어디로든 데려가는 일은 아무도 대신 해 줄 수가 없다. 부모자식간이라 해도 그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 해도 영혼이 지닌 힘이기도 하고 함정이기도 하다. …
어떤 경우에도 자기를 완전히 감춘다는 건 불가능해. 누군가는 반드시 찾아내고 말거야. 잡기도 하고 잡히기도 하는 세상은 술래잡기 같아. 이것들을 우리가 찾아낸 것처럼 또 누군가는 우릴 찾고 있을 거야.
<제 11회 동서문학상 수상작 이별의 능력>
너는 무서워하면서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
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 안미옥,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