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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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해
완전한 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싱글인 현재 행복하고
결혼을 한다 해도 딩크족으로 살 생각이라서
그런데 주위의 자녀를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교육이나 육아 관련 키워드를 많이 접하게 돼
일단 가깝게는 조카가 둘이나 있고,
아이를 낳으면서 만나기 어려워지는 친구들도 있고
연락처만 남아있는 사람들도 프로필이
아이 사진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구~
인터넷 서점에서 읽을만한 책을 찾던 도중
내 시선을 잡아챈 제목이 '엄마 휴직을 선언합니다'였어

보통 아이에게 주 양육자라고 하면
엄마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잖아? 상황에 따라서는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보통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이면
아이 입장에서는 양육자가 엄마, 아빠 둘일텐데
꼭 주 양육자가 엄마여야만 할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라고 하더라구~ 사실 맞는 말이지~

바깥양반이자 부 양육자로 살아보고 싶었던 저자는
남편과의 합의를 통해 주 양육자를 바꿔보기로 하는데
어영부영 흐지부지 되는 게 싫어서 방침을 세워
프리랜서로 일하니 집에서 업무를 할 수도 있었지만
업무 공간과 일상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공유 오피스도 빌리고, 어린이집에도 상황을 설명한 후
어린이집 톡방에 남편을 초대한 후 자신은 나가~
남편은 바뀐 상황에 걱정하던 것보다 잘 적응하고
육아 형태가 약간 달라져도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
그 과정에서 삐걱대거나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남편은 남편대로, 저자는 저자대로 느끼는 점이 있어
결국 행복한 육아를 위해서는 어느 쪽이 주 양육자가
되더라도 휴식, 즉 육아 퇴근이 확실히 이뤄져야 하며
한 쪽이 억울하게 느끼는 지점이 있으면 안 된다는 거
'이 지점에서는 어떻게 했을까?' 싶을 때
짠 하고 내용이 나와서 재밌으면서도 읽기 쉬웠어

케미tv라고 예전 부부클리닉 요약본에서
갈등 있는 부부 사이에 아이가 있을 때
'그래도 아이는 여자가 봐야지'란 말이 나올 때가 있어
애 키우기 싫은 남편이나 생각 꽉 막힌 시어머니
혹은 시아버지에게서 주로 나오는 대사야
(집에서 아이 양육하는 아내를 두고 '돈도 안 벌면서
집구석에서 하는 게 뭐가 있다고 ㅉㅉ' 이러면서
그럼 아내가 "내가 나가서 돈 벌어올테니
당신(남편)이 양육해"라고 하면 '애는 여자가 키워야지'?
빻은 소리면 하나만 하든가 앞뒤가 안 맞잖아요;;;)
암튼 그 말은 틀렸다는 생각이 드는 구절이 나와
'아이 3살 이전까지 부모와의 교류가 양육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말을 정신의학자 존 볼비가 했는데
중요한 건 워딩이 엄마가 아니라 '부모'야~
심리 관련 다른 책에서 봤던 이야기 중 하나로
아이는 동성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친구 관계를 배우고
이성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연인 관계를 배운다고 해
사람에게 있어 친구 관계, 연인 관계
경중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둘 다 세상 살아가면서 중요한 인간 관계잖아?
근데 어느 한 쪽만 비대한 것보다는
적절히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거지
'독박 육아 하세요'라는 의도로 부모와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야
양육의 중요성과 가부장제의 환장할 콜라보로
'아이는 여자가 봐야지'같은 말로
재탄생했다는 건데 꽤 일리가 있어 보여~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그 중요한 일에서 자기는 발만 담그겠다는 것도,
'집구석에서 애나 봐라'는 식의 낮잡아 치부하는 말도
전부 잘못되고 앞 뒤가 안 맞는 말이라는 결론이 되지

그렇다고 아이를 키우는 게 별 거 아니고 쉬운 일이다?
적어도 주 양육자의 입장이 되어본 저자의 남편은
그런 말도, 생각도 하지 않을 거야
남편은 섬세하게 챙겨야 할 부분도 알게 되고,
뭔가 해소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 우울감도 겪게 되고,
꼭 챙겨야 할 것과 적당히 포기할 것도 구분하게 되고,
'이 지점에서 아내가 힘들었겠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으니까~ 모든 일을 전부 겪어볼 순 없지만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도 있게 마련이니까~

이 책에서 더 좋았던 부분은
'여러분도 엄마 휴직을 시도해 보세요'라는 의미로
실천 가이드같은 게 뒤쪽에 있어~
남편을 설득하는 논리, 실제 제도적 활용,
실전 지침 같은 게 나와있다는 거~
FAQ같은 느낌으로도 답변이 나와있는 게 좋더라

그렇다고 아쉬운 지점이 없진 않은 게
육아 휴직 제도가 없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다는 거,
내가 어릴 때, 대학교 다닐 때 들려오던 이야기가
나이를 더 먹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아직은 꽤 많다는 현실...
육아 휴직 제도가 더 널리 퍼져있어야 주 양육자를
바꿔보는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거라는 게 씁쓸했어

그리고 드물겠지만 보편타당하지 않은 남편이라면
아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거...
사실 집안 걸레질은 1주일에 2번 하던 걸 1번 한다고
아이 생명에 지장이 가는 건 아니잖아?
저자도 '남편이 육아해도 형태가 다를 뿐
비상식적으로 대하지는 않는다'는 걸 가정하고 있고
근데 남편이 아이를 정말 비상식적으로 대한다면
아이에게 위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
뉴스 사회면에 아동 학대같은 게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조별 과제 무임승차하려는 밉상 마냥
주 양육자 역할 하기 싫어서 실제 본인의 최선보다
더 못하는 척 꼼수 쓰다가 참다 못한 아내가
"어휴, 됐어, 그만해!!!" 하며 백기 들길 바라는
인성 못돼 처먹은 남편도 있을 수 있다는 거지
세상은 생각보다 동화같지 않으니까...

하지만 아이를 갖기로 마음을 먹은 보통의 부부라면
대부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을 가졌을 거고
'주 양육자가 꼭 엄마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직접 실천해본 기록이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조카들이 어리지만
나중에 조카들이 가정을 꾸리게 될 즈음에는
육아 휴직이 공무원,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에서 성별 구분없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복지가 되었으면 해~
그리고 '주 양육자는 선택하기 나름 아님?' 이라는
정서가 보편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 tory_1 2022.05.12 02:58
    정말 인상적인 도전이다! 좋은 책 소개고마워. 나도 애낳을 계획이 없지만 읽어보고 싶네
  • tory_2 2022.05.12 11:41
    제목 보고 궁금했는데 내용 요약 고마워~ 내용 보니 안 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 이미 남편이 육아 더 많이 하고 1년간 휴직해서 주양육자였음ㅎㅎ
  • tory_3 2022.05.18 18:03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12/28 17: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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