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정말 못 찾겠다 못 찾겠어!!!!!!

내가 n년 전에 토리정원에서 읽은 시를 찾습니다…

화자가 형한테 부치는 편지처럼 쓰여진 시고,

형, 형~~~ 블라ㅏ블라 이러면서 형한테 말하는데

내용이 약간 형은 나를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고

뭐 형이 지금 있었으면 시인이나 목사가 됐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구글에 아무리 찾아봐도 못찾겠어. ㅠㅠ

제발 아시는 분을 찾습니다ㅠㅠ

증말루 다시 읽어보고 싶ㅇㅓ
  • tory_1 2021.11.26 00:03


    심보선

    형은 어쩌면 신부님이 됐을 거야.
    오늘 어느 신부님을 만났는데 형 생각이 났어.
    나이가 나보다 두 살 많았는데
    나한테 자율성이랑 타율성 외에도
    신율성이라는 게 있다고 가르쳐줬어.

    신의 계율에 따라 사는 거래.

    나는 시율성이라는 것도 있다고 말해줬어.
    시의 운율에 따라 사는 거라고.
    신부님이 내 말에 웃었어.
    웃는 모습이 꼭 형 같았어.

    형은 분명 선량한 사람이 됐을 거야.
    나만큼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을 테고
    나보다 어머니를 잘 위로해줬을 거야.
    당연히 식구들 중에 맨 마지막으로 잠들었겠지.
    문들을 다 닫고.
    불들을 다 끄고.

    형한테는 뭐든 다 고백했을 거야.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사는 게 너무나 무섭다고.
    죽고 싶다고.
    사실 형이 우리 중에 제일 슬펐을 텐데.

    그래도 형은 시인은 안 됐을 거야.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게 시니까 말이야.

    이것 봐, 지금 나는 형을 떠올리며 시를 쓰고 있잖아.
    그런데 형이 이 시를 봤다면 뭐라고 할까?
    너무 감상적이라고 할까?
    질문이 지나치게 많다고 할까?
    아마도 그냥 말없이 웃었겠지.
    아까 그 신부님처럼.

    시가 아니더라도 난 자주 형을 생각해.
    형이 읽지 않았던 책들을 읽고
    형이 가지 않았던 곳들을 가고
    형이 만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나고
    형이 하지 않았던 사랑을 해.

    형 몫까지 산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끔
    내가 나보다 두 살 더 늙은 것처럼 느껴져.

    그럼 죽을 땐 두 해 빨리 죽는 거라고 느낄까?
    아니면 두 해 늦게 죽는 거라고 느낄까?
    그건 그때가 돼봐야 알겠지.

    그런데 형은 정말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사실 모르는 일이지.
    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지 않았으리란 법도 없지.
    불행이라는 건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까 말야.

    만약 그랬다면 내가 형보다 더 슬픈 사람이 되고
    형은 감옥에서 시를 썼을까?
    그것도 그때가 돼봐야 알겠지.

    형한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수두룩했는데
    결국 하나도 물어보지 못했네.

    형 때문에 나는 혼자 너무 많은 생각에 빠지는 사람이 됐어.
    이것 봐. 지금 나는 새벽까지 잠도 안 자고 시를 쓰고 있잖아.
    문들도 다 열어두고.
    불들도 다 켜놓고.

    형,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왜 형은 애초부터 없었던 거야?
    왜 형은 태어나지도 죽지도 않았던 거야?
    왜 나는 슬플 때마다 둘째가 되는 거야?

    형,
    응?
  • W 2021.11.26 00:06
    1톨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버세요ㅠ
  • tory_3 2021.11.26 01:06

    찐톨 덕에 좋은 시 알아간다... 담담한 거 같은데 마음이 아픈 시네 ㅠㅠ

  • tory_4 2021.11.26 05:52
    와 시 너무 좋다… 시외한인데 이렇게 좋은 시를 알게 돼서 기쁘다.. 찐톨도 1톨도 고마워!!
  • tory_5 2021.11.26 11:23

    와............진짜 좋아 ㅠㅠ고마워 톨들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허광한 주연 🎬 <청춘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단 한번의 시사회 21 2024.04.25 1195
전체 【영화이벤트】 7년만의 귀환을 알린 레전드 시리즈✨ 🎬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예매권 증정 89 2024.04.23 2455
전체 【영화이벤트】 F 감성 자극 🎬 <이프: 상상의 친구> 예매권 증정 66 2024.04.22 2406
전체 【영화이벤트】 두 청춘의 설렘 가득 과몰입 유발💝 🎬 <목소리의 형태> 시사회 15 2024.04.16 5405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67200
공지 [영화] 게시판 신설 OPEN 안내 🎉 2022.09.03 7399
공지 토리정원 공지 129 2018.04.19 588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7380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6일 여유로운 금요일 밤의 독서 생활 20:52 20
7379 도서 책 추천 해줄수있을까? 8 18:13 77
7378 도서 논문 묶어서 낸 책은 진짜 뭔 말인지 모르겠어...ㅠ 1 17:53 62
7377 도서 토리들 나 소설이 도저히 안 읽혀... 6 16:38 73
7376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5일 목요일 밤의 독서! 함께 책 읽어요! 5 2024.04.25 74
7375 도서 1945년 해방이후 ~ 1950년 한국전쟁 전까지 정치 이념 문제를 다룬 책 있을까? 4 2024.04.25 102
7374 도서 곽거병에 대한 책 있을까? 2024.04.25 114
7373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4일 수요일, 오늘 밤도 모여서 책 읽어요! 2 2024.04.24 48
7372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3일 비 내리고 흐린 화요일 밤이지만 책으로 즐겁게 보내자. 7 2024.04.23 82
7371 도서 악 제인에어 재밌다! 완독함! 8 2024.04.23 267
7370 도서 야단났다 크레마 사고 싶어서 드릉드릉 8 2024.04.23 331
7369 도서 인천이 배경인 재밌는 소설 읽고싶어 2 2024.04.22 259
7368 도서 비문학 독서의 신묘함 3 2024.04.22 349
7367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2일 월요일, 오늘도 책 읽으며 하루를 뿌듯하게 마무리하자. 3 2024.04.22 57
7366 도서 정치서 입문하려는데 뭐부터 읽어야할까 4 2024.04.22 154
7365 도서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추천해주라 10 2024.04.22 226
7364 도서 민음북클럽 말이야, 민음사 입장에서는 이득인걸까? 7 2024.04.22 507
7363 도서 인문학/철학 분야 도서 찾고 있어(추천도 좋아!) 4 2024.04.21 235
7362 도서 토정방 북클럽: 4월 21일 독서로 다독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요일 오늘 밤도 모여요. 6 2024.04.21 84
7361 도서 문학은 원래 우울한가? 10 2024.04.21 380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369
/ 369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