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제곧내


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 개막강연을 한강 작가님이 하셨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같이 보자고 들고 왔어!


https://youtu.be/rN1-ora08Ss 

링크는 이거고 작가 강연은 영상 1시간 5분부터 시작

아래에 내가 옮겨적은 건 강연 맨 마지막 부분





"만약 문학 속에 길이 있다면 그건 매끈한 표면에 그어진 표식으로서의 선이 아니라 우묵하게 파인 깊이를 가진 공간일 겁니다. 

신문의 단신 한 줄, 거리에서 들은 한 마디 말, 사진 한 장, 한 조각의 꿈과 기억과 예감에서도 문학은 시작되고, 

납작하게만 보이던 사건들과 사물들과 인물들 속에서 불꽃과 깊이와 내부를 상상하고 발견해 내니까요. 

그 깊이 아래에서 깨어남의 순간이 전기 스파크처럼 튀어 빛날 때, 

읽고 있는 우리들의 내면에도 생명의 전류가 옮겨 흐르게 됩니다. 

그 생명의 힘으로 우리들의 몸과 마음에 새로운 우묵한 길이, 어떤 새로운 태도가 생겨나는 그 순간, 

우리 삶은 미세하게 또는 결정적으로 변화하고, 그 책을 읽기 전의 자신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깊이 없는 표면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혐오와 차별, 편견과 폭력을 향해 미끄러지는지, 우리는 목격하고 경험해 왔습니다. 

문학을 읽으며 우리 내면에 생겨나는 우묵한 길의 깊이는 그 미끄러짐에 한껏 브레이크를 겁니다. 

때로 우리가 절망과 환멸,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져들 때도 

그 울퉁불퉁한 내면의 길은 체념의 유속을 늦추고 문득 방향을 틀어 줍니다.


잃고 싶지 않은 가치가 위협받을 때에는 그걸 지키기 위해 때로 연대하기도 합니다. 

이 행성에 깃들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운명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게 된 지금, 

그 각성과 연결을 더 깊은 것으로, 더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드는 문학의 힘을, 

그 힘이 우리를 밀고 나아가는 길을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tory_1 2021.10.27 17:54

    너무 좋다 ㅠㅠ 한강 작가님이 서울국제작가축제 일환으로 TBS '오늘도 읽음'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지난 일요일에 출연하셨어! 한강작가님 좋아하는 토리들은 이것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나도 살짝 추천해봐!

  • W 2021.10.27 20:27
    헉 라디오 나오신 건 몰랐어 고마워!!
  • tory_2 2021.10.27 17:54

    와 진짜진짜 넘 좋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할 수가 있는 걸까

  • tory_3 2021.10.27 17:59
    깊은 울림을 주네 언어의 마법사여
  • tory_4 2021.10.27 20:07
    세상에...그저 감탄..옮겨 써 줘서 고마워
  • tory_6 2021.10.27 21:34

    좋다. 진짜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 같이 보여줘서 고마워

  • tory_7 2021.10.27 21:40
    너무 좋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가 있는지 감탄만 할 따름. 공유해줘서 고마워
  • tory_8 2021.10.28 01:53
    와....
  • tory_9 2021.10.28 02:25
    고마워 나 이거 일기에 옮겨적을래... 갑자기 책읽고싶어졌다 ㅠㅠ
  • tory_10 2021.10.28 14:41

    와... 너무 좋다. 게시물 올려줘서 너무 고마워!

  • tory_11 2021.10.28 15:20
    와 너무 좋다
    독서가가 책을 읽는 이유를 작가로써 깊이있게 써내려산거 같아
    진짜 너무 좋다 ㅠㅠㅠㅠㅠ 나도 이거 독서노트에 필사해둘래
  • tory_12 2021.10.28 15:21
    와 표현..
  • tory_13 2021.10.28 15:48

    와 어쩜... 갑자기 책읽고싶어졌어

  • tory_14 2021.10.28 15:56

    정말 멋있다 구구절절 공감한다 

  • tory_15 2021.10.28 17:02
    아니 어쩜 말을 저렇게 멋있게 할 수 있지
  • tory_16 2021.10.28 19:38

    와....! 일상적인 단어들을 저렇게 아름답게 표현해낼수있다니. 멋지다.

  • tory_17 2021.10.28 20:12
    어쩜.. 한강 작가님 작품 추천 부탁해도 될까
  • tory_21 2021.10.30 14:11
    소년이 온다 꼭 봐줘 5.18에 관련된 소설이야…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ㅜㅜ
  • tory_18 2021.10.28 22:39
    와 저런 고급스런 문장 들으니 가슴이 다 설레네ㅜㅜ
  • tory_19 2021.10.29 10:3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9/26 21:09:20)
  • tory_20 2021.10.29 14:44

    역시 작가시네... 표현 너무 멋지다. 나중에 두고두고 보려고 스크랩할게~

  • tory_21 2021.10.30 14:10
    한강 작가님 너무 좋아 ㅠㅠ
  • tory_22 2021.10.31 15:11
    우와..
  • tory_23 2021.10.31 20:12
    우와... 체념의 유속을 늦춘다 같은 표현은 어떻게 나오는 거지.. 진짜 멋지다. 문학의 힘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이야기하니까 울림이 더 깊다. 고마워 나도 스크랩할게!!
  • tory_24 2021.11.02 10:53

    고마워

  • tory_25 2021.11.06 12:06

    와...멋있다... 스크랩햇어!!  

  • tory_26 2021.11.07 08:11
    고마워 톨! 스크랩했어!!!!
  • tory_27 2021.11.15 23:39
    너무 좋은 말이다
  • tory_28 2023.02.15 03:12
    ㅅㅋ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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