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21XX년 봄. 수업이 끝난 K 대학 강의실에 1학년생 한 무리가 모여 있다. 그들은 이제 갓 친분을 쌓기 시작한 관계로, 같은 학교를 선택한 동기라는 느슨한 소속함과 처음 만난 사이에서 오는 서먹함이 공존 중인 이 시절 특유의 표정을 짓고 있다. 강의 제목은 <고전 한국 SF 문학의 이해>. 방금 막 첫 수업을 마쳤다.

“근데 아까 교수님이 무슨 과제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묻는다. 그러자 다른 학생이 답한다. “작가론 리포트요. 중간고사 그걸로 대체한다고 했어요.” “아 그렇구나. 작가 한명 골라서 작품 읽고 분석하는 거죠?” “그쵸.”

“혹시 누구로 할 건지 정하신 분 있어요?” 또 다른 누군가가 묻는다. 아마도 남들과 중복을 피해보려는 얕은 수작인 모양이다. 모두가 눈치만 보며 머뭇거리는 와중, 갑자기 한 학생이 번쩍 손을 든다. “저는 김초엽 할래요.” “김초엽? 그 사람 작품 좋긴 한데 너무 당연한 말만 하지 않나요?” “그 시절엔 그게 당연하지 않았대요.” “와, 말도 안돼.” 한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내자 모두가 용기를 내어 선호하는 작가를 고르기 시작한다. 저는 김보영이요. 저는 천선란이요. 저는 배명훈, 저는 심너울, 저는 이서영이요. 그렇게 물 흐르듯 교통정리가 이루어져 간다.

갑자기 한 사람이 충격 발언을 던진다. “저는 듀나 할래요.” 그러자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듀나는… 아직 현역이잖아요?” “극 초기 작품만 모아서 고전이라고 치면 되죠.” 발언을 던진 사람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의 꼼수를 고백한다. “지난해에 이 수업 들었던 선배가 트위터로 인터뷰 신청해서 그걸로 A+ 받았대요. 가끔 인터뷰에 응해준다나 봐요.” 도박이나 다름없는 전략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이건 반칙 아냐? 진짜 그래도 되는 거야? 그보다 아직 트위터가 운영 중이라고?

이 모든 대화를 말없이 듣고만 있던 마지막 학생이 침침한 안경을 고쳐 쓰며 조용히 손을 든다. “저어… 저는 곽재식이요.”

일순 주위가 고요해진다. 아무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조용히 바닥의 홀로그램 무늬만 헤아리고 있다. 누가 옆구리를 툭 건드리기라도 했다간 동시에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 사람은 위험….” 누군가 속삭이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한다.

씩씩하고 착한 학생 하나가 겨우 용기 내어 묻는다. “저기, 곽재식이 어떤 작가인지 알고는 계신 거죠?” “네, 그럼요.” “읽어야 할 작품이 정말 많아요. 정말로요.” 숱한 경고에도, 곽재식을 택한 학생은 수줍게 웃으며 답한다. “많이 읽는 건 자신 있어요. 고문헌 읽는 게 취미이기도 하고.” 모두의 우려와 걱정을 뒤로한 채 그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사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곽재식의 전 작품이 담긴 디지털 디스크를 대여한다. 학생은 열람실에 틀어박혀 첫 번째 페이지를 연다. 그리고,

그 후로 누구도 그 학생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

‘곽재식 속도’는 반년간 네편의 단편을 쓰는 집필 속도를 말한다. 그리고 곽재식 작가는 ‘2 곽재식 속도’로 글을 쓴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97714


—————

기사 읽다 웃겨서 퍼옴ㅋㅋㅋㅋㅋㅋ 저러다 문득 정신이 들었는데 박사과정중인 거 아니냐고ㅋㅋㅋ 나라면 김보영이나 문윤성 택했을 듯ㅋㅋㅋ
  • tory_1 2021.06.23 02:12

    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는 동안에도 40곽재식으로 작품 내고 있는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ㅋㅋ

    듀나는 근데 대쳌ㅋㅋㅋ 언제까지 살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2 2021.06.23 07:0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7 12:08:11)
  • tory_3 2021.06.23 07:1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듀나는 왜 계속 살아있는거얔ㅋㅋㅋㅋㅋ
  • tory_4 2021.06.23 08:33

    듀나 왜 현역인뎈ㅋㅋㅋㅋㅋㅋㅋ트위터 지박령이냐곸ㅋㅋㅋㅋㅋㅋ

  • tory_5 2021.06.23 08:36
    듀나는 왜 살아있어ㅋㅋㅋㅋㅋㅋㅋ트위터도 아직 운영 중ㅋㅋㅋㅋ
  • tory_6 2021.06.23 11: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조금 마이너한가,, 김이환 선택하겠읍니다,,,

  • tory_7 2021.06.23 12:53
    아씨 너무 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8 2021.06.23 14:53
    뭔데 이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9 2021.06.23 16:09
    아 미친ㅋㅋㅋㅋㄱㄱㅋㄱㅋㅋ유쾌하다ㅋㅋㅋㅋ
  • tory_10 2021.06.23 17:36
    ㅋㅋㅋㄱㅋㅋㄱㄱ듀나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11 2021.06.23 18:56

    듀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 무슨 ai로 전생했냐곸ㅋㅋㅋㅋㅋㅋ

  • tory_12 2021.06.24 06:00

    듀나 인터넷에 두뇌 업로드 했나 ㅋㅋㅋㅋ

  • tory_13 2021.06.24 06:36

    그런듯 ㅋㅋㅋ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조경가 정영선의 사계절 이야기 🎬 <땅에 쓰는 시> 힐링 시사회 7 2024.03.29 619
전체 【영화이벤트】 라이언 고슬링 X 에밀리 블런트 🎬 <스턴트맨> 대한민국 최초 시사회 60 2024.03.27 1922
전체 【영화이벤트】 “드림웍스 레전드 시리즈!” 🎬 <쿵푸팬더4> 시사회 73 2024.03.26 1546
전체 【영화이벤트】 웰 컴 투 세포 마을 🎬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시사회 54 2024.03.21 5226
전체 【영화이벤트】 4.3 특별시사회 🎬 <돌들이 말할 때까지> 시사회 12 2024.03.20 4788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56607
공지 [영화] 게시판 신설 OPEN 안내 🎉 2022.09.03 7348
공지 토리정원 공지 129 2018.04.19 58740
모든 공지 확인하기()
7295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9일 금요일, 날씨가 안 좋은 주말 밤은 책과 함께 집콕! 6 2024.03.29 31
7294 도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북토크 2024.03.29 92
7293 도서 소소하게 책읽고 감상나누기 해볼 톨들 있어? 6 2024.03.29 88
7292 도서 상처받았던 과거의 나에게 전하고픈 책 7 2024.03.29 132
7291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8일 비가 내리는 흐린 목요일 밤의 고요한 도서 모임! 4 2024.03.28 60
7290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7일 수요일 오늘도 모여서 독서해요! 7 2024.03.27 91
7289 도서 폭풍의 언덕은 어떤 번역본이 제일 좋아? 4 2024.03.27 177
7288 도서 MZ세대와 기존 세대가 잘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책 있을까? 2 2024.03.26 117
7287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6일 화요일, 맑고 시원한 밤의 독서 4 2024.03.26 80
7286 도서 이해 잘 안되는 책 그래도 일단 읽어? 5 2024.03.26 268
7285 도서 절제의 성공학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책 없을까? 2024.03.26 45
7284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5일, 쌀쌀하고 비 내리는 월요일 밤 따뜻한 방에서 책 읽자! 7 2024.03.25 114
7283 도서 여러 곳에서 강x이라는 단어 대신 레이프라고 쓰는 글을 종종 봤는데, 일본에서 넘어온 거야? 2 2024.03.25 478
7282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4일 일요일, 다 함께 책 읽으며 한 주 마무리하자. 5 2024.03.24 89
7281 도서 밀리의 서재 쓰는 톨 있을까.. 2 2024.03.24 390
7280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3일 따뜻하고 화사했던 어느 봄의 토요일을 마무리하는 독서 4 2024.03.23 99
7279 도서 다윈영의 악의기원 너무 재밌다(스포) 추천환영 7 2024.03.23 259
7278 도서 이달에 읽은것 중 좋았던 책,구절 있어? 5 2024.03.23 259
7277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2일 금요일, 비오는 불금에 함께 책읽자! 13 2024.03.22 105
7276 도서 토정방 북클럽: 3월 21일 목요일, 함께 독서하자! 10 2024.03.21 127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365
/ 365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